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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동 화곡로66길 · 간판에 「흑돼지 구이 & 곰탕 전문점」, 오른쪽 유리창에 Black Pork Bistro. 문 앞에 OPEN 입간판이 서 있다. ⓒ경향신문
등촌동 화곡로66길간판에 「흑돼지 구이 & 곰탕 전문점」, 오른쪽 유리창에 Black Pork Bistro. 문 앞에 OPEN 입간판이 서 있다. ⓒ경향신문
데일리 다이닝

삼겹살을 안 파는 고깃집이 15평에서 흑돼지 세 품종을 굽는다 (서울·흑돼지 구이)

2026.09.06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15평짜리 고깃집 차림표에 삼겹살이 없다. 대신 앞다릿살 한 부위를 흑돼지 세 품종으로 나눠 판다. 30년을 식품 MD로 산 사람이 첫 가게를 내면서 부위표부터 다시 짠 결과다. 도매 시세로 삼겹살은 kg당 2만 3,000원대, 앞다리는 1만 1,000원대. 그 차이가 이 가게의 손익표 첫 줄이다.

1.서울 강서구 등촌동 화곡로66길, 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서 걸어 3분 거리의 1층이다. 길 건너에 대형마트가 있고 영화관도 걸어서 몇 분 거리다. 검은 외벽에 흰 획으로 「ㅊ」을 크게 붙였고 그 위 간판이 흑돼지 구이 & 곰탕 전문점이다. 상호는 칠흑. 문을 연 것은 2025년 3월.
2.주방에 서는 사람은 김진영. 식품 MD로 30년을 일했고 신문에 시장과 제철 재료 이야기를 5년 연재한 뒤 이 가게를 첫 식당으로 냈다. 본인이 붙인 이름은 흑돼지 편집숍. 고기를 부위로 고르는 가게가 아니라 품종으로 고르는 가게라고 설명한다.
주방 · 김진영 대표. 위 선반에 곰탕용 뚝배기가 쌓여 있고 오른쪽 카운터에 소금 통과 후추 그라인더가 놓였다. ⓒ경향신문
주방김진영 대표. 위 선반에 곰탕용 뚝배기가 쌓여 있고 오른쪽 카운터에 소금 통과 후추 그라인더가 놓였다. ⓒ경향신문
3.저녁 차림표에 오르는 흑돼지는 셋. 제주 재래종을 바탕으로 만든 난축맛돈, 지리산에서 기르는 버크셔K(Berkshire K), 국내 재래돼지와 개량종을 붙여 만든 우리흑돈이다. 셋을 한 접시에 나란히 담아 내는 것이 이 집의 기본 차림. 올라가는 부위는 앞다릿살 하나뿐. 1인분 170g에 1만 4,000원이고 혼자 한 접시만 시켜도 받는다.
한 접시에 세 품종 · 왼쪽부터 무늬가 다르다. 부위는 셋 다 앞다릿살이고 다른 것은 품종뿐이다. ⓒ경향신문
한 접시에 세 품종왼쪽부터 무늬가 다르다. 부위는 셋 다 앞다릿살이고 다른 것은 품종뿐이다. ⓒ경향신문
4.불판은 부탄 버너 위에 올린 무쇠 사각판이다. 얇게 저민 앞다릿살을 얹으면 가장자리 지방이 먼저 투명해지고 가운데 살은 뒤늦게 색을 잃는다. 그 시점을 지나면 앞다릿살은 금세 뻣뻣해진다. 고기를 바싹 익혀야 한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그는 말한다. 인분을 밭에 뿌리던 시절에 생긴 습관이라는 것.
불판 · 지방 쪽이 먼저 투명해진다. 앞다릿살은 이 구간을 넘기면 되돌릴 수 없다. ⓒ경향신문
불판지방 쪽이 먼저 투명해진다. 앞다릿살은 이 구간을 넘기면 되돌릴 수 없다. ⓒ경향신문
5.점심은 국물이다. 뒷사태를 한 시간 20분 끓이고 굳은 라드를 걷어 낸다고 매체는 전한다. 그릇에 담기면 설렁탕처럼 뽀얗지 않고 닭 육수에 가깝게 맑다. 파 몇 조각 말고는 손댄 자국이 없어서 짠맛은 손님이 새우젓으로 맞춘다. 1년 6개월 숙성한 국내산 새우젓.
돼지곰탕 1만 1,000원 · 국물이 뽀얗지 않다. 뒷사태만 넣고 끓여 라드를 걷어 낸 결과다. ⓒ경향신문
돼지곰탕 1만 1,000원국물이 뽀얗지 않다. 뒷사태만 넣고 끓여 라드를 걷어 낸 결과다. ⓒ경향신문
6.홀 한쪽 벽이 통째로 주방 창구다. 창구 위에 「칠흑 같이 깊은 풍미」를 붙여 놓았고, 그 아래로 대표가 고기를 손질하는 손이 손님 자리에서 그대로 보인다. 좌석은 20개, 홀은 15평. 주방을 감출 자리가 애초에 없다. 온장고를 두지 않아 밥은 주문을 받고 나서 짓고 공깃밥에 값을 따로 매기지 않는다.
창구 · 벽에 붙인 글씨 아래가 그대로 주방이다. 손질하는 손이 홀에서 보인다. ⓒ경향신문
창구벽에 붙인 글씨 아래가 그대로 주방이다. 손질하는 손이 홀에서 보인다. ⓒ경향신문
7.흑돼지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팔렸다. 그런데 그게 어떤 돼지인지 알려 주는 가게가 얼마나 있었을까. 산지 표시가 품종 표시 자리를 오래 대신 채워 왔다. 손님은 접시 위 고기가 무슨 돼지인지 모른 채 값을 더 냈고, 비교할 방법이 없으니 비싼 이유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 빈칸이 이 가게의 상품이 됐다.
8.품종을 골라 먹게 하려면 부위가 하나로 묶여야 한다. 삼겹살과 목살까지 세 품종씩 깔면 아홉 칸이 되고 15평 냉장고가 감당하지 못한다. 앞다릿살로 고정하는 순간 재고는 셋으로 줄고 손님이 견주는 축도 품종 하나만 남는다. 좁아서 어쩔 수 없이 고른 조건인데, 그게 그대로 상품 설계가 됐다.
한 상 · 김치찌개와 새싹채소 겉절이, 고춧가루를 얹은 새우젓. 후추 말고는 국내산으로 맞췄다. ⓒ경향신문
한 상김치찌개와 새싹채소 겉절이, 고춧가루를 얹은 새우젓. 후추 말고는 국내산으로 맞췄다. ⓒ경향신문
9.앞다릿살이 그 자리를 맡을 수 있는 건 품종 덕이다. 난축맛돈은 근내지방이 10% 안팎까지 올라와 저지방 부위도 구워 먹을 만하고, 우리흑돈은 4.3%로 일반 돼지의 3%보다 높다. 삼겹살이 지방으로 덮어 주던 구간을 품종이 대신 채운다. 부위만 바꿔서는 이 차림표가 서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돼지인데 값이 넷으로 쪼개진다 부위별 도매 시세 · 브랜드 냉장 · 원/kg ·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삼겹살 23,250 목심 20,800 앞다리 11,200 · 이 가게가 쓰는 부위 뒷다리 5,850 · 점심 곰탕의 사태가 여기서 나온다 170g으로 환산하면 삼겹살 3,950원 대 앞다리 1,900원. 접시 한 장에서 2,000원이 갈린다 110kg짜리 한 마리에서 삼겹살은 16~20kg만 나온다. 적게 나오는 부위에 수요가 몰려 값이 쏠렸다
부위표위 둘은 모두가 찾는 부위, 아래 둘은 남는 부위. 이 가게의 차림표는 아래 두 칸으로만 짜여 있다. ⓒCash and Space
10."110㎏짜리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삼겹살은 16~20㎏밖에 안 나오니 원가 비중이 되게 높아요." 대표가 부위를 바꾼 이유로 든 말이다. 적게 나오는 살에 온 나라의 수요가 몰려 있으니 값이 그쪽으로 쏠린다. 고깃집 손익표의 첫 줄이 정해지는 자리.
11.170g으로 환산하면 앞다릿살 원육이 1,900원대, 삼겹살은 3,900원대. 여기에 흑돼지 품종값을 얹고 산지 직거래로 중간 유통을 뺀 상태에서 한 접시의 원육 원가를 3,000원 안팎으로 잡으면(추정) 판매가 대비 원가율이 20%대로 떨어진다. 같은 접시를 삼겹살로 채우면 그 두 배로 올라가고, 그래서는 이 가격표가 서지 않는다.
12.임대료도 같은 쪽으로 눌러 놓았다. 이 가게의 계약 조건은 공개돼 있지 않지만 인근 화곡동 1층 매물이 보증금 2,500만 원에 월세 170만 원으로 나와 있다. 역세권 조건을 얹어 월 200만 원대로 잡으면(추정) 임차료는 매출의 7% 안쪽. 강남대로 1층이었다면 이 계산은 시작조차 안 된다.
두 칸을 눌러 놓고 시작한다 위 막대가 국내 음식점 평균, 아래가 이 가게 추정 식재료비 매출 대비 % 40.7 22 안팎 · 추정 임차료 매출 대비 % 10.0 6.8 · 추정 월 매출 2,127만 원 · 음식점 한 곳 평균 3,200만 원대 · 추정 국내 음식점 영업이익률은 2020년 12.1%에서 2024년 8.7%로 내려왔다. 그 평균을 만든 칸이 위 두 줄이다
손익표매출을 키운 것이 아니라 두 칸을 낮춰서 벌린 차이다. 아래 막대는 공개 수치가 아닌 추정. ⓒCash and Space
13.점심 곰탕이 하루 40그릇쯤 나가고, 저녁에 20석이 한 번 반 돌면서 인당 2만 7,000원을 쓴다고 놓아 본다(추정). 월 3,200만 원 언저리. 15평으로 나누면 평당 월 200만 원을 조금 넘는다.
14.남는 자리를 만든 것은 매출이 아니라 원가표다. 국내 음식점의 식재료비 비중은 40.7%까지 올라왔고 영업이익률은 8.7%로 내려앉았다. 재료비를 20%대로 눌러 둔 가게가 그 평균 안에 있을 리 없다. 부위를 내린 것과 상권을 내린 것, 둘이 같은 칸에서 값을 한다.
육수 솥 옆 · 선반에 책을 세워 뒀다. 제철 재료와 식재료를 다룬 것들이다. ⓒ경향신문
육수 솥 옆선반에 책을 세워 뒀다. 제철 재료와 식재료를 다룬 것들이다. ⓒ경향신문
15.맑은 돼지 국물로 먼저 이름을 얻은 가게가 있다. 옥동식은 서교동에서 돼지곰탕 한 그릇으로 시작해 뉴욕에 2호점을 냈고 하와이와 도쿄까지 갔다. 국물만 남기고 나머지를 덜어 낸 방식. 칠흑은 그 국물을 점심에 두고 저녁 자리에 구이를 놓았다. 한 주방을 하루 두 번 다르게 쓰는 구성. 약한 곳은 그 뒤에 있다. 난축맛돈과 버크셔K, 우리흑돈은 기르는 농가가 적어 물량이 흔들리기 쉽고, 세 품종을 나란히 놓는 것이 상품이라 한 칸이 비면 상품 자체가 무너진다.
사태 삶기 · 한 시간 20분. 이 솥에서 나온 국물이 점심 매출을 만든다. ⓒ경향신문
사태 삶기한 시간 20분. 이 솥에서 나온 국물이 점심 매출을 만든다. ⓒ경향신문
16.30년 동안 남의 물건을 골라 팔던 사람이 15평에 좌석 20개를 놓고 삼겹살을 뺐고, 그 자리를 앞다릿살 세 품종으로 채워 재료비를 20%대로 내렸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고기보다 사람에서 먼저 걸린다. 품종별 원육을 직거래로 받아 상태를 보고 손질하는 일은 매장마다 그걸 아는 사람이 한 명씩 붙어 있어야 돌아가고, 그 한 명이 빠지는 순간 앞다릿살은 그냥 값싼 고기로 되돌아간다. 사장이 주방에 서 있는 15평에서만 서는 원가표인지 사람을 붙여도 남는 구조인지는 2호점 앞에서 판가름 난다.
한 점 · 170g 1만 4,000원. 이 한 점의 원육 원가에서 손익표가 갈린다. ⓒ경향신문
한 점170g 1만 4,000원. 이 한 점의 원육 원가에서 손익표가 갈린다. ⓒ경향신문
데일리 다이닝 #031 · 2026.09.06 · Cash and Space
자료 · 경향신문「'관성 타파' 30년 차 식품MD의 첫 식당에 가다」 · 블록미디어「[뜨는 맛집] 한국 흑돼지에서 우러난 깊은 맛」 ·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부위별 돈육 시세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 · 레이디경향「블루리본 2026, 새로 등장한 '리본 3개' 서울 맛집은?」 · 한국외식신문「삼겹살 대신 우리흑돈과 난축맛돈」 · 축산 전문지 돼지와사람 품종 보도 · Food Enjoy「흑돼지 완전정복: 버크셔K vs 이베리코 vs 난축맛돈 vs 우리흑돈」 · 코리아데일리 옥동식 해외 진출 보도 · 강서구 인허가 영업 정보(매장면적 49.5㎡)
원육 원가 3,000원과 원가율 20%대, 월 임대료 200만 원대, 저녁 인당 2만 7,000원, 월 매출 3,200만 원대, 좌석 회전 1.5회는 공개 수치가 아니라 도매 시세와 업계 기준값으로 잡은 추정이다. 점심 40그릇은 취재 당일 기록이며 상시 판매량이 아니다. 도매 시세는 브랜드 냉장 기준 거래 평균이라 업체별 편차가 있다. 사진은 매체가 현장을 취재하며 촬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