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유라쿠초 역 앞 상업시설 1층에 부산에서 온 커피 브랜드가 들어왔다. 보도 쪽 줄에서는 아메리카노가 250엔, 안쪽 좌석에서는 600엔. 원두도 잔도 다르고 문 여는 시각은 세 시간 차이가 난다. 좌석은 32석.
1.주소는 도쿄 지요다구(千代田区) 유라쿠초 2-7-1, 유라쿠초 이토시아(有楽町イトシア) 1층 노면점이다. 상호는 JMCOFFEE GINZA LOUNGE. 8월 8일에 먼저 열고 14일에 정식으로 개점했다. 부산에서 시작한 제이엠커피그룹의 일본 1호점. 좌석 32석에 연중무휴다.
2.보도에 세워 둔 안내판에는 사람이 둘 그려져 있다. 앉아 있는 사람 밑에 IN, 걸어가는 사람 밑에 T/O. 맨 위 글자가 DUAL SPACE. 테이크아웃 줄은 아침 7시 반에 열고 좌석은 10시에 연다. 닫는 시각도 21시와 21시 반으로 갈린다.

3.EXPRESS zone은 유리 너머 카운터 한 줄이다. 벽 선반에 종이컵이 층층이 꽂혀 있고, 주문은 화면 옆 QR을 찍어 메신저로 넣는다. 앱을 따로 깔 필요가 없고, 받는 데 3분쯤. 인도 쪽 배너에 붙은 250엔과 270엔은 세금 별도 표시.


4.안쪽 EXPERIENCE zone은 원두부터 고르게 한다. STRADA는 밀크초콜릿의 단맛에 자두가 옅게 걸치고 바디가 두툼하다고 적혀 있고, PRIMO는 자스민과 오렌지 블로섬 향에 익은 베리와 열대 과일이 따라온다고 설명한다. PRIMO를 고르면 100엔이 붙는다. 여기서 아메리카노는 핫 600엔에 아이스 650엔, 플랫화이트는 650엔과 700엔.

5.두 원두는 같은 잔에서 순서가 다르게 온다. 초콜릿과 당밀 쪽은 첫 모금이 혀 가운데에 내려앉고, 식으면서 자두 껍질 같은 신맛이 뒤늦게 올라온다. 꽃 향 쪽은 반대로 잔을 들자마자 코로 먼저 오고 목을 넘긴 뒤 깨끗하게 빠진다. 우유를 섞으면 그 차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향은 우유 위로 남는다. 850엔짜리 오리엔탈 라테에 꽃 향 원두를 물린 건 그래서 계산이 선다.

6.도토루(ドトール)가 7월 23일부터 블렌드 커피 S를 280엔에서 300엔으로 올렸다. 약 1,200개 점포에 한꺼번에 적용했고, 회사가 밝힌 이유는 원자재와 포장재 값. 일본에서 가장 흔한 기준선이 300엔이 된 달에, 스페셜티를 내세운 신규 매장이 250엔을 붙였다. 싼 축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가장 싼 축보다 더 싸다.

7.같은 건물 2층에는 츠바키야 커피 유라쿠초사료(椿屋珈琲 有楽町茶寮)가 있고 그 집 커피는 1,180엔이다. 한 건물 안에서 250엔과 1,180엔이 위아래로 겹친다. 층이 하나 다를 뿐인데 값은 4.7배. 1층 노면이 커피 한 잔의 하한을 새로 그은 걸까. 그보다는 원래 벌어져 있던 폭을 한 주소 안으로 끌어들인 쪽에 가깝다.

8.문 여는 시각이 세 시간 다른 것도 이 구조에서 나온다. 유라쿠초 역은 출근하는 사람이 지나가는 역이고, 아침 7시 반의 좌석은 돈이 안 된다. 반대로 저녁에는 걸어가며 마시는 사람이 줄고 앉아 있는 사람이 남는다. 그래서 테이크아웃 줄이 먼저 열고 먼저 닫는다.
9.긴자 역 1층 노면 점포의 평당 월 임대료는 88,557엔으로 집계된다. 긴자 전체 평균은 66,086엔이고 가장 비싼 구역이 150,001엔. 32석에 두 줄을 놓은 이 매장을 40평으로 잡으면 월 354만엔이 나온다. 이 아래 숫자는 공개 자료로 세운 추정.
10.인건비는 시점이 나쁘다. 도쿄 최저임금은 1,226엔이고 10월 1일부터 1,280엔이 된다. 54엔이 올라 4.4%. 두 줄이 겹치는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는 사람이 최소 3명 필요하고 아침과 마감에는 1~2명으로 줄어드니 하루 36인시쯤. 새 임금으로 곱하면 월 138만엔.
11.잔 하나가 남기는 돈은 두 줄에서 완전히 다르다. 250엔짜리는 원두 15g에 종이컵과 뚜껑, 컵홀더까지 붙어 75엔쯤이 나가고 175엔이 남는다. 600엔짜리는 도자기 잔이라 부자재가 없고 원두를 넉넉히 써도 60엔이면 되니 540엔이 남는다. 값 차이는 2.4배인데 남는 돈 차이는 3.1배.
12.임대료와 인건비를 더하면 월 492만엔, 하루 164,000엔이다. 이걸 250엔짜리로만 메우려면 하루 937잔을 팔아야 한다. 13시간 반 영업이니 시간당 69잔. 좌석 줄로만 메우려면 304잔인데 32석으로는 좌석당 9.5회전이라 성립하지 않는다. 두 줄을 겹쳐야 답이 나온다. 테이크아웃 450잔에 좌석 4회전이면 그날 임대료와 인건비를 넘긴다.
13.음료 밖에서도 돈이 붙는다. 매장에서 쓰는 원두를 그 자리에서 판다고 안내하고, 주문 화면에는 굿즈 탭이 따로 있다. 8월 12일부터는 도장 10개를 모으면 에코백을 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싱글 오리진은 온두라스와 파나마를 세라믹 컵 세 개에 나눠 담는 세트, 브라질과 케냐를 앞에서 내려 주는 드리퍼 세트 두 벌로 판다. 900엔짜리 밀크 워시드 커피도 좌석 전용.
14.8월 한 달 도쿄에 들어온 한국 커피 브랜드는 이곳만이 아니다. 빽다방이 6일 신바시(新橋)에 1호점, 18일 간다(神田)에 2호점을 냈고, MASS COFFEE가 17일 신바시에 열었다. 20일에는 THE LITER SPACE COFFEE가 고탄다(五反田)에 문을 열어 1리터짜리 컵을 내놨다. 한 달 사이 도쿄에 한국 브랜드가 이만큼 붙은 배경에는 국내 숫자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로 커피 브랜드 921개에 가맹점 29,101개, 폐점률 9.3%.


15.제이엠커피그룹은 1999년 유통업으로 시작해 2013년 공장형 카페를 열었고, 이듬해 저가 브랜드 컴포즈커피를 따로 냈다. 그 브랜드는 2023년 2,600호점까지 갔고 2024년 7월 필리핀 졸리비 푸즈(Jollibee Foods) 등에 지분 100%가 3억 4,000만 달러, 약 4,700억 원에 넘어갔다. 이때 창업자가 저가 커피 시장에 다시 들어가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도쿄의 250엔은 일본 기준으로 도토루보다 싸다. 그 약정이 어느 시장을 두고 한 것인지는 공개돼 있지 않다.
16.도쿄 한복판 1층에 한 주소로 줄을 두 개 세운 매장이 생겼고, 아침 7시 반과 10시로 여는 시각을 갈라 같은 커피를 250엔과 600엔에 판다. 임대료와 인건비를 250엔짜리로만 메우려면 하루 937잔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값싼 줄 하나로는 이 자리를 못 산다. 국내에서 이걸 하려 들면 면적에서 먼저 막힌다. 테이크아웃 카운터와 좌석 홀은 동선이 겹치는 순간 둘 다 망가진다. 두 동선을 떼어 놓으려면 노면 폭이 최소 두 칸은 나와야 하고, 서울 주요 상권에서 그 폭을 가진 1층에는 값이 따로 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