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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테이블에 놓인 노트북과 음료. 이 한 자리를 몇 시간씩 붙잡는 손님을 두고 카페의 계산이 바뀌었다 (ⓒMonika Wahi·CC BY-SA 3.0)
카페 테이블에 놓인 노트북과 음료. 이 한 자리를 몇 시간씩 붙잡는 손님을 두고 카페의 계산이 바뀌었다 (ⓒMonika Wahi·CC BY-SA 3.0)
데일리 컬처

쫓아내던 손님을 이제 모신다 (카공족 환영 카페)

2026.07.19

1년 전만 해도 카페에서 몇 시간씩 노트북을 켜는 손님은 '회전율의 적'이었고, 앉아 있는 내내 눈칫밥을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이들을 위한 전용 좌석을 짓는다. 5,900원에 하루 종일 앉을 수 있는 카페도 55개 지점으로 늘었다. 카페가 파는 물건이 조용히 바뀌었다.

1.스타벅스(Starbucks)가 카공족 전용 구역을 만들었다. 이름은 '포커스 존(Focus Zone)'. 신림녹두거리·송파방이·일산후곡·광교 상현역·세종대·한양대에리카(ERICA)까지 6개 매장에 이미 들어갔고, 1~2인 전용 좌석에 칸막이와 스탠드 조명, 개별 콘센트를 박았다.
1~2인 전용 좌석에 칸막이와 스탠드 조명을 넣은 스타벅스 '포커스 존' 매장 (ⓒ동아일보)
1~2인 전용 좌석에 칸막이와 스탠드 조명을 넣은 스타벅스 '포커스 존' 매장 (ⓒ동아일보)
2.대학가 매장은 더 과감하다. 새로 낸 세종대점과 한양대에리카점은 전체 좌석의 절반가량을 포커스 존으로 깔았다. 불과 작년 8월 테이블 독점을 막는 안내문을 붙이던 그 브랜드가 1년도 안 돼 방향을 틀었다.
3.몇 년 전 프레임은 정반대였다. 카공족은 회전율을 갉아먹는 손님이었고, 문에는 "카공족 사절"이 붙었다. 지금은 "이제 눈치주지 마세요"가 헤드라인. 쫓아내던 손님이 모셔야 할 손님이 됐다.
타이베이 시먼딩의 스타벅스 한중점 위층 홀 (ⓒGanmatthew·CC BY 4.0)
타이베이 시먼딩의 스타벅스 한중점 위층 홀 (ⓒGanmatthew·CC BY 4.0)
4.프랜차이즈만의 얘기가 아니다. 아예 카공족을 위해 태어난 브랜드가 있는데, 이름부터 '카공족'이다. 수도권 주요 상권에 55개 지점. 요금은 일일 5,900원, 시간 제한 없음, 블렌딩 커피 무제한.
5.일반 카페와 스터디카페 사이를 노렸다. 외부 음식 반입 허용(냄새 강한 것 제외), 짐을 둔 채 2시간까지 외출 가능, 전 좌석 콘센트, 라운지 구조에 백색소음까지. 주 고객은 프리랜서·1인 사업자·대학생.
칸막이로 한 사람 몫을 잘라 놓은 도서관 열람석. 스터디카페가 물려받은 형식이다 (토론토 로버츠 도서관, ⓒSimonP·CC BY-SA 3.0)
칸막이로 한 사람 몫을 잘라 놓은 도서관 열람석. 스터디카페가 물려받은 형식이다 (토론토 로버츠 도서관, ⓒSimonP·CC BY-SA 3.0)
6.두 모델은 정반대 방식으로 같은 손님을 잡는다. 하나는 나누고, 하나는 아예 다시 정의한다.
7.프랜차이즈 방식은 격리다. 기존 홀은 그대로 두고 조용히 집중하려는 손님을 위한 '구역'을 따로 판다. 담소객과 작업자를 공간으로 분리하고, 칸막이·조명·콘센트가 "여긴 집중하는 자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갈등을 손님 선별이 아니라 동선 설계로 풀었다.
콘센트·조명·백색소음을 갖춘 자리. 하루 5,900원에 좌석을 파는 라운지형 카페 (ⓒCarbonNYC·CC BY 2.0)
콘센트·조명·백색소음을 갖춘 자리. 하루 5,900원에 좌석을 파는 라운지형 카페 (ⓒCarbonNYC·CC BY 2.0)
8.전문 브랜드 방식은 재정의다. 매장 전체가 작업실이고,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자리'를 판다. 5,900원은 커피값이 아니라 하루치 좌석 임대료. 커피는 그 안에 끼워주는 미끼가 됐다.
9.가격 구조를 뜯어보면 답이 보인다. 요즘 커피 한 잔이 보통 5천 원 안팎인데, 그 값에 하루 종일 자리와 무제한 커피를 준다. 상품의 정체는 음료가 아니라 시간.
노트북 손님과 카페의 자리 다툼은 미국에서도 오래된 논쟁이다 (ⓒThe New York Times)
노트북 손님과 카페의 자리 다툼은 미국에서도 오래된 논쟁이다 (ⓒThe New York Times)
10.2시간 외출 허용이 결정적이다. 손님을 억지로 붙잡는 게 아니라 자리를 맡아준다. 좌석을 '내 것'으로 만들어주면 손님은 내일 또 온다. 붙잡는 대신 파는 건 소유감.
11.회전율이 생명이라던 카페가 왜 정반대로 달려가나.
12.답은 하나. 파는 물건이 바뀌었다. 커피에서 자리로. 카공족은 회전율을 깎지만 '점유'를 만들고, 빈 좌석은 썩는 재고다. 하루 종일 앉은 손님은 안 팔린 채 사라질 그 자리를 돈으로 바꾼다.
코워킹 오피스의 라운지. 월 단위로 팔던 이 자리를 카페가 하루 단위로 쪼갰다 (상하이 위워크, ⓒFohlio)
코워킹 오피스의 라운지. 월 단위로 팔던 이 자리를 카페가 하루 단위로 쪼갰다 (상하이 위워크, ⓒFohlio)
13.수요가 폭발했다. 원격근무·프리랜서·1인 가구. 집은 좁고 사무실은 없다. 집(제1의 공간)도 회사(제2)도 아닌, 누구 눈치도 안 보는 제3의 공간(third place)을 찾는 사람이 도시에 넘친다. 카페가 그 자리를 정확히 노렸다.
14.카공족을 쫓던 시절엔 착시가 있었다. 점심·저녁엔 회전율이 높았지만 나머지 시간대는 텅 비어, 하루 매출의 대부분이 몇 시간에 몰렸다. 오래 앉는 손님은 바로 그 죽은 시간을 채워준다.
타이베이의 한 카페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모여 앉은 사람들 (ⓒCh.Andrew·CC BY 3.0)
타이베이의 한 카페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모여 앉은 사람들 (ⓒCh.Andrew·CC BY 3.0)
15.그리고 붐빔은 공짜 광고다. 자리가 꽉 찬 카페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기 괜찮은 곳"이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빈 카페는 아무리 예뻐도 문턱이 높다. 카공족은 매장을 채워 보이게 만드는 무료 배우.
16.이게 처음이 아니다. '제3의 공간'이라는 말은 스타벅스가 1990년대에 스스로를 규정한 개념이다. 집(제1)과 직장(제2) 사이, 누구의 것도 아닌 편한 자리. 원래 카페의 자기소개가 그거였고, 지금 돌아온 자리가 그 원점.
17.한국은 그 위에 자기 흐름을 만들었다. 독서실 → 무인 시간제 스터디카페 → 코워킹 오피스 → 라운지형 워크스페이스로 이어진다. '카공족' 같은 브랜드는 이 흐름의 저가 대중판으로, 월 수십만 원 코워킹을 하루 5,900원으로 잘게 쪼갰다.
핸드드립을 내리는 도쿄 킷사텐의 카운터. 오래 앉는 손님을 전제로 만들어진 업태다 (ⓒMel's Coffee Travels)
핸드드립을 내리는 도쿄 킷사텐의 카운터. 오래 앉는 손님을 전제로 만들어진 업태다 (ⓒMel's Coffee Travels)
18.더 멀리 보면 일본의 킷사텐(喫茶店)·만화카페(漫画喫茶)가 장시간 체류를, 넷카페가 시간제 과금을 오래전에 만들었다. '자리를 시간으로 판다'는 발상 자체는 낡았다. 새로운 건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이 문법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도쿄 아키하바라의 만화카페 내부 (ⓒSteve Nagata·CC BY 2.0)
도쿄 아키하바라의 만화카페 내부 (ⓒSteve Nagata·CC BY 2.0)
19.회전율을 버렸는데 오히려 돈을 번다. 어떻게 가능한가. 세 가지 장치가 숨어 있다.
20.첫째, 매출의 축을 '몇 잔 파나'에서 '좌석이 얼마나 오래·꾸준히 점유되나'로 옮겼다. 종일권·정기권은 예측 가능한 매출. 둘째, 오래 머무니 식사 메뉴가 팔린다. 체류 중에 지갑을 한 번 더 여는 추가 소비이고, 카페들이 밥 메뉴를 늘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21.셋째, 갈등을 설계로 풀었다. 담소객과 작업자를 억지로 화해시키는 대신 공간을 나눴고, 포커스 존은 둘 다 만족시키는 격리 장치다. 손님을 고르는 대신 손님을 배치했다. 이게 "사절"과 "환영"을 가른 차이.
22.카페는 커피 장사에서 '시간·자리 장사'로 조용히 업종을 바꿨다. 손님이 오래 앉는 걸 손해로 보던 시선이 뒤집혔다. 이제 질문은 "얼마나 빨리 내보내나"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붙잡나"다.

회전율의 적으로 몰리던 손님이 VIP가 되는 데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스타벅스는 여섯 매장에 포커스 존을 깔았고, 카공족을 위해 태어난 브랜드는 일일 5,900원·시간 무제한·커피 무제한으로 55개 지점을 굴린다. 남는 숫자는 5,900원, 커피 한 잔 값에 붙은 하루치 좌석 임대료다. 빈 좌석은 그날이 지나면 영영 못 파는 재고이니 죽은 시간대를 채우는 손님은 손해가 아니라 매출이고, 꽉 찬 매장은 덤으로 붙는 광고가 된다. 다만 이걸 따라 할 때 먼저 걸리는 건 자리를 내주는 쪽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은 손님이 지갑을 한 번 더 열 장치를 같이 깔았느냐다. 허용만 있고 두 번째 지갑이 없으면 좌석은 그냥 뺏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