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구라마에(蔵前)의 오래된 쌀집 건물에 멜버른 출신 주인이 차린 카페 MIA MIA Kuramae가 이달로 1년을 채웠다. 1층은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커피를 팔고, 2층과 3층의 객실 두 개는 여행사이트 없이 자기 예약 양식으로만 받는다.
1.주소는 다이토구(台東区) 고지마(小島) 2-3-2. 신오카치마치(新御徒町)역에서 걸어서 3분, 구라마에역에서는 10분 남짓. 2025년 9월 1일 개점, 영업은 매일 7시부터 22시까지. 1층은 카페, 위 두 층은 객실 두 개짜리 숙소. 운영사는 이 건물을 지은 지 120년 된 정미소라고 소개한다.
2.주인은 멜버른에서 온 본 앨리슨(Vaughan Allison). 열세 살에 처음 일본에 왔고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여기서 살았다. 건축가인 아내 앨리슨 리에(アリソン理恵)와 2020년 4월 이케부쿠로 서쪽 동네 히가시나가사키(東長崎)에 1호점을 냈다. 50년 된 옷가게 자리. 가게 이름은 호주 원주민 와다우룽(Wadawurrung)어로 지나가는 사람도 들어와 쉬는 오두막을 뜻한다.

3.이 건물은 카페 전에 다른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2018년부터 루이스 멘도(Luis Mendo)와 유카 오카다 마르틴 멘도(Yuka Okada Martín Mendo) 부부가 예술가 레지던시 Almost Perfect를 운영했다. 1층은 전시실, 위층은 작가가 묵으며 작업하는 방이었고, 6년 동안 100명 넘는 작가가 거쳐 갔다. 레지던시는 2025년 2월 1일 문을 닫았고, 일곱 달 뒤 같은 주소에 카페가 들어왔다.
4.쌀집 간판을 떼지 않았고, 찻잎을 담던 나무 상자는 탁자가 됐다. 안쪽에는 쌀을 찧던 정미기 한 대. 처음 온 손님은 보통 그걸 커피 로스터로 안다. 이 가게에는 커피를 볶는 기계가 없고, 손님은 그 착각을 물어보며 바리스타와 첫마디를 튼다.


5.메뉴판은 말장난투성이. 뜨거운 라테는 「愛ce LATTE」, 차가운 라테는 「NICE LATTE」로 둘 다 800엔이고, 카푸치노는 배우 이름을 비튼 「Leonardo DiCappuccino」로 매체에 따라 900엔 또는 950엔으로 나온다. 에스프레소에 데운 우유를 얹는 멜버른식 음료가 중심이라, 한 모금에 먼저 닿는 건 원두의 산미보다 우유의 단맛과 거품의 촉감이다.


6.원두는 한 로스터리에 묶지 않는다. 1호점 시절 매체 기사에는 라테에 KOFFEE MAMEYA의 오리지널 블렌드를 쓴다고 나와 있고, 구라마에점이 어떤 원두를 쓰는지는 공개된 자료가 없다. 음식은 호주식 그대로. 미트파이가 1,300엔, 귀리 비스킷인 앤잭 비스킷이 660엔. 앤잭 비스킷 두 장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끼운 샌드는 1,200엔으로, 바삭하게 부서지는 과자와 차갑게 녹는 크림이 한입에 섞인다.

7.이 가게가 커피와 함께 파는 건 대화. 앨리슨은 호주 바리스타가 손님을 두 번 깨운다고 말한다. 한 번은 커피로, 한 번은 사람의 인사로. 직원들은 처음 온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고, 벽에 걸린 구라마에 지도에는 손님들이 동네 가게를 적어 붙인다. 개를 데리고 온 동네 사람이 근처 빵집 명함을 돌리는 장면이 방문기에 그대로 남아 있다.

8.이 방식은 1호점에서 먼저 굳었다. 건축가인 리에는 부엌을 창가에 두고 아치형 창을 열어 길과 바가 바로 이어지게 했고, 자리는 큰 탁자 하나로 모았다. 매주 수요일 아침 6시 55분에는 옆 주차장에서 라디오 체조를 한다. 모이는 사람은 열 명 남짓, 노인부터 젊은 사람까지.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과 동네에 사는 사람을 가게 쪽에서 굳이 나누지 않는다.
9.구라마에점은 여기에 투숙객을 더했다. 위층에 묵는 여행자가 아침에 계단을 내려오면 그곳이 동네 사람들이 라테를 마시는 1층이다. 멘즈논노(MEN'S NON-NO) 기사는 카페 손님과 투숙객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짰다고 전한다. 여행자는 관광지 대신 동네 단골 틈에 앉고, 단골은 매일 새 얼굴을 만난다.
10.1호점을 열 때 부부가 잡은 손익분기는 하루 커피 80잔이었다. 개점 전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은 하루 15명 안팎이었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만으로는 80잔이 안 나오는 동네였으니, 한 번 온 사람이 다시 오게 만드는 것 말고는 길이 없었다. 라디오 체조와 큰 탁자가 그 답이었다.
11.구라마에점의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음료 한 잔과 과자 하나를 합친 객단가를 1,100엔, 하루 손님을 150명으로 잡으면 한 달 약 495만 엔, 원화로 4,600만 원쯤 된다. 추정. 영업시간이 길어 인건비가 무겁다. 대신 아침 일찍 여는 문으로 출근길 한 잔과 투숙객의 아침을 함께 받는다.
12.객실 요금도 공개되지 않았다. 예약은 홈페이지의 구글 폼으로만 받는다. 구라마에 일대 소형 숙소 시세를 따라 1박 2만 5,000엔에 가동률 70%로 잡으면 방 두 개가 한 달 105만 엔을 번다. 추정. 여행사이트를 거쳤다면 그중 15% 안팎이 수수료로 나갔을 돈.


13.객실이 버는 돈은 카페의 5분의 1 정도. 그런데 왜 방 두 개를 굳이 들였을까. 3층짜리 목조 건물을 통째로 빌리면 카페가 쓰지 못하는 위 두 층의 임대료까지 내야 하는데, 객실이 그 몫을 받친다. 방이 두 개뿐이라 청소와 체크인은 카페 직원이 영업 중에 같이 볼 수 있는 규모.
14.굿즈도 따로 돈을 번다. 동물을 그린 일러스트를 유리잔과 티셔츠, 천 가방에 찍어 팔고, 1호점 시절부터 모자 브랜드 GENERAL THINGS와 함께 만든 모자를 낸다. 저녁에는 레코드를 걸어 두고, 커피를 모르는 동네 사람도 들어올 핑계를 하나 더 만든다. 그래도 1층 매출의 중심은 여전히 800엔짜리 라테.

15.도쿄에서 이름을 얻은 호주식 카페는 번화가의 넓은 브런치 매장이 많았다. MIA MIA는 반대로 역세권에서 벗어난 오래된 건물을 골랐다. 1호점 동네에서는 목표 잔 수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사람이 가게 앞을 지났다. 구라마에에서는 위층에 여행자를 재워 가게 앞을 지나갈 사람을 직접 들였다. 레지던시가 작가를 재우던 방은 이제 돈을 내는 손님을 재운다.
16.MIA MIA는 문 닫은 레지던시 건물을 일곱 달 만에 이어받아, 1층 카페와 객실 두 개로 1년을 채웠다. 1호점에서 하루 80잔을 넘기려고 쌓은 단골 운영을, 구라마에에서는 위층에 묵는 여행자에게까지 넓혔다. 국내에서 같은 구성을 하려면 위층 객실부터 막힌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주인이 그 주택에 살아야 하고, 근린생활시설 건물의 위층을 객실로 쓰려면 숙박시설로 용도를 바꿔야 한다. 오래된 상가 건물일수록 소방과 피난 기준을 맞추는 공사비가 카페 인테리어보다 먼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