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선셋 대로(Sunset Boulevard) 8300번지에서 7월 15일 PUBLIC West Hollywood가 문을 열었다. 방 137개에 1박 495달러부터. 2021년 이 자리의 호텔은 임대료 인상을 못 버티고 닫았고, 새 주인은 건물을 빌리지 않고 샀다.
1.문을 연 사람은 이안 슈레거(Ian Schrager). 흔히 첫 부티크 호텔로 꼽는 Morgans를 1984년 뉴욕에 연 사람. 부동산 투자자 에드 시츠(Ed Scheetz)와 함께 2023년 초 이 땅과 건물을 1억 1,250만 달러에 샀다. 시카고와 뉴욕에 이은 세 번째 PUBLIC.
2.이 건물은 1962년 모텔로 지어져 한동안 양로원으로 쓰였다. 앙드레 발라즈(André Balazs)가 이를 고쳐 1999년 The Standard를 열었고, 간판을 거꾸로 달고 프런트 뒤 유리 진열장에 사람을 눕혀 둔 호텔로 이름을 날렸다. 그 호텔은 2021년 1월 문을 닫았다. 호텔 측 안내문은 임대료가 크게 오르는 걸 막지 못해 운영할 수 없게 됐다고 적었다.


3.새 주인은 옛 모텔의 물결 모양 발코니 선을 남기고 외벽을 희게 다듬어 난간마다 화분을 올렸다. 건축은 존 포슨(John Pawson)이 앨런 벨(Alan Bell)과 함께 맡았다. 방은 옛 호텔보다 두 개 줄어 137개가 됐고, 옥상에는 1,490㎡(450평) 넓이의 공원을 새로 만들었다. 모닥불 자리와 러닝 트랙, 야외 헬스장, 미니 골프, 영화 스크린까지 들어간 옥상.

4.방에는 TV가 없다. 대신 벽 한 면에 폭 3.4m 스크린을 걸고 레이저 프로젝터와 블루투스 사운드바를 달아 방마다 작은 상영관을 만들었다. 가장 작은 방이 26㎡이고 가장 큰 펜트하우스는 139㎡로, 침실이 둘이나 셋인 방과 간이 주방을 넣은 방이 섞인다. 프런트 데스크도 없어서 손님은 모바일 키로 곧장 방까지 올라간다.

5.암막 커튼을 치면 방에는 벽 한 장 크기의 빛만 남는다. 물푸레나무로 짠 가구와 흰 침구가 화면 색을 받아 그때그때 물들고, 창밖 선셋 대로의 불빛은 커튼 뒤로 물러난다. 아래층 로비는 분홍으로 물든 벽 앞에 분홍 조각 세 점을 세우고 크림색 소파와 흰 대리석 탁자를 낮게 깔았다. 관광청 소개로는 거실이자 갤러리이자 사교 클럽. 체크인 줄이 서지 않는 로비에는 오래 앉는 손님이 생기고, 그 손님이 시키는 술이 매출로 잡힌다.


6.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안정기 객실단가를 시작가와 비슷한 500달러, 가동률을 70%로 잡으면 137실이 한 해에 1,750만 달러쯤 번다(추정). 로스앤젤레스 호텔 평균 객실단가의 두 배가 넘고, 할리우드·비벌리힐스 권역 평균보다도 한참 위의 가격.
7.매입부터 개관까지 대출을 세 번 받았다(아래 도표). 마지막은 개관 두 달 만인 이달 Driftwood Capital과 Benefit Street Partners에서 받은 1억 1,650만 달러짜리 브리지 대출로, 만기가 짧고 금리는 공개되지 않았다. 금리를 8%로 치면 이자만 한 해 930만 달러, 객실 매출 추정치의 절반이 넘는다.
8.나머지는 객실 밖에서 채워야 한다. 식음료 공간은 셋. 하루 종일 여는 간이식당 겸 식료품점 Louis, 수영장 옆 Pool Bar, 검은 벨벳과 검은 대리석으로 두른 회원제 클럽풍 라운지 Studio. 실내외 행사 공간은 합쳐서 3,716㎡(1,124평)로, 방 하나마다 27㎡씩 객실 한 개만 한 행사 공간이 딸려 있다. 성급 호텔이라면 이 돈은 샹들리에 걸린 연회장에서 나왔을 텐데, 여기서는 옥상 공원과 나이트클럽이 연회장 몫을 맡는다.


9.이자를 내려면 객실 밖에서 얼마를 벌어야 할까. 운영비와 수수료, 세금을 빼고 남는 순영업이익을 매출의 4분의 1로 잡으면, 이자를 겨우 맞추는 매출이 한 해 3,700만 달러다(추정). 그 절반이 넘는 돈을 식음료와 행사 대관에서 벌어야 한다는 계산.
10.웨스트할리우드의 호텔 노동자 최저임금은 7월부터 시간당 20.87달러다. 슈레거가 개관 인터뷰에서 먼저 꺼낸 건 없는 것들의 목록이었다. 프런트 데스크도, 스파도, 유명 셰프도 없다. 그는 이를 최소한의 방식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일이라 설명했다. 돈이 안 나오는 자리에서 사람을 빼면 그 인건비를 바와 행사장에 쓸 수 있다는 계산.
11.예약은 직접 받는 쪽으로 몬다. 홈페이지 예약에만 최대 20% 할인을 붙였고, 다른 곳에서 더 싼 요금을 찾아오면 그 요금에 맞춘 뒤 10%를 더 깎아 준다고 내걸었다. OTA에 줄 수수료만큼을 손님 몫으로 돌린 설계. 앞으로 PUBLIC의 운영은 올해 슈레거와 합작한 Highgate가 맡는데, 이 회사가 운영하는 객실은 8만 개가 넘는다.
12.선셋 스트립(Sunset Strip)은 Whisky a Go Go 같은 클럽과 건물만 한 광고판으로 이름난 2.4km 남짓한 길. 이 길에서 호텔은 잠자리이면서 무대였다. The Standard의 초기 투자자 명단에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Leonardo DiCaprio)와 캐머런 디아즈(Cameron Diaz)가 있었다. 방마다 스크린을 건 것도 이 도시가 영화로 먹고사는 곳이라서다. 영화 일을 하는 손님에게는 방이 곧 시사실이 된다.

13.PUBLIC은 원래 방값이 싼 호텔로 출발했다. 뉴욕 PUBLIC이 문을 열 때 방값은 150달러부터였고, 슈레거는 이를 모두를 위한 럭셔리라 불렀다. 같은 이름이 선셋 대로에서는 495달러부터 시작한다. 이름은 그대로인데 가격이 세 배가 넘는 데는 땅값 몫이 크다. 매입가만 방 하나에 80만 9,000달러.
14.슈레거가 이 길에 호텔을 연 건 이번이 두 번째. 1996년 몇 블록 서쪽의 주거용 12층 건물을 사서 필리프 스타르크(Philippe Starck)와 1,700만 달러를 들여 Mondrian으로 고쳤다. 그 호텔은 뒤에 Pebblebrook Hotel Trust가 1억 3,700만 달러에 사 갔고, 올봄 Mondrian 간판을 내리고 The Valorian이 됐다. 그가 붙인 옛 이름이 이 길에서 내려간 해에, 그의 새 이름이 같은 길에 올라갔다.

15.The Standard를 닫게 한 건 임대료였다. 슈레거는 땅을 사서 집주인을 없앴지만, 대신 만기가 짧은 빚을 졌다. 브리지 대출은 호텔이 자리를 잡으면 장기 대출로 갈아타라고 내주는 돈이라, 그 전에 가동률과 매출로 실적을 보여 줘야 한다. 집주인의 인상 통보가 있던 자리에 이제는 대출 만기.
선셋 대로의 The Standard는 임대료를 못 버티고 닫았고, 이안 슈레거는 그 건물을 1억 1,250만 달러에 사서 TV 없는 방 137개와 옥상 공원, 나이트클럽을 붙여 다시 열었다. 추정으로는 객실 매출만으로 이자를 내면 남는 돈이 적어, 식음료와 행사가 매출의 절반 넘게 채워야 굴러간다. 국내에서 호텔 건물을 통째로 빌려 운영하면 The Standard와 같은 자리에서 걸린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서울에서 환산보증금 9억 원을 넘는 임대차에도 10년 계약갱신요구권은 주지만, 갱신 때 차임을 5% 안에서만 올리게 한 상한은 적용하지 않는다. 호텔 건물 한 동을 빌리는 임대차는 거의 다 이 9억 원을 넘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