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부쿠로 서쪽, 오래된 빌딩의 반지하 복도를 끝까지 걸어가면 쇼와 시대 목조 집 한 채가 나온다. 시부야에서 굴 바를 하던 회사가 모회사를 바꾸고 처음 낸 가게이고, 곰과 사슴을 숯불에 굽는다.
1.9월 17일, 도쿄 니시이케부쿠로(西池袋)에 숯불 비스트로 Le Logis Beau(ロジボー, 이하 로지보)가 문을 열었다. 위아래 두 층을 합쳐 24평에 실내 40석, 마당 쪽 테라스까지 치면 50석. 운영사는 시부야에서 굴 바를 여럿 꾸려 온 Forstar(フォースター)로, 새 경영진이 들어선 뒤 처음 낸 가게다.
2.자리는 도쿄예술극장(東京芸術劇場)에서 극장 거리를 건너간 쪽, 니시이케부쿠로 공원 근처. 이케부쿠로역 서쪽 출구의 번화가와 달리 식당은 있어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은 동네. 외식 전문지 FDN(フードリンクニュース)은 이 구역에서 어딘가 언더그라운드 냄새가 난다고 적었다.

3.가게는 길에서 보이지 않는다. 연식이 오래된 빌딩의 반지하 복도를 끝까지 들어가야 60년 가까이 된 쇼와(昭和) 시대 목조 단독주택이 나온다. 사방을 빌딩과 맨션이 둘러싸고 있어 도로에서는 집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표지는 복도 천장에 매단 둥근 간판 하나뿐. FDN은 동네를 잘 아는 사람도 찾아가기 어렵다고 썼다.


4.안은 살던 집의 뼈대를 드러냈다. 천장을 걷어 굵은 보와 서까래를 보이게 했고, 무늬 든 옛 판유리와 창 잠금쇠, 자귀 자국을 낸 나구리(名栗) 기둥을 그대로 뒀다. 눈에 띄는 건 2층 바닥 한가운데를 뚫어 만든 보이드. 거기에 줄을 손으로 당기는 리프트를 달아 1층 주방에서 2층으로 접시를 올린다. 설계는 gris design의 하나오카 미호코(花岡美穂子).


5.1층은 오픈키친을 둘러싼 카운터와 테이블이고, 숯불대는 주방 안쪽에 있다. 2층에는 등받이 깊은 커플석 두 자리가 창가에 붙어 있고, 나머지 테이블은 단체 손님이 오면 배치를 바꾼다. 마당 자리의 테라스에는 정원사가 나무를 심고 라탄 의자를 들였다. 층마다 누구를 앉힐지 먼저 정하고 가구를 고른 배치.


6.메뉴는 30가지쯤. 가운데에 숯불 고기가 있는데, 와규 숯불구이가 2,800엔이고 곰·사슴·멧돼지·양 지비에 숯불구이가 2,200엔이다. 곰과 와규 볼살, 우설을 데미글라스 소스에 조린 접시도 있다. 굴 바를 하던 회사답게 생굴과 굴 에스카르고 버터, 굴 크림 리조토가 비스트로 메뉴 사이에 섞였다.

7.FDN이 찍은 사진에는 두꺼운 고기 위에 달군 숯을 직접 눌러 대는 장면이 있다. 숯이 기름 오른 겉면에 닿으면 짧게 지글거리며 연기가 오르고, 탄 지방 냄새가 카운터까지 번진다. 야생 짐승 고기는 기른 고기보다 기름이 적고 향이 세서 센 숯불에 잘 맞는다. 와규는 썰어서 소스를 끼얹고 웨지 감자를 곁들여 낸다.

8.옛 집을 고친 식당도, 일부러 간판을 달지 않는 식당도 이제 흔하다. 로지보가 다른 건 길에서 가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지나가다 들어오는 손님은 처음부터 셈에 없고, 모든 손님이 예약이나 검색, 누군가의 소개로 온다. 반지하 복도를 걸어 들어가는 몇십 초가 그대로 이야깃거리가 되고, 그 이야기가 다음 손님을 데려온다.
9.메뉴판의 곰도 때가 맞는다. 일본 환경성 집계로 2025년도에 포획된 곰은 1만 4,720마리로, 지금 방식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6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뉴스에서 본 짐승을 도쿄의 비스트로 접시에서 만날 수 있고, 그 호기심이 예약할 이유가 된다. 사슴과 멧돼지는 그보다 먼저 식육처리시설을 거쳐 식당에 들어와 있던 고기.
10.타베로그(食べログ)에 잡힌 저녁 예산은 6,000~7,999엔. 두 사람이 오르되브르 플레이트 두 접시, 와규와 지비에 숯불구이 하나씩, 파스타 하나를 시키고 술을 세 잔씩 마시면 메뉴판 가격으로 1인 7,000엔 안팎이 나온다. 잔 와인과 생맥주, 하이볼이 계산서의 3분의 1쯤을 채우는 구성.
11.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실내 40석이 저녁에 한 바퀴를 조금 못 채운다고 가정하면 한 달 매출은 600만 엔대 초반, 평당 20만 엔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테라스는 계절 따라 붙었다 빠지는 자리라 셈에서 뺐다. 와규와 생굴이 원가를 끌어올린다면 그 몫은 무엇이 메울까. 술이다.
12.이 가게의 계산이 갈리는 곳은 임대료. 길에서 안 보이는 자리는 임차인을 찾기 어렵고, 그만큼 임대인이 부를 수 있는 임대료도 낮다. 로지보의 실제 임대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래 도표는 길가 1층 시세와 숨은 물건 시세를 가정해, 같은 매출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몫을 나란히 놓았다.
13.아낀 임대료는 사람에게 나간다. 숯불 앞에는 한 명이 붙어야 하고, 두 층과 테라스에 흩어진 50석을 받으려면 한 층짜리 가게보다 홀 인력이 더 든다. 손으로 당기는 리프트는 쇼와 분위기를 내면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접시 수도 줄이는 물건. 개업 접객은 S1 서버 그랑프리(S1サーバーグランプリ)에서 2년 연속 준우승한 네기타 겐지(禰冝田賢二)가 도왔다.
14.Forstar는 2013년 시부야 마루야마초(円山町)에서 굴과 스페인·이탈리아 요리를 내는 바 Spiral로 시작해, 시부야를 중심으로 굴 바와 굴 구이집, 이자카야 9곳을 냈다. 지난해 8월 시가현의 아사히테크 코퍼레이션(アサヒテックコーポレーション) 그룹에 들어갔고, 창업 때부터 이사였던 나리타(成田) 사장이 새 체제를 이끈다. 다이아몬드 다이닝(ダイヤモンドダイニング) 출신.
15.모회사는 1962년 포장재 회사로 출발해 공장 제조·출하 도급으로 커진 곳이고, 그룹 매출은 101억 엔을 넘는다. 외식은 긴자 야키니쿠집의 영업권을 사들이고 이키나리 스테이크(いきなり!ステーキ)와 구시카쓰 다나카(串かつ田中) 가맹점을 운영하며 넓혀 왔다. 매뉴얼대로 찍어 내는 가맹점을 굴리던 그룹이 굴 바 회사를 들인 뒤 처음 연 가게는 같은 물건을 다시 구할 수 없는 집 한 채.
16.시부야의 굴 바 회사가 모회사를 바꾼 뒤 길에서 보이지 않는 옛 집에 50석 숯불 비스트로를 냈고, 1인 7,000엔 안팎의 저녁에 찾아가는 수고까지 얹어 판다. 국내에서 같은 집을 찾으면 먼저 용도변경에서 걸린다. 단독주택을 식당으로 쓰려면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바꿔야 하고, 남의 빌딩 반지하 복도 하나로만 드나드는 구조는 피난 통로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