韓国のスキンケアブランドがひとつ、ニューヨークのソーホー(SoHo)、ブロードウェイに初の海外直営店を出した。賃借面積6,600平方フィート、韓国の勘定で185坪。この通りの平均の呼び値で計算すれば年の賃料が35億ウォンほど付く。同じブランドの今年上半期の売上は2,820億ウォンで営業利益は820億ウォン。賃料が売上の0.6%である。店で金を稼ぐ計画でないなら、この面積はいったい何を買う値なのか。
1.2026년 5월 11일 뉴욕 브로드웨이 470번지에서 SKIN1004가 런칭했고, 7월 13일 공식 개점을 알렸다. 그랜드 스트리트(Grand Street)와 브룸 스트리트(Broome Street) 사이, 1910년에 올린 저층 건물이다. 임대인은 Thor Equities, 직전 임차인은 Scotch & Soda였다. 임차 계약은 6,600제곱피트로 발표됐고, 브랜드의 미국 첫 매장이자 서울 명동에 이은 세계 두 번째 직영점.
2.브랜드는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이 굴리는 원료주의 스킨케어다. 간판 물건은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앰플이고, Ulta Beauty에서 100밀리리터에 25달러, 한국 공식몰 정가는 26,000원. 미국 소비자가가 한국 정가보다 3분의 1쯤 높다. 아마존은 물론 Target과 Costco 매대에도 이미 올라가 있는 물건이다.
3.설계는 LMTLS. 뉴욕과 서울에 사무소를 둔 곳으로 MIT 대학원에서 만난 이대호·이범기·이재열 세 사람이 세웠고, 2024년 명동 플래그십도 이들이 설계했다. 이들이 밝힌 매장 면적은 두 개 층 9,900제곱피트, 278평. 주제는 마다가스카르의 침식 협곡. 브랜드 원료의 산지를 지형으로 표현했다.
4.소호 점포는 대개 폭이 좁고 안으로 길다. 가로의 비례를 늘리려고 9피트 높이 거울벽을 매장 길이만큼 이어 붙였고, 맞은편에는 곡면으로 켠 목재를 층층이 쌓아 절벽 단면을 세웠다. 조명이 면으로 퍼져 그림자가 거의 없고, 걸으면 나무 결의 층이 거울 안에서 두 배로 불어난다. 손이 닿는 높이에서 그 층이 한 번 끊기는데, 거기가 선반.
5.덩어리에 이름을 붙였다. Nature Wall. 앉는 자리와 진열대와 계산대가 한 몸으로 이어져 매장 안에 이동형 가구가 거의 없다. 입구는 층고를 두 개 층으로 틔워 행사장으로 쓸 수 있게 하고, 안쪽에 체험실, 위층에 LED 미디어월과 포토부스. 1:1 피부 상담과 피부 타입 테스트가 그 위에서 돌아간다. 시공은 Schimenti Construction, 기록건축가는 Tricarico Architecture and Design, 목공은 Gilbert + Adirondack Studios가 맡았다.
6.왜 먹히나. 지난 2년 사이 미국에서 K뷰티는 성분표를 읽는 소비 트렌드를 만들었는데, 그 행태는 브랜드를 지운다. 센텔라 1,000ppm이라는 숫자가 설득의 전부라면 그 숫자는 누구든 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장은 복제되지 않는 유일한 항목이고, 성분표를 이미지로 바꾸는 요소다.
7.두 번째. 회사는 개점 주간 누적 방문객이 7,000명이 넘었다고 밝힌다. 거울벽과 미디어월과 포토부스가 왜 값비싼 면적을 차지하는지가 이 숫자로 짐작할 수 있는데, 손님이 들고 나가는 건 앰플 한 병이 아니라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니까. 소호는 미국에서 그 광고판이 가장 빨리 퍼지는 몇 블록.
8.세 번째가 가격이다. 25달러짜리 앰플은 이 동네 기준으로 싼 물건이고, 인접 매장들은 대체로 명품. 싼 물건을 파는 매장이 비싼 거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포지셔닝이다. 낮은 객단가로 높은 임대료를 정면 돌파하려면 회전율이 받쳐줘야 하는데, 이 매장은 회전율로도 그 계산을 맞추지 않는다.
9.이제 돈의 각도. 소호 소매 임대료는 Cushman & Wakefield 집계로 2025년 1분기 제곱피트당 385달러였고, 브로드웨이 회랑만 떼면 REBNY 집계로 2025년 하반기 중위 호가가 726달러까지 오른다. 평균값을 6,600제곱피트에 곱하면 연 254만 달러, 원화로 약 35억원. 월 2억 9,000만원, 평당 월 158만원 선.
10.서울 대로변 플래그십의 평당 월 임대료가 대체로 30만~50만원대에 형성되니 서너 배나 된다. 그런데 이 회사 손익계산서 안에서 35억원의 스케일감은 전혀 다르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이 2,820억원, 영업이익이 820억원이었다. 연 임대료가 연환산 매출의 0.6%.
11.그럼 이 매장이 자기 임대료를 자기 매출로 갚을 수 있나. 주당 임대료가 약 4만 9,000달러, 화장품 매출총이익률을 70%로 놓으면 필요한 주간 매출이 약 7만 달러다. 객단가 50달러에 구매 전환률 20%를 넣으면 주당 7,000명이 나온다. 개점 주간에 몰린 그 숫자를 1년 52주 내내 유지해야 임대료에 겨우 맞는다는 계산.
12.지역을 유심히 보면 이 회사의 목적이 다시 보인다. 상반기 매출에서 유럽과 미주를 합친 서구권이 1,220억원으로 가장 큰 포션인데, 성장률은 다른 곳에서 갱신중이다. 아프리카가 512%, 남미가 711% 늘었다. 뉴욕 매장이 상대하는 건 뉴욕 손님만이 아니라는 얘기. 전 세계 유통 바이어와 인플루언서가 브랜드의 실체를 확인하러 오는 쇼룸에 가깝다.
13.회사의 기록은 그리 우아하지 않다. 2014년 6월에 세운 회사였고, 처음 이름을 알린 물건은 얼굴에 발라 굳히는 좀비팩이었다. 중국 이커머스에서 5분에 2만 개가 나갔다고 당시 매체는 전한다. 하지만 2017년 사드 국면에 중국에서 밀려나며 매출이 반토막 나고 손익이 적자로 돌아섰고, 그 상태의 브랜드를 지금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이 된 회사가 사들였다. 원료주의라는 이름은 인수 뒤에 붙었다.
14.반전, 2024년 구다이글로벌이 크레이버 지분 85%와 경영권을 2,456억원에 가져갔다. 조선미녀를 키운 그 회사다. 올해 예상 매출 1조 7,000억원에 상각전영업이익 5,500억원, 지난달 8,000억원을 조달하며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4조 4,000억원. 소호 매장의 최종 관객이 소비자가 아니라 상장 시장일 가능성을 여기서 본다. 필자의 해석이고, 회사가 밝힌 목적은 어디까지나 북미 오프라인 거점이다.
15.정리하면, 사드에 밀려 적자로 팔렸던 브랜드가 10년 만에 소호 브로드웨이의 185평 임차인이 됐고, 그 임대료는 브랜드 매출의 0.6%에 그친다. 기억할 숫자는 면적이 아니라 주당 7,000명 쪽이다. 개점 주간에 한 번 찍은 그 방문객을 1년 내내 유지해야 임대료와 겨우 맞고,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이 매장은 광고 예산으로 지어진 것. 이 문법을 국내 브랜드가 뉴욕으로 그대로 옮기려 할 때 첫 관문은 설계도 브랜딩도 아닌 임대차 계약서다. 미국 소매 임대차는 10년 안팎 장기가 기본이고, 재산세와 보험과 관리비를 임차인이 따로 무는 순임대에 모회사 보증이 붙는다. 보증금 걸고 2년 뒤 빠지는 국내 감각으로 들어가면, 철수하는 순간 남는 잔여 임대료가 인테리어 예산 전체를 넘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