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후시미의 오래된 상점가에 20석짜리 이탈리안이 9월 1일 문을 열었다. 아케이드 지붕도 없고 관광 동선에서도 비켜 있는 거리다. 런치 코스는 2,200엔. 같은 구성을 시조카와라마치에서 먹으면 3,000엔에 가깝다. 그 차액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도면이 아니라 임대료 명세에 적혀 있다.
1.9월 1일, 교토시 후시미구의 후로야초 상점가(風呂屋町商店街)에 이탈리안 한 곳이 열렸다. 상호는 TURA. 게이한(京阪) 후시미모모야마역과 긴테쓰(近鉄) 모모야마고료마에역 사이, 걸어서 몇 분 거리다. 자리는 원래 신발 가게였고 안을 전부 걷어냈다. 좌석은 20석 남짓, 주방을 마주 보는 카운터에 테이블을 몇 개 붙인 구성.
2.주방에 서는 사람은 교토 이탈리안의 원류로 불리는 IL PAPPALARDO에서 요리장을 지냈다. 히가시야마 시치조의 장작가마 피자집이고 2014년과 2015년 미쉐린 빕구르망에 올랐던 곳. 자기 가게를 준비하는 동안 디저트 가게에서 따로 배웠다고 한다.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3.값은 두 갈래로 걸었다. 런치는 11시 30분에 열어 14시에 닫고, 프란초 A가 2,200엔. 전채 모둠과 파스타, 직접 구운 빵, 디저트, 커피까지 붙는다. 여기에 메인 한 접시를 얹으면 프란초 B 3,850엔. 디너는 17시 30분부터 21시까지, 아라카르테로만 받는다고.

4.안으로 들어가면 카운터가 조리대를 향해 놓여 있다. 혼자 온 손님이 앉아 불을 보는 자리이고, 상점가의 저녁 손님은 대체로 혼자거나 둘이다. 신발 가게의 진열 선반이 있던 벽면은 비웠고, 좁고 긴 평면을 그대로 살렸다. 20석이 들어가는 면적이면 15평에서 18평 사이.

5.메뉴에 숯불이 들어가 있다. 숯에 올린 고기는 표면의 물기가 먼저 마르면서 소리가 바뀌고, 그 소리가 카운터 손님 귀에 그대로 닿는다. 간 파테와 직접 만든 샤퀴테리도 함께 오른다. 둘 다 하루 이틀 앞서 만들어 두는 물건. 주문이 들어온 뒤의 손이 짧다.

6.파스타는 아마트리치아나와 카초에페페가 걸려 있다. 둘 다 로마 향토 요리이고, 재료가 적어 원가가 낮은 대신 만드는 사람의 손이 그대로 드러난다. 카초에페페는 치즈와 후추, 면수만으로 소스를 잡는데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치즈가 뭉친다. 고기는 시만토(四万十) 돼지와 소, 양, 오리.

7.이 동네는 술을 만드는 동네다. 후시미(伏見)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청주 산지이고 양조장 15곳이 오테스지 상점가 일대에 모여 있다. 겟케이칸(月桂冠)과 기자쿠라(黄桜)의 기념관이 걸어서 갈 거리에 있고, 관광객은 그 양조장을 보러 온다. 술을 만드는 자리 옆에 술안주가 늘어선 가게가 서는 건 자연스러운 순서다.
8.다만 그 관광객이 이 거리까지 오지는 않는다. 오테스지 상점가는 동서 400m에 114개 점포가 붙어 하루 2만 5,000명이 지나는 아케이드 거리인데, TURA가 있는 후로야초는 그 서쪽 끝이고 지붕이 없다. 같은 상점가 안에 직업안내소가 들어와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관광 동선의 가장자리이자 생활 동선의 한복판이다.
9.그러면 손님은 누구인가. 이 가게가 2,200엔을 매긴 자리를 보면 답이 나온다. 상점가의 보통 런치가 1,000엔 안팎이니 배가 넘고, 시조카와라마치의 이탈리안 런치 코스가 2,970엔에서 5,000엔이니 그보다 아래다. 동네에서는 비싸고 중심가에서는 싼 가격을 골랐다.
10.그 가격이 성립하는 이유는 명세서의 다른 줄에 있다. 교토 중심부 노면 점포의 임대료가 평당 월 2만 엔에서 7만 엔, 번화가는 5만 엔을 넘긴다. 교외로 나가면 평당 1만 엔에서 2만 엔으로 떨어진다. 후시미는 뒤쪽이다.
11.17평을 기준으로 잡으면 후시미는 월 25만 엔 안팎, 시조카와라마치는 68만 엔 언저리다(추정). 차이가 43만 엔. 런치를 하루 20명씩 25일 받으면 500명이고, 한 사람에게 800엔을 깎아 주는 데 40만 엔이 든다. 두 숫자가 거의 겹친다.

12.매출을 세워 보자. 런치 2.5시간에 20석, 코스 손님의 체류가 한 시간을 조금 넘으니 하루 20명에서 26명. 디너는 3.5시간에 아라카르테라 체류가 길어 16명에서 24명. 런치 객단가를 2,700엔, 디너를 와인 두 잔까지 넣어 6,500엔으로 잡으면 하루 15만 엔에서 22만 엔이 나온다. 문 연 지 나흘 된 가게이니 아래쪽. 월 400만 엔 언저리로 잡는 편이 안전하다.
13.일본 이탈리안의 기준값은 재료비 32%에 인건비 28%, 둘을 합친 FL이 60%다. 임차료는 매출의 10% 이내를 놓고 본다. 400만 엔 매출에 임차료 25만이면 6.3%로 여유가 크고, 남는 돈이 95만 엔. 같은 가게를 중심가에 놓으면 이 자리가 52만 엔으로 줄고, 그때는 런치를 2,200엔에 팔 수 없다.
14.손익분기도 낮게 잡힌다. 임차료 25만에 홀 인건비 60만, 나머지 고정비 20만을 더하면 월 105만 엔이 고정으로 나가고, 재료비를 포함한 변동비가 매출의 37%. 그러면 월 167만 엔에서 손익이 갈린다. 하루 6만 7,000엔, 손님으로 치면 20명이다. 좌석 절반을 채우면 넘어간다는 계산.

15.교토에서 이탈리안이 독립하는 길은 오래 하나였다. 중심가에 작은 카운터를 얻고 객단가를 1만 엔 위로 올려 예약을 채우는 방식이고, IL PAPPALARDO가 있는 히가시야마 일대가 그 무대다. TURA는 그 길을 안 갔다. 대신 값을 낮추고 손님 수로 받는 쪽을 골랐는데, 위험이 따라온다. 상점가 상권은 저녁 7시가 넘으면 사람이 빠지고, 후시미의 밤은 중심가보다 훨씬 이르게 끝난다. 디너 회전이 하루 한 번을 못 넘기면 위 계산은 그대로 무너진다.

16.디저트를 따로 배우고 온 것도 이 계산 안에 있다. 2,200엔짜리 런치에 디저트와 커피를 넣고도 손해가 안 나려면 그 두 품목을 밖에서 사 오지 않아야 하고, 사 오지 않으려면 만들 줄 알아야 한다. 파스타를 쥐던 사람이 개업 전에 반죽과 크림을 다시 배운 배경.


17.미쉐린에 오르던 집의 요리장이 관광 동선 밖으로 나가 신발 가게 자리를 얻었고, 임대료에서 아낀 월 43만 엔을 런치 가격표로 넘겼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임대료보다 권리금에서 먼저 걸린다. 오래된 근린 상권일수록 자릿값이 보증금이 아니라 권리금 쪽에 실려 있어서, 월세를 3분의 1로 깎아도 초기 자금이 그만큼 앞당겨 나간다. 여기에 근린 상권의 저녁이 일찍 끝나는 문제가 겹치면, 좌석 절반으로 손익이 갈리는 계산은 런치에만 성립하고 디너에서는 다시 세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