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지금 5만 명을 세울 경기장이 비어 있지 않다. 그 틈에 고양시는 대관료를 표값의 10%에서 6%로 내렸고, 10월 열흘 동안 해외 팝스타 스타디움 공연 셋이 이 경기장에 잡혔다.
1.위켄드(The Weeknd)가 10월 7일 수요일과 8일 목요일 저녁 7시 45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선다. 세계 스타디움 투어 「After Hours til Dawn」의 아시아 마지막 구간이고, 2018년 이후 8년 만의 내한이다. 5월 21일 일반 예매가 열리고 35분 만에 두 회차 전석이 팔렸다. 동시 접속자 150만 명.
2.같은 경기장에는 닷새 앞선 10월 2일에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이 잡혀 있었다. 8월 27일 공연이 미뤄졌고 표값은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됐다. 위켄드 사흘 뒤인 10월 11일 일요일에는 찰리 푸스(Charlie Puth)가 「Whatever's Clever! World Tour」로 온다. 열흘 사이 해외 스타디움 공연 셋이 서울이 아니라 경기 고양시 경기장 하나에 몰렸던 것.

3.개장은 2003년 9월. 고정 좌석은 40,907석이고, 육상 트랙 안쪽 잔디를 스탠딩 구역으로 덮으면 5만 명 넘게 들어간다. 지붕은 관중석 일부만 덮는 차양이라 그라운드 위는 그대로 하늘. 이 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프로축구단은 없다. 잔디를 지켜야 할 주인이 없으니 공연 일정을 축구 일정과 다툴 일도 없다.

4.공연 날 문은 오후 4시 30분에 열리고, 일본 힙합 듀오 Creepy Nuts가 6시 45분에 먼저 무대에 오른다. 관객은 지하철 3호선 대화역에서 내려 표 종류대로 출구가 갈린다. 스탠딩은 3·4번, 지정석은 2번. 우산은 들고 들어갈 수 없어 비 예보가 있으면 다들 우비를 챙기고, 물은 뜯지 않은 500ml 한 병까지만. 만 19세 이상만 들어가고 입구에서 신분증을 본다. 위켄드가 무대에 오를 무렵이면 해가 진 뒤라 트랙 안쪽은 휴대전화 불빛으로 찬다.

5.서울역에서 한 시간 걸리는 경기장으로 사람이 가는 이유는 서울 안에 갈 데가 없어서다. 5만 명이 드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2023년 말부터 리모델링 공사로 문을 닫았고, 공사는 올해 말 끝난다고 알려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를 지키려고 2025년부터 콘서트에 그라운드 객석을 팔지 못하게 했다.


6.지붕이 있는 고척스카이돔은 1만 6,744석이고, 4월부터 10월까지는 야구가 먼저다. 그러니 가을에 5만 명짜리 스타디움 투어가 한국에 오면 기획사가 고를 수 있는 경기장은 사실상 하나뿐. 월간중앙은 이 사정을 두고 고양시가 가수를 고르는 쪽이 됐다고 전한다.

7.고를 수 있는 쪽이 값을 올리지 않고 내렸다. 공연장 대관료는 표 판매액의 10% 안팎을 받는 게 업계 관행인데, 고양시는 이를 6%로 깎았다. 구청·경찰·소방·교통 담당을 한자리에 모아 공연 허가와 안전 협의를 한 번에 끝내 주는 창구도 열었다. 2025년 4월에 Coldplay가 여기서 여섯 번 공연해 32만 명을 모았다.
8.위켄드 표는 시야가 가려지는 자리 5만 5,000원부터 시작한다. 스탠딩이 18만 9,000원, 지정석은 14만 5,000원에서 28만 9,000원 사이다. 그 위로 일찍 입장하는 스탠딩 패키지 46만 9,000원, 가장 비싼 VIP 패키지 85만 9,000원이 있고, 주최사 카드로 사면 10%를 깎아 준다. 투어 전체로는 153회에 750만 장, 매출 10억 달러를 넘겼다. 장당 평균 133달러꼴.
위켄드 고양 공연 좌석 등급별 가격과 대관료 추정
9.이틀 매출을 거칠게 셈해 본다. 회당 5만 명씩 10만 명이 평균 20만 원을 냈다면 표 판매액은 200억 원 안팎이다. 관행대로 10%를 받았다면 고양시 몫은 20억 원, 6%면 12억 원이 된다. 고양시는 위켄드 이틀에서만 8억 원을 덜 받는 쪽을 골랐다(모두 추정이다).
10.덜 받는 대신 횟수가 늘었다.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이 경기장 공연을 본 사람이 85만 명이고, 공연으로 들어온 수입은 125억 원이다. 올해 시의 예상은 공연 13건에 99억 원쯤. 4월 BTS가 사흘 공연으로 13만 2,000명을 모았고, 투어 발표 뒤 고양 숙소 검색이 8배쯤 늘었다고 시는 밝혔다.

11.관객이 평일 저녁에 한 시간을 들여 경기 북부까지 가는 건, 이 투어가 한국에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어서다. 「After Hours til Dawn」은 이번 아시아 구간이 마지막이고 11월 4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끝난다. 투어 일정표에는 도쿄·자카르타·싱가포르·방콕·홍콩 사이에 고양 공연이 「Seoul」로 적혀 있고, 다음 기회는 아무도 약속하지 않았다. 표값에 붙은 건 좌석보다 마지막이라는 사실.
12.위험도 함께 들어온다. 포스트 말론 공연은 한 달 남짓 앞두고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미뤄졌고, 같은 달 호주·뉴질랜드 스타디움 공연도 함께 일정이 바뀌었다. 한 해 13건으로 99억을 기대하는 경기장에서 한 건은 1년 공연 수입의 7%쯤. 비워 둔 날짜에 대해 대관 계약이 어떤 위약금을 정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13.싱가포르는 2024년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동남아 공연을 국립경기장(National Stadium) 여섯 번으로 독점했다. 정부 지원금이 들어갔고 동남아 다른 나라에는 공연이 잡히지 않았으며, 3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그 도시로 들어왔다. 고양이 쓴 방법은 그보다 작다. 지원금 대신 요율, 나라 대신 시 하나.

14.고양의 자리는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돌아오고, 2027년 상반기에는 서울아레나가 2만 8,000석 대형 공연장과 7,000석 중형 공연장을 함께 연다. 고양시는 그 사이 약 150억 원을 들여 낡은 좌석과 화장실을 바꾸는 리모델링을 공연을 멈추지 않고 몇 해에 나눠 하기로 했다. 서울이 문을 닫은 덕에 생긴 손님을 서울이 문을 다시 열 때까지 붙잡아 두려는 계산.
15.서울에 빈 경기장이 없는 가을, 고양시는 대관료를 표값의 6%로 내려 위켄드의 평일 이틀 10만 석을 받아 냈고 그 자리에서 12억 원쯤을 번다(추정). 요율은 의회 결정 한 번이면 내릴 수 있지만, 다른 도시가 이걸 따라 할 때 먼저 막히는 건 잠자리다. 공연 주간마다 고양 숙소가 일찍 동났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호텔은 대관료처럼 한 해 만에 늘릴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