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Lab 보더리스(Borderless)가 7월 8일 새 특별전을 열었다. 제목은 '우주의 비대칭성에 관하여(On the Asymmetry of the Universe)', 10월 8일까지 이어진다. 소장품은 한 점도 없다. 벽에 걸린 그림도, 유리장 속 조각도 없이 빛만 흐르는 방이다. 이 미술관을 지은 건 화가가 아니라 프로그래머 집단이고, 도쿄 두 곳에서만 지난해 420만 명이 표를 끊었다.
1.무대는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麻布台ヒルズ) 안이다. 롯폰기(六本木) 옆, 모리빌딩(森ビル)이 올린 높이 330미터 일본 최고층 복합단지. 그 안 지하에 teamLab 보더리스가 있다. 7월 8일 문을 연 신작전의 무대는 다시 연 방 하나, 라이트 스컬프처(Light Sculpture - Flow)다. 관람은 10월 8일까지.
2.새 연작은 둘이다. 색이 방 전체를 흐르며 스스로 형태를 만드는 크로매틱 이그지스턴스(Chromatic Existence), 거울과 투사로 좌우가 어긋난 상을 겹쳐 하나의 지각으로 묶는 어시메트릭 이그지스턴스(Asymmetric Existence). 관객은 투명한 유리 발판 위에 올라 빛과 그림자의 일부가 된다. 창업자 이노코 도시유키(猪子寿之)는 이 작업을 두고 "사람이 지금껏 본 적 없는 것"이라 소개한다.

3.방에는 만질 물건이 없다. 캔버스도, 좌대도, 액자도. teamLab은 이걸 '물질 표면의 경계가 없는 공간적 존재'라 부른다. 조명을 은은하게 깐 게 아니라, 빛의 다발이 벽 없이 공중에 서서 그 자체로 조각이 되는 구조다.

4.발판은 유리다. 아래로 빛이 지나가고 관객의 그림자가 그 빛을 자른다. 광선이 빠르게 바뀌어 운영사는 광과민 주의를 따로 붙인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는 방 한가운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이 갈라지니, 관객이 멈춘 순간과 움직이는 순간은 서로 다른 작품이 된다.

5.teamLab이 20년 넘게 밀어붙인 개념이 초주관 공간(超主観空間)이다. 보는 사람과 보이는 그림 사이의 유리벽을 없앤다는 것. 서양 회화가 한 점 소실점 앞에 관객을 세워 두었다면, 이쪽은 관객의 몸을 화면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래서 이 미술관에는 정해진 '앞'이 없다.

6.왜 이게 사람을 움직이나. 미술관은 원래 보는 곳이었다. teamLab은 그걸 들어가는 곳으로 바꿨다. 관객은 작품 앞에 서는 게 아니라 작품 안에 서고, 카메라에 담기는 건 그림이 아니라 그림에 잠긴 자기 자신이다. 감상의 대상이 벽에서 관객 쪽으로 옮겨 온 것.

7.이 전환이 결정적인 건 콘텐츠를 관객이 대신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 방문객 한 명이 찍어 올린 사진 한 장이 다음 방문객을 부르는 광고가 된다. 운영사가 광고비를 태우지 않아도 피드가 알아서 굴러가는 구조. 몰입형 전시가 지난 10년 가장 빠르게 번진 이유다.

8.티켓은 하루 단위로 가격이 바뀐다. 성인 기준 3,600엔에서 5,600엔 사이, 붐비는 날은 비싸고 한산한 날은 싸다. 미술관이 항공권처럼 가격을 매기는 셈. 평균 단가는 약 25달러 선으로 잡힌다.
9.물량이 이 단가를 매출로 바꾼다. 지난해 도요스(豊洲)의 teamLab 플래닛(Planets)에 약 250만 명, 아자부다이의 보더리스에 약 169만 명. 도쿄 두 곳을 합치면 420만 명이 들었다. 플래닛 한 곳의 티켓 매출만 약 6,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한 해 표값이 뉴욕 메트로폴리탄이나 런던 테이트의 입장 수입과 맞먹는 규모다.
화가 없이 번 숫자 · teamLab 도쿄
10.진짜 무기는 마진 구조다. 이 작품들은 물감이 아니라 코드로 만들어진다. 한 번 만든 '존재' 연작은 프로젝터와 서버만 있으면 다른 도시에 그대로 옮겨 붙는다. 보관할 원화도, 보험 들 소장품도 없다. 소프트웨어의 원가 구조를 물리 공간에 그대로 얹은 셈. teamLab이 일본을 넘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까지 60곳 가까운 상설·기획관을 깐 힘이 여기서 나온다.

11.부동산 쪽에서 보면 그림이 하나 더 겹친다. 보더리스가 앉은 아자부다이 힐스는 모리빌딩의 초고층 플래그십이다. 개발사가 미술관을 지하 앵커로 앉힌 이유는 임대수입이 아니라 발걸음이다. 목적을 갖고 찾아와 오래 머물고 사진을 뿌리는 세입자, 초고층 단지가 사는 건 그 트래픽이다. 개발사는 자리와 건축을 대고, 그 위에 돌아가는 콘텐츠는 teamLab이 얹는 분업.

12.지난해 1월 플래닛은 면적을 1.5배로 늘리며 방만 늘린 게 아니었다. 비건 라멘을 파는 다이닝, 난초에 둘러싸여 차를 내는 방, 관객이 그린 그림을 즉석에서 굿즈로 찍어 주는 공장을 함께 넣었다. 표를 끊고 들어온 사람을 먹이고 사게 만드는 동선. 입장료 하나였던 매출이 식음료와 리테일로 몇 갈래.
한 벌을 60곳에 · teamLab의 원가 구조
13.teamLab은 2001년 이노코 도시유키가 대학 친구들과 세웠다. 처음엔 예술 집단이 아니라 기술 회사였다. 낮에는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밤에 디지털 설치미술을 만들었다. 미술계는 오래 이들을 예술로 쳐 주지 않았다. 지금 직원 약 1,000명 대부분이 엔지니어다.

14.옮기기 쉽다는 건 남도 쉽게 흉내 낸다는 말이기도 하다. 프로젝터로 빛을 쏘는 몰입형 전시는 지난 몇 년 세계 곳곳에서 우후죽순 늘었고, 반 고흐부터 게임 IP까지 같은 문법을 돌려 쓴다. teamLab은 재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관객 수는 자랑해도 손익은 닫아 둔 회사. 소장품 없이 체험만 파는 사업의 천장은, 그 체험이 흔해지는 속도에 달려 있다.
15.화가가 아니라 프로그래머들이 만든 미술관이 도쿄 두 곳에서만 연 420만 명을 불러 모으고, 표값을 항공권처럼 매일 바꿔 받는다. 소장품이 없으니 보관비도 보험도 들지 않고, 코드로 만든 작품은 60곳 가까운 도시에 그대로 걸렸다. 이걸 작은 규모로 옮기려면 둘을 먼저 넘는다. 제작비가 전부 앞단에 쏠려 첫 관을 여는 순간까지 회수가 0이고, 몰입형이라는 형식이 이미 흔해진 시장에서 '왜 이 방이어야 하나'를 관객에게 새로 설득해야 한다. 빛은 얼마든지 옮겨 가지만, 처음 만드는 값과 남과 다르다는 증명은 따라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