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위위안루의 밴쿠버식 해산물 식당이 8월에 10년 영업을 마쳤다. 46일 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주인의 한국식 고깃집이 불을 켰다. 코로나 때 와이탄에서 문을 닫았던 브랜드다.
1.9월 21일 월요일, 상하이 창닝구(长宁区) 위위안루(愚园路) 1107호에서 한국식 고깃집 JUJU가 가오픈했다. 좌석은 200석에 조금 못 미치고, 홀 가운데 바와 16명이 들어가는 룸 하나를 뒀다. 예약은 아직 받지 않는다. 온 순서대로.
2.이 자리의 앞 주인은 8월 6일까지 영업한 The Cannery. 밴쿠버 출신 마크 클링스폰(Mark Klingspon)이 2016년에 연 해산물 식당으로, 잔디 마당과 연어 화덕, 주말 브런치로 10년을 버텼다. JUJU도 클링스폰의 브랜드. 2019년 와이탄(外滩)의 Three on the Bund 2층에서 시작해 2020년 10월 코로나 와중에 문을 닫았고, 6년 만에 그가 10년 쓴 자리에서 다시 불을 붙였다.

3.The Cannery의 실내 설계는 앤디 홀(Andy Hall). 벽은 불에 그을려 화재에 강하게 만든 나무로 덮고, 천장에는 구리처럼 보이는 타일을 깔았다. 가운데 바에 해산물 찜기를 들였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낸 창은 잔디 마당을 향했다. 클링스폰은 조명을 늘 호박색으로만 쓰는데, 그 빛 아래서 사람이 가장 좋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새 홀에서는 빨간 원통 덕트가 테이블마다 하나씩 천장에서 내려와 불판 바로 위에 멈춘다. 천장 배관은 검게 칠해 드러냈고, 안쪽 벽 한 면을 그라피티 벽화가 채운다. 짙은 회색 상판에 노란 방석을 얹은 철제 의자가 줄지어 놓였고, 벽을 따라서는 긴 벤치. 잔디와 화덕을 팔던 방에서 이제는 테이블마다 달린 불과 연기를 판다.
5.주인공은 소고기. 우루과이산 와규 브랜드 UYYU의 마블링 많은 부위를 여러 가지로 내고, 돼지고기가 뒤를 받친다. 기름이 촘촘한 고기는 불판에 닿자마자 소리가 커지고, 녹은 기름이 가장자리로 흘러 타면서 연기가 오른다. 그 연기를 머리 위 덕트가 곧장 빨아올려, 옆 테이블로 번지기 전에 천장으로 사라진다.


6.곁들이는 쪽은 잡채와 바삭하게 부친 전, 찌개와 매운 면. 치즈와 떡볶이를 얹은 불닭은 매운 단계를 'fire'와 'nuclear' 둘로 나눴다. 메뉴판 한쪽에는 불고기와 김치를 얹은 푸틴도 있다. 감자튀김에 치즈 커드와 그레이비를 붓는 캐나다 음식으로, 앞 가게 The Cannery에 보내는 인사. 새 매장은 소맥과 라이브 노래방도 예고했다.
7.이름은 서울에서 나왔다. 클링스폰은 서울에 살던 시절, 밤이면 동네 모퉁이에 서던 천막 술집을 좋아했고 거기서 이 가게를 떠올렸다고 말한다. 불 하나를 가운데 두고 여럿이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잔을 부딪치는 자리. 가게가 스스로 붙인 설명도 'grill-and-ganbei', 굽고 건배하는 집. 파는 건 한 끼보다 한 테이블이 두세 시간 떠드는 저녁에 가깝다.
8.이 업종이 큰 방을 채우는 방식은 브런치와 다르다. 브런치와 위스키 라운지는 둘이 와서 오래 앉고 한 사람이 조금씩 쓴다. 고깃집은 넷, 여섯이 와서 한 테이블에 고기 접시를 여러 장 깐다. 클링스폰은 The Cannery를 닫으며 10년 전에는 이렇게 큰 가게가 멋있었다고 했고, 위위안루 상권이 달라졌다는 이유를 댔다. 그는 방을 줄이지 않고, 큰 방을 채울 수 있는 업종을 들였다.
9.문은 저녁에만 연다.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저녁 5시부터 자정, 금·토요일은 새벽 1시, 일요일은 밤 10시까지. 합치면 일주일에 49시간. 임대료가 나가는 168시간의 29%뿐이다. 점심을 버린 대신 200석이 한 번에 찰 수 있는 시간대에 사람과 불을 몰았다.
10.가격은 아직 비공개. 2019년 와이탄 매장의 간판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채소를 무제한으로 내는 288위안짜리 세트였다. 객단가를 그보다 조금 낮은 250위안으로 잡고 평일에 한 바퀴, 금·토요일에 한 바퀴 반을 돈다고 치면 한 달 매출은 170만 위안 남짓이다. 회사가 밝힌 숫자가 아닌 추정.
11.고깃집은 식재료 원가율이 높은 업종이다. 업계에서는 보통 35~40%로 잡고, 수입 와규를 주인공으로 세우면 그 윗단에 붙는다. 메우는 길은 둘. 굽는 일을 손님이 맡으니 주방은 고기를 썰고 반찬을 담는 데서 일이 끝나고, 병째 파는 술은 음식보다 원가율이 훨씬 낮다. 2019년 매장은 벽 냉장고를 열어 두고 진로 소주를 병당 50위안, 카스를 25위안에 손님이 직접 꺼내 가게 했다.

12.288위안 무제한 세트를 다시 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고, 행사 때 쓸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매체 Nomfluence가 전했다. 와규를 무제한으로 내면 원가의 상한을 손님의 식욕이 정한다. 평소에는 단품으로 팔고 무제한은 손님이 적은 요일을 채우는 데 쓰는 편이 계산에 맞다.
13.The Cannery가 마지막으로 문을 연 8월 6일부터 JUJU 가오픈까지 46일. 문을 닫는다고 알린 주에는 와인부터 위스키까지 병으로 파는 술을 모두 반값에 내놓았다. 새 자리를 구했다면 보증금과 인테리어 뼈대부터 다시 들었을 텐데, 여기서는 건물과 임대차를 그대로 두고 테이블 불판과 덕트, 벽화와 간판을 새로 들였다. 큰 가게를 비울 때 드는 원상복구 공사와 빈 가게에 나가는 임대료도 피했다.

14.JUJU의 첫 자리였던 Three on the Bund 2층은 원래 장조르주 봉게리히텐(Jean-Georges Vongerichten)의 한국식 바비큐 Chi-Q가 쓰던 방이고, 설계는 Neri&Hu가 맡았다. JUJU는 그 방 벽에 한국과 중국 거리 화가들의 벽화를 그리고, 와인 저장고였던 자리에 산낙지 수조 두 개를 넣었다. 구석에는 센티피드·동키콩·프로거 오락기와 DJ 부스. 2019년 11월 1일 정식 개점, 이듬해 10월 폐점.


15.클링스폰은 2008년 무렵 TaylorMade-adidas Golf 중국 법인 대표로 상하이에 왔다가 그대로 남았다. 2014년 와이탄에 북유럽풍 The Nest를, 2016년 위위안루에 The Cannery를 열었고, 누구를 겨냥하기보다 자기가 놀고 싶은 가게를 만든다고 말해 왔다. 이번에는 브랜드와 자리를 서로 바꿔 끼운다. 닫았던 JUJU를 자기 자리에 다시 꺼냈고, 자리를 내준 The Cannery는 크기를 줄여 다른 곳에서 연어 화덕과 함께 다시 열겠다고 한다.
16.밴쿠버식 해산물 식당이 10년 만에 문을 닫은 자리에서, 같은 주인이 6년 전 접었던 한국식 고깃집이 46일 만에 불을 켰다. 한국에서 같은 저녁을 만들면 먼저 걸리는 건 노래. 식품위생법 시행령은 손님이 노래를 부르는 영업을 단란주점으로 따로 묶어 두어, 고깃집이 받는 일반음식점 허가로는 라이브 노래방을 열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