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와구 에비스니시, 일용직 노동자 거리에서 한 블록. 지난 6월에 신축 9층짜리 호스텔이 문을 열었다. 운영사의 본업은 아파트 관리다.
1.GRAND HOSTEL LDK 오사카신세카이(大阪新世界)가 6월 18일 문을 열었다. 자리는 오사카 나니와구(浪速区) 에비스니시(恵美須西), 오사카메트로 미도스지선 도부쓰엔마에(動物園前)역에서 걸어 2분. 운영은 다이와라이프넥스트(大和ライフネクスト)가 맡았고, 이 회사의 본업은 아파트 관리다. 이하 LDK 신세카이.
2.철골조 9층에 연면적 2,719㎡, 약 823평. 부지는 470.01㎡로 142평이 조금 넘는다. 그 위에 객실 42개와 침대 252개가 들어갔다. 땅은 운영사 것이 아니다. 소유주는 한카이전기궤도(阪堺電気軌道), 오사카에 남은 노면전차를 굴리는 회사.

3.객실은 셋으로 갈린다. 침대만 놓은 도미토리가 14실, 여기에 178개가 들어간다. 나머지 28실은 개별실이고 전용 샤워실과 세면대와 화장실을 갖췄다. 도미토리 손님은 층별 공용 샤워를 쓴다.

4.2층은 통째로 공용부다. 프런트와 라운지와 바가 한 층에 붙어 있고 아일랜드 키친 두 대를 24시간 열어 둔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각각 네 대. 3층에는 기도실을 뒀고 화장실 일부는 성별을 나누지 않았다. 무슬림 손님과 휠체어 손님을 도면 단계에서 계산했다.

5.내부 마감은 폐자재와 중고 공구를 모티프로 삼았다. 오사카가 제조업 도시였다는 데서 가져왔고, 운영사는 이 콘셉트를 Fab Trail Osaka라 부른다. 호스텔의 소리는 대부분 밤에 만들어진다. 캐리어 바퀴가 복도를 긋는 소리, 사다리를 밟고 위층 침대로 올라가는 소리, 새벽 네 시에 공항으로 나가는 사람이 지퍼를 여는 소리. 도미토리 설계의 성패는 그 소리를 견딜 만하게 만드느냐에 달린다.


6.이 호스텔의 셈은 방이 아니라 침대에서 시작한다. 178을 14로 나누면 방 하나에 12.7개. 도미토리 한 방에 손님이 다 차면 값이 열두 번 넘게 붙고, 반쯤 차면 절반만 붙는다. 방 단위로 파는 호텔에는 없는 눈금이다.
7.요금부터 보면, 전용 욕실을 갖춘 트윈룸의 최저가가 2,695엔이고 도미토리는 그 아래에서 시작한다. 여행 예약 사이트에 붙은 이용자 평점은 10점 만점에 9.5점, 후기 82건 기준. 점수가 가장 높은 항목이 청결과 서비스.

8.침대 하나 평균 3,200엔에 가동률 70%를 넣어 본다. 하루 매출 56만 4,000엔, 1년으로 2억 605만 엔. 단가와 가동률은 운영사가 공표한 값이 아니라 이 글의 추정이고, 오사카 도미토리 시세와 개관 1년 차 숙소의 통상 가동률에서 잡았다.
9.연면적 823평으로 나누면 평당 월매출이 2만 엔 언저리. 같은 도시 비즈니스호텔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3만 4,000엔쯤 나온다. 침대를 촘촘히 넣었는데 면적당 매출은 오히려 떨어진다.
10.밀도를 올린 값이 매출로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공용부에 있다. 2층 한 층을 통째로 라운지와 키친에 내줬고 3층에도 기도실을 뒀다. 그 면적은 하루에 한 푼도 벌지 않는다. 대신 두 자리에서 돈을 아낀다.
11.첫째가 물이다. 방마다 욕실을 넣는 호텔이라면 배관을 방 수만큼 세워 올려야 하는데, 여기는 개별실 28곳에만 넣고 도미토리는 층별 공용으로 묶었다. 둘째가 땅. 노면전차 회사의 부지를 빌려 쓰니 매입 대금이 사업비에서 통째로 빠진다. 그 값은 임차료로 매달 나가지만, 이 규모에서는 초기에 끌어와야 할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쪽이 훨씬 크다.

12.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체크아웃은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프런트에 사람이 서 있는 시간은 하루 일곱 시간. 일본 숙박업의 객실 가동률은 62% 언저리에서 상한에 걸려 있고, 그 원인으로 사람을 못 구하는 문제가 지목된다. 침대 252개를 방 42개로 관리하는 구조는 청소 동선을 그만큼 줄인다.
13.브랜드 이름의 LDK는 일본 주택 광고에서 거실과 식당과 주방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방을 세는 대신 함께 쓰는 자리를 앞세운 표기. 운영사가 아파트 관리 회사라는 사실과 겹친다. 관리 회사가 매일 하는 일이 공용부를 굴리는 일이고, 호스텔에서 값을 만드는 것도 공용부다.

14.자리를 봐야 이 값이 이해된다. 도부쓰엔마에역 서쪽이 아이린지구(あいりん地区), 일본에서 가장 큰 일용직 노동자 거리다. 여기 간이숙소는 1박 1,500엔에서 2,500엔 사이에 팔린다. 옆 골목이 그 값인데 누가 3,200엔을 낼까. 지난 십수 년 동안 그 간이숙소들이 배낭여행객용 게스트하우스로 하나씩 바뀌었고, 이제 그 옆에 신축 9층이 섰다.

15.때가 좋지는 않다. 2025년 간사이 만박이 열린 동안 이 지역 호텔의 평균 가동률이 87.9%까지 올라갔고, 2026년은 그 반동으로 성약 객실단가가 한 해 전보다 19.5% 내려앉았다. 만박이 끝난 다음 해에 신축을 연 것. 다만 단가가 낮은 숙소일수록 낙폭을 덜 맞는다. 3,000엔짜리 침대는 애초에 특수로 두 배를 받은 적이 없다.
닫으며
아파트 관리를 본업으로 하는 회사가 노면전차 회사의 땅을 빌려 9층을 올렸고, 방 42개에 침대 252개를 넣어 6월에 열었다. 면적으로 나눈 매출은 평당 월 2만 엔 언저리로 같은 도시 비즈니스호텔보다 낮은데, 욕실과 땅에서 아낀 돈이 그 차이를 메운다. 국내에서 같은 건물을 지으려면 주차에서 먼저 막힌다.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가 숙박시설에 시설면적 200㎡당 한 대를 요구하니 연면적 2,719㎡짜리 건물은 열네 대를 대야 하는데, 부지가 142평 남짓이라 지상으로는 서너 대도 어렵다. 지하를 파거나 기계식을 넣는 순간 침대 하나당 공사비가 뛰고, 그 값은 3,000엔대 침대로 회수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