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호텔다이닝드링크컬처스페이스카페브랜드
ArticlesTravel
남의 수영장을 빌리다 · 수조 유리벽에 라코스테 로고가 붙었다. 파는 매대는 없고, 수영장 자체가 무대다. ⓒLacoste
남의 수영장을 빌리다수조 유리벽에 라코스테 로고가 붙었다. 파는 매대는 없고, 수영장 자체가 무대다. ⓒLacoste
데일리 컬처

빈 가게를 빌리던 팝업이 남의 수영장으로 갔다 (라코스테 서머 인 서울)

2026.07.26

라코스테(Lacoste)가 서울 한복판에서 팝업을 열었다. 그런데 파는 매대도, 빌린 빈 가게도 없다. 무대는 남의 호텔 수영장이다. 7월 6일부터 9월 3일까지 이태원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Mondrian Seoul Itaewon)의 루프탑 수영장이 통째로 라코스테의 흙빛으로 덮였는데, 성수 하루 임대료가 2,000만 원을 넘긴 시대에 브랜드가 찾은 새 무대는 '빈 공간'이 아니라 '이미 돈이 도는 공간'이었다.

1.라코스테 서머 인 서울(Lacoste Summer in Seoul). 프랑스 브랜드 라코스테가 이태원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의 루프탑 수영장 '알티튜드 풀(Altitude Pool)'을 통째로 빌렸다. 기간은 7월 6일부터 9월 3일까지, 약 두 달. 흔한 팝업의 매대도 진열대도 없고, 수영장 그 자체가 매장이다.
2.컨셉은 라코스테의 2026 여름 캠페인 그대로다. 'Tennis Court by the Beach', 해변에 놓인 테니스 코트. 키 컬러는 클레이 코트의 흙빛이고, 선베드도 파라솔도 물 밑을 비추는 투명 유리벽도 전부 그 색으로 갈아입혔다. 브랜드가 판 것은 셔츠가 아니라 프랑스 남부 리조트의 한나절이다.
서머 테이크오버 · 수조 바닥부터 선베드·파라솔까지 줄무늬로 맞췄다. 리비에라의 여유를 그대로 옮겼다. ⓒLacoste
서머 테이크오버수조 바닥부터 선베드·파라솔까지 줄무늬로 맞췄다. 리비에라의 여유를 그대로 옮겼다. ⓒLacoste
3.이 자리의 핵심 장치는 유리벽 하나다. 알티튜드 풀은 수조 한 면이 통유리로 뚫려 있어, 흙빛 파라솔 아래 선베드에 누우면 통유리 너머로 물살을 가르는 몸이 스친다. 이 유리벽이 왜 중요한가. 브랜드가 아무리 돈을 써도 못 만드는 '자연 발생 사진'이 여기서 저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유리벽 하나 · 수조 한 면이 통유리로 뚫려 있다. 데크에 앉은 사람에게 물속 실루엣이 그대로 보인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유리벽 하나수조 한 면이 통유리로 뚫려 있다. 데크에 앉은 사람에게 물속 실루엣이 그대로 보인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4.운영은 철저히 호텔 방식이다. 성인 전용(19세 이상), 하루 두 번 세션제로 돈다(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3시 반~7시 반). 데이패스를 끊고 들어가는 유료 시설인데, 라코스테는 이 골격에 손대지 않았다. 선베드·파라솔·소품이라는 '옷'만 얹었다. 공간의 뼈대는 호텔 것, 색과 로고만 브랜드 몫.
뼈대는 호텔 것 · 해 질 무렵의 루프탑. 바와 라운지가 풀과 같은 층에서 이어진다. 라코스테는 이 골격에 손대지 않았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뼈대는 호텔 것해 질 무렵의 루프탑. 바와 라운지가 풀과 같은 층에서 이어진다. 라코스테는 이 골격에 손대지 않았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5.매출은 한곳에 몰아두지 않았다. 수영장에서 상품을 파는 대신, 전국 오프라인 매장과 디지털 플래그십에서 여름 프로모션을 같은 기간에 돌렸다. 호텔 숙박권과 풀 입장권을 건 럭키드로우도 붙였다. 수영장은 미끼, 실제 매출은 매장·객실·데이터로 흩뿌리는 구조.
6.출발점은 팝업 인플레이션이다. 성수 팝업 하루 임대료는 적게는 400만 원, 비싼 자리는 2,000만 원을 넘는다. 한 건물은 하루 2,500만 원, 한 달로 치면 6억 원까지 부른다. 빈 껍데기에 이 돈을 붓느니, 이미 손님이 돈을 내고 들어오는 공간에 얹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다.
브랜드를 밀어낸 숫자 · 성수 팝업 하루 임대료 (만 원/일)
막대가 길수록 하루 임대료가 비싸다 10평 소형 100 160㎡ (약 48평) 300대 50평 (연무장길) 1,000 최고가 건물 2,500 (월 6억)
규모·위치·브랜드 가치에 따라 편차가 크다. 하루 임대료는 보도 기준이며 시점·매물별로 다를 수 있다.
7.체류 시간도 다르다. 성수 팝업은 15분 훑고 사진 몇 장 찍으면 끝나는 부스가 됐다. 수영장은 반나절을 머문다. 같은 노출이라도 브랜드가 눈과 몸에 배는 시간의 밀도가 비교가 안 된다.
15분짜리 부스 · '팝업 성지' 성수. 벽돌 창고를 통째로 빌린 팝업 앞에 줄이 늘어섰다. ⓒ이코노미스트
15분짜리 부스'팝업 성지' 성수. 벽돌 창고를 통째로 빌린 팝업 앞에 줄이 늘어섰다. ⓒ이코노미스트
8.타깃도 정확히 겹친다. 여름 성수기에 데이패스를 끊고 호텔 수영장을 찾는 사람은 이미 지갑을 연 구매력 있는 중상층이다. 라코스테가 노리는 손님과 같은 얼굴. 거기에 유리벽 수중샷까지 더해지면, 브랜드는 광고비 없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산다.
공짜로 사는 피드 · 줄무늬 쿠션과 튜브까지 맞춘 물가. 손님이 찍어 올리는 한 장 한 장이 브랜드 광고가 된다. ⓒLacoste
공짜로 사는 피드줄무늬 쿠션과 튜브까지 맞춘 물가. 손님이 찍어 올리는 한 장 한 장이 브랜드 광고가 된다. ⓒLacoste
9.라코스테의 셈법부터 보자. 성수에서 50평짜리 자리를 빌리면 하루 1,000만 원, 두 달이면 6억 원이 임대료로만 나간다. 라코스테는 그 대신 협찬과 물품 제공으로 들어왔다. 초기 투자도, 임대료 리스크도 최소로 눌렀다.
한 공간, 두 개의 지갑 · 누가 무엇을 버나
몬드리안 알티튜드 풀 7.6 · 9.3 · 한 공간 라코스테의 지갑 · 임대료 0 (협찬·물품) · 브랜드 이미지 · 유리벽 수중샷 UGC · 매장·플래그십 연계 호텔의 지갑 · 풀 데이패스 매출 · 객실 패키지 업셀 · 럭키드로우 리드 · 브랜드 후광
임대료 리스크를 나눠 지되 각자 다른 지갑을 연다. 항목은 공개 정보에 근거한 구조 설명이며 실제 수익 배분과 다를 수 있다.
10.호텔의 셈법은 반대편에서 돈다. 알티튜드 풀 데이패스는 성수기 풀파티 기준 1인 7만 원대로 알려져 있다(공개 요금 기준 추정). 세션마다 정원을 채우고 하루 두 번, 두 달을 돌리면 여름 한철 풀 매출이 쌓인다. 여기에 라코스테라는 후광이 얹히면 객실 패키지 업셀까지 따라온다. 호텔은 실제로 같은 기간 20% 할인 여름 프로모션을 함께 걸었다.
여름 한철의 매출 · 해가 지면 루프탑 바에 불이 들어온다. 데이패스·객실·라운지가 한 건물에서 세 번 판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여름 한철의 매출해가 지면 루프탑 바에 불이 들어온다. 데이패스·객실·라운지가 한 건물에서 세 번 판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11.럭키드로우는 리드 수집기다. 숙박권과 입장권을 미끼로 개인정보와 재방문을 확보한다. 라코스테가 챙기는 것은 이미지와 UGC, 호텔이 챙기는 것은 티켓과 객실이고, 한 공간에서 두 개의 사업이 동시에 돈다(수치 일부는 공개 요금에 근거한 추정이다).
한 공간, 두 사업 · 라코스테 로고를 새긴 튜브가 줄무늬 수면 위에 떠 있다. 같은 물에서 라코스테는 이미지를, 호텔은 티켓과 객실을 판다. ⓒLacoste
한 공간, 두 사업라코스테 로고를 새긴 튜브가 줄무늬 수면 위에 떠 있다. 같은 물에서 라코스테는 이미지를, 호텔은 티켓과 객실을 판다. ⓒLacoste
12.라코스테가 수영장에 처음 간 건 아니다. 스페인 이비자(Ibiza)에서 매 여름 테니스 팝업을 열어 왔고, 이번 서울은 그 글로벌 '비치+테니스' 캠페인을 로컬라이즈한 판본이다. 브랜드가 호텔·리조트의 공간을 빌려 옷을 입히는 방식은 이미 여러 명품이 카페·수영장·객실에서 반복해 온 문법이다.
서울은 로컬 판본 · 라코스테는 스페인 이비자에서 매 여름 테니스 팝업을 열어 왔다. 서울은 그 글로벌 캠페인의 로컬라이즈다. ⓒFashion Network
서울은 로컬 판본라코스테는 스페인 이비자에서 매 여름 테니스 팝업을 열어 왔다. 서울은 그 글로벌 캠페인의 로컬라이즈다. ⓒFashion Network
13.'팝업이 성수를 떠난다'는 헤드라인이 진짜 뉴스가 아니다. 올 상반기 용산 지역 팝업은 2.5배로 늘었고, 성수 연무장길은 16% 줄었다. 표면은 상권 이동처럼 보인다. 진짜 변화는 포맷의 이동이다. 빈 '리테일 공간'을 통째로 빌리던 모델에서, 이미 현금이 도는 '호텔 F&B 공간'에 얹는 모델로. 임대료 리스크를 지는 주체가 브랜드에서 공간 주인으로 옮겨 갔다.
상권 이동이 아니라 포맷 이동 · 빈 가게를 통째로 빌려 브랜드 색을 칠한 성수의 팝업. 바뀐 것은 동네가 아니라 팝업이 얹히는 공간의 종류다. ⓒ경향신문
상권 이동이 아니라 포맷 이동빈 가게를 통째로 빌려 브랜드 색을 칠한 성수의 팝업. 바뀐 것은 동네가 아니라 팝업이 얹히는 공간의 종류다. ⓒ경향신문
14.작은 공간을 가진 사업자에게 브랜드 팝업은 두 갈래 길이다. 빈 자리를 통째로 내주고 대관료를 한 번 받거나, 이미 돌아가는 자기 사업, 카페든 수영장이든 라운지든 그 위에 브랜드를 '입히고' 티켓·객단가·재방문을 함께 챙기거나. 성수 하루 최고 임대료가 2,500만 원까지 치솟은 시대에는 후자가 방어에 가깝다. 다만 넘을 게 하나 있다. 브랜드 눈높이의 공간 완성도다. 아무 데나 로고를 씌운다고 팝업이 되는 게 아니다. 라코스테를 불러들인 것은 결국 물 밑까지 보이는 유리벽 하나였다.
참고: 마리끌레르코리아·싱글리스트·뉴스탭·시사N라이프·팝가(라코스테 '서머 인 서울', 2026.7.6~9.3,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알티튜드 풀, 2026 서머 캠페인 'Tennis Court by the Beach', 클레이 코트 키 컬러·선베드·파라솔·투명 유리벽, 전국 오프라인 매장·디지털 플래그십 프로모션, 숙박권+풀 입장권 럭키드로우, 예약 문의 02.2076.2000).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용산구 장문로 23, 알티튜드 풀 성인 전용(19세 이상)·세션제(11:00~15:00·15:30~19:30)·데이패스 성수기 풀파티 1인 7만 원대(공개 요금 기준 추정), 여름 20% 할인 프로모션(투숙 7.3~9.7). 성수 팝업 임대료: 헤럴드경제·한국경제·이투데이·KB의 생각(하루 400만~2,000만 원, 최고가 하루 2,500만 원·월 6억, 연무장길 50평 하루 1,000만 원, 160㎡ 하루 300만 원대, 10평 하루 100만 원). 상권 이동: 시사N라이프(2026 상반기 용산 팝업 2.5배 증가·성수 연무장길 16% 감소). 계보: 라코스테 이비자 여름 팝업(Fashion Network·HIGHXTAR). 사진 ⓒLacoste·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이코노미스트·Fashion Network·경향신문. 데이패스 요금·수익 배분·객단가에 대한 해석은 공개 정보에 근거한 필자의 분석이며 두 브랜드의 공식 설명이 아니다. 도표는 개념도다. 운영 시간·요금·기간은 변동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