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라주쿠의 6.5평 가게로 출발한 편집숍 빔스(BEAMS)가 창업 50주년을 맞았다. 올해 준비한 별주와 협업 상품만 250종이 넘고, 8월에는 캘리포니아 말리부에 금·토·일요일에만 여는 매장을 냈다. 미국 물건을 들여와 팔던 회사가 이번에는 일본의 옷을 들고 미국으로 간다.
1.도쿄 하라주쿠(原宿)의 빔스 매장에 이달 5일 Stone Island와 처음 함께 만든 옷이 걸렸다. 재킷 한 벌에 24만 2,000엔. 11일과 12일에는 오사카 그랑그린 오사카(グラングリーン大阪) 광장에 망루 무대를 세우고 「BEAMS 50祭」라는 여름 축제를 열었다. 1976년에 문을 연 편집숍이 창업 50주년을 맞아 내년 2월까지 이어 가는 행사들.

2.그보다 한 달 앞선 8월 7일, 캘리포니아 말리부(Malibu)의 해안 도로변에 매장이 하나 생겼다. 여는 날은 금·토·일요일,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로스앤젤레스에는 한 층짜리 약 1,250㎡ 플래그십도 준비하고 있는데, 시타라 요(設楽洋) 사장은 예상 못 한 일이 이어져 계획이 늦어진다고 털어놨다. 50년 전 첫 가게의 이름은 「American Life Shop BEAMS」. 넓이는 6.5평(약 21.5㎡)이었다.


3.하라주쿠 매장은 창업한 자리에 있다. 3월 3일 고쳐 다시 열면서 1층 왼쪽 안쪽 바닥에 금속 리벳을 박아 1호점이 차지하던 윤곽을 남겼다. 1976년의 빔스는 이 자리에 있던 건물의 세입자 가운데 하나였고, 돈이 모자라 큰길을 비켜난 자리를 골랐다. 입구에는 1층부터 2층까지 올라가는 기둥형 화면 네 개를 세웠고, 안쪽 나무 선반 아래에는 주황빛 네온으로 BEAMS를 걸었다.


4.소리는 1976년 무렵 만들어진 Altec Lansing 음향 장비에서 나온다. 극장용 스피커로 이름난 「The Voice of the Theatre」의 나팔이 검은 받침대 위에 올라앉았다. 선반 한 칸에는 성조기 두 개를 꽂은 롤러스케이트. 50년 전 1호점 선반에 오른 것도 이런 미국 물건이었다.


5.창업주는 골판지 상자를 만들던 신코(新光)를 운영한 시타라 사장의 아버지다. 1975년 오일쇼크로 종이 가격이 뛰자 이대로는 앞날이 없다고 보고 젊은 층을 상대로 한 옷 가게를 냈고, 회사 이름의 「光」을 따서 빔스라 불렀다. 1호점에는 미군 기지나 아메요코(アメ横)가 아니면 구하기 어렵던 미국 물건을 들였다. 쥐덫까지 가져다 놓았지만 그건 끝내 안 팔렸다고 한다.
6.편집숍은 남이 만든 물건을 사다 파는 장사다. 같은 물건이 옆 가게에도 걸려 있으니 가격이 비교되고, 한 곳이 값을 내리면 다른 곳도 따라 내린다. 빔스가 50년 동안 키운 방법은 별주(別注). 다른 브랜드에 색이나 원단, 디테일을 바꿔 달라고 주문해 빔스에서만 파는 물건을 만든다. 50주년을 맞아 30개 넘는 레이블이 준비한 별주와 협업 상품은 250종을 넘는다.
7.Stone Island 협업은 빔스가 오래 써 온 「크레이지 패턴」에서 출발한다. 한 벌을 부위마다 다른 원단으로 이어 붙이는 방식에, 옷을 다 지은 뒤 통째로 물들이는 Stone Island의 가먼트 다잉을 얹었다. 원단마다 염료를 먹는 정도가 달라 한 벌 안에서도 올리브색이 몇 가지 톤으로 나뉜다. 3월 재개점 때 낸 Champion 스웨트셔츠는 일련번호를 붙여 100벌만 만들었다.

8.이런 물건은 누가 사 갈까. 시타라 사장은 전 매장 평균으로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20%를 조금 넘고, 일본 물건만 모은 빔스 재팬(BEAMS JAPAN)의 일부 층은 75%를 넘는다고 밝혔다. 미국 손님의 매출은 1년 새 30~40% 늘었다. 미국 물건을 사러 오던 가게에 이제는 미국 사람이 빔스가 고른 일본 물건을 사러 온다.

9.2025년 2월기 매출은 914억 엔(약 8,5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다. 매장은 해외 21곳을 포함해 175곳이고 직원은 2,300명. 2027년 2월기 목표는 1,000억 엔. 상장하지 않은 회사라 이익은 밝히지 않는다.
10.견줄 상대는 빔스 안에서 나왔다. 초기 점장이자 바이어로 빔스를 키운 시게마쓰 오사무(重松理)가 1989년 간부 30명가량과 한꺼번에 사표를 내고 세운 회사, 유나이티드 애로우즈(UNITED ARROWS). 상장사라 숫자가 다 나온다. 2026년 3월기 매출 1,646억 엔에 영업이익 91억 엔, 나간 쪽이 매출로 1.8배 크다.
11.유나이티드 애로우즈의 영업이익률 5.5%를 빔스 매출에 대면 한 해 영업이익은 50억 엔 안팎이다(추정). 별주가 지키려는 것도 이 얇은 이익률. 옆 가게와 가격을 견줄 수 없는 물건은 시즌이 끝나도 값을 내릴 이유가 적고, 남은 재고를 할인으로 털어 내며 잃는 돈도 줄어든다. 수입 브랜드를 도매로 받아 거는 매대에서는 그 선택지가 없다.
12.미국에서는 다른 셈법을 쓴다. 시타라 사장이 밝힌 원칙은 아시아에는 매장을 내고 유럽과 미국에는 도매로 들어간다는 것.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팝업 세 번으로 수요를 시험했고, 2025년에는 북미 온라인몰을 열었다. 말리부 매장이 주 3일, 하루 7시간만 문을 여는 것도 고정비를 작게 두고 손님을 재 보는 방식이다. 준비 중인 1,250㎡ 플래그십은 1호점 넓이의 58배.
13.시타라 사장은 로스앤젤레스 출점을 두고, 6.5평 아메리칸 라이프 숍에서 시작한 회사가 50주년에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호점 선반을 채운 나라를 고향이라 부른 것. 다만 이번에 들고 가는 건 미국 물건이 아니라 빔스가 고르고 고친 일본의 옷이다. 그는 2027년 4월 말 사장에서 물러나 회장이 된다.
14.도쿄에서 미국 손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숫자에는 다른 면도 있다. 미국 사람들이 이미 비행기를 타고 와서 사 간다면, 미국 매장이 새로 버는 돈 가운데 일부는 도쿄 매장에서 넘어가는 매출일 수 있다. 말리부를 주말에만 열고 플래그십을 서두르지 않는 걸음은 그 몫을 재 보는 쪽에 가깝다. 새로 생기는 매출인지 넘어가는 매출인지는 밖에서 알 길이 없다.
15.6.5평에서 미국 물건을 팔던 가게가 한 해 914억 엔을 파는 회사가 됐고, 창업 50년째에 일본이 고친 옷을 들고 캘리포니아 해안에 주말 매장을 냈다. 하라주쿠 매장 바닥의 리벳은 그 출발점이 바로 이 자리였다는 표시다. 국내에서 원조 매장을 같은 자리에 오래 두려 하면 먼저 걸리는 건 임대차 기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계약 갱신은 최초 계약을 합쳐 10년까지이고, 그다음은 건물주와의 관계나 건물 매입으로 풀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