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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로 세운 초성 넉 자 · 캐노피 위가 간판, 유리문 안쪽이 굿즈 구역이다. 오른쪽 벽면이 캐릭터 일러스트. ⓒ라이브루리
벽돌로 세운 초성 넉 자캐노피 위가 간판, 유리문 안쪽이 굿즈 구역이다. 오른쪽 벽면이 캐릭터 일러스트. ⓒ라이브루리
데일리 드링크

게임 커뮤니티 대표가 차린 카페가 세계 51위에 올랐다 (서울·파나마 게이샤 전문)

2026.09.04

명동역에서 언덕을 하나 오르면 호텔 1층에 벽돌로 넉 자를 붙여 놓은 가게가 나온다. 「ㄹㄹㅋㅍ」. 원두는 파나마 한 나라에서만 들여와 100종 넘게 걸어 두고, 한 잔에 9만 원을 받는 경매 낙찰 로트가 그 목록 안에 섞여 있다. 같은 건물 옆 창구에서는 아메리카노를 4,900원에 판다. 문을 연 지 1년 5개월 만인 지난 2월, 이 집이 세계 100대 커피숍 51위에 이름을 올렸다.

1.상호는 루리커피(RULI COFFEE). 자리는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31, 2018년에 문을 연 더 큐브 호텔(THE CUBE HOTEL) 1층이고 명동역 3번 출구에서 걸어 5분쯤 걸린다. 개점은 2024년 9월. 영업은 오전 11시 30분에 열어 오후 6시 30분에 닫고, 수요일은 휴무. 자리도 대로변이 아니라 언덕을 한 번 꺾어 올라간 이면도로다.
2.차린 사람은 박병욱 대표다. 본업은 커피가 아니라 커뮤니티. 2000년에 시작한 게임·서브컬처 커뮤니티 루리웹(RULIWEB)을 운영하고, 그 안에서 버추얼 유튜버 사업 라이브루리(LiveRuli)를 함께 굴린다. 루리웹의 월 방문은 6,300만 회쯤으로 집계된다. 국내 게임 커뮤니티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손님 명단을 이미 손에 쥔 사람이 카페를 열었다는 이야기.
길에서 보이는 것 · 파란 세로 간판과 유리 안쪽 굿즈 진열. 길이 언덕이라 매장 바닥이 보도보다 높다. ⓒ어썸웨이브
길에서 보이는 것파란 세로 간판과 유리 안쪽 굿즈 진열. 길이 언덕이라 매장 바닥이 보도보다 높다. ⓒ어썸웨이브
3.콘크리트 캐노피 위에 벽돌을 잘라 붙여 넉 자를 세웠다. 「ㄹㄹㅋㅍ」. 상호의 초성만 남긴 표기이고, 커뮤니티에서 오래 쓰여 온 줄임 방식이기도 하다. 유리문 오른쪽 벽면 전체는 메이드 복장을 한 고양이 귀 캐릭터 일러스트로 덮여 있다. 안쪽 벽에는 호두나무 명판이 걸렸는데 거기에도 초성이 세로로 새겨져 있고, 그 옆에 파란 리본 모양 인증 스티커가 붙었다.
명판과 스티커 · 호두나무 명판에 초성을 세로로 새겼다. 오른쪽이 세계 100대 커피숍 인증 스티커. ⓒ어썸웨이브
명판과 스티커호두나무 명판에 초성을 세로로 새겼다. 오른쪽이 세계 100대 커피숍 인증 스티커. ⓒ어썸웨이브
4.공간은 크게 둘로 갈린다. 한쪽은 유리문 안으로 가챠 기계가 줄지어 선 굿즈 구역과 테이크아웃 창구, 다른 한쪽이 오크 상판을 두른 드립 카운터다. 카운터 좌석은 여덟. 벽 선반에는 부르고뉴 잔이 줄로 매달려 있고 그 아래 냉장 진열장에 위스키 몇 병이 서 있다. 바 안쪽으로는 그라인더 두 대와 스테인리스 배수 트레이, 검은 드립 스탠드.
카운터 위에 펼친 인증서 · 여행 가방 안에 낙찰 로트의 진품 인증서를 펼쳐 세웠다. 뒤쪽 선반에 와인글라스가 걸려 있다. ⓒ어썸웨이브
카운터 위에 펼친 인증서여행 가방 안에 낙찰 로트의 진품 인증서를 펼쳐 세웠다. 뒤쪽 선반에 와인글라스가 걸려 있다. ⓒ어썸웨이브
5.추출은 도자기 멜리타(Melitta) 드리퍼에 원두 8g으로 시작한다. 물을 네 번 나눠 붓고 첫 물에는 황동 칠링볼을 함께 걸친다. 향이 날아가기 전에 온도를 떨어뜨리려는 장치. 다 내린 커피는 잔이 아니라 부르고뉴 와인글라스에 담겨 나오고, 8g으로 뽑은 양이라 볼 바닥을 얇게 덮는 데서 그친다. 잔을 흔들면 그 좁은 면적에서 향이 위로 모인다.
8g을 내리는 자리 · 도자기 드리퍼와 저울, 유리 서버. 트레이 위 황동 공이 첫 물에 쓰는 칠링볼이다. ⓒ어썸웨이브
8g을 내리는 자리도자기 드리퍼와 저울, 유리 서버. 트레이 위 황동 공이 첫 물에 쓰는 칠링볼이다. ⓒ어썸웨이브
6.게이샤 워시드에 붙는 컵노트는 보통 자스민과 베르가못 쪽. 내추럴로 말린 것은 잘 익은 열대 과일과 발효된 단맛으로 간다. 8g만 쓰면 농도는 옅어지지만 향의 윤곽까지 지워지지는 않는다. 마셔 보지 않고 특정 잔의 맛을 옮길 수는 없다. 다만 이 집이 왜 손잡이 달린 잔을 버리고 와인글라스를 골랐는지는 추출량만 봐도 설명이 된다.
잔은 크고 양은 적다 · 부르고뉴 잔에 담아 낸다. 원두 8g으로 뽑은 양이라 볼 바닥을 덮는 데서 그친다. ⓒ어썸웨이브
잔은 크고 양은 적다부르고뉴 잔에 담아 낸다. 원두 8g으로 뽑은 양이라 볼 바닥을 덮는 데서 그친다. ⓒ어썸웨이브
7.커피 목록은 회색 패브릭 바인더 한 권. 펼치면 농장별로 장이 나뉜다.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Hacienda La Esmeralda)가 한 장, 파나마 서부 레나시미엔토의 핀카 누구오(Finca Nuguo)가 한 장, 워시드와 내추럴을 가른 게이샤 목록이 또 한 장. 마지막 장은 통째로 경매 낙찰분이고 거기 스무 종이 들어간다. 모두 8g 단위로 표기되며 값은 10,000원에서 90,000원 사이에 놓인다.
워시드 한 장, 내추럴 한 장 · 가공 방식으로 장을 갈랐고 줄마다 8g 단위와 가격이 붙는다. 맨 아래에 랜덤과 오늘의 커피가 있다. ⓒ어썸웨이브
워시드 한 장, 내추럴 한 장가공 방식으로 장을 갈랐고 줄마다 8g 단위와 가격이 붙는다. 맨 아래에 랜덤과 오늘의 커피가 있다. ⓒ어썸웨이브
8.바인더 맨 아래 두 줄에는 「랜덤 파나마 커피 15,000」과 「오늘의 파나마 커피 10,000」이 있다. 고르기 어려운 손님을 위해 뽑기로 정해 주는 항목. 굿즈 구역에 세워 둔 가챠 기계와 같은 방식을 커피 목록에 그대로 옮겼다. 카운터 위에는 여행 가방을 열어 놓고 그 안에 낙찰 로트의 진품 인증서를 펼쳐 세워 둔다.
농장 한 장, 경매 한 장 · 왼쪽이 파나마 서부 농장 소개와 목록, 오른쪽이 경매 낙찰분 스무 종. ⓒ어썸웨이브
농장 한 장, 경매 한 장왼쪽이 파나마 서부 농장 소개와 목록, 오른쪽이 경매 낙찰분 스무 종. ⓒ어썸웨이브
9.아메리카노가 4,900원, 라테가 6,900원, 초코라테 5,500원. 그 옆 바인더에서 가장 비싼 줄이 90,000원. 같은 가게 안에서 음료 하나의 값이 18배까지 벌어진다. 스페셜 로트 구간이 15,000원, 나노 로트가 40,000원, 그 위가 경매 낙찰분. 계단이 촘촘하게 놓여 있어서 손님이 자기 예산에서 멈출 자리를 고를 수 있다.
한 잔의 가격 구간 (원) 에스프레소 음료와 드립 목록을 같은 축에 올렸다 아메리카노 4,900 오늘의 파나마 10,000 스페셜 로트 15,000 나노 로트 40,000 경매 낙찰 로트 90,000 가장 싼 줄과 가장 비싼 줄의 차이 18배 드립은 모두 원두 8g 기준
18배가격은 매장에 비치된 메뉴판과 커피 목록 바인더에 적힌 값이다. 구간 이름은 목록에 적힌 로트 표기를 따랐다.
설명이 먼저, 가격이 나중 · 왼쪽 장이 품종 설명, 오른쪽이 한 농장의 로트 목록이다. 위쪽 줄이 경매 낙찰분. ⓒ어썸웨이브
설명이 먼저, 가격이 나중왼쪽 장이 품종 설명, 오른쪽이 한 농장의 로트 목록이다. 위쪽 줄이 경매 낙찰분. ⓒ어썸웨이브
10.값을 이렇게 잘게 쪼갤 수 있는 건 한 잔에 8g만 쓰기 때문이다. 국내 핸드드립은 보통 15g에서 20g을 쓰고, 절반만 쓰면 같은 생두로 잔 수가 두 배 나온다. 지난해 베스트 오브 파나마(Best of Panama) 경매의 최고가 로트는 kg당 30,204달러에 팔렸다. 8g으로 끊어도 원두값만 32만 원이 넘으니, 90,000원짜리 줄이 그 등급일 수는 없다.
11.그렇다고 비싼 줄이 매출을 만들지는 않는다. 카운터가 여덟 자리인데 한 잔 내리고 설명하는 데 15분쯤 걸리니, 하루에 나가는 드립은 30잔 안팎에서 멈춘다. 그동안 테이크아웃 창구는 그 두세 배 잔 수를 4,900원에 판다. 값이 18배 벌어진 두 라인이 하루를 마치면 매출에서 엇비슷해진다.
하루 매출이 어디서 나오나 (추정 · 만 원) 좌석 8석 · 영업 7시간 · 드립 한 잔 15분 가정 드립 30잔 60.0 테이크아웃 80잔 39.2 하루 합계 99만 원 잔 수는 테이크아웃이 2.7배 많다 드립 평균 단가 20,000원 · 테이크아웃 단가 4,900원으로 계산했다 수요일 휴무를 빼고 월 26일 영업으로 환산하면 월 2,580만 원
비싼 쪽과 싼 쪽좌석 수와 영업시간, 메뉴 가격은 확인된 값이다. 잔 수와 평균 단가, 추출 소요시간은 업계 통용 범위로 세운 추정이며 이 가게가 공표한 수치가 아니다.
12.비싼 줄이 하는 일은 따로 있다. 그 목록이 이 집을 세계 100대 커피숍 명단에 올렸다. 지난 2월 커피 페스트 마드리드(Coffee Fest Madrid)에서 발표된 2026년 순위에서 51위, 한국에서 이름을 올린 곳은 부산의 모모스커피와 여기 둘뿐이었다. 순위는 투표로 정해지고, 표는 사람이 던진다. 월 방문이 6,300만 회인 커뮤니티를 쥔 사람에게 표는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 아니다.
호텔 입구 옆 · 왼쪽이 호텔 정문, 오른쪽 옹벽에 붙은 작은 명판이 카페 표시다. ⓒ어썸웨이브
호텔 입구 옆왼쪽이 호텔 정문, 오른쪽 옹벽에 붙은 작은 명판이 카페 표시다. ⓒ어썸웨이브
13.분홍색으로 칠한 테이크아웃 창구 앞에는 배너가 하나 서 있고, 거기 큰 글씨로 「*NOT A.I」라고 적혀 있다. 화면 속 캐릭터가 주문을 받지만 그걸 움직이는 건 실시간의 사람이라는 고지. 그 응대 장면은 그대로 방송으로 나가고, 시청자 채팅이 매장 모니터에 함께 뜬다. 인건비를 줄인 게 아니라 한 사람의 근무시간을 접객과 방송 두 군데서 회수하는 방식.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고지 · 창구 앞 배너 두 장. 화면 속 캐릭터를 실시간의 사람이 움직인다고 적어 두었다. ⓒ라이브루리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고지창구 앞 배너 두 장. 화면 속 캐릭터를 실시간의 사람이 움직인다고 적어 두었다. ⓒ라이브루리
14.희귀 로트를 잔술로 파는 형식 자체는 새롭지 않다. 도쿄·홍콩·서울에서 이미 여러 해 돌아간 방식이고, 이 지면에서도 여러 번 다뤘다. 다른 건 순서. 보통은 카페가 먼저 서고 팬이 나중에 붙는데, 여기서는 26년 된 커뮤니티가 먼저 있었고 카페가 그 뒤에 지어졌다. 명동인데도 대로변을 사지 않고 언덕 뒤 호텔 1층을 고른 배짱이 거기서 나온다.
15.커뮤니티 하나가 카페를 세워 1년 5개월 만에 세계 순위표에 들어갔다. 값이 18배 벌어진 두 라인을 한 지붕에서 굴리며 비싼 쪽이 이름을 벌고 싼 쪽이 현금을 번다. 국내에서 이걸 흉내 내려 할 때 먼저 걸리는 건 원두도 인테리어도 아니라 표를 던져 줄 사람이 있느냐다. 커피 실력으로 순위에 드는 길과 명단을 쥐고 시작하는 길은 준비물이 아예 다르고, 뒤쪽은 하루아침에 살 수 없다.
데일리 드링크 #027 · 2026.09.04 · 출처와 확인. 상호·주소·개점 시기·영업시간·좌석·메뉴 구성은 라이브루리(LiveRuli) 공식 안내 페이지 「루리커피」와 매장 비치 메뉴판, 다이닝코드 등록 정보를 대조했다(루리커피 RULI COFFEE ·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31, 남산동2가 18-9 · 더 큐브 호텔 THE CUBE HOTEL 1층 · 2024년 9월 개점 · 11:30~18:30, 라스트오더 18:15 · 수요일 정기휴무 · 바 카운터 8석과 창가석 · 아메리카노 4,900원, 카페라테 6,900원, 초코라테 5,500원, 밀크티 6,900원 · 드립은 원두 8g 기준 10,000~90,000원 · 파나마 단일국 100종 이상 ·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Hacienda La Esmeralda, 핀카 누구오 Finca Nuguo, 경매 낙찰 로트 20종 · 랜덤 파나마 커피 15,000원, 오늘의 파나마 커피 10,000원). 추출 방식(도자기 멜리타 Melitta 01 드리퍼 · 4회 푸어 · 첫 물에 칠링볼 · 부르고뉴 와인글라스 서빙)은 방문 후기 게시분. 세계 100대 커피숍 순위는 The World's 100 Best Coffee Shops 2026 발표분(2026년 2월 · 커피 페스트 마드리드 Coffee Fest Madrid · 루리커피 51위 · 모모스커피 플래그십 22위 · 아시아권 14곳). 운영 주체와 커뮤니티 규모는 언론 게시분과 커뮤니티 트래픽 집계(박병욱 대표 · 루리웹 RULIWEB 2000년 개설 · 2026년 월 방문 약 6,300만 회 · 버추얼 유튜버 사업 라이브루리). 버추얼 캐릭터 주문 방식(테이크아웃과 매장 주문 모두 가능 · 응대 장면이 방송으로 송출되고 시청자 채팅이 매장 모니터에 표시 · 배너에 인공지능이 아니라고 표기)은 라이브루리 안내와 이용 후기 게시분. 2025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Best of Panama 경매 최고 낙찰가는 대회 발표분(파운드당 13,705달러 · kg당 30,204달러 · 20kg 로트 총액 604,080달러 ·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워시드 게이샤 98점). 하루 잔 수, 드립 평균 단가 20,000원, 추출 소요시간 15분, 월 26일 영업 환산은 공개 자료로 세운 추정이며 이 가게가 공표한 수치가 아니다. 8g 환산액은 원화 1,357원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