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아침 열 시, 효고현 니시노미야시(西宮市) 이시자이초의 낡은 창고 문이 열렸다.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자리다. 간판에는 TAOCA COFFEE 石在|宮水店이라고 적혀 있다. 뒤에 붙은 석 자는 이 동네 지하를 흐르는 물, 미야미즈(宮水)에서 왔다. 200년 동안 술을 만들어 온 물이고, 커피 기준으로 재면 경도가 두 배 넘게 높은 물이다.
1.주소는 이시자이초(石在町) 12-22. 자리는 마흔 개, 주차는 일곱 대, 영업은 아침 열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핫커피 한 잔 560엔, 우리 돈 5,300원. 브라질·콜롬비아·인도네시아 싱글 오리진 원두를 카운터에 늘어놓고 굽는 빵도 함께 판다. 한신 니시노미야역에서 걸어 15분, 차로 오는 손님을 앞에 둔 자리다.
2.건물의 원래 주인은 청주 회사 니혼사카리(日本盛)다. 1889년 니시노미야에서 시작했고, 2000년까지 이름이 니시노미야주조였다. 이 창고가 그 회사의 이시자이 작업장. 담 하나 너머 북쪽에 파란 간판이 서 있다. 「청주 니혼사카리 제3 궁수 우물장(第三宮水井戸場)」.

3.미야미즈는 니시노미야 신사 남동쪽 일대에서 지하 2~5미터를 흐르는 얕은 물이다. 이 물로 나다고고(灘五郷)가 술을 빚었고, 효고 한 곳이 전국 청주의 3할을 만든다. 2023년 기준 현 안에서 나온 양이 약 9만 400킬로리터, 양조장은 66곳. 물 하나가 산업 하나를 앉혔다는 말을 여기서는 흔히 듣는다. 성분표를 보면 과장이 아니다.

4.창고는 껍데기를 거의 그대로 뒀다. 골함석 벽을 남기고 앞면만 잘라 검은 프레임에 유리를 끼웠고, 처마를 길게 빼 비 맞지 않고 드나들게 했다. 안쪽 카운터와 테이블은 화강암. 이시자이초라는 지명 자체가 돌이 있던 동네를 가리킨다. 회사가 이 동네에서 뽑아 쓴 재료가 물만은 아니었다.

5.향은 문을 열기 전부터 다르다. 브라질과 콜롬비아를 중간 볶음으로 잡으면 견과와 흑설탕 쪽이 먼저 서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는 습식 탈각을 거치며 흙과 삼나무 같은 무거운 향이 뒤에 깔린다. 이 회사가 오래 쫓은 건 뒷맛의 단맛이라고 한다. 잔을 비운 뒤 입안에 남는 쪽에 초점을 두면 볶음도 추출도 세게 가기 어렵다.
6.그런데 물이 걸린다. 미야미즈의 경도는 175~180mg/L. 인이 보통 양조용수의 열 배고 칼슘과 칼륨도 많다. 효모와 누룩에는 밥이지만 커피 쪽 기준은 정반대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잡아 둔 칼슘 경도 목표는 68mg/L, 허용 범위가 17~85. 두 배를 넘긴 물로 내리면 산미가 눌리고 쓴맛이 앞으로 나온다. 매장이 실제로 이 물을 쓰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7.그러면 왜 그 이름을 걸었나. 이 회사의 고향이 니시노미야다. 2014년 6월 구라쿠엔(苦楽園)의 주택가에서 다오카 히데유키(田岡英之)가 시작했고, 그 1호점은 반경 1킬로미터 안에서 오는 손님이 열에 아홉이다. 이후 고베(神戸) 오카모토·롯코·모토마치로 나갔고 2019년에는 주린지(鷲林寺)에 로스터리를 세웠다. 지난해 1월에는 도쿄 미나미아오야마(南青山)까지.

8.일곱 번째 매장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인데, 돌아온 자리가 하필 물 이름을 쓸 수 있는 자리였다. 새로 문을 연 카페는 「왜 하필 여기인지」를 설명할 말부터 없다. 이 매장은 그 말을 땅에서 그냥 주웠다. 입구에서는 니혼사카리 술을 시음하게 하고, 그 회사와 만든 음료를 따로 걸었다.

9.술 회사 쪽 계산도 있다. 일본 청주 과세이출량은 1973년 177만 킬로리터에서 46만 킬로리터까지 내려앉았다. 4분의 1 수준. 양조로 벌던 돈이 줄면 남는 건 땅과 이야기인데, 니혼사카리는 이미 화장품과 건강식품으로 갈래를 넓혀 둔 회사다. 우물 옆으로 사람을 데려오는 장치가 하나 더 생긴 것.

10.임대료가 이 구조의 핵심이다. 니시노미야시는 2018년 4월부터 궁수보전조례를 돌린다. 시가 정한 보전 대상 구역 안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나 굴착을 하려면 나다고고 주조조합과 사전에 협의하고, 시장이 위원장인 조사회를 거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지하 2미터에 물이 흐르는 땅. 깊이 파는 개발이 사실상 막힌 자리에서 값이 뛸 리 없다.

11.마흔 자리에 아홉 시간 영업. 하루 165명이 들고 객단가를 950엔으로 잡으면 월 매출 470만 엔이 나온다(추정). 원두와 우유·부자재에 30%, 인건비에 32%를 쓰고 남은 자리가 관건인데, 창고를 고쳐 쓰는 임대료를 월 45만 엔으로 놓으면 매출의 9.6%. 도심 1층에서 흔한 20~25%와 견주면 열 몇 %가 통째로 이익으로 남는다.
12.메뉴에도 같은 계산이 박혀 있다. 이 매장의 간판 디저트는 술지게미(酒粕) 치즈케이크 680엔으로, 커피보다 비싸다. 술지게미는 청주를 짜고 남는 것이고 양조장이 받는 값이 킬로그램당 0~70엔, 중앙값 30엔이다. 재사용처를 못 찾으면 산업폐기물로 나간다. 담 너머에서 버리다시피 나오는 재료가 카운터에서 가장 비싼 접시가 됐다.

13.양조장 옆 카페가 새로운 형식은 아니다. 나다고고에도 술 박물관과 직판장, 거기 딸린 찻집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만 그 대부분은 술 회사가 직접 차린 홍보관이라 커피는 곁다리였고 주중 낮에는 비었다. 여기서 뒤집힌 건 주어다. 로스터가 세입자이자 운영자이고, 술 회사는 땅과 이름을 내주고 부산물까지 댄다.
14.이 매장이 파는 게 물이냐 하면 아니다. 커피에 맞지 않는 물의 이름을 걸고, 정작 그 물로 내리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파는 것은 200년치 내력이 붙은 주소이고, 손님이 사는 것도 그 주소. 이름값을 빌리는 일에서 갈리는 건 성분표가 아니다. 그 이름을 내줄 쪽을 잡았느냐.

15.저무는 업종에 마지막까지 값이 붙어 있는 자산은 땅과 이름이다. 청주 출하가 4분의 1로 준 동안 우물 옆 작업장은 비었고, 그 자리에 마흔 자리짜리 커피집이 임대료 9.6%로 들어갔다. 국내에 이 그림을 옮기면 술도가·간장공장·정미소 같은 곳이 후보인데, 걸리는 건 임대료가 아니라 용도다. 창고시설을 제2종근린생활시설로 바꾸는 용도변경이 먼저고, 입구에서 술을 맛보이는 일은 그다음 면허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