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지하 통로와 붙은 서점 건물 지하 2층, 250평. 5월에 문을 연 뷔페가 개점 80일 만에 6만 명을 받았다. 평일 점심 23,900원에 메뉴는 130종. 이 가게를 만든 회사의 본업은 급식이다.
1.서울 종로 청계천로, 영풍문고가 든 건물 지하 2층에 뷔페 테이크(TAKE)가 5월 1일 문을 열었다. 823㎡, 250평. 1호선 종각역 지하 통로와 그대로 이어져 있어 비가 와도 지상으로 나올 일이 없다.

2.만든 곳은 아워홈. 회사와 학교 구내식당을 채워 온 급식 회사이고, 소비자에게 직접 값을 받는 매장으로는 이 브랜드가 처음. 개점 80일 만에 누적 6만 명을 받았다고 회사는 밝힌다. 하루 750명꼴.

3.들어가면 요리 종류가 아니라 나라 이름이 붙어 있다. AMERICA, ITALY, SPAIN, JAPAN. 객석 구역에도 ROME이나 TOKYO 같은 팻말이 기둥에 걸린다. 메뉴가 130종이라는 사실을 손님이 세지 않고도 알게 만드는 방식.

4.카운터는 홀 양쪽 벽을 따라 길게 붙였고 가운데를 비웠다. 접시를 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돌게 만든 배치인데, 통로 한가운데 놓인 팝업 카운터가 그 흐름을 한 번 끊는다. 130명이 동시에 먹고 동시에 일어나 접시를 뜨러 가는 업태라, 통로 폭이 그대로 대기 시간.

5.홀 가운데 기둥 하나는 구리색 철판으로 통째 감싸고 유리창을 냈다. 그 안에서 포르케타(porchetta) 두 덩이가 쇠꼬챙이에 꿰인 채 천천히 돈다. 껍질이 부풀어 갈라지고 기름이 아래 트레이로 떨어지면서 나는 냄새가 홀의 바탕 냄새가 된다. 뷔페의 오래된 약점은 접시마다 냄새가 섞여 아무것도 또렷하지 않은 것인데, 냄새 하나를 세게 세워 두면 나머지가 그 아래로 정렬한다.
6.그릴 옆 간판에는 GOLDEN TICKET이라고 적혀 있다. 포르케타와 치킨스테이크는 그 칸에서만 나오고 9,900원을 더 받는다. 무제한이라고 써 붙인 가게 안에 값이 따로 붙은 칸이 하나.


7.접시는 흰색 한 종류다. 텍사스식 훈제 립과 풀드포크 타코 옆에 마라샹궈와 인도식 커리가 놓이고, 강릉 해물짬뽕순두부는 주문을 받아 그 자리에서 낸다. 짠맛과 매운맛이 번갈아 오니 물을 자주 집게 되고, 생맥주와 와인은 한 잔 3,900원.

8.좌석은 최대 130석. 하루 750명이면 한 자리가 5.8번 팔린다. 뷔페의 회전은 주방이 내는 속도가 아니라 문 앞에 선 줄이 만든다.
9.평일 점심이 주력이고 저녁과 주말이 값을 끌어올린다. 섞어서 1인 27,000원으로 잡으면 하루 2,000만 원, 한 달 6억 원 안팎이 된다. 회사가 공개한 건 가격표까지이니 여기부터는 추정.
10.250평으로 나누면 평당 월 240만 원쯤 된다. 서울 도심 식당에서 흔한 숫자가 아니다. 임차료가 매출의 10%를 넘으면 위험하다는 업계 셈법을 대면, 종로 한복판 지하 2층이라는 자리가 그 안에 들어온다.

11.뷔페의 약점은 원가율이다. 일반 식당의 식재료비가 매출의 35~40%인 데 비해 뷔페는 50%까지 올라간다. 값을 그대로 두고 원가를 어디서 줄이나. 급식을 매일 짜는 회사가 받는 매입 단가와 매장 하나가 받는 단가는 같을 수 없고, 소스와 육가공품을 직접 만들어 넣는다는 설명도 같은 이야기.
12.이 매장 하나가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1%에 못 미친다. 그런데도 2호점이 잡혀 있다. 10월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에 240석짜리. 급식 수주는 상호가 안 보이는 사업이고, 뷔페는 손님이 이름을 외우는 자리.

13.종로는 점심 인구가 두껍고 저녁이면 빠지는 상권이다. 광화문과 을지로에서 걸어오는 직장인이 낮을 채우고, 인사동과 청계천을 도는 여행객이 오후를 메우며, 주말에는 가족이 온다. 평일 점심 대기가 60팀을 넘고 기다림이 90분에 이른다는 보도가 그 줄의 길이를 말해 준다.

14.2만 원대에서 130종을 고르는 경험은 값이 아니라 선택지를 파는 것이다. 회식에서 메뉴가 안 정해지는 문제, 아이와 노인이 같이 먹을 게 없는 문제를 한 번에 지운다. 40대 직장인의 말을 옮긴 기사는 여러 나라 음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팀 만족도가 높다고 적었다. 뷔페가 파는 건 음식이 아니라 합의.

15.패밀리 레스토랑 뷔페는 값을 낮춰 겨루다 매장을 접어 왔다. 애슐리퀸즈의 평일 점심이 19,900원이고, 빕스는 룸을 넓혀 단체를 잡는 쪽으로 갔다. 테이크는 그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4,000원을 더 받았다. 한화 김동선이 아워홈을 인수한 뒤 파이브가이즈(Five Guys)를 팔고 로봇 파스타를 접는 동안, 새로 세운 건 자기 회사가 가장 잘하는 재료로 만든 브랜드.
16.급식으로 큰 회사가 지하 2층 250평에서 하루 750명을 받는다. 한 자리가 5.8번 팔리는 숫자는 뷔페에서 흔치 않고, 그걸 만든 건 인테리어가 아니라 매입 단가.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여기서 먼저 걸린다. 뷔페의 식재료비는 매출의 절반까지 가는데, 그 절반을 눌러 줄 조달은 매장 하나짜리가 살 수 없는 물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