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바르셀로나에서 144년짜리 공사의 마지막 외부 공정이 끝났다. 교황이 와서 축복했고, 그날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가 됐다. 그런데 이 건물에는 아직 정문이 없다. 정문을 내려면 앞을 가로막고 선 아파트 두 블록을 헐어야 하는데, 주택 약 3,000호.
1.2026년 2월 20일,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 중앙탑 꼭대기에 십자가의 마지막 조각이 올라갔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172.5m에 닿았고, 성당 외부 공사는 그걸로 전부 끝.
2.기록은 그보다 먼저 깨졌다. 2025년 10월 30일 중앙탑 일부가 올라가 162.91m가 되면서, 130년 넘게 1위를 지키던 독일 울름 대성당(Ulmer Münster·161.53m)을 제쳤다. 그날부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3.낙성식은 2026년 6월 10일. 날짜를 그날로 잡은 데는 이유가 있는데,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죽은 지 정확히 100년 되는 날이었다. 교황 레오 14세(Leo XIV)가 직접 와서 미사를 집전하고 탑을 축복했다.
4.착공은 1882년이고 가우디가 이어받은 건 그 이듬해다. 43년을 이 현장에 붙어 있다가 1926년 전차에 치여 죽었다. 착공부터 외부 완공까지 144년.

5.172.5m는 계산해서 나온 숫자가 아니라 양보해서 나온 숫자다. 바르셀로나의 몬주익(Montjuïc) 언덕이 173m인데, 인간이 만든 것이 신이 만든 것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며 가우디가 딱 1m를 낮췄다.
6.꼭대기 십자가는 높이 17m, 폭 13m. 마지막에 올린 상단 조각 하나가 12톤을 넘는다. 십자가는 독일에서 제작해 페리와 트럭에 나눠 실어 왔고, 표면의 백색 에나멜 세라믹과 유리는 카탈루냐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했다.

7.다만 "완공"이라는 말은 아직 이르다. 끝난 건 외부고, 내부 마감 공사는 2027년과 2028년에 걸쳐 계속된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
8.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특이한 건 형태가 아니라 자금 구조. 이 성당은 국가 예산도 교구 예산도 받지 않는다.
9.재원은 기부금과 입장료, 사실상 입장료다. 유료 관람객이 연 450만~500만 명 수준이고 기본 입장권이 26~34유로 선, 탑 승강기가 붙으면 47유로 안팎이다. 연간 수입은 1억 유로대로 잡히고 그중 상당액이 그대로 공사비로 들어간다.

10.이 건물은 자기 자신을 보러 온 사람의 돈으로 자란다. 보통 공사 중인 건물은 수입이 0이고 준공해야 돈이 돌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는 미완성 상태 자체가 현금흐름의 원천이었다.
11.두 번째로 볼 건 도면이 없다는 사실이다. 가우디의 원 도면과 작업 모형은 1936년 스페인 내전 중에 파괴됐고, 남은 건 부서진 석고 모형 조각뿐.
12.공사는 그래도 이어졌다. 가우디가 남긴 것이 그림이 아니라 규칙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쓴 현수선 아치, 쌍곡면, 나선면은 감으로 그린 곡선이 아니라 수식으로 정의되는 기하다. 조각이 몇 개만 남아도 나머지는 계산해서 복원 가능.

13.1980년대 이후 CAD가 들어오고 3D 프린팅과 석재 CNC 가공이 붙자 속도가 급격히 붙었다. 100년 걸린 앞부분보다 최근 30년이 더 많이 지었다. 손으로는 못 깎던 곡면을 기계가 깎기 시작한 순간, 이 설계는 비로소 시공 가능한 설계가 됐다.

높이 비교. 사그라다 파밀리아 172.5m · 울름 대성당 161.53m · 그다음이 쾰른 대성당(Kölner Dom)
공사 기간. 쾰른 대성당 632년 · 울름 대성당 513년 · 사그라다 파밀리아 144년
쾰른은 1248년에 시작해 1880년에 끝났고, 중간에 약 300년간 공사가 멈춰 있었다. 긴 공사는 예외가 아니라 이 장르의 기본값이었다.

14.아직 다 짓지도 않은 건물에 매년 수백만 명이 돈을 내고 들어간다. 완성된 대성당이라면 유럽에 수백 개가 있는데, 왜 하필 안 끝난 것 앞에 줄을 서나.
15.이 건물이 파는 건 공간이 아니라 시간. 지금 세상에서 자기가 살아서 못 볼 것을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분기 실적, 3년 회수, 5년 안에 팔고 나가기.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은 만든 사람이 결과를 볼 수 있는 길이로 설계된다.
16.이 건물은 처음부터 반대였고, 가우디는 자기가 못 끝낼 걸 알고 있었다. 공기가 너무 길지 않냐는 말에 그가 했다고 전해지는 답이 "내 고객은 서두르지 않는다"였다. 그 고객은 신이다. 농담이면서 사업 방침.
17.사람들이 여기까지 오는 건 그 시간 감각을 잠깐 빌리러 오는 일에 가깝다. 내 수명보다 긴 일정표가 실제로 굴러가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은 지금 세상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34유로짜리 상품의 내용물이 그것.
18.부수 효과도 크다. 완성된 유적은 한 번 보면 끝이지만, 여기는 10년 뒤에 오면 다른 건물이다. 관광지 대부분이 돈을 써서 만들려고 애쓰는 '다시 올 이유'가 공정표 안에 공짜로 들어 있었다.
19.오래 짓는 건 이 건물의 발명이 아니다. 쾰른 대성당(Kölner Dom)은 1248년에 시작해 1880년에 끝났으니 632년이 걸렸고, 그중 약 300년은 공사가 아예 멈춰 있었다. 미완성 상태로 도시의 상징이던 시기가 더 길었다.
20.울름 대성당은 1377년에 시작해 1890년에 끝났다. 513년. 이렇게 놓고 보면 144년은 오히려 빠른 편이고, 다른 점은 하나뿐이다. 앞의 둘은 중세에 시작해 근대에 끝났는데 이건 근대에 시작해 지금 끝났다. 우리가 실시간으로 지켜본 유일한 사례.

21.다 지었다는 이 건물에 정문이 없다. 지금 관광객이 들어가는 문은 측면의 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çade)와 수난의 파사드(Passion Façade)고, 가우디가 정면으로 설계한 영광의 파사드(Glory Façade)는 제대로 열린 적이 없다.

22.이유는 그 앞을 도로와 아파트가 막고 있어서. 원안은 마요르카 거리(Carrer de Mallorca) 위로 대계단을 놓고 디아고날(Diagonal) 방향으로 폭 60m(축소안 40m)의 진입 광장을 뻗는 것인데, 그러려면 마요르카·아라고·사르데냐·마리나 거리로 둘러싸인 주거 블록 두 개를 통째로 철거해야 한다.
23.규모는 이렇다. 주택 약 3,000호, 상가 약 50개가 영향권이고 1,000세대 이상이 집을 옮겨야 한다. 보상·이주 비용 추정치가 1억 5,000만~2억 유로 선으로 거론된다. 2026년 6월 기준으로 재단과 시청의 협상은 아직 구속력 있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4.잔인한 부분은 이게 기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단은 1976년 도시계획(General Metropolitan Plan, PGM)에 이미 반영돼 있었고, 서류상으로는 50년 전부터 철거 예정지였다. 그 위에서 사람들은 그냥 살았다. 집행이 없었을 뿐. 계획선은 잊혀도 사라지지 않는다.
25.반대 측 논리는 날카롭다. "그 계단은 가우디 원안이 아니다." 문제는 양쪽 다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인데, 원 도면이 1936년에 불탔기 때문이다. 3,000호의 운명이 존재하지 않는 도면의 해석에 걸려 있다.
26.이 건물은 144년 중 137년을 무허가로 지었다. 근거라곤 1885년 산마르티 데 프로벤살스(Sant Martí de Provençals) 마을이 보낸 승인 서한 한 장뿐이었는데, 1897년 그 마을이 바르셀로나에 편입되면서 서류가 붕 떴고 아무도 정리하지 않았다.
27.시가 이걸 공식 확인한 게 2016년. 2년을 협상해 2018년 10월, 10년에 걸쳐 3,600만 유로를 시에 낸다고 합의했다. 용처도 명시돼 있다. 대중교통 2,200만, 지하철 접근성 개선 700만, 성당 주변 가로 재정비 400만, 유지·보안 300만. 시는 이걸 "벌금이 아니라 공공서비스 영향에 대한 분담"이라고 불렀다. 2019년 6월 7일, 착공 137년 만에 정식 건축허가가 나왔다.
28.앞으로가 문제다. 이 사업의 엔진은 "아직 짓는 중"이었는데, 그 엔진이 이제 꺼진다. 완공은 이 건물의 가장 강력한 이야기를 스스로 소진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 지은 성당이 짓고 있던 성당만큼 표를 팔 수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외부 공사 2026년 완료 · 중앙탑 172.5m · 영광의 파사드(설계상 정문) · 마요르카 거리 · 철거 대상 주거 블록 두 개
계획된 진입 축 · 폭 60m(축소안 40m) · 주택 3,000호 · 상가 50개 · 1,000세대 이상 이주 필요 · 보상·이주 추정 1억 5,000만~2억 € · 1976년 계획에 이미 반영됨
29.2026년 2월 20일 십자가의 마지막 조각이 올라가며 외부 공사가 144년 만에 끝났고, 172.5m 중앙탑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가 됐다. 6월 10일 가우디 사망 100주기에 교황 레오 14세가 낙성·축복했으며 내부 공사는 2027~2028년까지 이어진다. 먹히는 이유는 건축이 아니라 시간이다. 지금 세상은 만든 사람이 결과를 볼 수 있는 길이로만 일을 설계하는데, 이 건물은 처음부터 그 반대를 전제했고 사람들은 자기 수명보다 긴 일정표가 실제로 굴러가는 걸 확인하러 온다. 그 확인의 값이 34유로고, 연 450만~500만 명이 그 값을 내면서 공사비를 댔다. 미완성이 곧 현금흐름의 원천. 국내에서 이걸 하려면 먼저 넘을 게 둘이다. 하나는 순서. 미완성이 팔리려면 완성 이미지가 먼저 손에 쥐어져 있어야 하고, 사람들이 공사 현장에 돈을 내는 것도 다 지어진 모습을 이미 머릿속에 갖고 있어서다. 착공 전에 투시도와 모형을 먼저 공개하고, 가림막을 광고판이 아니라 진척 게시판으로 쓰고, 한 층이라도 먼저 여는 부분 개방을 설계 단계에 끼워 넣는 일이 전부 여기서 나온다. 다른 하나는 서류.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설계도 시공도 아니라 1885년 승인 서한 한 장에 기대 시작한 것이었고, 137년 뒤 3,600만 유로를 내고서야 허가가 나왔다. 경계와 지역권과 상위 계획선을 계약 전에 확인하는 비용은 준공 후에 발견하는 비용과 자릿수가 다르다. 진입로 부지를 확보하지 않은 채 다 지어버린 대가는 아직 계산도 끝나지 않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에는 여전히 정문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