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교토 고쇼 담장 건너편에 스페셜티 커피점이 열렸다. 건물은 1977년부터 커피를 팔아 온 자리이고 이 집이 세 번째 임차인이다. 두 달 뒤 가게는 문 여는 시각을 오전 8시로 당겼다. 일본에서 아침 장사란 커피값만 받고 빵을 얹어 주는 장사인데, 여기는 세트를 980엔부터 받는다.
1.이름은 Breworld Coffee Kyoto. 주소는 교토시 가미교구 산초초 440-3이고, 지하철 가라스마선 이마데가와역에서 걸어 10분. 교토교엔(京都御苑) 서쪽 담장을 건너면 나온다. 6월 5일에 열었고 화요일에 쉰다. 드립 커피 650엔부터, 카페라테 700엔부터. 자가배전한 원두를 50종 넘게 놓고 주문받은 다음에 한 잔씩 손으로 내린다.
2.운영사는 U.Branding, 본사는 도쿄에 있다. 로스터리는 교토가 아니라 나라현 야마토타카다시(大和高田市)에 있고 2023년 9월에 열었다. 그 로스터리에 붙은 매장은 좌석이 8개뿐. 볶는 곳을 먼저 만들고 도시로 나온 순서인데, 교토가 그 두 번째 매장이다.
3.최근에 바뀐 건 시간표다. 7월 27일부터 아침 8시에 문을 연다. 평일 영업을 두 시간 앞으로 당겨 8시부터 16시까지, 주말은 8시부터 17시 반까지. 회사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아침에 들를 데를 찾는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밝혔다. 개점 두 달 만의 조정.

4.건물 내력을 보면 이 시간표가 새것이 아니다. 1977년에 「ブラジル」라는 킷사텐이 여기서 시작해 40년 넘게 커피를 팔았고, 2019년 4월에는 아이치현 된장 회사가 「喫茶ゾウ」를 열었다. 카운터 6석에 4인 테이블 셋. 된장 회사가 커피집을 낸 이유는 커피가 아니라 자기네 된장을 나고야 밖에서 보여 주는 데 있었고, 2023년에는 식사 메뉴를 접고 크레페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올해 세 번째 커피가 들어왔다.

5.안으로 들어가면 옛 킷사텐의 뼈대가 그대로 서 있다. 낮게 걸린 조명, 손때가 앉은 나무 카운터, 앉으면 등이 닿는 자리까지. 달라진 것은 벽 한 면을 차지한 원두 선반이고, 바에는 PROFITEC 머신이 놓였다. 교토에서 흔히 보는 기종은 아니다.

6.50종을 놓는다는 건 손님에게 고르라고 시키는 일이다. 얕게 볶은 아프리카 콩은 잔이 식는 동안 산이 앞으로 올라오고 단맛이 뒤에 붙는다. 반대편에는 깊게 볶은 만델링이 있고, 이걸 에스프레소로 뽑아 우유에 섞으면 다크초콜릿 쪽으로 무겁게 내려앉는다. 두 방향을 한 집에서 다 팔려면 볶는 쪽을 직접 쥐어야 한다. 남의 원두를 사다 쓰면 안 나간 봉지가 그대로 손실로 남으니까.

7.자리를 보면 이 집이 누구를 보고 여는지가 나온다. 여기는 기요미즈데라(清水寺)나 아라시야마로 가는 관광 동선이 아니다. 길 건너가 교토교엔이고 몇 걸음 위가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 이마데가와 캠퍼스인데, 그 캠퍼스에 학생과 교직원이 2만 명 가까이 드나든다. 관광객은 아침 8시에 남의 동네 커피집에 앉아 있지 않는다. 그 시각에 문을 여는 건 등교하는 학생, 출근하는 교직원, 고쇼를 한 바퀴 돌고 나온 주민을 받겠다는 뜻.

8.문제는 값이다. 일본에서 아침 장사는 오래전에 규격이 정해졌다. 커피 한 잔 값만 받고 토스트와 삶은 달걀을 얹어 주는 방식이 나고야에서 굳었고, 전국 체인이 그걸 그대로 가져갔다. 코메다 커피의 모닝은 개점부터 오전 11시까지, 음료를 시키면 빵이 따라 나온다. 460엔이면 아침이 해결된다는 얘기.

9.이 집의 모닝은 크루아상 세트 980엔에서 시작해 베이글 세트 1,280엔, 베이글과 크루아상 1,380엔, 치즈오믈렛 크루아상 1,580엔, 아사이볼 세트 1,680엔으로 올라간다. 전부 커피와 샐러드와 요거트가 붙는다. 체인의 모닝을 아침 미끼로 본다면 이쪽은 미끼가 아니라 상품이다.
10.숫자를 세워 보면 왜 그렇게 하는지가 보인다. 자가배전 카페는 생두로 사서 직접 볶는다. 스페셜티 등급 생두를 1kg 1,500엔에 들이고 볶으면서 15% 정도가 날아가니 배전 후 1kg에 1,765엔. 한 잔에 15g을 쓰면 원두 값은 26엔쯤 된다. 650엔짜리 드립에서 원두 원가율이 4% 남짓이라는 뜻인데, 우유와 컵을 얹어도 잔은 여전히 싸게 나간다.
11.세트는 반대다. 크루아상 한 개를 매입가 200엔 안팎으로 잡고 샐러드와 요거트를 붙이면 재료비가 300엔 근처로 올라간다. 980엔 세트의 원가율은 30% 언저리. 커피만 팔 때의 일곱 배가 넘는 수준. 그런데 남는 금액은 624엔에서 680엔으로 오른다. 원가율이 나빠지는 대신 한 자리에서 걷는 돈이 커지는 교환이고, 여기까지는 계산이 아니라 산수다.
12.진짜 이유는 시간에 있다. 8시부터 10시까지는 원래 매출이 0인 시간. 임대료는 그 두 시간에도 나가고, 10시 개점을 준비하는 사람은 어차피 8시에 가게에 있다. 이미 나가고 있던 고정비 위에 세트 매출을 얹는 것이라 여기서 나오는 680엔은 거의 전부가 이익으로 남는다. 아침 손님이 하루 20명만 늘어도 월 25일이면 34만 엔.
13.좌석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선 임차인의 배치가 카운터 6석에 4인 테이블 셋이었으니 18석 안팎으로 보는 게 맞고, 면적은 15평 남짓으로 추정된다. 객단가를 1,100엔으로 두고 하루 90명, 월 25일이면 월 247만 엔. 15평이면 평당 월 16만 엔이 넘는다. 그럼 이 면적에서 임대료는 얼마나 무거운가. 교토 도심 상가 임대료가 평당 월 2만 엔에서 7만 엔 사이를 오가는 걸 생각하면 임대료 매출 대비 20% 아래로 떨어진다. 전부 공개 자료와 업계 통상치로 세운 추정이고 업소가 밝힌 숫자가 아니다.
14.잔과 세트 말고 하나 더. 드립백을 15종쯤 만들어 개당 300엔에 놓고, 원두를 봉지로 판다. 이건 좌석을 쓰지 않고 나가는 매출이라 회전율과 무관하다. 볶는 설비를 나라에 두고 교토에 매장을 낸 회사에게 도시 매장은 판로이기도 하다. 로스터리가 도심으로 나오는 이유가 잔 매출 하나였던 적은 없다.

15.일본에서 킷사텐은 1981년 154,630곳으로 가장 많았고 2021년에는 58,669곳으로 줄었다. 40년 사이 62%가 사라진 셈이니 이 건물의 첫 임차인도 그 감소분 안에 들어 있다. 다만 없어진 건 킷사텐이지 아침 수요가 아니었다. 같은 자리에서 다시 8시에 불이 켜지고, 이번에는 커피를 볶는 회사가 그 시간을 가져갔다.

16.교토 고쇼 옆 15평 남짓한 옛 킷사텐에서 자가배전 로스터리가 아침 8시 장사를 시작했고, 그 나라의 관습대로 빵을 얹어 주는 대신 세트를 980엔에 받는다. 원가율은 4%에서 30%로 나빠지지만 한 자리에서 남는 돈은 624엔에서 680엔으로 는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인건비다. 아침 두 시간을 열려면 사람이 그만큼 일찍 나와야 하고, 주휴수당과 야간이 아닌 조기 출근 수당까지 계산에 넣으면 하루 20명으로는 안 맞는 경우가 많다. 이 시간대를 열지 말지는 메뉴보다 근무표를 먼저 짜 보고 내릴 결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