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포츠웨어 그룹 안타(安踏)가 상하이 서홍차오의 새 본사 단지에 FILA 이름을 단 108실 호텔을 짓고 지난달 예약을 열었다. 방값은 상하이 5성급 평균보다 30% 넘게 비싸게 매겼다. 이 호텔은 객실 장부가 아니라 브랜드 장부로 계산해야 숫자가 맞는다.
1.FILA HOUSE Shanghai는 상하이 칭푸구(青浦区) 판중루(盘中路)의 안타 센터 5동에 들어선다. 방은 108개. 운영은 하얏트(Hyatt)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JdV by Hyatt가 맡는다. 9월 중순 FILA가 샤오훙수(小红书)에 예약 개시를 알렸고, 중국 매체들은 11월 말 투숙분부터 예약이 잡힌다고 전한다.
2.계약은 2022년 2월에 맺었고 처음 계획은 객실 120개, 개장 2024년이었다. 개장은 2년 밀렸고, 방은 12개 줄어 108개. FILA라는 상표의 세계 주인은 한국의 휠라홀딩스지만 중국·홍콩·마카오 사업권은 안타가 2009년 약 6억 5,000만 홍콩달러에 사들여 쥐고 있다. 중국에서 이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쪽은 안타다.


3.2022년 발표 당시 호텔 동의 연면적은 1만 1,946㎡였다. 방 하나에 111㎡꼴. 객실만 파는 셀렉트 서비스 호텔이 방당 40~50㎡ 안팎으로 짓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늘어난 면적은 어디로 갔을까. 레스토랑 하나, 회원 라운지 하나, 회의·행사장 셋, 그리고 3층 한 층을 통째로 쓰는 운동 시설.

4.로비 안쪽 벽에는 1911년부터 연도가 적힌 액자들이 걸린다. 1911년은 FILA가 이탈리아 비엘라(Biella)에서 문을 연 해. 홀수 층은 FILA의 빨강, 짝수 층은 파랑으로 칠하고, 객실은 테니스·골프·육상·탐험 같은 종목을 주제로 꾸몄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한다. 객실 렌더링 속 침대 머리판 옆에는 파란 기둥이 서고, 바닥에는 남색 무늬 깔개가 깔렸다.


5.3층은 홍콩 피트니스 브랜드 PURE와 함께 만든다. 레인을 그은 수영장, 실내 풀, 요가와 필라테스 방, 회복실. 고무 바닥에 덤벨이 내려앉는 둔한 소리, 물 위로 번지는 염소 냄새,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빛. 호텔 방은 손님이 나가면 비지만, 피트니스 클럽은 단지의 직장인을 회원으로 받으면 출근 전후로 찬다. 투숙객이 아닌 사람에게 다달이 회비를 받을 수 있는 층은 여기뿐이다.


6.상하이시 통계국이 낸 2025년 1~5월 5성급 호텔 평균 객실단가는 946위안이었다. FILA HOUSE가 내건 최저가 1,292위안은 5성급 평균보다 37% 높다. 와이탄(外滩)이 아니라 홍차오 공항 서쪽 업무지구에서 받겠다는 가격.
7.객실단가 1,350위안에 가동률 65%를 잡으면 방 하나가 1년에 약 32만 위안을 번다(추정). 108개면 3,460만 위안 안팎, 우리 돈 67억 원쯤이다(1위안=195원 가정). 호텔 하나만 보면 작지 않은 돈.
8.안타 실적표에 올려 보면 사정이 다르다. FILA 사업부는 2026년 상반기에만 150억 5,000만 위안을 팔았고 영업이익률은 28.7%였다. 중국 매체들의 전망은 올해 연 매출 300억 위안 돌파. 하루 8,200만 위안꼴이니, 호텔이 1년 동안 방을 팔아 버는 돈은 FILA 사업부가 열 시간 남짓 파는 양이다. 호텔 손익만 떼어 맞추려고 지은 건물이 아니다.
9.성급 호텔이라면 객실 밖 돈은 결혼식과 연회에서 나온다. FILA HOUSE에는 대형 연회장이 없다. 있는 건 회의·행사장 셋. 그 방을 채울 손님은 담장 안에 있다. 안타는 2019년 착공 때 이 단지에 직원 6,000~7,000명이 일하게 된다고 밝혔고, 본사를 찾는 거래처와 바이어, 브랜드 행사가 이 회의실의 첫 손님 후보다. 같은 서홍차오 상무구에는 해마다 중국국제수입박람회(中国国际进口博览会)가 열리는 국가컨벤션전시센터(国家会展中心)도 있다.


10.역할도 셋으로 갈린다. 건물과 땅은 안타 것이고, 운영은 하얏트가 맡으며, FILA는 이름과 색을 댄다. 하얏트 같은 운영사는 보통 매출의 몇 퍼센트를 기본 수수료로, 이익의 일부를 성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번 계약 조건은 비공개. 확실한 건 공사비와 적자 위험을 건물 주인인 안타가 진다는 점, 그리고 그 대가로 얻는 노출도 안타 몫이라는 점이다.
11.FILA는 중국에서 테니스와 골프, 이탈리아 출신 내력을 앞세워 비싼 운동복으로 팔린다. 매장에서는 옷 한 벌을 보지만, 호텔에서는 그 옷이 어울리는 하루를 통째로 겪는다. 아침에 3층에서 수영하고, 빨간 의자에서 밥을 먹고, 테니스 주제의 방에서 잔다. 같은 단지에는 안타 그룹 브랜드들의 매장이 들어간다.
12.시점은 엇갈렸다. 계약을 맺을 무렵 FILA는 안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냈다(2020년 49.1%). 올해 상반기 그 비중은 34.6%까지 내려왔고, 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정점에서 자랑하려고 계획한 호텔이 둔화기에 문을 연다. 중국 매체들이 이 호텔을 다루며 꺼낸 질문도 거기에 모였다.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느냐.
13.브랜드 이름을 단 호텔은 2000년대 밀라노의 불가리 호텔, 2010년 두바이의 아르마니 호텔부터 이어진다. 2018년 선전(深圳)의 MUJI HOTEL, 2019년 디트로이트의 Shinola Hotel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은 개발사가 땅과 돈을 대고 브랜드는 이름을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안타는 셋을 다 자기 손에 쥐었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그 안에 자기가 판권을 가진 이름을 건다.

14.위험은 입지. 서홍차오는 평일 출장 수요가 두터운 대신 주말에는 비는 업무지구다. 5성급보다 비싼 가격을 주말에도 받으려면 출장객이 아니라 FILA를 좋아하는 사람이 일부러 찾아와야 한다. 2년 늦어진 개장과 줄어든 방 12개가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안타는 설명하지 않았다.
15.공개된 수치는 아직 객실 수와 예약가, 면적 정도. 하얏트의 수수료와 공사비, 3층 회원권 가격은 나오지 않았다. 먼저 볼 숫자는 개장 뒤 첫 겨울의 주말 가동률이다. 거기서 이 호텔이 홍보비로 지은 건물인지, 숙박으로도 버티는 사업인지 드러난다.
안타는 상하이 서홍차오 본사 단지에 FILA 이름을 단 108실 호텔을 짓고, 최저가를 상하이 5성급 평균보다 37% 높은 1,292위안에 매겼다. 객실 매출을 넉넉히 잡아도 1년 3,460만 위안으로 FILA 사업부 하루 매출에 못 미친다(추정). 그래서 이 호텔은 회의실과 운동 층으로 본사 수요를 받고 남는 몫은 브랜드 노출로 돌려받는 구조다. 국내 기업이 본사 단지에 같은 걸 넣으려 하면 먼저 지구단위계획을 펼쳐야 한다. 업무지구의 지구단위계획은 숙박시설을 허용 용도에서 빼 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도면을 그리기 전에 용도 변경 협의가 일정을 먼저 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