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동쪽 골목의 한옥 한 채. 홀 한가운데 무쇠 가마솥 두 개를 걸고 닭을 통째로 쪄서 손님 앞에서 가른다. 한 그릇 18,000원으로 서울 평균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데, 주말이면 한두 시간을 기다린다.
1.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7, 안국역 1번 출구에서 걸어 7분. 무구옥이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7년판에 앞서 먼저 공개된 신규 6곳에 이름을 올렸다. 가격 등급은 가장 낮은 칸이고, 가이드는 이 집을 경복궁 인근 골목의 한옥에서 이북식 닭 요리를 내는 곳으로 소개한다. 한옥을 고쳐 2024년에 문을 열었으니 두 해가 채 안 된 가게.
2.메뉴판에는 네 줄이 전부다. 이북식 삼계백반이 18,000원, 매운 닭찜과 청국 닭도리탕이 중 40,000원·대 60,000원, 오징어 닭 무침이 9,500원. 산삼 배양근을 더 얹으면 3,000원. 식사 메뉴는 삼계백반 하나이고, 나머지는 여럿이 와서 나눠 먹는 요리다. 영업은 11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매일 하고,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쉰다.

3.Wassup Korea는 이 집을 1954년에 지은 한옥이라고 전한다. 가마솥 위 나무 판에 흰색으로 새긴 숫자도 1954. 서까래와 기둥을 드러낸 채 마당 자리에 반투명 지붕을 덮었고, 무쇠 솥 두 개는 손님 자리에서 다 보이는 가운데에 앉혔다. 방 쪽에는 4명에서 10명까지 받는 칸을 따로 뒀다. 솥이 주방이면서 간판 노릇을 하는 배치.

4.삼계백반은 뚝배기 하나로 나오지 않는다. 뽀얗고 걸쭉한 국물이 사발에 따로, 가위로 가른 닭이 부추를 얹은 접시에 따로, 향미로 지은 밥이 공기에 따로 온다. 옆에는 산삼 배양근 한 줌과 다진 의성 마늘을 담은 종지, 소금과 간장, 파와 생강을 갈아 만든 초록 양념. 곁에는 깍두기와 제주식 김치.

5.젓가락으로 결을 따라 가른 살을 초록 양념에 찍으면 생강의 매운 향이 먼저 코로 오고, 국물 사발에 배양근 가는 뿌리를 풀면 쌉쌀한 흙 냄새가 김을 타고 올라온다. 가이드는 닭이 촉촉하고 담백하면서 쫄깃하고, 국물은 진하며 뒷맛이 길다고 적었다. 먹는 순서를 손님이 정한다. 밥을 국물에 말지, 닭을 먼저 비울지.

6.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삼계탕 평균 가격은 올해 6월 18,154원, 7월 18,192원이다. 2021년 14,077원에서 5년 만에 29%가 올랐고, 이름난 집은 벌써 2만 원을 넘겼다. 무구옥의 18,000원은 이 평균보다 154원 아래에 있다. 미쉐린 명단에 오른 삼계탕 가운데 서울 평균보다 싼 집이 몇이나 될까.
7.줄에는 외국인이 많다. 미쉐린은 이 집을 현지인처럼 먹는 곳으로 분류했고, 싱가포르 음식 블로그 여러 곳이 안국의 삼계탕집으로 소개했다. 예약을 받지 않는 대신 캐치테이블로 점심은 정오부터, 저녁은 5시 30분부터 원격 줄을 세우고, 현장 등록은 문 열기 한 시간 전에 시작한다. 주말 대기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8.그릇을 나눈 방식은 혼자 온 손님에게도 맞는다. 캐치테이블 집계로 올해 1~7월 1인 예약은 지난해보다 38.1%, 1인 웨이팅은 48.5% 늘었다. 뚝배기 하나를 다 비워야 하는 삼계탕은 혼자 먹기에 무겁지만, 접시와 사발로 나뉘면 한 사람 몫의 한 상이 된다. 싱가포르의 한 블로그가 이 집을 혼자 가기 좋은 곳으로 적은 것도 같은 까닭이다.
9.가마솥은 운영 쪽에서 값을 한다. 보통 삼계탕집은 주문이 들어오면 뚝배기마다 불에 올려 다시 끓인다. 화구 수가 곧 한 번에 낼 수 있는 그릇 수이고, 뚝배기 설거지가 뒤를 막는다. 큰 솥 두 개에서 닭을 한꺼번에 쪄 두면 주문 뒤의 일은 꺼내 가르고 담는 것뿐이다. 조리가 조립으로 바뀌면 손님 한 사람이 앉아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10.좌석 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니 여기서부터는 추정. 한옥 규모로 보아 40석, 점심 세 번에 저녁 두 번을 돌리면 하루 200명이다. 점심 손님 다수가 18,000원 한 그릇만 먹고, 저녁에 닭찜과 술이 붙는다고 보면 1인 평균 21,000원. 하루 420만 원, 한 달 1억 2,600만 원쯤 된다. 쉬는 날 없이 여는 가게라 30일로 셌다.
11.나가는 돈도 추정이다. 올해 5월 육계 도매가는 ㎏당 6,518원으로 1년 새 15% 올랐다. 1인분 닭에 향미와 배양근, 마늘, 반찬을 더하면 1인 식재료비는 6,500원 안팎이고, 음료와 곁들이 요리를 섞으면 원가율 35% 선이다. 가르고 담는 일손이 끊이지 않아 인건비를 28%로 두고, 안국 한옥 임대료를 월 1,000만 원으로 놓으면 남는 돈은 15% 안팎.
12.이 계산에서 무게를 버티는 건 18,000원짜리 한 그릇이 아니다. 저녁에 서너 명이 와서 매운 닭찜 대자 60,000원에 오징어 닭 무침과 소주 두 병을 붙이면 한 테이블에서 8만 원이 넘는다. 점심은 가격으로 줄을 세우고 저녁은 나눠 먹는 요리로 결제액을 끌어올리는 구조. 산삼 배양근 추가 3,000원도 같은 쪽.

13.경복궁 서쪽 체부동에는 1983년부터 토속촌이 있다. 독채 한옥으로 된 큰 가게이고,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삼계탕집이 됐으며 지금 한 그릇이 20,000원이다. 복날이면 한옥 담장을 따라 골목 끝까지 줄이 늘어서는 장면이 해마다 뉴스에 나온다. 한옥에서 관광객에게 삼계탕을 파는 방식을 40년 넘게 굳혀 온 집.

14.무구옥은 같은 조합에서 가격만 거꾸로 짰다. 궁 반대편 골목에서 2,000원을 덜 받고, 뚝배기 대신 접시에 담아 한 사람 몫으로 쪼갰다. 2025년 가을에는 성동구 아차산로의 새 건물 1층에 2호점을 냈다. 한옥이 아닌데도 벽돌 조리대에 가마솥 두 개를 다시 앉히고, 그 위에 가게 이름을 쓴 구릿빛 후드를 달았다.

15.2호점을 보면 이 가게가 무엇을 팔았는지가 드러난다. 한옥은 첫 가게의 조건이었을 뿐 옮겨 가지 않았고, 따라간 건 홀 가운데의 솥과 손님 눈앞에서 닭을 가르는 순서였다. 솥은 트럭에 실으면 그만이지만, 1954년 한옥은 그럴 수 없으니까.
16.안국의 한옥에서 삼계탕을 서울 평균보다 154원 싸게 판 집이 미쉐린 명단에 올랐고, 그 줄에는 외국인이 많다. 가마솥에 한꺼번에 쪄서 접시에 가르는 방식이 뚝배기 화구 수의 한계를 풀었고, 추정대로라면 한 달 1억 2,600만 원이 이 솥 두 개에서 나온다. 국내에서 이 방식을 따라 하면 먼저 막히는 건 식품위생 쪽이다. 미리 쪄 둔 닭을 몇 시간 동안 몇 도로 두느냐가 위생 점검의 첫 질문이 되고, 솥을 홀 가운데 둔 가게라면 그 답이 손님 눈에도 그대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