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니혼바시의 쇼핑몰 3층에 홍콩 요리점이 새로 들어섰다. 만든 곳은 사진관과 학원, 우동집 가맹점을 굴려 온 회사다. 9년 전 홍콩 해산물집의 일본 1호점을 들여와 긴자에서 운영해 왔고, 이번에는 남의 간판이 아니라 자기 브랜드를 걸었다.
1.도쿄 니혼바시 무로마치(日本橋室町), 미쓰코시 본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상업시설 코레도 무로마치 1(COREDO室町1) 3층에 홍콩 요리점 ABERDEEN이 9월 2일 문을 열었다. 면적은 45.7평이고 62석에 개실을 따로 뒀다. 가게 이름의 출처는 홍콩섬 남쪽 어항 애버딘(香港仔).
2.운영사가 밝힌 객단가는 점심 2,000엔, 저녁 6,000~7,000엔. 만든 곳은 도쿄 료고쿠(両国)에 본사를 둔 다나카 코퍼레이션(田中コーポレーション)이다. 1938년 기계 제조로 출발해 1995년부터 사진관과 음식점 쪽으로 업을 틀었고, 지금은 남의 브랜드 가맹점 25곳과 임대 건물을 함께 굴린다.

3.사진으로 보이는 객석은 밝은 나무색 하나로 간다. 나무 식탁에 등이 둥근 나무 의자, 그리고 벽을 따라 남색 가죽을 씌운 긴 벤치. 한쪽 벽은 청록과 갈색 조각을 엇갈려 붙인 타일이라 멀리서 보면 바구니를 짠 무늬처럼 보이고, 세로로 긴 벽등이 그 위에 빛을 아래위로만 흘린다. 입구에는 나무 창살 사이로 반투명한 빛 상자를 세워 香港小皿料理 点心이라는 글자를 적었다.


4.메뉴는 점심과 저녁이 다르게 짜였다. 점심의 간판인 TSUMUGI(紡)는 작은 접시 일곱 개에 밥과 약선 수프, 디저트를 한 쟁반에 올린 세트다. 그 위로 딤섬 코스 하나와 저녁 코스 둘이 쌓이고, 샥스핀 계란찜이 들어가는 가장 비싼 코스가 7,000엔에서 멈춘다.
5.보도사진 속 TSUMUGI는 둥근 나무 쟁반 위에 청화 무늬 종지를 둥글게 두르고 가운데에 대나무 찜통을 앉혔다. 찜통 안에는 새우를 올린 샤오마이. 뚜껑을 들면 김이 먼저 오르고, 둘레의 종지에는 소스를 끼얹은 두부와 색색의 절임 채소, 윤기 도는 돼지고기 조림, 노릇하게 지진 무떡이 담긴다. 뜨거운 건 찜통과 국그릇 정도라 주방은 한 쟁반을 짧은 시간에 낼 수 있다.

6.저녁의 간판은 달군 무쇠 팬에 올려 내는 차샤오다. 붉은 양파를 깔고 소스를 바른 돼지고기를 얹어 나무 받침째 식탁에 놓는데, 팬이 식탁에 닿은 뒤에도 소스가 끓으며 가장자리부터 눌어붙는다. 지글거리는 소리는 옆 테이블까지 간다. 잔에는 홍콩 크래프트 맥주 carbon brews를 따르고, 가운데 작은 접시를 여러 개 깔아 둔 채 여럿이 나눠 먹는 식탁이 이 가게가 저녁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7.주방장 야마자키(山﨑)는 같은 회사가 긴자에서 굴리는 헤이게이(喜記) 긴자점에서 왔다. 헤이게이는 홍콩 코즈웨이베이(銅鑼灣)에서 1965년 시작한 태풍 대피항 요리(避風塘) 해산물집이고, 마늘과 고추를 듬뿍 넣어 볶은 게가 대표 접시다. 다나카 코퍼레이션은 2017년 긴자에 그 일본 1호점을 냈다. 중화권 밖에서 처음 문을 연 헤이게이.

8.그 가게는 누가 골랐나. 지금의 대표다. 1996년 대학을 나와 도쿄미쓰비시은행(東京三菱銀行)에 들어갔고 타이베이와 홍콩, 선전, 상하이에서 주재원으로 일했다. 2012년 회사에 들어와 2018년 사장이 됐으니 헤이게이 일본점은 그가 사장에 오르기 한 해 전에 열렸다. 홍콩 주재원 출신이 고른 가게를 사진관과 우동 가맹점 인력이 9년째 돌려 왔다.
9.니혼바시 무로마치의 점심 손님은 주변 오피스 직장인과 미쓰코시 쇼핑객으로 갈린다. 둘 다 한 시간 안에 여러 가지를 조금씩 먹고 나가려 하고, 일곱 접시를 한 쟁반에 올린 세트는 그 주문을 한 번의 결제로 끝낸다. 저녁에는 개실이 접대 손님을 받는다. 헤이게이 긴자점이 2022년 자리를 옮기며 개실 3개를 새로 만든 것도 같은 손님을 보고 한 일이다.
10.두 가게는 가격으로 영역을 나눴다. 헤이게이 긴자점은 이전하면서 30석을 58석으로 늘렸고 저녁 코스를 8,800엔부터 받았다. ABERDEEN의 가장 비싼 코스는 그보다 1,800엔 싸다. 게와 통생선은 긴자에 두고, 니혼바시에서는 딤섬과 차샤오 같은 작은 접시를 판다. 같은 주방 출신이 만드는 두 가게가 서로의 손님을 가져가지 않게 짠 가격표.
11.62석이 점심에 1.1회전, 저녁에 0.7회전 돈다고 보면 하루 111명이 앉는다. 점심 2,000엔과 저녁 6,500엔을 곱해 30일을 채우면 한 달 매출은 1,250만 엔쯤 된다(추정). 45.7평으로 나누면 평당 월 27만 엔.
12.일본 쇼핑몰 식당가는 보통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받는다. 12%로 치면 한 달 150만 엔(추정). 중식은 식재료 원가율 30~35%, 인건비 30% 안팎이 업계 기준이어서 수도광열비까지 빼면 매출의 20% 남짓이 남고 감가상각이 그 안에서 나간다(추정).
13.이 회사가 굴리는 하나마루 우동(はなまるうどん)과 규카쿠 야키니쿠 식당(牛角焼肉食堂)은 본부가 메뉴와 가격을 정하고, 가맹점은 매출에서 로열티를 뗀다. 헤이게이도 홍콩 본점과 계약을 맺고 연 가게라 비슷한 몫이 나간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추정). 운영사는 ABERDEEN을 자사 브랜드라고 소개한다. 홍콩에도 가맹 본부에도 떼어 줄 몫이 없는 가게. 로열티를 매출의 3~5%로 잡으면 1년에 450만~750만 엔이 회사 안에 남는다(추정). 이름을 알리는 비용과 안 됐을 때의 손실도 전부 회사 몫이 된다.
14.가게 이름이 된 애버딘에는 점보 수상식당(Jumbo Floating Restaurant)이 떠 있었다. 1976년에 문을 열어 관광객들이 작은 배를 타고 건너가던 곳인데, 2020년 3월 영업을 멈췄다. 2022년 6월 다른 곳으로 끌려가던 중 남중국해에서 뒤집혔다고 운영사가 밝혔다. 그 어항의 이름이 지금 걸린 자리는 니혼바시 쇼핑몰 3층.

15.태풍 대피항 요리도 물 위에서 났다. 코즈웨이베이 대피항에 배를 대고 살던 어민 가족과 수상식당들이 배 위에서 게와 조개를 볶아 팔았고, 뭍으로 올라와서는 캐널 로드(Canal Road) 고가 아래와 재프 로드(Jaffe Road), 록하트 로드(Lockhart Road)에 가게를 냈다. 배는 사라졌어도 요리는 뭍으로, 다시 바다 건너로 옮겨 다녔다. 도쿄에서 그 요리를 받아 든 곳은 한때 기계를 만들던 회사였다.

16.료고쿠의 가맹점 회사가 홍콩 해산물집의 일본 라이선스로 9년을 보낸 뒤 니혼바시에 제 이름의 홍콩 식당을 냈다. 한 달 매출을 1,250만 엔으로 잡으면 남의 간판일 때 떼어 주던 몫만 1년에 수백만 엔이다(추정). 한국의 가맹점 회사가 이렇게 만든 브랜드를 다시 가맹으로 풀려 하면 법이 시간을 요구한다. 2024년 7월부터 가맹사업법은 직영점을 1개 이상 1년 넘게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정보공개서를 등록할 수 있게 했다. 제 간판을 단 첫 가게는 최소 1년 동안 남에게 팔 수 없는 가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