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Cincinnati)의 오버더라인(Over-the-Rhine)에 드립 커피를 2달러, 우리 돈 2,690원에 파는 집이 있다. 미국 카페의 중간 가격은 3.75달러다. 이름은 Radical Bean Cooperative, 주인은 직원이고 그 직원은 지금 한 명뿐이다.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아침 8시에 열어 오후 2시에 닫는다. 자리는 남북전쟁 무렵에 지은 옛 식료품점. 몇 해 전까지 철거를 기다리던 건물이었다고 한다.
1.주소는 이스트 맥미컨 애비뉴(E. McMicken Ave.) 123번지. 건물 이름이 Volkshaus, 독일어로 「민중의 집」이다. 옛 식료품점 자리를 그대로 써서 바닥은 28평. 카운터 하나와 소파 몇 개가 들어가면 끝나는 넓이.
2.전신은 Topia Coffee Cooperative다. 2024년 11월에 공동 소유로 문을 열었고 라얀 사우드(Rayan Saoud)는 이듬해 여름에 합류했다. 함께 시작한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문을 닫았다가, 이름을 갈아 지난 5월 다시 열었다. 원두는 파인들리 마켓(Findlay Market)에서 볶는 Urbana에서 받는다. 에스프레소 음료와 콜드브루 라테는 5달러까지.

3.실내는 벽을 주황으로 칠하고 바닥 널마루는 손대지 않았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초록 체스터필드 소파와 자주색 긴 의자. 벽에는 항구를 그린 그림 두 점과 아랍어 서예. 카운터는 허리 높이 칸막이 뒤로 물러나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처음 보는 것은 계산대가 아니라 소파다.
4.2층 난간에서 뒷마당이 내려다보인다. 회벽이 떨어져 벽돌이 드러난 담, 옛 포석 바닥, 접이 의자 두 개와 긴 탁자 하나. 손볼 돈이 없어 남긴 자리라기보다 손대지 않기로 한 자리에 가깝다. 저녁에 사람이 모이는 데가 이 마당과 1층이다.

5.마시는 것은 커피만이 아니다. 차이는 계피와 팔각, 카르다몸을 절구에 빻아 끓이고 오르차타와 아과 프레스카를 매장에서 만든다. 터키식 커피도, 프렌치 프레스도. 차는 Churchill's Fine Teas, 페이스트리는 Dean's Mediterranean이 굽는 레바논식. 잔을 입에 대면 생강과 계피가 먼저 오고 커피는 그 뒤에서 받친다. 이 배합에서 손님이 기억하는 건 원두 산지가 아니다.

6.동네를 알아야 이 가격이 보인다. 재개발 법인 3CDC가 도심에 17억 달러를 부었고 그 대부분이 오버더라인으로 갔다. 벽돌 연립을 고치고, 공원을 다시 깔고, 식당이 들어왔다. 그 사이 주민 가운데 흑인 비율은 80%에서 72%로 내려갔다. 오래 살던 사람들이 밀려난 자리를 새 가게가 채웠다.

7.돈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선로를 보면 안다. 신시내티 스트리트카(Cincinnati Bell Connector)는 3.6마일짜리 순환선이고 북쪽 끝이 파인들리 마켓 바로 위 헨리 스트리트(Henry Street)다. 맥미컨 애비뉴는 그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재생 예산이 그어 놓은 선에서 세 블록 위.

8.사우드는 이 집을 「커피가 두 번째인 커피집(coffee-second coffee shop)」이라 부르고, 하려는 일은 「모이는 거점(organizing hub)」이라고 말한다. 커피값을 낮게 묶은 것도 그 문장의 일부. 게임의 밤, 노래방, 요리와 세금 신고를 알려 주는 워크숍이 여기서 열린다. 저녁에 술을 끼지 않는 자리를 더 늘리겠다고 한다.

9.2달러 한 잔을 뜯어보면 원가는 문제가 아니다. 드립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가 0.28달러, 컵과 뚜껑이 0.20달러 선이다(업계 범위의 중간값으로 잡은 추정). 나머지는 고스란히 남는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 없는 가격.
10.걸리는 데는 그다음이다. 오하이오 최저임금이 올해 1월부터 시간당 11달러로 올랐다. 사람 하나를 한 시간 세워 두는 값을 커피로만 덮으려면 2달러 잔으로 7.2잔을 팔아야 한다. 중간 가격을 받는 집은 그 절반이 안 되는 잔수로 끝난다. 싸게 파는 결정은 원가율이 아니라 회전수로 값을 치른다.
11.두 사람이 함께 서면 시간당 14.5잔이고 하루 6시간이면 87잔. 여기까지가 인건비만 겨우 덮는 선.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보험과 수도광열은 그 위에 얹힌다. 문 여는 시간이 짧은 것은 여유가 아니다. 이 산수의 결과에 가깝다.

12.법에는 구멍이 하나 있다. 오하이오는 연매출 40만 5,000달러가 넘는 사업장에만 주 최저임금을 물리고 그 아래는 연방 하한을 적용한다. 28평에서 주 30시간을 여는 가게가 넘길 만한 선이 아니다. 그러니 법이 요구하는 바닥은 낮은 쪽에 있고, 조합이 그보다 높게 주기로 하는 순간 필요한 잔수는 다시 올라간다.
13.그럼 이 가격이 어디서 나오나. 건물 주인이 비영리라서다. 철거를 기다리는 집을 넘겨받아 되살리는 단체 OTR A.D.O.P.T.가 남북전쟁기 상가였던 이 건물을 살렸고 공사비의 일부를 주와 연방의 역사보전 세액공제가 냈다. 1층은 동네 행사장으로 열어 두고 위층과 파티오는 소득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코워킹으로 돌린다. 2달러를 떠받치는 건 조합이 아니라 이 소유 구조다.

14.직원이 주인인 조합은 미국 커피에서 드문 형태가 아니다. 신시내티에는 조합 설립을 돕는 Co-op Cincy가 있고, Topia의 초기 자금도 거기서 나왔다고 한다. 설비가 무겁지 않고 재료비가 적게 드는 업종이라 이익을 전부 사람에게 돌리는 설계가 그럭저럭 맞아떨어진다.
15.문제는 사람이 나갈 때 생긴다. 네 사람으로 시작한 조합에 지금 워커오너는 사우드 한 명이다. 곧 합류한다는 사람은 Viva Coffee Roasters를 맡았던 세라 제인 케널리게이더(Sara Jane Kennelly-Gaither). 그사이 문이 두 달 닫혀 있었다는 사실이 이 구조의 약한 자리를 보여 준다. 무너진 데는 자본이 아니라 의사결정.

16.재개발이 멈춘 선 바로 바깥, 28평짜리 옛 식료품점에서 드립 커피가 2달러에 나간다. 미국 카페 중간 가격의 53%. 그 가격이 서는 이유는 원두가 싸서가 아니라 건물이 비영리 소유이고 공사비 일부를 역사보전 세액공제가 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같은 조건을 만들려면 건물부터 풀어야 한다. 도시재생 예산이 들어간 공공 건물에 민간 카페를 들이려면 사용 허가 방식과 사용료 산정부터 따져야 하고, 그렇다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등록하면 이번에는 잉여금 배당이 법으로 막힌다. 직원을 주인으로 만드는 설계의 핵심이 그 배당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