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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천장 아래의 홀 · 한쪽이 주방을 향해 트여 있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민화 천장 아래의 홀한쪽이 주방을 향해 트여 있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데일리 다이닝

알랭 뒤카스의 한국 첫 식당이 패션 매장 지하에 코스 없이 문을 열었다 (서울·패션 플래그십 다이닝)

2026.10.03

디자이너 우영미가 이태원 플래그십의 맨 아래층을 알랭 뒤카스에게 내줬다. 문을 연 지 넉 달. 메뉴판에는 코스가 없고, 접시마다 1만 4,000원에서 4만 2,000원 사이의 가격이 붙어 있다.

1.2026년 5월 20일, 서울 이태원로27길의 우영미(WOOYOUNGMI) 플래그십 지하에 사피드 서울(Sapid Seoul)이 문을 열었다. 미쉐린 별을 가장 많이 모은 셰프로 꼽히는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가 한국에 낸 첫 식당. 건물은 일곱 달 가까이 먼저 열렸고, 그때 안내된 식당 개점 시기는 연말.
2.건물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대지는 150평. 설계는 스위스의 Stocker Lee Architetti. 둥글게 굽은 외벽을 콘크리트와 유리블록으로 두르고, 안은 층과 층이 반 층씩 엇갈려 이어지는 스킵 플로어로 짰다. 지상에는 남성복과 여성복 매장, 4층에는 Café de Wooyoungmi, 옥상에는 정원. 식당은 그 맨 아래에 놓였다.
우영미 이태원 · 아래는 미네랄 페인트를 칠한 콘크리트, 위는 유리블록이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우영미 이태원아래는 미네랄 페인트를 칠한 콘크리트, 위는 유리블록이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스킵 플로어 · 층과 층이 반 층씩 엇갈려 계단으로 이어진다. ⓒ월간 디자인
스킵 플로어층과 층이 반 층씩 엇갈려 계단으로 이어진다. ⓒ월간 디자인
3.계단을 끝까지 내려가면 천장부터 보인다. 우영미가 민화를 다시 그린 무늬를 천에 옮겨 홀 천장을 통째로 덮었고, 그 아래 벽에는 뒤카스가 제안한 식물 표본 수채화가 액자에 담겨 열을 지어 걸렸다. 조명은 1970년대 무라노 유리 빈티지. 직원 유니폼도 우영미가 디자인했다.
사피드 서울 입구 · 회색 벽에 금색 글자만 붙였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사피드 서울 입구회색 벽에 금색 글자만 붙였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긴 공용 테이블 · 무라노 유리 조명이 그 위에 걸렸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긴 공용 테이블무라노 유리 조명이 그 위에 걸렸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4.바 좌석에 앉으면 요리사들이 접시를 올리는 손이 유리 너머로 그대로 보인다. 나머지 자리는 2인 테이블과 긴 공용 테이블. 좌석 수는 공개되지 않았고, 공개된 사진으로 세어 보면 40석 안팎(추정).
홀 · 천장에서 내려온 빈티지 조명과 2인 테이블. ⓒDucasse Paris
홀천장에서 내려온 빈티지 조명과 2인 테이블. ⓒDucasse Paris
5.메뉴는 채소와 곡물, 해산물이 앞에 서고 고기는 곁에 붙는다. 버터와 크림, 설탕과 소금을 덜어 내는 뒤카스의 나튀랄리테(Naturalité) 원칙. 개점 전에 공개된 메인은 수란을 올린 그린 아스파라거스였는데, 포크로 수란을 가르면 노른자가 아스파라거스 위로 번지며 소스 노릇을 한다. 버터 소스가 하던 일을 달걀 하나에 맡긴 접시.
관자 접시 · 구운 관자에 허브와 양파를 올렸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관자 접시구운 관자에 허브와 양파를 올렸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6.재료는 80% 이상을 국내 농가와 작은 생산자에게서 받는다. 개점 아흐레 뒤 한 칼럼니스트가 받은 접시는 스트라치아텔라를 얹은 구운 버터넛 스쿼시, 그린빈과 전복, 비트를 넣은 문어 버거, 셀러리악과 머스터드를 곁들인 관자였다. 디저트는 바닐라와 두유 크림을 채운 에클레어에 볶은 퀴노아 프랄린을 뿌렸다. 생크림 자리에 두유가, 견과 자리에 곡물이 들어간 디저트 한 개에 메뉴판 전체의 원칙이 다 들어 있다.
무쇠 냄비에 담은 새우 요리 · 사피드 서울이 공개한 요리 사진. ⓒDucasse Paris
무쇠 냄비에 담은 새우 요리사피드 서울이 공개한 요리 사진. ⓒDucasse Paris
베리 타르트 · 사피드 서울이 공개한 디저트 사진. ⓒDucasse Paris
베리 타르트사피드 서울이 공개한 디저트 사진. ⓒDucasse Paris
7.코스가 없다. 메뉴판은 스타터와 메인, 디저트로 나뉘고 손님이 접시를 골라 한 끼를 짠다. 접시 가격은 1만 4,000원에서 4만 2,000원 사이이고, 버섯과 햄프 두부, 헤이즐넛으로 낸 국물 요리가 2만 6,000원. 별을 단 셰프 이름을 걸고 서울에서 이 가격대 단품을 내는 식당은 흔치 않다.
8.2022년 가을, 청담동 루이 비통(Louis Vuitton) 건물에 문을 연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의 팝업은 저녁 한 끼가 30만 원이었고 예약은 5분 만에 찼다. 채소를 앞세운 프렌치, 패션 하우스 건물이라는 조건까지 같다. 갈린 건 기간. 파사르는 정해진 기간을 채우고 떠났고, 사피드는 이 건물의 한 층으로 상설 입주했다.
한 끼 가격 비교 옅은 막대 = 2022년 청담동 파사르 팝업 · 짙은 막대 = 사피드 서울 · 단위 원 팝업 저녁 300,000 팝업 점심 150,000 팝업 티타임 110,000 사피드 한 사람(추정) 70,000 가장 비싼 접시 42,000 버섯·햄프 두부 국물 26,000 가장 싼 접시 14,000 팝업 가격은 2022년 보도, 사피드 접시 가격은 폴레 업소 정보 기준. 한 사람 7만 원은 스타터·메인·음료를 더한 추정. 막대는 1만 원을 14.7px로 그렸다.
팝업과 상설의 가격같은 채소 중심 프렌치, 같은 패션 하우스 건물. ⓒCash and Space · 가격 이데일리·폴레
9.상설 식당은 한 번 오고 마는 손님으로 버티지 못한다. 팝업이 하룻저녁 행사라면 상설 층은 같은 사람이 한 달에 두세 번 내려와야 계산이 맞고, 사피드의 가격표는 그 계산에 맞춰진 것처럼 보인다. 옷을 사러 온 사람은 반 층씩 계단을 내려가다 끝에서 점심을 먹고, 위로는 4층 카페와 옥상 정원이 반대쪽 끝을 잡는다. 건물 양 끝에 먹고 쉬는 자리를 두면 손님은 그 사이 매장 층을 두 번 지난다.
4층 카페 · Café de Wooyoungmi. 커피 바 옆에 DJ 장비가 놓였다. ⓒ월간 디자인
4층 카페Café de Wooyoungmi. 커피 바 옆에 DJ 장비가 놓였다. ⓒ월간 디자인
10.한 사람이 스타터 하나와 메인 하나를 고르고 음료를 더하면 7만 원 안팎(추정). 좌석 40개에 점심과 저녁을 합쳐 하루 56명이 앉는다고 잡았다. 점심이 저녁보다 잘 차는 쪽에 걸었는데, 매장이 문을 여는 시간에 사람이 몰리는 건물이라서다.
11.매일 문을 연다고 치면 한 달 매출은 1억 1,700만 원쯤 된다. 국산 재료 비중이 높고 손질이 많은 채소 요리라 식재료 원가율을 32%로 잡았다. 요리사와 홀 직원 14명의 인건비는 식재료비보다 크다. 단품 식당은 주문이 제각각 들어와 코스 식당보다 주방에 손이 더 필요하기 때문.
한 달 손익 추정 단위 만 원 · 모든 수치는 추정 매출 11,700 식재료 (32%) 3,740 인건비 (14명) 4,060 임대료·관리비 800 공과금·카드 수수료 등 1,300 남는 몫 1,800 매출 = 하루 56명 · 한 사람 7만 원 · 30일. 인건비는 1명당 월 290만 원(4대 보험 포함)으로 잡았다. 뒤카스 쪽에 내는 로열티는 공개되지 않아 넣지 않았다. 막대는 100만 원을 3.76px로 그렸다.
한 달 손익 추정인건비가 식재료비보다 큰 줄에 들어간다. ⓒCash and Space · 추정
12.이 표에서 가장 불확실한 줄은 임대료. 건물이 회사 소유인지 임차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같은 회사 매장의 지하층을 식당 손익에 얼마로 매길지는 회사가 정하기 나름이다. 뒤카스 쪽에 내는 이름값도 알려지지 않았다. 표의 남는 몫 1,800만 원은 그 로열티를 빼기 전 금액.
13.혼자 서는 가게로만 재면 이 식당의 계산은 빠듯하다. 우영미와 솔리드 옴므(Solid Homme)를 운영하는 쏠리드의 2022년 매출은 998억 원이었다. 그 규모의 패션 회사에 지하 식당은 매출 한 줄보다, 이 브랜드가 무엇을 먹고 어떤 접시를 고르는지 보여 주는 층에 가깝다. 손님이 내려와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위층 옷걸이 앞을 지나는 횟수도 는다.
14.사피드라는 이름은 파리에서 먼저 나왔다. 2021년 10월 뒤카스가 로맹 메데르(Romain Meder)와 함께 파라디 거리(rue de Paradis)에 연 첫 사피드는, 입구 단말기로 주문하고 학교 식당 같은 긴 의자에 나란히 앉는 채식 식당이었다. 생선은 양념처럼 조금만 썼다.
15.서울의 사피드는 그 이름과 원칙만 가져왔다. 단말기 대신 직원이 주문을 받고, 긴 의자 대신 민화 천장 아래 테이블에 앉는다. 뒤카스는 원칙만 들고 가서 도시마다 다른 식당을 차리는 이 방식을 노마드 퀴진(Nomad Cuisine)이라 부른다. 이름이 큰 만큼 기대를 다 채우지는 못했다는 게 앞의 그 칼럼니스트의 평.
16.패션 회사가 플래그십의 맨 아래층을 셰프 브랜드에 내주면서 팝업 대신 상설을, 코스 대신 단품을 골랐다. 가장 비싼 접시가 4만 2,000원으로, 청담동 팝업이 받던 저녁값의 7분의 1. 국내에서 이런 단품 식당을 점심부터 저녁까지 매일 열면 주 52시간 상한에 먼저 걸린다. 주방을 두 조로 나눠 돌려야 해서 인건비가 매출보다 먼저 불어나는 구조.
데일리 다이닝 #055 · 2026.10.03 · Cash and Space
출처 · Ducasse Paris 「Sapid Seoul」 업소 정보(이태원로27길 34-1·한국 첫 식당·채소 중심) · 한국경제 「우영미와 미쉐린이 만나면?…알랭 뒤카스의 사피드 서울」(2026.05.15, 5월 20일 개점·나튀랄리테·무라노 조명·식물 표본 수채화·유니폼) · 쿡앤셰프 「“패션과 미식의 만남” 우영미·알랭 뒤카스 협업 레스토랑 ‘사피드 서울’ 이태원 개점」(2026.05.20, 국내산 재료 80% 이상) · 뉴스핌 「우영미·알랭 뒤카스 협업 레스토랑 '사피드 서울' 이태원 오픈」(2026.05.20) · 이슈온 「[미식칼럼] 사피드 서울」(2026.05.29, 칼럼니스트 최보영·시식 접시·펠트커피 원두) · 폴레 「사피드 서울」 업소 정보(메뉴 가격 1만 4,000원~4만 2,000원대·버섯 햄프두부 헤이즐넛 2만 6,000원·발레파킹) · Creatrip 「Wooyoungmi x Alain Ducasse Open 'Sapid Seoul'」 · 월간 디자인 「우영미가 이태원에서 펼치는 브랜드의 새로운 챕터」(Stocker Lee Architetti·스킵 플로어·Café de Wooyoungmi·designallee 옥상 정원) · 이코노미스트 「패션·예술·미식이 흐르는 공간… 우영미, 서울 중심에 ‘이태원 스토어’ 열다」(2025.10.28, 10월 29일 개점·세계 세 번째 플래그십·연말 식당 개점 예정) · 이데일리 「'한 끼 55만원'에도 '노쇼' 없는 루이비통 레스토랑」(2022, Alain Passard at Louis Vuitton 팝업 가격·예약 5분) · 한국경제 「파리가 사랑한 K명품 우영미 매출 1000억 시대」(2023.05, 쏠리드 2022년 매출 998억 6,000만 원) · Institut de la Gastronomie Végétale 「Sapid, the new naturalist restaurant of Alain Ducasse and Romain Meder」(54 rue de Paradis·2021년 10월·단말기 주문·공용 테이블)
사진은 각 매체와 Ducasse Paris가 공개한 보도 사진이다. 좌석 수·하루 손님 수·한 사람 객단가·월 매출·식재료 원가율·인원과 인건비·임대료는 공개된 메뉴 가격과 사진, 업계 통상치로 잡은 추정이며 식당이 밝힌 수치가 아니다. 건물 대지 150평은 개점 당시 보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