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호텔다이닝드링크컬처스페이스카페브랜드
ArticlesTravel
해자 안쪽 · 도쿄 황궁 동원. 해자와 성벽 안에 정원이 있고 그 너머가 마루노우치 사무실 지구다. ⓒDon Ramey Logan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해자 안쪽도쿄 황궁 동원. 해자와 성벽 안에 정원이 있고 그 너머가 마루노우치 사무실 지구다. ⓒDon Ramey Logan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데일리 드링크

연 213만 명이 지나는 정원에 커피 파는 데가 없었다 (도쿄·황궁 카페)

2026.09.06

지난해 도쿄 황궁 동원에 213만 6,978명이 들어왔다. 그중 58.3%가 외국인. 오테몬(大手門)을 지나 잔디밭과 성터를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반쯤 걸리는데, 그 안에서 앉아 마실 수 있는 자리는 자판기 옆 벤치가 전부였다. 궁내청(宮内庁)이 그 자리에 목조 단층 건물 하나를 새로 지었고, 공모를 붙여 카페 운영자를 골랐다. 붙은 곳은 사루타히코 커피(猿田彦珈琲). 문 여는 날은 11월 3일이고 술은 한 방울도 못 판다.

1.주소는 도쿄 지요다구 지요다 1-9, 황궁 동원 오테휴게소(大手休憩所) 안이다. 영어 이름은 Imperial Palace Visitor Center. 오테몬으로 들어와 왼쪽으로 몇 걸음 가면 나오는 자리에 목조 단층으로 2,800㎡를 깔았고 지붕 위에는 테라스를 얹었다. 매점이 붙고, 일본의 사계를 트는 대형 LED 화면과 황실 활동을 소개하는 모니터가 들어간다. 카페 자리는 46석에 서서 마시는 자리 10개.
2.공사비는 약 75억 엔. 우리 돈으로 700억 원이 넘는 금액. 재원이 특이한데 국제관광여객세, 그러니까 일본을 떠날 때 1인당 걷는 출국세다. 외국인 방문객이 늘어 정원이 붐비고 앉을 데가 모자란다는 게 짓는 이유였다. 돈을 낸 사람과 그 건물을 쓸 사람이 대체로 같다. 사루타히코 커피는 지난 4월 3일 우선협상권을 받았고, 9월 4일에 개점을 공식으로 알렸다.
오테몬 · 동원의 정문. 이 문 안쪽 왼편에 새 휴게소가 들어선다. ⓒReggaeman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오테몬동원의 정문. 이 문 안쪽 왼편에 새 휴게소가 들어선다. ⓒReggaeman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3.같은 날 옆 건물도 문을 연다. 황궁 산노마루 쇼조칸(皇居三の丸尚蔵館)은 황실이 물려온 미술품을 보관해 온 곳인데, 2023년 11월에 1기 건물만 먼저 열고 2025년 5월 7일부터 공사로 닫아 뒀다. 11월 3일에 전면 개관하면 전시 면적이 옛 시설 160㎡에서 1,300㎡로 늘어난다. 입관료는 1,000엔. 관람을 마친 사람이 그대로 흘러드는 자리.
쇼조칸 1기 개관일 · 2023년 11월 3일 문을 열던 날 줄을 선 관람객. 11월 3일 전면 개관하면 전시 면적이 여덟 배가 된다. ⓒ江戸村のとくぞう · Wikimedia Commons (CC0)
쇼조칸 1기 개관일2023년 11월 3일 문을 열던 날 줄을 선 관람객. 11월 3일 전면 개관하면 전시 면적이 여덟 배가 된다. ⓒ江戸村のとくぞう · Wikimedia Commons (CC0)
4.동원은 에도성 본성 자리다. 남은 건 천수대와 돌담, 마쓰노오로카(松の大廊下) 터. 니노마루에는 연못을 낀 정원이 있다. 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햐쿠닌반쇼(百人番所)의 긴 처마가 이어지고, 그 지붕 너머로 마루노우치 사무실 건물들이 겹쳐 선다. 기와지붕과 유리 외벽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이 정원을 찍은 사진은 보통 이 구도다.
햐쿠닌반쇼 · 에도성 경비대가 쓰던 긴 목조 건물. 지붕 뒤로 마루노우치 사무실 건물이 겹친다. ⓒCeluici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햐쿠닌반쇼에도성 경비대가 쓰던 긴 목조 건물. 지붕 뒤로 마루노우치 사무실 건물이 겹친다. ⓒCeluici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5.사루타히코 커피의 라테는 두 갈래로 나뉜다. 진한 쪽은 작은 잔에 550엔, 연한 쪽은 큰 잔에 650엔. 잔이 커지면 우유가 늘고 맛이 연해지니, 같은 이름 아래 농도를 손님이 고르는 구조다. 진한 쪽은 입에 대는 순간 볶은 향이 먼저 오고 우유가 뒤를 받친다. 연한 쪽은 순서가 뒤집혀 우유의 단맛이 앞에 서고 커피가 여운으로 남는다. 드립은 680엔, 귀리 우유를 쓰면 780엔.
에비스의 아침 · 도쿄 에비스 골목의 아침 커피. 사루타히코 커피는 2011년 이 동네에서 시작했다. ⓒSyced · Wikimedia Commons (CC0)
에비스의 아침도쿄 에비스 골목의 아침 커피. 사루타히코 커피는 2011년 이 동네에서 시작했다. ⓒSyced · Wikimedia Commons (CC0)
6.정원이 문을 여는 시각은 9시. 그 시각의 정원은 조용하고, 여름이면 니노마루 정원 연못 쪽에서 물비린내 섞인 풀냄새가 올라온다. 커피 향이 그 위에 얹히는 자리는 지금까지 없었다. 궁내청이 노리는 게 커피 매출만은 아니다. 앉을 데가 생기면 관람객이 한 바퀴 돌고 바로 나가지 않고, 머무는 시간이 늘면 매점 매출도 같이 붙는다.
니노마루 정원 · 연못과 징검돌을 낀 회유식 정원. 동원 안에서 사람이 가장 오래 머무는 구역이다. ⓒGuilhem Vellut · Wikimedia Commons (CC BY 2.0)
니노마루 정원연못과 징검돌을 낀 회유식 정원. 동원 안에서 사람이 가장 오래 머무는 구역이다. ⓒGuilhem Vellut · Wikimedia Commons (CC BY 2.0)
7.손님을 데려올 필요가 없는 자리를 어디서 구하나. 카페 장사의 절반은 사람을 문 앞까지 오게 하는 일인데, 여기는 표를 사서 들어온 사람이 이미 안에 있다. 광고비 0원, 상권 분석 0원. 그 대신 사람들이 언제 오고 언제 나가는지를 카페가 하나도 못 정한다.
잔디밭과 사무실 건물 · 본성 터 잔디밭에서 올려다본 마루노우치. 평일 낮에도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Guilhem Vellut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잔디밭과 사무실 건물본성 터 잔디밭에서 올려다본 마루노우치. 평일 낮에도 관람객이 끊이지 않는다. ⓒGuilhem Vellut · Wikimedia Commons (CC BY 2.0)
8.이름도 자리에 맞았다. 사루타히코라는 상호는 일본 신화의 사루타히코 오카미(猿田彦大神)에서 왔고, 길을 여는 신이라고 한다. 미에현에는 그 이름을 쓰는 신사도 있다. 창업자 오쓰카 도모유키(大塚朝之)는 배우를 그만두고 원두 가게 점원으로 들어갔다가 2011년 6월 에비스에 8.7평짜리 가게를 냈다. 그 이름을 걸고 궁 안으로 들어간다.
역 건물 안의 매장 · 도쿄 역사 상업시설에 들어간 사루타히코 커피. 2026년 9월 현재 국내 33개 매장이다. ⓒImmanuelle · Wikimedia Commons (CC BY 4.0)
역 건물 안의 매장도쿄 역사 상업시설에 들어간 사루타히코 커피. 2026년 9월 현재 국내 33개 매장이다. ⓒImmanuelle · Wikimedia Commons (CC BY 4.0)
9.지난해 입원자 213만 6,978명을 공개일 260일로 나누면 하루 평균 8,219명이 이 정원을 지났다. 관광시설 안 카페가 방문객의 10~15%를 받는다는 업계 통설을 그대로 대면 하루 820명에서 1,230명. 가운데를 잡아 1,000명, 음료 한 잔에 곁들이 하나를 900엔으로 보면 하루 90만 엔(이하 추정).
문 앞에 이미 서 있는 사람 (2025년) 궁내청 공개 입원자 집계 기준 연간 입원자 213.7만 그중 외국인 58.3% 공개일 260일 하루 평균 방문자 8,219명 카페가 받을 자리 46석 + 서서 10
8,219명과 56자리연간 입원자와 외국인 비율, 공개일은 궁내청 집계다. 하루 평균은 그 둘을 나눈 값.
10.문제는 파는 시간. 카페 영업이 정원 개원 시각에 묶여 있어서, 3월에서 4월 중순까지는 9시부터 17시, 4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18시, 10월은 16시 30분, 11월부터 2월까지는 16시에 닫는다. 겨울 하루 7시간. 저녁 장사가 아예 없고 술도 못 파니, 객단가가 가장 높은 두 줄이 처음부터 빠진 채로 계산을 시작한다.
하루 몇 시간 파나 (오전 9시 개점) 정원 개원 시각에 카페 영업이 묶인다 4월 중순~8월 9시간 3월~4월 중순 · 9월 8시간 10월 7.5시간 11월~2월 7시간 개점일 11월 3일의 영업은 하루 7시간이고, 궁 안이라 주류 판매가 금지된다 저녁 매출 0 · 주류 매출 0
7시간에서 9시간계절별 폐원 시각은 궁내청 공개 자료다. 마지막 주문은 폐점 30분 전.
11.쉬는 날도 두 겹. 정원은 월요일과 금요일에 닫고 12월 28일부터 1월 3일까지 문을 잠근다. 카페는 그보다 조금 낫다. 쇼조칸이 여는 날에는 관람객에 한해 휴게소를 쓸 수 있어서 정기 휴일이 월요일 하나로 줄어든다. 하루 90만 엔에 260일을 곱하면 연 2억 3,000만 엔, 우리 돈 22억 원쯤 된다.
12.그 숫자를 회사 안에 놓으면 크기가 드러난다. 사루타히코 커피는 매장이 17곳이던 시절 연매출 20억 엔을 넘겼다고 알려졌으니 한 곳당 1억 2,000만 엔 남짓. 지금은 33개. 동원점 하나가 앞의 추정대로만 나와도 회사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좌석 하나당 1년 410만 엔.
유리에 붙인 상호 · 사루타히코 커피 매장 유리창. 상호는 길을 여는 신의 이름에서 왔다. ⓒImmanuelle · Wikimedia Commons (CC BY 4.0)
유리에 붙인 상호사루타히코 커피 매장 유리창. 상호는 길을 여는 신의 이름에서 왔다. ⓒImmanuelle · Wikimedia Commons (CC BY 4.0)
13.건물 쪽 숫자는 성격이 다르다. 75억 엔을 2,800㎡로 나누면 ㎡당 268만 엔이 나온다. 목조 단층 상업건물의 통상 공사비를 여러 배 웃도는 값이다. 전시 설비와 매점이 같은 지붕 아래 들어간다는 걸 생각해도 높다. 이 돈은 카페가 내지 않았다. 국가가 지은 건물에 운영자로 들어가는 구조이고, 사용료 조건은 공표되지 않았다.
쇼조칸 외관 · 황궁 산노마루 쇼조칸. 오른쪽 뒤로 마루노우치 고층 건물이 붙어 선다. ⓒ江戸村のとくぞう · Wikimedia Commons (CC0)
쇼조칸 외관황궁 산노마루 쇼조칸. 오른쪽 뒤로 마루노우치 고층 건물이 붙어 선다. ⓒ江戸村のとくぞう · Wikimedia Commons (CC0)
14.문화시설의 식음 공간을 민간에 맡기는 방식 자체는 오래됐다. 파리 루브르의 카페들, 도쿄 국립박물관과 국립서양미술관의 카페가 그렇게 굴러간다. 일본에서는 스타벅스가 교토 니넨자카(二寧坂)의 마치야와 우에노 공원에 들어가 앞선 사례를 만들었다. 그 자리들은 박물관이거나 공원이었고, 궁의 담장 안쪽은 처음이다.
15.이 회사가 해외에서는 이겨 본 적이 없다는 것도 같이 봐야 한다. 2018년 9월 타이베이에 나갔다가 2022년 대만 매장을 전부 접었고, 코로나 때는 미쓰비시상사의 자본을 받았다가 주식을 되사 독립했다. 2024년 10월에는 소속 바리스타가 일본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세계 대회에서 5위에 올랐다. 밖에 나가서 못 얻은 것을 국내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지나는 자리로 대신하게 됐다.
창포밭 · 니노마루 정원의 창포. 초여름 두 주 동안 관람객이 가장 몰린다. ⓒGuilhem Vellut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창포밭니노마루 정원의 창포. 초여름 두 주 동안 관람객이 가장 몰린다. ⓒGuilhem Vellut · Wikimedia Commons (CC BY 2.0)
16.매년 213만 명이 지나는 동안 커피 한 잔 살 데가 없던 정원에, 출국세 75억 엔으로 지은 목조 건물과 46석짜리 카페가 11월 3일 함께 문을 연다. 손님을 부르는 비용이 0원이라는 조건 하나로 저녁도 술도 없는 하루 7시간 영업을 버티는 구조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고궁 담장 안에 상업시설을 들이는 일부터 걸린다. 궁과 능은 국가유산청이 직접 관리하고 관람 시간도 짧아서, 이 계산이 서는 자리는 담장 안이 아니라 바로 바깥이 된다.
데일리 드링크 #029 · 2026.09.06 · 출처와 확인. 개점일·주소·좌석·영업 조건은 猿田彦珈琲 2026년 9월 4일 배포 자료(「【猿田彦珈琲】皇居東御苑内に2026年11月オープン」 · 猿田彦珈琲 皇居東御苑店 · 東京都千代田区千代田1-9 皇居東御苑 大手休憩所内 · 2026년 11월 3일 개점 · 46석 및 스탠딩 10석 · 영업은 원칙적으로 황궁 동원 개원일·개원시간에 준하고 라스트오더는 폐점 30분 전 · 정기 휴일 월요일, 공휴일인 경우 영업하고 다음 화요일 휴업 · 연말연시 12월 28일~1월 3일 휴업 · 皇居三の丸尚蔵館 개관일에는 같은 관 관람객에 한해 휴게소 이용 가능 · 2026년 9월 현재 국내 33개 매장)와 グルメプレス 같은 날 게시분을 대조했다. 시설 규모·공사비·재원은 東京新聞 2026년 9월 4일 게시분(「皇居に初のカフェ、11月3日オープン 三の丸尚蔵館も全面公開に」)과 日テレNEWS NNN 같은 날 보도(大手休憩所 · 영문명 Imperial Palace Visitor Center · 목조 단층 2,800㎡ · 옥상 오픈테라스 · 매점 병설 · 대형 LED 비전과 황실 활동 소개 모니터 · 공사비 총액 약 75억 엔 · 국제관광여객세 재원 · 공모로 운영자 선정 · 황궁 안 카페는 처음)를 대조했다. 우선협상권 취득 시점은 内外タイムス 2026년 4월 3일 게시분(궁 안이라 주류 판매 금지 · 三重県 내 자사 최대 규모 매장 운영). 입원자 통계는 宮内庁 「皇居東御苑 入園者数」 공개분(2025년 공개일 260일 · 입원자 2,136,978명 · 외국인 비율 58.3%)과 共同通信 2025년 12월 11일 보도(1968년 개원 이래 누적 4,000만 명). 개원 시간과 휴원일은 宮内庁 皇居東御苑 안내(3월 1일~4월 14일 9시~17시 · 4월 15일~8월 말 9시~18시 · 9월 9시~17시 · 10월 9시~16시 30분 · 11월~2월 말 9시~16시 · 월요일과 금요일 휴원). 쇼조칸 정보는 皇居三の丸尚蔵館 이용 안내와 ja.wikipedia 항목(2023년 11월 3일 1기 개관 · 2025년 5월 7일부터 휴관 · 전시 면적 옛 시설 160㎡에서 1,300㎡ · 입관료 1,000엔). 회사 연혁과 창업자, 매출은 ja.wikipedia 「猿田彦珈琲」 항목과 社長名鑑 게재분(2011년 6월 에비스 약 8.7평 1호점 · 2013년 12월 법인 설립 · 2015년 2월 アトリエ仙川 · 2018년 9월 台北南西店 · 2022년 대만 전점 폐점 · 코로나기 三菱商事 자본 참여 후 주식 매입으로 독립 · 매장 17곳 시절 연매출 20억 엔 초과 · 2024년 10월 JBC 우승 · 2025년 10월 세계 대회 5위). 가격은 猿田彦珈琲 공식 메뉴 게시분(카페라테 진한 쪽 550엔·연한 쪽 650엔 · 드립 680엔 · 오트밀크라테 780엔, 모두 세금 포함). 하루 평균 방문자 8,219명은 위 두 공개 수치를 나눈 값이고, 카페 이용률 10~15%, 객단가 900엔, 하루 90만 엔, 연 2억 3,000만 엔, 좌석당 410만 엔, ㎡당 공사비 268만 엔은 공개 자료로 세운 추정이며 궁내청이나 이 회사가 공표한 수치가 아니다. 원화 환산은 100엔 950원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