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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만 지은 방 · 아자부다이 힐스의 teamLab 보더리스. 벽도 좌대도 없이 공중에 쌓인 빛이 형태를 이룬다. ⓒKanpai Japan
빛으로만 지은 방아자부다이 힐스의 teamLab 보더리스. 벽도 좌대도 없이 공중에 쌓인 빛이 형태를 이룬다. ⓒKanpai Japan
데일리 컬처

낮엔 기술을 팔고, 밤엔 미술관을 지었다 (teamLab 보더리스)

2026.07.28

teamLab 보더리스(Borderless)가 7월 8일 새 특별전을 열었다. 제목은 '우주의 비대칭성에 관하여(On the Asymmetry of the Universe)', 10월 8일까지 이어진다. 소장품은 한 점도 없다. 벽에 걸린 그림도, 유리장 속 조각도 없이 빛만 흐르는 방이다. 이 미술관을 지은 건 화가가 아니라 프로그래머 집단이고, 도쿄 두 곳에서만 지난해 420만 명이 표를 끊었다.

1.무대는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麻布台ヒルズ) 안이다. 롯폰기(六本木) 옆, 모리빌딩(森ビル)이 올린 높이 330미터 일본 최고층 복합단지. 그 안 지하에 teamLab 보더리스가 있다. 7월 8일 문을 연 신작전의 무대는 다시 연 방 하나, 라이트 스컬프처(Light Sculpture - Flow)다. 관람은 10월 8일까지.
2.새 연작은 둘이다. 색이 방 전체를 흐르며 스스로 형태를 만드는 크로매틱 이그지스턴스(Chromatic Existence), 거울과 투사로 좌우가 어긋난 상을 겹쳐 하나의 지각으로 묶는 어시메트릭 이그지스턴스(Asymmetric Existence). 관객은 투명한 유리 발판 위에 올라 빛과 그림자의 일부가 된다. 창업자 이노코 도시유키(猪子寿之)는 이 작업을 두고 "사람이 지금껏 본 적 없는 것"이라 소개한다.
거울 우주로 난 터널 · 신작전 '우주의 비대칭성에 관하여'의 거울 연작. 좌우가 어긋난 상이 하나의 공간으로 겹친다. ⓒteamLab
거울 우주로 난 터널신작전 '우주의 비대칭성에 관하여'의 거울 연작. 좌우가 어긋난 상이 하나의 공간으로 겹친다. ⓒteamLab
3.방에는 만질 물건이 없다. 캔버스도, 좌대도, 액자도. teamLab은 이걸 '물질 표면의 경계가 없는 공간적 존재'라 부른다. 조명을 은은하게 깐 게 아니라, 빛의 다발이 벽 없이 공중에 서서 그 자체로 조각이 되는 구조다.
좌우가 어긋난 존재 · 어시메트릭 이그지스턴스. 거울과 투사가 만든 비대칭 상을 관객이 몸으로 통과한다. ⓒteamLab
좌우가 어긋난 존재어시메트릭 이그지스턴스. 거울과 투사가 만든 비대칭 상을 관객이 몸으로 통과한다. ⓒteamLab
4.발판은 유리다. 아래로 빛이 지나가고 관객의 그림자가 그 빛을 자른다. 광선이 빠르게 바뀌어 운영사는 광과민 주의를 따로 붙인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는 방 한가운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이 갈라지니, 관객이 멈춘 순간과 움직이는 순간은 서로 다른 작품이 된다.
몸이 화면 안으로 들어간다 · 보더리스의 상설 공간. 관객의 움직임이 곧 작품의 변수가 되도록 설계됐다. ⓒblooloop
몸이 화면 안으로 들어간다보더리스의 상설 공간. 관객의 움직임이 곧 작품의 변수가 되도록 설계됐다. ⓒblooloop
5.teamLab이 20년 넘게 밀어붙인 개념이 초주관 공간(超主観空間)이다. 보는 사람과 보이는 그림 사이의 유리벽을 없앤다는 것. 서양 회화가 한 점 소실점 앞에 관객을 세워 두었다면, 이쪽은 관객의 몸을 화면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래서 이 미술관에는 정해진 '앞'이 없다.
관객을 따라 번지는 꽃 · 보더리스의 대표작 '증식하는 무한한 생명'. 관객이 다가서면 꽃이 피고 진다. ⓒJAPAN Forward
관객을 따라 번지는 꽃보더리스의 대표작 '증식하는 무한한 생명'. 관객이 다가서면 꽃이 피고 진다. ⓒJAPAN Forward
6.왜 이게 사람을 움직이나. 미술관은 원래 보는 곳이었다. teamLab은 그걸 들어가는 곳으로 바꿨다. 관객은 작품 앞에 서는 게 아니라 작품 안에 서고, 카메라에 담기는 건 그림이 아니라 그림에 잠긴 자기 자신이다. 감상의 대상이 벽에서 관객 쪽으로 옮겨 온 것.
찍히러 들어가는 방 · '버블 유니버스'. 관객은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빛에 잠긴 자신을 찍는다. ⓒTokyo Art Beat
찍히러 들어가는 방'버블 유니버스'. 관객은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빛에 잠긴 자신을 찍는다. ⓒTokyo Art Beat
7.이 전환이 결정적인 건 콘텐츠를 관객이 대신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 방문객 한 명이 찍어 올린 사진 한 장이 다음 방문객을 부르는 광고가 된다. 운영사가 광고비를 태우지 않아도 피드가 알아서 굴러가는 구조. 몰입형 전시가 지난 10년 가장 빠르게 번진 이유다.
피드가 굴리는 미술관 · 관객의 사진 한 장이 다음 관객을 부르는 구조가 광고비를 대신한다. ⓒOne Girl Wandering
피드가 굴리는 미술관관객의 사진 한 장이 다음 관객을 부르는 구조가 광고비를 대신한다. ⓒOne Girl Wandering
8.티켓은 하루 단위로 가격이 바뀐다. 성인 기준 3,600엔에서 5,600엔 사이, 붐비는 날은 비싸고 한산한 날은 싸다. 미술관이 항공권처럼 가격을 매기는 셈. 평균 단가는 약 25달러 선으로 잡힌다.
9.물량이 이 단가를 매출로 바꾼다. 지난해 도요스(豊洲)의 teamLab 플래닛(Planets)에 약 250만 명, 아자부다이의 보더리스에 약 169만 명. 도쿄 두 곳을 합치면 420만 명이 들었다. 플래닛 한 곳의 티켓 매출만 약 6,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한 해 표값이 뉴욕 메트로폴리탄이나 런던 테이트의 입장 수입과 맞먹는 규모다.
화가 없이 번 숫자 · teamLab 도쿄
소장품 0점으로 미술관 수입의 상단을 친 지표 도쿄 2관 연 방문객 약 420만 명 플래닛(도요스) · 기네스 최다 약 250만 명 티켓(성인) · 날짜별 변동 3,600~5,600엔 글로벌 상설·기획관 60곳 가까이 플래닛 티켓 매출(추정) 약 6,000만 달러
방문객·매출은 운영사 발표와 외신 보도 기준이며, 티켓 매출은 평균 단가로 역산한 추정이다.
10.진짜 무기는 마진 구조다. 이 작품들은 물감이 아니라 코드로 만들어진다. 한 번 만든 '존재' 연작은 프로젝터와 서버만 있으면 다른 도시에 그대로 옮겨 붙는다. 보관할 원화도, 보험 들 소장품도 없다. 소프트웨어의 원가 구조를 물리 공간에 그대로 얹은 셈. teamLab이 일본을 넘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까지 60곳 가까운 상설·기획관을 깐 힘이 여기서 나온다.
코드로 흐르는 물 · 도요스 플래닛의 '물 위를 걷는' 방. 잉어의 궤적도 실은 실시간으로 계산되는 코드다. ⓒReflections Enroute
코드로 흐르는 물도요스 플래닛의 '물 위를 걷는' 방. 잉어의 궤적도 실은 실시간으로 계산되는 코드다. ⓒReflections Enroute
11.부동산 쪽에서 보면 그림이 하나 더 겹친다. 보더리스가 앉은 아자부다이 힐스는 모리빌딩의 초고층 플래그십이다. 개발사가 미술관을 지하 앵커로 앉힌 이유는 임대수입이 아니라 발걸음이다. 목적을 갖고 찾아와 오래 머물고 사진을 뿌리는 세입자, 초고층 단지가 사는 건 그 트래픽이다. 개발사는 자리와 건축을 대고, 그 위에 돌아가는 콘텐츠는 teamLab이 얹는 분업.
머물게 만드는 동선 · 플래닛의 이끼 정원. 오래 머물수록 식음·굿즈로 이어지도록 동선이 짜여 있다. ⓒReflections Enroute
머물게 만드는 동선플래닛의 이끼 정원. 오래 머물수록 식음·굿즈로 이어지도록 동선이 짜여 있다. ⓒReflections Enroute
12.지난해 1월 플래닛은 면적을 1.5배로 늘리며 방만 늘린 게 아니었다. 비건 라멘을 파는 다이닝, 난초에 둘러싸여 차를 내는 방, 관객이 그린 그림을 즉석에서 굿즈로 찍어 주는 공장을 함께 넣었다. 표를 끊고 들어온 사람을 먹이고 사게 만드는 동선. 입장료 하나였던 매출이 식음료와 리테일로 몇 갈래.
한 벌을 60곳에 · teamLab의 원가 구조
작품 = 코드 한 벌 원화·물감·보관·보험 없음 도쿄 보더리스·플래닛 상하이(上海) 상설관 제다 사우디 관객 1인 = 티켓 + 식음 + 굿즈 입장 뒤 매출이 몇 갈래로 제작비는 한 번 앞단에 쏠리고, 그 뒤 관을 늘릴수록 한 벌의 코드가 여러 도시에서 표를 판다.
상설관 수·도시는 운영사 공개 정보 기준의 개념도이며, 실제 관별 원가·매출 배분과 다를 수 있다.
13.teamLab은 2001년 이노코 도시유키가 대학 친구들과 세웠다. 처음엔 예술 집단이 아니라 기술 회사였다. 낮에는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밤에 디지털 설치미술을 만들었다. 미술계는 오래 이들을 예술로 쳐 주지 않았다. 지금 직원 약 1,000명 대부분이 엔지니어다.
엔지니어가 지은 미술관 · 보더리스의 '호응하는 생명의 숲, 램프'. 화가가 아니라 프로그래머 약 1,000명이 만든 방이다. ⓒtsunagu Japan
엔지니어가 지은 미술관보더리스의 '호응하는 생명의 숲, 램프'. 화가가 아니라 프로그래머 약 1,000명이 만든 방이다. ⓒtsunagu Japan
14.옮기기 쉽다는 건 남도 쉽게 흉내 낸다는 말이기도 하다. 프로젝터로 빛을 쏘는 몰입형 전시는 지난 몇 년 세계 곳곳에서 우후죽순 늘었고, 반 고흐부터 게임 IP까지 같은 문법을 돌려 쓴다. teamLab은 재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관객 수는 자랑해도 손익은 닫아 둔 회사. 소장품 없이 체험만 파는 사업의 천장은, 그 체험이 흔해지는 속도에 달려 있다.
15.화가가 아니라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미술관이 도쿄 두 곳에서만 연 420만 명을 불러 모으고, 표값을 항공권처럼 매일 바꿔 받는다. 소장품이 없으니 보관비도 보험도 들지 않고, 코드로 만든 작품은 60곳 가까운 도시에 그대로 걸렸다. 이걸 작은 규모로 옮기려면 둘을 먼저 넘는다. 제작비가 전부 앞단에 쏠려 첫 관을 여는 순간까지 회수가 0이고, 몰입형이라는 형식이 이미 흔해진 시장에서 '왜 이 방이어야 하나'를 관객에게 새로 설득해야 한다. 빛은 얼마든지 옮겨 가지만, 처음 만드는 값과 남과 다르다는 증명은 따라오지 않는다.
참고: teamLab(신작전 'On the Asymmetry of the Universe' 2026.7.8-10.8, teamLab Borderless,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麻布台ヒルズ), 신작 Chromatic Existence·Asymmetric Existence, 무대 Light Sculpture - Flow, 창업 2001년 이노코 도시유키(猪子寿之), 초주관 공간·직원 약 1,000명·DMM.com 후원). 방문객·규모: blooloop·Oman Observer·Tokyo Cheapo·Tokyo Weekender·LIVE JAPAN(2025년 teamLab Planets 도요스 약 250만 명·기네스 세계 최다 방문 단일 그룹 미술관, Borderless 아자부다이 약 169만 명, 도쿄 2관 합계 약 420만 명, 성인 티켓 3,600~5,600엔 날짜별 변동·평균 약 25달러, 플래닛 티켓 매출 약 6,000만 달러 추정, 글로벌 60곳 가까이·중국·사우디아라비아 운영·UAE 예정, 2025년 1월 플래닛 확장 면적 1.5배·다이닝·난초 다실·스케치 팩토리 추가). 단지: 모리빌딩(森ビル) 아자부다이 힐스. 티켓 매출과 임대·객단가 해석은 공개 정보에 근거한 필자의 분석이고 운영사의 공식 설명이 아니다. 도표는 개념도다. 사진 ⓒKanpai Japan·teamLab·blooloop·JAPAN Forward·Tokyo Art Beat·One Girl Wandering·Reflections Enroute·tsunagu Japan. 운영 시간·요금·기간은 변동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