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다코타 배드랜즈 한복판, 국립공원 울타리 바로 옆이다. 지붕은 초원이고 벽은 반경 50마일 안에서 퍼 온 흙이다. 4억 5,000만 달러를 티켓으로 뽑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1.2026년 7월 4일, 미국 노스다코타주 메도라(Medora)에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도서관(Theodore Roosevelt Presidential Library)이 문을 열었다. 건국 250주년에 맞춘 날짜다. 마을 상주 인구는 2020년 인구조사 기준 121명. 건물 연면적 95,000제곱피트, 8,830㎡. 평으로 바꾸면 2,670평이다.
2.총사업비 4억 5,000만 달러. 1달러 1,400원으로 치면 6,300억 원. 부지 조성과 전시 제작, 1마일 보드워크, 초원 복원이 전부 들어간 값이라 건물만의 값은 아니다. 그래도 연면적으로 나눠 보면 평당 2억 3,000만 원을 넘는다.

3.설계는 Snøhetta.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와 9·11 기념관을 한 그 사무소. 실시설계와 현지 담당(Architect of Record)은 JLG Architects, 시공은 JE Dunn, 조경은 Confluence. 자생 식물 복원에는 Resource Environmental Solutions와 노스다코타주립대가 붙었다.

4.지붕이 초원이다. 121,000제곱피트, 1만 1,240㎡ 위에 200종 넘는 자생 식물을 심었다. 두께는 8피트. 4피트짜리 목재 보 위에 일곱 겹 CLT를 얹고, 그 위에 방수 콘크리트와 흙층을 다시 쌓아 올린 값이다. 계절이 돌면 지붕 색이 같이 돈다.

5.벽은 흙이다. 27피트 높이 흙다짐 벽(rammed earth)을 반경 50마일 안에서 퍼 온 흙으로 쌓았고, 층마다 색이 다른 띠가 협곡 단면처럼 올라간다. 색은 메도라 주민들과 상의해 골랐다고 한다. 이 벽은 하중을 받지 않는다. 지붕보에서 24인치를 띄워 세운 것도 내화 요건을 비켜 가려는 판단이었다. 흙벽을 쌓아 올린 것은 현지 업체 Winn Construction. EarthWall Builders에게 공법을 배워 붙었다고 한다.

6.목표는 리빙 빌딩 챌린지(Living Building Challenge) 인증이고, 대통령 도서관 가운데 처음이다. 에너지·물·배출·폐기물 넷을 모두 0으로 잡았다. 태양광은 메도라 뮤지컬과 함께 쓰는 주차장에 깔았고, 지열정을 따로 팠다. 레미콘 공장은 시멘트를 3분의 1 줄인 배합을 냈고, 온실가스는 절반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여름과 간절기에는 자동 창이 열려 통로로 바람이 지나간다.

7.가는 방법도 보통 미술관과 다르다. 차로도 가지만 걸어서, 산악자전거로, 말을 타고도 닿는다. 144마일짜리 마다헤이 트레일(Maah Daah Hey Trail)이 옆을 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접근하는 대통령 도서관은 없었다.

8.손님을 어디서 데려오는지는 옆을 보면 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국립공원에 한 해 70만 명 안팎이 든다. 메도라는 여름 한철에 도는 관광 마을이고, 버닝힐스 원형극장의 메도라 뮤지컬은 누적 관객 400만 명을 넘겼다. 도서관은 없던 수요를 만들지 않았다. 이미 그 앞을 지나가던 차를 세우는 쪽이다.

9.시어도어 루스벨트는 1884년 같은 날 아내와 어머니를 잃고 이 배드랜즈로 들어왔다. 목장 두 곳을 굴리며 몇 해를 보냈고, 대통령이 된 뒤 2억 3,000만 에이커를 보호구역으로 묶었다. 그 땅 바로 옆에 지붕을 초원으로 덮은 건물을 앉힌 것이라, 건물 자체가 하나의 주장이다.

10.4억 5,000만 달러는 어디서 왔나. 전액 기부다. 2026년 7월 23일 재단은 모금이 5억 달러를 넘겼다고 밝혔고, 그 가운데 7,900만 달러가량은 앞으로 5년에 걸쳐 들어오는 약정이다. 노스다코타주가 낸 돈은 건축비가 아니라 5,000만 달러짜리 운영기금. 그마저 민간이 1억 달러를 먼저 모아야 풀리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11.주 의회는 2023년에 노스다코타은행 신용한도 7,000만 달러를 따로 승인했다. 착공을 앞당기려고 걸어 둔 보증이고, 기부가 들어오는 대로 갚아 나간다. 민간이 먼저 걷고 공공이 뒤에서 받친 순서.
12.티켓으로는 얼마가 도나. 성인 26달러, 3~12세 16달러, 3세 미만 무료. 재단이 잡은 방문객은 한 해 20만 명 이상. 단체 할인과 무료 입장을 섞어 1인당 22달러로 잡으면 1년에 440만 달러, 61억 원이 나온다. 개관 첫날 티켓을 쥔 사람 1,800명.

13.운영기금은 지금 6,000만 달러가 넘는다. 해마다 4%를 빼 쓴다고 보면 240만 달러. 티켓과 합쳐 680만 달러, 95억 원 남짓. 미국 박물관 운영비를 제곱피트당 40달러로 잡으면 95,000제곱피트에 380만 달러가 든다. 여기에 인건비와 전시 교체, 초원 관리가 얹힌다. 이 건물이 빠듯한 쪽은 짓는 돈이 아니라 사는 돈이다. 방문객 20만 명과 제곱피트당 40달러는 발표된 값이 아니라 잡아 본 값이다.
14.미국의 대통령 도서관 열세 곳은 국립기록관리청(NARA)이 운영한다. 민간이 지어 연방에 기증하면 그때부터 운영비를 연방이 대는 구조. 이 도서관은 그 밖에 있다. NARA 목록에 없고 연방 운영비도 받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 센터도 재단이 운영하지만 기록만은 NARA가 디지털로 관리하는데, 여기는 그것도 아니다. 제도 자체가 1939년 프랭클린 루스벨트에서 시작됐으니, 그보다 30년 앞선 대통령의 도서관을 100년이 지나 거꾸로 지은 것이다.

15.상주 인구 121명 마을 옆에 6,300억짜리 문화시설이 섰고, 그 돈은 문을 열기 전에 이미 다 모여 있었다. 티켓으로 도는 돈은 1년 61억. 건축비의 1%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순서에서 먼저 막힌다. 지방 문화시설은 재정으로 짓는다. 총사업비 500억을 넘기면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하고, 인구 100명대 마을에서 편익비용비 1.0은 나오지 않는다. 여기는 민간이 4,500억을 먼저 걷어 조사 자체를 건너뛰었고, 주정부는 운영기금과 보증에만 이름을 올렸다. 건물을 베끼는 것보다 이 순서를 만드는 쪽이 훨씬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