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국립박물관이 관내 식음 세 곳을 한꺼번에 갈아 치웠다. 두 곳은 지난달 28일에 열었고, 마지막 한 곳이 이달 30일에 문을 연다. 그 마지막 한 곳은 좌석이 16개에 코스가 하나뿐이다. 값은 35,000엔. 그 방이 들어가는 건물은 국보를 보관하는 수장고이자 일본건축학회상을 받은 작품이다.
1.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이 9월 30일 수요일 호류지보물관(法隆寺宝物館) 1층에 스시가이세키 오쿠노(鮨会席 おく乃)를 연다. 카운터 8석에 개인실 하나가 8석. 코스는 35,000엔짜리 하나뿐이고, 저녁은 예약을 받아야 들어간다. 낮 영업은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2.같은 부지 안 동양관 별동 1층에서는 8월 28일에 다른 가게가 먼저 열었다. 이름은 THE RESTAURANT 도쿄국립박물관. 실내 94석에 테라스가 44석 붙는다. 요리 감수는 유키마사 리카(行正り香).

3.이쪽 값은 자릿수가 다르다. 도하쿠 고젠 3,800엔, 카츠산도 1,500엔. 앞 테라스에 붙은 가든카페에서는 트러플 감자튀김을 700엔에 낸다. 한 부지 안에서 밥값이 700엔부터 35,000엔까지 벌어지는 셈인데, 이만한 폭을 한 담장 안에 넣은 미술관이 또 있을까.

4.오쿠노가 들어가는 건물은 다니구치 요시오(谷口吉生)가 설계해 1999년에 문을 열었다. 얕은 연못을 앞에 두고 가느다란 기둥과 유리벽이 물에 그대로 내려앉는다. 2001년도 일본건축학회상을 받은 작품이고, 같은 설계자가 뒤에 뉴욕 현대미술관 증축을 맡는다.

5.이 건물이 지키는 물건은 호류지가 황실에 바쳤던 헌납보물이다. 예전 보물관은 유물이 상할까 봐 일주일에 하루만 열었는데, 신관은 전시실 일곱 개에 자료실과 레스토랑까지 넣어 상시 개관으로 돌렸다. 문화재를 재우는 방과 사람을 앉히는 방이 처음부터 한 지붕 아래 있었다는 얘기.

6.카운터는 유리벽을 따라 한 줄로 길게 놓인다. 천장은 나무로 낮게 덮이고 등받이 없는 의자가 여덟 개, 창 너머는 연못과 나무뿐. 저녁 영업이 시작하는 오후 5시는 이 박물관이 관람을 마치는 시각. 마지막 관람객이 문밖으로 빠져나간 뒤에 손님 열여섯이 그 자리에 앉는다.

7.총합문화전 관람료는 일반 1,000엔이다. 고교생 이하와 70세 이상은 안 낸다. 2020년에 620엔에서 올린 값이고, 그때 박물관이 내건 이유는 관람객 한 사람에게 드는 비용도 못 건진다는 것.
한 담장 안에서 밥값이 50배로 벌어진다
8.16석을 점심과 저녁으로 한 번씩 돌리면 하루 32명. 월요일을 쉬니 한 달 26일. 가동률을 후하지 않게 60%로 잡아도 한 달 1,700만엔을 넘고 1년이면 2억엔대에 올라선다. 공개된 좌석 수와 가격만 놓고 두드린 값이라 실제와 다를 수 있다.
9.그 2억엔을 관람권으로 바꾸면 20만 장. 좌석 열여섯 개짜리 방 하나가 관람객 20만 명분 입장료와 맞먹는 돈을 만진다.

10.총합문화전 관람객은 2011년까지 연 30만 명대에 머물렀다. 2017년에 100만 명을 넘겼고 관람료를 올린 건 그다음. 사람이 세 배로 늘어도 그 사람들이 내는 돈으로는 운영비가 안 채워진다고 박물관은 말해 왔다.
11.그 매출이 박물관 통장에 그대로 꽂히지는 않는다. 세 곳을 모두 운영하는 건 오크스 주식회사(オークス株式会社)이고, 박물관이 받는 건 사용료나 매출 수수료.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외 미술관 식음 위탁은 보통 매출의 한 자릿수에서 10%대 초반을 시설이 가져가는 선에서 정해진다.

12.2023년 초 관장 후지와라 마코토(藤原誠)가 문예춘추(文藝春秋)에 글을 실었다. 이대로는 국보를 지킬 수 없다는 제목. 문화재는 온도와 습도를 맞춘 방에 둬야 하는데, 공조를 계속 돌리는 전기값과 가스값이 그해 한꺼번에 뛰었다.
13.그 글에 적힌 숫자가 이렇다. 광열비 예산 2억엔에 그해 청구 예상 4.5억엔. 차액 2.5억엔을 메울 데가 없다고 썼다.
국고가 안 준 돈을 16석이 벌어 온다
14.미술관 식당은 원래 관람의 부속이었다. 두 시간 걷고 나온 사람에게 커피와 파스타를 판다. 오쿠노는 순서가 뒤집혀 있어서 밥이 목적이고 전시가 곁이며, 저녁 시간대에는 전시를 볼 수도 없다. 이 카운터가 파는 건 생선이 아니라 자리. 문을 연 뒤로 줄곧 무료 공용부였던 연못과 유리 파사드에 처음으로 값이 붙었다.

15.6월 7일까지 이 자리를 쓰던 건 호텔 오쿠라(ホテルオークラ)였다. 그 자리를 받은 오크스는 도야마시(富山市)에 본사를 둔 1971년생 회사이고, 주력은 회원을 모아 결혼식과 장례식을 치르는 관혼상제. 사장 이름이 오쿠노 도모유키(奥野智之). 새 간판의 「おく乃」가 거기서 나왔다. 엉뚱해 보이지만 하는 일은 겹친다.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인원에게 고액 코스를 내보내는 걸 이 업종은 매일 한다.

16.문화청은 국립 시설의 외국인 관람료를 따로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무성 추산으로는 일반 요금의 2~3배이고, 이 박물관이면 1,000엔이 최대 3,000엔. 대상은 전국 11곳. 요금을 세 배로 올리자는 논의가 도는 사이에 이 박물관은 그 35배짜리 방을 먼저 열었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첫 단추부터 다르다. 우리 국립박물관은 상설전이 무료라 관람료라는 기준선 자체가 없고, 무료로 들어온 사람 옆에 수십만 원짜리 카운터를 놓는 일은 계산이 아니라 설명의 문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