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별을 받은 비스트로를 만든 팀이 런던 노팅힐의 3층 타운하우스에 일본 식당을 열었다. 1층은 걸상에 앉아 먹는 라멘 바, 2층은 25석 식당. 라멘은 두 층 모두에서 판다.
1.9월 7일, 런던 노팅힐(Notting Hill)의 켄싱턴 몰(Kensington Mall) 7번지에 일본 식당 Nakimushi가 문을 열었다. 노팅힐 게이트역에서 걸어서 5분이 안 걸리는 빅토리아 시대 타운하우스 한 채를 3층까지 통째로 쓰는 가게. 1층은 라멘 바, 2층은 25석 식당과 바, 3층은 준비 주방과 식재료 저장고. 가게 이름은 일본어로 울보를 가리키는 나키무시(泣き虫)에서 따왔다.
2.주인은 노팅힐에서 식당과 식료품점을 여럿 굴리는 크리스 드실바(Chris D'Sylva)다. 2019년 정육·생선 가게 Notting Hill Fish + Meat를 열었고, 2022년에 연 비스트로 Dorian은 2024년 미쉐린 별을 받았다. 주방은 두 셰프의 몫. 일본 요리 전반을 하는 Urchin의 유지 시모카와 켈리(Yuji Shimokawa Kelly), 그리고 라멘 전문 Robin's Ramen의 로빈 코스게(Robin Kosuge). 두 사람 다 드실바의 고급 식료품점 Supermarket of Dreams 한쪽에서 임시 매장으로 손님을 먼저 받아 본 뒤 이 건물로 옮겨 왔다.
3.문을 열면 바로 앞이 열린 주방. 손님은 창가 카운터와 가운데 긴 공용 테이블에 등을 맞대고 앉는데, 의자는 대중목욕탕에서 쓰는 낮은 걸상을 닮았다. 벽은 밝은 나무판으로 덮고 천장에는 격자를 짰으며, 바닥은 쪽마루에 일본에서 손으로 유약을 바른 타일을 곳곳에 붙였다. 도쿄 골목 라멘집을 빅토리아 시대 집 안에 앉혔다는 게 가게의 설명.

4.2층은 좁은 탑처럼 도는 계단으로 오른다. 위층에는 가죽 벤치와 타일을 붙인 바가 있고, 벽에는 일본 그림 액자와 와인병이 걸렸다. 한 시식 기사는 방 뒤쪽 모서리 테이블을 이 방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꼽았다. 3층의 준비 주방과 저장고는 손님이 들여다볼 수 있게 열어 뒀다. 재료를 맨 위층에서 손질해 아래 두 층으로 내려보내는 구조.


5.1층의 얼굴은 코스게의 랍스터 라멘이다. 해산물을 우려 뽀얗게 만든 파이탄 국물에 스코틀랜드산 랍스터와 고마쓰나를 얹고, 파프리카로 붉게 물든 스페인 소시지 소브라사다를 풀었다. 돼지 차슈 라멘은 바스크 닭으로 낸 국물에 맛달걀을 곁들인다. 랍스터 그릇은 뽀얀 국물 위로 소브라사다의 붉은 기름이 번지고, 해산물 단내 뒤로 파프리카 향이 따라온다. 시식 기사에 적힌 가격은 차슈 라멘 £10, 랍스터 라멘 £24.


6.2층 차림의 중심은 작은 접시. 무화과 잎 소금을 뿌린 옥수수 튀김이 £6, 유카리 폰즈를 끼얹은 방어 회가 £9, 블랙베리와 히비스커스 소스를 깐 참치 여름 롤이 £11. 메추리 튀김에는 살구 퓌레를 받치고, 이베리코 돼지 등심은 숯불에 구워 £29에 낸다. 튀김옷이 이 사이에서 부서지는 소리 뒤로 새콤한 소스가 따라오는 접시가 많다. 주문은 처음에 한 번에 모두 넣어야 한다.


7.사람이 몰리는 첫째 이유는 Dorian이라는 이름. 런던에서 예약이 가장 어려운 식당으로 꼽혀 온 그 집의 팀이 만든 가게라, 문을 연 지 일주일도 안 돼 저녁 예약이 다음 달 중순까지 찼다. 그런데 이 집은 예약을 못 잡은 사람을 돌려보내지 않는다. 1층 라멘 바는 점심에도 열고, 저녁에는 문밖에서 기다리면 자리가 난다. Dorian의 이름을 £10짜리 라멘 한 그릇으로 맛볼 수 있는 문이 1층에 열려 있다.
8.라멘은 두 층에서 크기를 달리해 판다. 1층에서는 한 그릇을 다 내고, 2층에서는 반 그릇으로 줄여 다른 접시들 사이에 끼운다. 1층 손님에게 라멘은 한 끼 전부이고, 2층 손님에게는 여러 접시 가운데 하나. 한 주방이 만든 같은 국물이 층에 따라 식사가 되기도 하고 코스의 한 칸이 되기도 한다.
9.DesignMyNight 시식 기사에 찍힌 두 사람 식사는 봉사료를 빼고 £151로, 한 사람에 약 £75다. 영국 식당 가격에는 부가가치세 20%가 들어 있어 가게에 남는 매출은 한 사람에 약 £63. 25석이 저녁에 한 번 반 돌면 약 38명, 하룻밤 £2,360쯤 된다. 회전수는 추정.
10.1층은 좌석 수를 밝히지 않았다. 사진 속 창가 카운터와 공용 테이블로 보면 20석 안팎. 라멘 한 그릇에 곁들이와 술 한 잔을 붙여 한 사람 £30을 쓰고 점심과 저녁을 합쳐 네 번 돈다고 치면, 부가세를 뺀 하루 매출은 약 £2,000이다. 두 층을 합치면 하루 £4,300 남짓. 좌석 수, 객단가, 회전수 모두 추정치이고 가게가 밝힌 수치가 아니다.
11.라멘 원가는 층을 가리지 않는다. 차슈 라멘 £10에서 부가세를 빼면 £8.3이 남고, 라멘집 식재료 원가율을 업계 통상치 25~30%로 잡으면 재료비는 한 그릇 £2~2.5 안팎이다. 랍스터 라멘은 계산이 다르다. 임시 매장 시절 £38로 소개된 그릇이 이번 시식 기사에는 £24로 적혔는데, 양이 줄었는지 원가를 떠안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원가율은 추정.

12.남는 돈은 2층 술잔에서 나온다. 칵테일은 £12부터이고 와인은 병당 £50에서 시작해 대부분 £100대에 있는데, 리스트는 부르고뉴 화이트에 힘을 줬다. 사케는 잔으로도 병으로도. 술은 음식보다 원가율이 낮아, 2층 두 사람이 병 하나를 따면 그 한 테이블이 1층 라멘 열 그릇쯤의 매출을 낸다. 1층이 손님을 들이는 자리라면, 돈이 남는 자리는 2층.

13.두 셰프는 임대차 계약서보다 손님 반응을 먼저 봤다. Urchin은 그리스 시프노스(Sifnos) 섬의 10석 카운터에서 시작해 Supermarket of Dreams에서 12개월을 보냈다. Robin's Ramen은 2025년 여름 EEL Sushi에서 하루 팝업을 연 뒤 2025년 10월부터 2026년 5월까지 같은 식료품점에서 8개월 동안 라멘을 팔았다. 빌린 자리라 가게를 새로 지을 일이 없었고, 저녁이면 판자를 이어 붙인 공용 테이블을 펴서 손님을 받았다.
14.런던에서 라멘은 보통 체인이 매장 수로 키우는 업태다. 이 집의 방향은 그 반대. 미쉐린 별을 받은 비스트로 팀이 라멘을 제 건물의 1층 가게로 쓰고, 그 위에 술을 파는 방을 얹었다. 2층 25석이 예약으로 막히면 남은 수요는 1층의 걸상으로 흘러내려 온다. 라멘 한 그릇이 이 집에서는 예약 대기열 노릇을 한다.
15.Dorian 팀은 임시 매장 두 곳을 합쳐 3층 타운하우스를 채웠고, 25석짜리 2층은 개점 일주일 만에 한 달 치 저녁 예약이 찼다. 한국에서 같은 구성을 짜면 2층이 먼저 걸린다. 일반음식점 영업장이 지상 1층이 아닌 층에 있고 바닥면적이 100㎡ 이상이면 다중이용업소가 되어, 비상구와 피난 설비를 갖추고 안전시설 완비증명을 받아야 문을 열 수 있기 때문. 25석짜리 방은 그 100㎡ 선 아래에 머무를 수 있는 크기이고, 이 선을 넘기느냐가 공사비를 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