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사사즈카역 앞 20평짜리 한 칸에 이름이 둘 걸렸다. 11시부터 14시 30분까지는 닭 육수 라멘집, 16시부터 23시까지는 닭날개 구이집. 전화번호도 둘이다. 삿포로에서 45개 점포를 굴리는 회사가 도쿄에 처음 낸 시험이다.
1.지난 4월 9일 오전 11시, 도쿄 시부야구 사사즈카(笹塚)역 앞 상업시설 프렌테 사사즈카(フレンテ笹塚) 1층에 가게가 열렸다. 정확히는 둘. 11시부터 14시 30분까지는 닭 육수 라멘집 「하쿠케이샤(白鶏舎)」, 16시부터 23시까지는 닭날개 구이 전문점 「토리노이로(トリノイロ)」다. 면적은 20평(66㎡), 좌석 32개. 두 가게가 같은 의자에 손님을 앉힌다.
2.전화번호가 둘이라는 게 이 집의 성격을 보여 준다. 낮은 080-6768-1832, 밤은 03-6407-0077. 간판도 메뉴판도 예약 창구도 갈라 두었고, 남은 공통분모는 주방 하나와 32석, 그리고 임대차계약서 한 장.

3.운영은 이스턴(イーストン). 1971년 9월 삿포로(札幌)에서 시작해 홋카이도·도호쿠·간토에 직영 45개 점포를 굴리는 회사이고(2025년 8월 기준), 이탈리안 「미아 봇카(ミア・ボッカ)」와 야키토리 다이닝 「이타다키 콧코짱(いただきコッコちゃん)」, 생파스타 「무기토타마고(麦と卵)」, 중식과 바까지 열 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일본 외식업이 이모작(二毛作)이라 부르는 이 방식을 회사가 점포에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4.20평에 32석이면 좌석당 2㎡가 조금 넘는다. 주방과 카운터 사이를 막고 있던 유리를 걷어냈고, 카운터 높이는 올렸다. 낮에는 면을 삶는 김이, 밤에는 오븐 열기가 그 틈으로 넘어온다. 영업은 낮 3시간 반과 밤 7시간. 사이에 남는 한 시간 반이 간판을 바꾸는 시간이다.
5.낮 메뉴는 세 가지뿐이다. 도리파이탄, 미소 도리파이탄, 매운 미소 도리파이탄. 전부 950엔. 국산 닭뼈를 오래 고아 낸 국물에 돼지뼈를 조금 섞고 마지막에 블렌더로 공기를 넣는데, 그래서 표면이 거품으로 덮이고 숟가락에 뜨는 촉감이 라멘보다 수프에 가깝다. 면은 가게에서 뽑은 계란면. 레몬과 사과식초를 곁들여 중간에 맛을 바꾸게 해 두었고, 150엔을 더 내면 치즈와 홋카이도쌀을 넣은 리조토밥으로 그릇을 비운다.

6.밤은 튀기지 않는다. 국산 닭날개에 특제 소금과 향신료 가루를 묻혀 오븐에 넣고 천천히 굽는 방식이라, 가게에 차는 냄새가 기름이 아니라 껍질이 마르는 냄새다. 12개에 1,280엔. 넓적다리 가라아게 네 개가 680엔이고 접시에 담는 야키토리가 480엔부터이며, 닭날개에만 맞춘 레몬사워를 따로 만들어 붙였다.

7.임대료는 영업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20평의 월세는 낮에만 장사해도 그대로 나가고 감가상각과 보험료도 같은 방식으로 붙는데, 매출만 영업시간을 따라간다. 이 격차를 좁히는 길은 시간을 더 파는 것 하나뿐이고, 이모작은 그 시간을 다른 이름으로 파는 방식이다.
8.다만 아무 조합이나 되지는 않는다. 낮에 카레를 팔고 밤에 바를 열면 재고가 두 벌, 냉장고와 발주서와 폐기율도 두 벌이 된다. 이 집이 고른 두 업태는 재료가 하나다. 닭뼈로 국물을 뽑고 닭날개를 굽는다. 한 마리를 사서 낮과 밤이 나눠 쓰는 구조라 주문 단위가 커지고 단가가 내려간다.

9.자리도 이 방식에 맞다. 사사즈카는 신주쿠에서 3.6km, 게이오선(京王線) 특급이 선다. 2025년 하루 평균 승하차가 7만 5,711명. 운영사는 이곳을 사무실 상권과 생활 상권이 겹치는 곳이라 설명한다. 낮에는 일하는 사람이 점심을 먹고 밤에는 사는 사람이 술을 마시니, 두 손님이 겹치지 않는 만큼 간판을 나누는 편이 오히려 정확하다.

10.회사가 잡은 예상 객단가는 낮 1,050엔, 밤 3,000엔. 같은 의자에 앉는 사람인데 왜 세 배 가까이 벌어지나. 라멘은 원가율이 낮고 회전이 빠른 대신 한 사람이 쓰는 돈이 눌리고, 술을 파는 가게는 그 반대다. 객석 하나가 손익계산서를 둘 갖는다.
11.숫자를 세워 본다. 공개된 매출이 없어 아래는 추정이다. 낮 3시간 반에 32석이 세 번 돌면 96명, 1,050엔을 곱해 10만 800엔. 밤 7시간에 1.8회전이면 58명, 3,000엔을 곱해 17만 4,000엔. 합치면 하루 27만 4,800엔이고 연중무휴라 한 달에 824만 엔, 100엔을 940원으로 치면 7,700만 원 안팎이다.
12.평당으로 내리면 월 41만 엔. 임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역 앞 상업시설 1층을 평당 월 3만 엔으로 놓으면 20평에 60만 엔이고, 매출 대비 7.3%가 된다. 낮만 돌렸다면 같은 60만 엔이 19.8%, 밤만 돌렸다면 11.5%. 이모작이 사는 자리가 이 세 숫자 사이에 있다.
13.대신 사람이 길게 붙는다. 11시에 열어 23시에 닫으면 문이 열려 있는 시간만 열두 시간이고 준비와 마감을 넣으면 열네 시간에 가까워지니, 한 팀으로는 못 돌린다. 주방 기물도 두 벌이 필요하다. 제면기와 육수 솥과 오븐이 20평 안에 같이 들어가야 하므로 객석은 32석에서 더 늘지 않는다.
14.하쿠케이샤라는 이름 자체가 남의 시간에서 태어났다. 원래 이 브랜드는 같은 회사의 야키토리 다이닝 이타다키 콧코짱의 점심시간을 빌려 라멘을 팔던 가게였고, 저녁이 되면 그 자리는 다시 야키토리집으로 돌아갔다. 도쿄에서는 그 관계가 뒤집혔다. 이번에는 하쿠케이샤가 낮을 갖고 밤을 다른 이름에 넘긴다.

15.이 자리에 있던 가게도 이 회사 것이었다. 2020년 7월 30일 같은 주소에서 문을 연 생파스타집 무기토타마고. 홋카이도 밀과 자사 브랜드 계란을 쓰는 집이었고, 낮과 밤을 한 업태로 다 먹으려던 구성이었다. 그리고 사사즈카를 연 지 12일 뒤인 4월 21일, 회사는 삿포로 아쓰베쓰미나미(厚別南)에 하쿠케이샤 첫 단독점을 냈다. 빌려 쓰던 브랜드를 도쿄에서는 둘로 쪼개고 삿포로에서는 혼자 세운 것이다.

16.20평 한 칸에서 낮에는 950엔짜리 라멘이 팔리고 밤에는 3,000엔어치 술상이 차려진다. 두 장사를 합쳐 월 824만 엔을 잡으면 임대료 부담이 7%대로 내려가는데, 낮만 열었을 때의 19.8%와 견주면 같은 면적이 다른 물건이 된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상호다. 영업신고는 한 장소에 하나이고 거기 적힌 상호가 간판과 영수증과 배달앱에 그대로 나가므로, 같은 사업자가 시간대별로 이름을 바꿔 달려면 하나를 신고 상호로 두고 나머지를 브랜드로 병기해 풀어야 한다. 사업자를 둘로 나눠 주방을 나눠 쓰는 쪽은 2022년 6월 시행령에 들어온 공유주방 운영업 등록이 따로 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