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도쿄 나카노(中野)의 나카노마루이(中野マルイ) 2층에 스웨덴 로스터리 Drop Coffee Roasters의 일본 1호점이 문을 연다. 자리는 51개, 영업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쉬는 날은 정월 사흘뿐이다. 싱글 오리진 12종을 한 가격으로 묶어 전부 860엔에 판다. 원두는 한 톨도 일본에서 볶지 않는다.
1.개점일은 9월 18일 금요일. 주소는 나카노구 나카노 3-34-28이다. 싱글 오리진 860엔이면 우리 돈 7,440원. 스페셜티가 처음인 손님 몫으로 따로 둔 것이 630엔짜리 오늘의 커피. 블렌드는 걸지 않았다.
2.브랜드를 일본에 들여온 곳은 상업시설 컨설팅 회사 인더스트리크리에이션(Industry Creation)이다. 커피를 볶는 회사가 아니다. 하는 일은 해외 음식·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일본 상업시설에 앉히는 쪽. 나카노마루이는 마루이 그룹이 2011년에 연 점포이고 올해 1월에 열다섯 해를 채웠다.

3.Drop Coffee Roasters는 2009년 스톡홀름 마리아토리에트(Mariatorget) 옆의 작은 커피바로 시작했다. 문을 연 지 1년 만에 매장에서 직접 볶기 시작했고, 2018년에 스톡홀름 북쪽 로세르스베리(Rosersberg)로 로스터리를 옮겼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로스터리. 공동 대표 요안나 알름 레이턴(Joanna Alm Leighton)은 스웨덴 로스팅 챔피언을 세 번 했고 세계 로스팅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했다.


4.들어가는 자리는 백화점 2층 통로에 면한 코너다. 공개된 완성 예상도를 보면 매장 앞면을 원목 프레임과 판벽으로 두르고, 그 위 회색 판에 감청색 로고를 붙였다. 유리는 허리 높이 위로만 뚫려 있어 앉은 손님이 통로에서 바로 보이지 않는다. 통로의 흰 타일과 매장 안쪽 나무가 문턱에서 갈린다.

5.먹을 것은 일본에서 새로 만든 케이크 7~8종에 스웨덴 빵 두 가지를 얹었다. 계피를 만 카넬불레(kanelbulle)와 카르다몸을 만 카르데뭄마불레(kardemummabulle). 북유럽식 아침과 샌드위치도 8시부터 낸다고 안내한다. 커피 한 잔만 팔아서는 51석이 안 돌아간다는 계산이 메뉴에 그대로 보인다.

6.얕게 볶는 집. 케냐 무가야 AA(Mugaya AA) 봉지에는 캐러멜 향에 열대 핵과와 황건포도, 루바브로 길게 식는 뒷맛이라고 적혀 있다. 엘살바도르 라스 브루마스(Las Brumas)는 살구와 오렌지에 계피가 한 번 스치고 자두 같은 단맛이 뒤에 온다고. 봉지 앞면 표에는 볶은 날짜가 함께 찍힌다.

7.얕은 볶음은 잔에서 산미가 먼저 서고 바디가 가볍게 지나간다. 우유로 덮지 않고 그대로 마시게 만드는 배전이라, 손님은 잔을 앞에 두고 오래 앉는다. 그럼 그 시간은 누가 무나. 51석짜리 매장에서는 파는 쪽이 문다.

8.스톡홀름 본점 메뉴판에 붙은 필터 싱글 오리진 가격은 70~75크로나다. 지난 8일 환율로 1크로나가 16.09엔이니 1,130엔쯤 된다. 도쿄는 860엔. 본점보다 24% 싸다.
9.원두를 8,000킬로미터 넘게 실어 오는데 가격이 어떻게 내려가나. 원두가 원가의 주인공이 아니어서다. 이 회사가 스톡홀름에서 250그램 봉지에 붙인 가격이 180~230크로나. 도매 원가를 소매가의 절반으로 잡고 한 잔에 18그램을 쓰면 잔당 원두값은 150엔 안팎이 된다(추정). 6분의 1이 안 된다. 860엔 한 잔에서 원두가 가져가는 몫이.

10.가격을 가르는 건 자리와 시간이다. 스톡홀름 본점은 평일 아침 8시에 열어 저녁 6시에 닫고 주말은 더 짧아 주 64시간을 연다. 도쿄는 주 98시간. 여기에 도쿄도 최저임금이 10월 1일부터 시급 1,226엔에서 1,280엔으로 오른다. 개점 13일 만에 인건비 기준선이 4.4% 올라간다.
11.마루이 그룹은 2014년부터 3년에 걸쳐 계약 방식을 바꿨다. 매출에서 떼어 가던 소화매입(消化仕入れ)을 정기임대차로 갈아탔고, 2019년 3월기에는 점포의 8할이 정기임대차였다. 세입자가 넣는 보증금은 기준 임대료 50개월분에서 10개월분으로 내려갔지만, 매출 대비 실질 임대료 부담률은 4.5%포인트 올라갔다. 임대료는 같은 금액이 나간다. 손님이 덜 와도.
12.12종을 한 가격으로 묶은 결정이 이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띈다. 메뉴판에서 가격을 비교할 일이 없으면 고르는 축이 취향으로 옮겨간다. 볼리비아를 마실지 케냐를 마실지가 100엔 차이로 갈리지 않는다. 파는 쪽에서도 재고가 싼 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12종을 매일 돌리려면 어느 하나만 팔려서는 곤란하다.
13.자리를 나카노로 잡은 것도 가격과 붙어 있다. JR 나카노역은 2024년도 하루 평균 승차 인원이 13만 2,316명, 도쿄메트로 나카노역은 지난해 하루 평균 승하차가 14만 7,113명이었다. 역 북쪽에서는 지난 5월 29일 복합단지 파크시티 나카노(パークシティ中野)가 문을 열었다. 긴자나 오모테산도보다 임대료가 낮은 자리에서 사람은 그만큼 적게 지나가지 않는다.

14.북유럽 로스터가 도쿄에 오는 게 처음은 아니다. 오슬로에서 1963년부터 커피를 팔던 Fuglen이 2012년 도쿄에 바를 냈고, 2년 뒤 자기 로스터리를 세웠다. 지금 이 회사의 로스터리는 오슬로 감레비엔(Gamlebyen)과 도쿄 노보리토(登戸) 두 곳. 도쿄에서 팔 커피를 도쿄에서 볶는다.
15.이번에는 로스팅을 안 가져왔다. 8~16킬로그램짜리 소량 배치를 스톡홀름에서 돌리고 볶은 원두를 나카노까지 보낸다. 설비와 로스터를 도쿄에 앉히지 않는 대신 볶은 지 며칠 지난 원두로 12종을 매일 채워야 한다. 지난달 말 이 회사 봉지에 찍혀 있던 볶은 날짜가 8월 19일.
16.스톡홀름에서 볶은 원두가 나카노 백화점 2층에 앉아 860엔에 팔린다. 본점 가격의 76% 수준이고, 그 차이를 만든 건 원두가 아니라 주 98시간이라는 영업시간과 손님 수와 무관하게 나가는 고정 임대료다. 국내에서 같은 그림을 그린다면 먼저 걸리는 건 통관이다. 볶은 원두는 수입식품 신고 대상이고 제품명·원재료·수입원·소비기한을 한글로 붙여야 하는데, 볶은 날짜를 앞세워 파는 집일수록 배 위에서 흘러가는 날이 그대로 값에서 빠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