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가 처음 여는 국제미술전 「TOKYO ATLAS」가 10월 10일 도쿄 바닷가 여섯 곳에서 막을 올린다. 원래는 방송사와 함께 열려던 트리엔날레였고,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같은 해변공원에는 반년 전 26억 엔짜리 분수가 먼저 들어섰다.
1.10월 10일, 도쿄 임해부에서 국제미술전 「TOKYO ATLAS」가 개막한다. 12월 20일까지 72일간 다이바(台場)·아오미(青海)·덴노즈(天王洲) 세 지역의 공원과 빌딩, 지하주차장에 작품이 놓인다. 주최는 도쿄도와 도쿄국제문화예술제 실행위원회, 도쿄도역사문화재단. 일부 유료 프로그램을 빼면 입장료가 없다.
2.이 행사에는 원래 이름이 따로 있었다. 「도쿄 오다이바 트리엔날레 2025」. 후지TV(フジテレビ) 등이 꾸린 실행위원회와 도쿄도가 작년 가을 함께 열 계획이었다. 2025년 2월 실행위원회가 주최를 내려놓으면서 예술계의 이해를 얻기도, 협찬금을 모으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그 무렵 출연자 문제로 번진 후지TV의 광고 중단 사태를 배경으로 짚었다. 도가 이미 쓴 공비 1억 2,600만 엔은 후지TV가 전액 돌려주겠다고 했고, 도쿄도는 1년을 미뤄 이름을 바꾸고 직접 연다.

3.가장 바다 쪽 무대는 다이바 공원(台場公園). 1853년 페리 함대가 다녀간 뒤 에도 막부가 서둘러 쌓은 포대 자리로, 흙둑이 네모나게 둘러싼 섬이 지금은 잔디 공원이다. 예술감독 다테하타 아키라(建畠晢)는 이곳과 옆 오다이바 해변공원(お台場海浜公園)에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나르시스 정원(Narcissus Garden)」과 자오야오(Zhao Yao)의 대형 풍선 「Something in the Air」를 놓는다.


4.「나르시스 정원」은 스테인리스 공을 바닥에 수없이 깔아 두는 작품. 공 하나하나가 볼록 거울이라 하늘과 주변 풍경이 공마다 작게 휘어 담기고, 허리를 숙이면 제 얼굴이 수십 개로 쪼개져 돌아온다. 이번에는 울타리도 매표소도 없는 바닷가 공원에 깔린다. 산책하던 사람은 표를 끊지 않고 그대로 작품 사이를 지나간다. 이 행사는 처음부터 그 걸음을 보고 짰다.

5.아오미는 결이 다르다. 예술감독 미키 아키코(三木あき子)가 맡은 이 구역에는 컨테이너 터미널 옆 아오미미나미후토 공원(青海南ふ頭公園)과 그 지하의 길이 197.5m 주차장이 들어간다. 주차장에는 케이티 패터슨(Katie Paterson), 쥘리앙 샤리에르(Julian Charrière), 한국의 문경원·전준호 등 8팀이 작품을 건다. 텔레콤센터 빌딩(テレコムセンタービル) 아트리움에는 쿠사마의 대형 풍선 두 점이 걸리는데, 그중 「A Bouquet of Love I Saw in the Universe」는 일본 첫 공개.


6.가장 오래 버티는 작품은 사람. 프랑스 작가 아브라함 푸앵슈발(Abraham Poincheval)은 「La Bouteille」에서 거대한 유리병 안에 들어가 산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때는 경기장 앞 병 속에서 열흘을 지냈다. 이번 무대는 컨테이너 크레인이 서 있는 부두 옆 공원. 전시 소개문은 이 병이 사생활과 공공장소의 경계를 묻는다고 적는다.


7.이 땅의 오래된 숙제는 사람을 불러오는 일. 임해 부도심은 1996년 세계도시박람회를 열 자리로 조성됐는데, 1995년 새 지사가 박람회를 취소하면서 넓은 땅이 오래 빈 채 남았다. 아오미에서는 쇼핑몰 비너스포트가 2022년 문을 닫는 등 상업시설이 하나씩 빠졌다. 도는 이 전시를 「가을·겨울 도쿄에 큰 자력을 만든다」는 문화예술제의 핵심 사업으로 올려 두었다.
8.입장료를 왜 안 받을까. 입장료 없는 야외전은 관람객에게 결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표를 사는 순간 사람은 본전을 따지지만, 공원에 놓인 작품은 산책길에 끼어든다. 거기에 쿠사마라는 이름이 붙으면 산책이 일부러 나올 이유로 바뀐다. 이번 행사 홍보물 맨 앞에도 쿠사마의 이름이 선다.
9.다이바와 아오미는 무인 경전철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로, 아오미와 덴노즈는 린카이선(りんかい線)으로 이어진다. 역에서 역으로 걷는 길이 곧 관람 동선이 되고, 그 길 위에 호텔과 쇼핑몰, 식당이 있다. 표를 팔지 않는 대신 사람이 지나가는 가게가 번다. 도가 노리는 수입은 매표소가 아니라 동네에 떨어지는 돈.
10.돈은 대부분 공공 쪽에서 나온다. 도쿄도는 트리엔날레 몫으로 2024년도 예산에 3억 엔, 2025년도에 4억 엔을 잡았다. 올해 예산은 따로 공개된 숫자를 찾지 못했다. 민간 몫은 기부와 협찬인데, 기업메세나협의회 모금 페이지에 걸린 기부 목표는 1억 엔이고 9월 하순 현재 모인 금액은 93만 엔이다.
11.협찬사 두 곳은 이 땅과 이해가 겹친다. 데라다 창고(寺田倉庫)는 덴노즈 창고 지대를 미술관·갤러리 거리로 바꾼 회사로, 이번 전시장 가운데 하나인 WHAT MUSEUM을 직접 운영한다. 도쿄텔레포트센터(東京テレポートセンター)는 쿠사마의 풍선이 걸릴 텔레콤센터 빌딩의 주인이다. 한쪽은 자기 미술관에, 다른 쪽은 자기 건물 아트리움에 사람을 들인다.

12.같은 해변공원에는 도가 먼저 큰돈을 넣었다. 올해 3월 28일 운영을 시작한 분수 「도쿄 아쿠아 심포니(東京アクアシンフォニー)」로, 소메이요시노 벚꽃을 본뜬 물줄기를 레인보우브리지 앞 바다에서 쏘아 올린다. 정비비는 26억 2,000만 엔. 해마다 250만 명 넘게 불러 모은다는 게 도의 계산.
13.분수 정비비를 트리엔날레에 잡혔던 2년 치 예산과 나란히 놓으면 3.7배. 분수는 한 번 짓고 매일 쏘는 시설이고, 미술전은 72일 열고 걷는다. 도는 한 해변에 상설 볼거리와 기간 한정 볼거리를 겹쳐 놓았다. 가을 주말 분수를 보러 온 사람이 조금만 걸으면 쿠사마의 거울 공에 닿는다.
오다이바 해변에 들어간 돈
14.「나르시스 정원」의 첫 판은 돈 때문에 제지를 받았다. 1966년 제33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쿠사마는 이탈리아관 앞 잔디에 은색 플라스틱 공 1,500개를 깔고 「YOUR NARCISSIUM FOR SALE」이라는 팻말을 세웠다. 공 하나에 2달러를 받고 행인에게 팔았는데, 비엔날레 측이 판매를 막았다. 공은 그대로 잔디 위에.
15.60년 뒤 같은 작품을 이번엔 도쿄도가 입장료 없이 깐다. 1966년에는 작가가 공을 팔다 막혔고, 2026년에는 세금이 비용을 대고 관람객은 공짜로 본다. 다이바 공원에서 고개를 들면 후지TV 사옥이 보인다. 공원 바로 건너편에 선 건 행사에서 손을 뗀 방송사의 건물.
16.도쿄도는 방송사가 빠진 미술전을 1년 미뤄 직접 열고, 입장료 대신 세금과 협찬으로 72일을 버틴다. 1억 엔을 목표로 한 기부금은 개막 2주 전까지 93만 엔이 모였다. 지자체가 이런 무료 야외전을 열 때 먼저 막히는 것도 민간 돈. 이번에 협찬으로 붙은 두 회사는 모두 전시장 건물의 주인이거나 운영자였고, 작품이 자기 건물로 사람을 데려오지 않는 회사는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