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롯폰기의 국립신미술관에 루브르 소장품 50여 점이 왔다. 그중 한 점 앞에만 줄이 따로 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화가 일본에 온 것은 1974년 「모나리자」 이후 52년 만이다.
1.9월 9일에 열어 12월 13일에 닫는다. 도쿄 롯폰기 국립신미술관(国立新美術館)의 「루브르 미술관전 르네상스」는 루브르가 가진 15~16세기 유럽 미술 50여 점을 네 개 장으로 나눠 걸었다. 일반 관람권은 2,400엔이고 예매하면 2,200엔. 간판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여인의 초상」, 흔히 「라 벨 페로니에르」라 부르는 그림이다.
2.주최 명단이 길다. 미술관과 루브르 옆에 니혼TV(日本テレビ)와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 BS니혼TV가 나란히 섰고, 특별협찬은 노무라증권(野村證券)이 맡았다. Vacheron Constantin과 다케나카 공무점(竹中工務店), 일본우편(日本郵便)도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휴관은 화요일, 금요일과 토요일은 밤 8시까지.
3.무대가 된 건물부터 사정이 특이하다. 2007년 구로카와 기쇼(黒川紀章)의 설계로 문을 연 국립신미술관은 전시 면적이 14,000㎡로 일본에서 손꼽히게 넓은데, 소장품이 한 점도 없다. 작품을 모으는 대신 벽을 빌려주는 곳. 이번에 그 벽을 빌린 쪽은 세계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박물관이다.

4.전시는 「여행」에서 출발해 「기법의 혁신과 세련」, 「고대를 보는 눈」을 지나 「초상 예술의 융성」에서 끝난다. 첫 장에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가 1515년에 새긴 목판화 「코뿔소」가 걸린다. 뒤러는 코뿔소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손에 있던 건 편지 속 묘사와 스케치 한 장뿐. 천 가지 꽃무늬 태피스트리 옆에 들고 다니던 가구를 놓아, 성을 옮겨 다니던 귀족의 살림을 세운 방도 있다.

5.레오나르도는 마지막 장에 있다. 호두나무 판에 그린 63.5×44.5cm, 팔을 벌리면 가려지는 크기. 관람기들은 그 앞에서 줄이 둘로 갈린다고 전한다. 기다리지 않고 비스듬히 2~3m 떨어져 보는 쪽과, 줄을 서서 1m 앞 정면에 서는 쪽. 남색 벽에 금박 액자 하나만 걸렸고, 빛은 그림에만 떨어져 여인의 붉은 소매가 어둠 속에서 떠오른다. 평일 오후 4시에는 정면 줄이 한 시간이었다.

6.같은 장에 티치아노(Tiziano)가 그린 프랑수아 1세(François I)의 옆얼굴 초상이 있다. 레오나르도를 프랑스로 불러 죽을 때까지 곁에 둔 왕이고, 이 왕이 모은 그림이 루브르 회화 소장품의 출발점이 됐다. 도쿄에서는 레오나르도와 그를 데려간 왕이 한 방에.


7.50여 점 가운데 한 점에만 따로 줄이 서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관객이 사는 건 르네상스 공부가 아니라 레오나르도를 1m 앞에서 봤다는 경험이다. 파리 루브르의 「모나리자」는 방탄유리와 차단선 너머에서 몇 초 보고 밀려나는 그림이 됐다. 도쿄에서는 줄만 서면 그보다 가까이 설 수 있다.

8.일본 관객이 이 이름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도 크다. 국립신미술관은 2015년과 2018년, 2023년에도 루브르전을 열었다. 2023년 「사랑을 그리다」는 개막 두 달 만에 25만 명을 넘겼다. 휴관일을 빼면 여는 날마다 4,600명꼴.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름에는 관객이 먼저 줄을 선다.
도쿄에 온 레오나르도와 루브르전
9.일본의 대형 해외 명작전에서 주최 명단 앞줄은 보통 방송사와 신문사 몫. 미디어가 대여료와 운송비, 보험료를 대고 표 수입을 가져가는 구조로 알려져 있고, 미술관은 전시실과 학예 인력을 낸다. 방송사는 광고비의 상당 부분을 자기 방송 시간으로 치를 수 있다. 저녁 뉴스와 정보 프로그램에 전시를 소개하는 비용은 장부에서 현금으로 나가지 않는다. 현금이 안 드는 광고를 마다할 주최사가 있을까.
10.표 수입은 지난 기록으로 어림할 수 있다. 휴관일을 빼면 이번 전시가 문을 여는 날은 85일. 2023년처럼 하루 4,600명이 들고 할인권을 섞어 평균 2,100엔을 받는다고 치면, 관람객 39만 명에 표 수입이 8억 2천만 엔쯤 된다(추정).
문 여는 85일 동안 들어올 표 수입 (추정)
11.표 밖에서도 돈이 돈다. 오디오가이드는 700엔이고 배우 기타가와 게이코(北川景子)가 목소리를 맡았다. 관람객 셋 중 하나가 빌리면 그것만 9,000만 엔 안팎(추정). 매장에는 아틀리에 우카이(アトリエうかい)가 루브르 이름과 페로니에르의 얼굴을 뚜껑에 찍은 프티 푸르 깡통이 탑처럼.

12.그림을 내준 루브르 쪽 사정은 더 급하다. 2024년 관람객이 870만 명이었는데, 유리 피라미드 입구는 그 절반 안팎에 맞춰 만들었다. 2025년 1월 새 입구와 「모나리자」 전용 전시실을 짓는 「루브르 누벨 르네상스」 계획이 나왔고, 비용은 7억~8억 유로로 추산된다. 같은 해 10월에는 전시실에서 왕실 보석이 도난당하는 일까지 겹쳤다.

13.돈을 모으는 방법은 두 갈래. 올해 1월 14일부터 유럽경제지역 밖에서 온 관람객의 입장료를 22유로에서 32유로로 올렸고, 루브르는 이걸로 해마다 1,500만~2,000만 유로를 더 걷을 것으로 본다. 다른 하나는 그림을 밖으로 보내는 일이다. 「여인의 초상」은 2017년 루브르 아부다비 개관 때 12개월 동안 빌려 가며 처음 유럽을 떠났다.

14.1974년 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의 「모나리자」전에는 51일 동안 150만 명이 넘게 들었다. 그때는 두 나라 정부가 외교로 그림을 오가게 했고, 지금은 방송사가 몇 년마다 시리즈로 빌린다. 같은 박물관이 파리에서는 입장료를 올려 사람을 덜고, 도쿄에서는 2,400엔에 사람을 모으는 중.
15.50여 점을 가져온 전시에서 사람을 세우는 건 63.5cm 판 한 장이고, 그 줄이 추정 8억 엔대 표 수입을 만든다. 해외 명작전을 여는 쪽이 예산에서 먼저 부딪히는 건 대여료가 아니다. 보험료. 일본은 2011년에 대형 전시 작품이 손상되면 나라가 손해를 보상하는 법을 만들어 주최사의 보험 부담을 덜었다. 그런 뒷받침 없이 여는 주최사라면 레오나르도 한 점의 보험 가액이 전시 전체 수지를 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