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일, 현대백화점이 동대문의 도심형 아울렛을 개점 10년 만에 처음 뜯어고친다고 알렸다.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네 개 층, 약 1만4,800㎡. 그중 9월에 먼저 여는 지하 2층 4,595㎡가 식품관이고 콘셉트는 골목시장. 걸어서 10분이면 광장시장이 나오고 길만 건너면 동대문 시장인 자리에서, 아울렛은 지하에 골목을 하나 더 짓기로 했다.
1.주소부터. 서울 중구 장충단로13길 20, 을지로6가. 지하 6층 지상 9층에 영업면적 3만7,663㎡이고, 거평프레야였다가 케레스타를 거쳐 2016년 3월 11일 현대시티아울렛으로 문을 열었다. 개점 당시 회사가 내건 첫해 목표가 1,600억 원. 이번에 손대는 1만4,800㎡는 영업면적의 39%에 해당하고, 연말까지 새 브랜드 60여 개가 순차로 들어온다.
2.지하 2층 식품관에는 식음 브랜드 30여 개가 들어간다. 이름이 알려진 한식으로 압구정 도슬박과 광화문 미진이 있고, 강릉에서 시작한 커피 로스터리 테라로사(TERAROSA)와 멕시칸 그릴 쿠차라(Cuchara), 일본식 베이커리가 붙는다. 지하 1층은 8월에 K패션 전문관이 되어 국내 브랜드 10여 개를 받고, 지상 2층에는 뷰티 편집숍과 약국형 헬스앤뷰티 매장이 선다. 택스 리펀드와 환전을 한자리에서 처리하는 글로벌 서비스 라운지는 연말까지 지하 1층에서 넓힌다고 회사는 안내한다.

3.층을 왜 그렇게 잡았는지부터 보자. 식음을 지하 깊은 곳에 두는 이유는 셋. 하역과 폐기물 동선이 지하 주차장에 바로 붙고, 기름 섞인 배기를 위층까지 끌고 올라갈 필요가 없으며, 냄새가 매장 층으로 새지 않는다. 골목시장이라는 콘셉트는 그 제약을 뒤집어 쓴 것에 가깝다. 좌판처럼 낮은 카운터를 세우고 통로를 구부려 시야를 짧게 끊으면, 1,390평이 한눈에 안 들어와 사람이 걷는 거리가 늘어난다.

4.진짜 골목이 파는 건 냄새다. 기름이 끓는 소리와 연기가 좌판 밖으로 새어 나와 지나가던 사람의 발을 잡는 구조인데, 실내 식품관은 그 냄새를 가둬야 한다. 배기를 세게 걸면 붙잡을 냄새가 사라지고, 약하게 걸면 옷을 파는 층으로 냄새가 올라간다. 지하 2층에서 골목을 흉내 내는 일의 절반은 이 사이를 맞추는 설비 싸움.
5.공개된 메뉴만 놓고 봐도 온도가 갈린다. 냉메밀은 육수를 차게 내 그릇 겉에 물방울이 맺히고, 돌솥은 뚜껑을 열면 김이 얼굴까지 올라온다. 한쪽은 후루룩 넘기고 일어서는 음식, 다른 쪽은 앉아서 눌은밥까지 긁어 먹는 음식이라 좌석을 쓰는 시간이 다르다. 서른 개 점포를 한 홀에 섞는다는 건 체류시간이 다른 음식들을 같은 좌석에 태운다는 말이고, 회전 계산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출발점이 여기.


6.첫째는 숫자 하나다. 서울디자인재단 조사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방문객의 소비를 뜯어보니 식음료가 37.4%, 패션이 15.3%였다. 동대문까지 온 사람이 옷보다 밥에 두 배 넘게 쓴다는 뜻. 옷을 팔려고 지은 건물이 지하를 밥으로 채우는 근거가 이 격차 하나에 다 들어 있다.
7.둘째. 걸어서 갈 수 있는 진짜 골목을 두고 왜 지하에 짓느냐는 질문에는 문턱으로 답할 수 있다. 좌판에는 영어 메뉴판이 없고, 카드가 안 되는 자리가 아직 남아 있고, 화장실이 멀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다. 캐리어를 끌고 온 사람이 앉을 자리도 마땅찮다. 지하 2층은 그 문턱을 전부 없앤 골목이고, 없앤 대가로 냄새와 흥정을 잃는다.


8.셋째는 실패에서 나왔다. 이 회사는 2025년 7월 동대문 시내면세점을 개점 5년 만에 접었다. 중국 단체 관광과 따이궁이 줄었고, 환율이 올랐고, 임차료가 무거웠다. 단체가 버스로 들어와 몰아 사던 시절에 맞춘 상품. 지금 오는 손님은 개별이고, 개별 여행자의 하루는 밥에서 시작해 밥으로 끝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이 아울렛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늘어 전체의 23.7%를 차지했고, 이는 2019년 비중의 세 배다.

9.4,595㎡는 1,390평이고 30개 점포로 나누면 한 곳이 46평씩 쓰는 셈법이 되지만, 홀 좌석과 통로와 공용 설비를 빼면 점포 전용면적은 10평에서 15평 사이로 내려간다(이하 추정). 객단가는 냉메밀 11,000원과 반상 17,000원 사이를 잡아 홀 평균 15,000원. 좌석 300석에 영업 11시간, 좌석 회전 8회로 놓으면 하루 2,400명이 앉고 하루 매출 3,600만 원, 연 350일이면 126억 원이 나온다.
10.점포 쪽 손익은 빡빡하다. 백화점 푸드코트의 임차 점포 수수료가 보통 매출의 22%에서 28% 사이이고 재료비가 30% 안팎이다. 월매출 3,500만 원짜리 점포라면 수수료 875만 원, 재료비 1,050만 원, 인건비를 20%로 잡아 700만 원. 남는 875만 원에서 소모품과 카드 수수료와 감가를 빼면 손에 쥐는 몫은 매출의 10%대 초반으로 내려앉는다. 본점에 줄이 서는 브랜드가 이 조건을 받는 이유는 마진이 아니라 노출이다.
11.아울렛 쪽 계산은 반대로 읽어야 한다. 식품관 126억에 수수료 25%면 회수액이 31억이고 평당 연 227만 원인데, 옷을 파는 층은 수수료율 자체가 30%를 넘는 자리가 있어 같은 평수에서 더 뽑는다. 식음을 넓히는 건 그 층에서 돈을 더 벌겠다는 결정이 아니라는 말. 밥 먹는 한 시간 동안 사람을 건물 안에 붙잡아 두고 위층으로 올려 보내는 값을 치르는 쪽에 가깝다.
12.위험은 좌석에 있다. 옷은 행거 한 대에 수십 벌이 걸리지만 밥은 한 사람이 한 자리를 쓰고, 그 자리는 파는 면적이 아니다. 골목시장 콘셉트가 통로를 구부리고 좌판을 세울수록 좌석은 줄어든다. 회전이 목표에 닿으면 끝일까. 하루 2,400명이 지나가는 홀도 낮 12시부터 두 시간과 저녁 여섯 시부터 두 시간에 사람이 몰리고, 나머지 일곱 시간은 좌석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13.계보를 짚으면 원류는 일본의 데파치카(デパ地下)다. 백화점 지하를 식품으로 채워 손님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린다는 발상이고, 국내 백화점도 오래 따라 한 문법. 최근 몇 해는 규모를 키우는 쪽으로 갔다. 강남의 한 백화점은 식품관을 6,000평 가까이 늘리고 그 안의 식당 구역만 밤 10시까지 열어 백화점의 폐점 시간을 깨 버렸다. 지하가 미끼이던 시절이 끝나고 지하가 목적지가 된 것이 지난 몇 해의 변화다.

14.정작 다른 건 경쟁 상대다. 이 식품관의 상대는 광장시장이 아니라 길 건너 두타몰이고, 두 건물이 파는 것은 옷도 밥도 아닌 체류시간이다. 문제는 체류시간이 매출로 자동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 올해 상반기 서울을 찾은 외국인 823만 명이 카드로 5조6,172억 원을 썼으니 한 사람이 68만 원을 쓴 셈인데, 이 돈이 어느 층에서 떨어질지는 밥집이 아니라 위층 매대가 정한다. 지하가 사람을 모아 줘도 위층에 팔 물건이 없으면 식품관은 그냥 밥집 서른 개.

15.도심형 아울렛 하나가 개점 10년 만에 처음 몸을 뜯어 지하 2층 4,595㎡를 9월에 골목시장 모양의 식품관으로 열고, 근거는 이 일대 방문객이 식음료에 37.4%, 패션에 15.3%를 쓴다는 조사 한 줄이다. 이 구조를 국내에 놓으면 설비에서 먼저 걸린다. 여러 업종을 한 홀에 섞으면 점포마다 휴게음식점과 일반음식점으로 인허가가 갈리고, 튀김과 구이가 들어가는 순간 그리스 덕트와 급배기 용량이 층고를 먹는다. 지하 2층에서 이걸 처음부터 계산에 넣지 않으면, 골목을 짓겠다는 도면은 덕트를 피해 다니다 좌석부터 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