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강남역에서 걸어 3분 거리의 지상 3층 건물 한 채가 통째로 치킨집이 됐다. 1층에서는 로봇이 튀기고 2층에서는 조각을 골라 먹고 3층에서는 떡볶이에 생맥주를 판다. 가맹점 2,200개를 둔 브랜드가 3년을 준비해 낸 직영 한 곳.
1.다이닝브랜즈그룹의 치킨 브랜드 bhc가 8월 4일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지상 3층짜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1997년 문을 연 이 브랜드가 처음 내는 직영 플래그십이고, 기획에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틀 전 사전 개장 행사에 들어온 인원은 130명. 신청은 1,000명을 넘겼다.
2.층마다 파는 것이 다르다. 1층은 포장과 간편식, 2층은 앉아서 먹는 1인 식사, 3층은 술을 붙인 모임. 노란 타공 금속으로 감싼 파사드에 THE ONE AND ONLY BYULHANA CHICKEN을 붙였고, 그 오른쪽 끝에는 배달 픽업 창구를 따로 뚫었다. 홀을 크게 열면서 배달을 놓지는 않았다는 표시. 가맹점 2,200곳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고 직영으로 냈고, 회사는 이 매장을 테스트베드라 부른다.

3.1층에 들어서면 튀김기 앞에 사람 대신 기계가 서 있다. 튀봇이다. 양념 묻힌 닭을 넣으면 바스켓을 내리고 흔들고 기름을 터는 데까지 혼자 한다. LG전자 자회사인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와 함께 만들어 전국 40개 매장에 넣어 둔 물건인데, 세운 자리가 주방 안이 아니라 손님이 들여다보는 유리 앞.

4.2층 메뉴판은 조합표에 가깝다. 크리스픽이라는 이름으로 부위와 튀김 방식, 크기, 시즈닝, 디핑소스를 각각 고르게 해 두었고 회사는 조합이 3,000가지를 넘는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치킨과 밥, 샐러드, 버거를 한 그릇에 담은 1인용 박스가 붙는다. 한 마리를 시켜 나눠 먹던 단위를 조각으로 쪼갠 것.

5.튀김 기름은 냄새가 멀리 간다. 1층 문이 열릴 때마다 밀가루 옷이 기름에 닿아 부푸는 마른 냄새가 인도까지 나가고, 바스켓이 기름을 터는 소리가 그 뒤를 따라 나온다. 사람이 흔들면 박자가 흐트러지는데 기계는 안 흐트러진다. 지나가던 사람을 그 앞에서 한 번 멈추게 하는 것이 이 유리의 일.

6.3층은 냄새가 반대다. 국물 떡볶이와 어묵탕이 올라오는 층이라 기름 대신 고춧가루와 멸치 육수가 깔리고, 잔 부딪히는 소리가 그 위에 얹힌다. 골뱅이무침, 먹태구이, 닭목살 튀김, 김치볶음밥까지 안주가 여덟 가지. 개점 첫 주에 이 매장을 찾은 손님의 약 30%가 외국인이었고, 주말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온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7.회사가 붙인 이름은 올데이 치킨. 저녁에 한 마리를 시키던 소비를 낮으로 옮기겠다는 뜻인데, 이 실험이 건드린 결핍은 점심이 아니다. 치킨을 파는 사람의 하루가 저녁 여섯 시부터 자정까지로 눌려 있다는 것, 매출 대부분이 그 여섯 시간에 몰린다는 것이 문제. 같은 임대료를 내고 같은 주방을 낮 내내 놀리면서. 시간을 늘리는 쪽이 자리를 늘리는 쪽보다 싸다.

8.외국인 비중도 우연이 아니다.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은 드라마와 예능을 타고 이미 팔려 나간 상품인데, 정작 서울에 온 관광객이 그걸 앉아서 먹을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배달을 전제로 만든 좁은 점포이거나 술집이었으니까.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도 사정이 비슷했다. 한 마리는 최소 두 사람을 전제한 단위다.

9.2024년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31,397개로 1년 새 5.3% 늘었다. 그동안 점포 한 곳의 연매출은 2억 7,960만 원, 사실상 제자리였다. 가게 수는 늘고 한 가게가 파는 양은 그대로인 시장에서 브랜드가 새로 팔 것을 찾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점포를 더 내거나, 한 점포가 여는 시간을 늘리거나.
10.월로 치면 2,330만 원. 이 업종은 매출의 75.7%가 배달 플랫폼에서 나오고, 배달 매출 가운데 24.0%가 수수료로 빠진다. 치킨은 프랜차이즈 업종 가운데 배달 의존이 가장 높은 축이라, 플랫폼 요율이 바뀔 때 가장 먼저 흔들린다.
11.두 비율을 곱하면 월 423만 원이 플랫폼으로 간다. 같은 점포가 남기는 영업이익은 월 151만 원. 내는 쪽이 남기는 쪽의 두 배를 넘는다. 점주가 배달 한 건을 받을 때마다, 자기가 남길 몫보다 큰 돈이 중개로 먼저 빠져나간다.
12.이 비율은 계속 올라갔다. 배달 매출 대비 수수료 비중은 2023년 10월만 해도 17.1%였고, 점포 영업비용에서 배달 수수료가 차지하는 몫은 10.8%까지 왔다. 치킨집 인건비보다 배달비가 더 든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요율은 점주가 정하지 않는다.

13.그래서 홀에서 파는 한 마리와 배달로 파는 한 마리는 값이 같아도 남는 돈이 다르다. 2만 원짜리를 홀에서 팔면 4,800원이 안 나간다. 그럼 그 자리에 뭐가 들어오나. 좌석과 임대료와 홀 인력. 강남역 상권은 대로변 1층을 3.3㎡당 월 200만 원 위로 부른 적이 있는 동네이고, 도보 3분 이면이라 해도 이 교환을 가볍게 만들지는 못한다. 면적과 좌석 수, 임차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14.그러니 이 매장은 손익을 맞추려고 연 것이 아니다. 회사는 버거처럼 여기서 검증한 메뉴를 가맹점에 순차로 넘기겠다고 밝혔고, 2호점 후보로는 핵심 상권과 백화점, 복합쇼핑몰을 보고 있다. 그룹이 2025년 별도 기준으로 낸 실적은 매출 6,147억 원에 영업이익 1,645억 원. 직영 한 곳의 적자를 감당할 여력은 있고, 회수는 2,200개 점포에서 난다.

15.이 문법을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대표 이력에 적혀 있다. 송호섭 대표는 스타벅스코리아를 매출 2조 원대로 키운 사람이고, 스타벅스는 대형 직영 매장으로 브랜드 경험을 파는 회사. 매장에 1960년대 별 하나 치킨 감성을 입혔다는 설명도 같은 계통이다. 다만 이 브랜드는 1997년 별하나치킨으로 시작해 2000년에 지금 이름이 됐으니, 1960년대는 회사가 겪은 시간이 아니라 고른 시간이다.

16.다만 스타벅스와 치킨은 소유 구조가 다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점포가 전부 직영이라 플래그십에서 쓴 돈을 본사가 그대로 흡수하지만, 여기는 2,200개가 남의 가게다. 8월 4일 문을 연 3층 건물에서 검증한 메뉴와 장비는 결국 점주가 돈을 내고 받아야 하고, 점포 한 곳이 한 달에 남기는 151만 원이 그 판단의 기준이 된다. 배달 수수료를 홀 임대료와 홀 인력으로 바꾸는 거래는 강남역에서 잘 성립하지 않는다. 회사가 다음 자리로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을 꼽은 것도 그래서일 텐데, 몰의 임차료는 매출에 연동돼 손님이 없는 달에 같이 내려가고 강남역 월세는 안 내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