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오마카세 15품에 4,400엔. 긴자 시세의 5분의 1이고, 일본 스시집 평균 객단가 4,500엔보다 100엔 싸다. 카운터 여덟 자리를 하루 두 번 돌리는 이 상자를 오사카의 한 회사가 1년 반 만에 여덟 개 찍어 냈다. 다음 목표는 5년에 200곳.
1.9월 1일, 오사카 주오구 히가시신사이바시(東心斎橋) 2-1-13 닛포 점보빌딩 1층에 스시 코키(鮨 康樹)가 문을 열었다. 니기리와 직접 만든 양념, 접시 요리에 디저트까지 묶어 15품을 내고 값은 4,400엔. 세금까지 넣은 값이고 음료는 따로 받는다.
2.완전예약제에 2부제로 돈다. 첫 부는 17시 30분에 앉아 19시 30분에 일어나고, 둘째 부가 20시에 시작해 22시에 끝난다고. 주방에 서는 오야마 야스키(小山康樹)는 츠지조(辻調) 오사카를 나와 프렌치와 이탈리안, 파티스리, 비스트로, 일식을 거쳤고 미쉐린 3스타 주방에서 수련했다. 그런 이력을 4,400엔짜리 코스에 붙였다.

3.같은 설계의 가게가 여덟 개. 운영사 주식회사 881(株式会社881)은 지난해 4월 17일에 만들어진 회사인데, 도쿄와 오사카에 이미 여덟 곳을 굴린다. 스시 야마토(鮨大和)·스시 카즈에(鮨和恵)·스시 타츠키(鮨龍来)·스시 코키. 상호가 전부 그 카운터에 서는 사람의 이름이고, 2024년 6월에 연 첫 집 야마토는 예약이 반년 밀려 있다.

4.공간은 단순하다. 지난해 말 기타신치(北新地)에 연 스시 타츠키가 카운터 여덟 자리였고, 사진으로 보이는 다른 점포도 열 자리 안팎. 홀도 룸도 없고 대기 공간도 없다. 조리대 뒤에 밥솥이 그대로 올라와 있고 손님은 그 밥솥 너머에 앉는다.
5.코스는 프렌치 도구를 스시 위에 얹는 방식. 연어 니기리 위에 흰 거품을 한 숟갈 올리고 붉은 열매를 하나 박는다. 거품이 혀에서 먼저 꺼지고 그 뒤에 기름과 밥의 온도가 따라온다. 접시 요리로는 가다랑어를 살짝 익혀 붉은 베리 소스에 얹고 포도와 어린 잎을 곁들인다.

6.타츠키의 마지막 접시는 라멘. 그날 손질하고 남은 생선 뼈와 자투리로 국물을 뽑아 무한리필로 낸다. 시그니처로 내세우는 것도 화려한 재료가 아니라 사카사이나리(逆さいなり)다. 유부초밥을 뒤집어 쥐는 한 점인데, 셰프 니시 다쓰키(西龍来)가 할머니에게 배운 것이라고 한다. 원가가 낮은 재료로 코스의 앞뒤를 채운다.

7.값의 자리가 이 장사의 전부다. 일본 스시집 평균 객단가가 4,500엔. 긴자와 아카사카의 오마카세가 2만에서 3만 엔을 받고, 젊은 셰프가 여는 가게도 8,800엔부터 시작한다. 4,400엔은 오마카세 시세의 아래가 아니라 동네 스시집 밥값의 자리다.
8.오마카세를 막는 건 값만이 아니다. 얼마가 나올지 모른다는 것, 무엇이 나올지 물어보기 껄끄럽다는 것, 옷을 갖춰 입어야 할 것 같다는 것. 값을 미리 못 박고 예약할 때 결제까지 끝내면 그 셋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그래서 처음 카운터에 앉아 보는 손님이 온다.

9.예약 대기는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신사이바시의 스시 카즈에에서 50팀 100명을 무료로 초대했다. 응모 방법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881」이라고 댓글을 다는 것이었고 당첨자는 실시간 방송으로 발표했다. 카즈에의 주방장 도요시마 가즈에(豊島和恵)는 미쉐린에 5년 연속 이름을 올린 여성 스시 장인.

10.여덟 자리를 하루 두 번 채우면 열여섯 명, 한 달 26일이면 416명. 4,400엔을 곱하면 월 183만 엔. 좌석도 회차도 고정이라 이 위는 없다. 업계 표본으로 흔히 쓰는 25평 18석 스시집의 월매출이 421만 엔. 매출로만 보면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11.스시집 업계 평균은 원가율 45%에 인건비율 23%, 임차료가 매출의 8~10%. 183만 엔에서 재료비 82만, 임차료 18만, 그 밖의 경비 22만을 빼면 61만 엔이 남는다(추정). 다만 이 61만은 주인이 직접 카운터에 섰을 때의 숫자다. 사람을 하나 쓰면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12.그럼 어디서 남기나. 스시는 아니다. 15품에 4,400엔이면 재료비 한도가 2,000엔 남짓, 한 품에 130엔대. 코스 사진에 연어와 붉은 살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반면 술은 원가율이 30% 안팎이라 손님 한 명이 1,500엔어치를 마시면 한 달에 40만 엔 넘게 붙는다. 회사가 내건 「점주 연수입 1,000만 엔」은 밥이 아니라 잔에서 나온다.

13.싼 스시는 일본에서 두 번 만들어졌다. 한 번은 회전 레일. 그 시장이 8,318억 엔에 4,270개 점포로 커졌다. 또 한 번은 서서 먹는 스시였고 미쉐린 목록에까지 올랐다. 881이 세 번째로 건드린 건 재료도 조리도 아니라 손님이 앉아 있는 시간이다. 두 시간을 정확히 끊고 그 두 번으로 하루를 닫는다.

14.그런데 이 회사가 파는 물건은 스시가 아니다. 자본금 350만 엔짜리 법인이 프랜차이즈 모집 페이지를 따로 열어 두고 최단 개업 1개월, 5년 200점포, 점주 연수입 1,000만 엔을 적어 놓았다. 스시집 하나 여는 데 보통 3,000만 엔이 들고 회수에 6년이 걸린다. 여덟 자리 카운터는 그 숫자를 줄이려고 설계된 상자이고, 진짜 상품은 그 상자의 주인 자리다.

15.이 상자를 받쳐 주는 건 값도 조리도 아니라 사람의 공급. 도쿄스시아카데미(東京すしアカデミー)가 2002년에 문을 연 뒤로 2개월에서 6개월 만에 카운터에 세우는 학교가 여럿 생겼고, 스무 해 수련이라는 전제가 이미 무너졌다. 그 졸업생을 받아 이름을 간판에 걸어 주고 상자를 파는 것이 881의 일이다.
16.한국에서 무너진 건 값이 아니라 그 중간 자리였다. 점심 8만 원, 저녁 15만 원을 받던 스시집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이유는 그 돈이면 일본에 다녀온다는 계산이었다. 4,400엔짜리 코스는 그 계산의 반대편에서 손님을 받는 가게다. 같은 값을 국내에서 매기려면 재료비보다 사람에서 먼저 막힌다. 2개월 만에 카운터에 세우는 학교도, 그 사람에게 자기 이름을 간판으로 내주는 회사도 아직 없다. 여덟 자리 카운터는 주인이 직접 서야 겨우 한 사람 몫을 남기는 상자이고, 그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순간 이 계산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