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나라의 사이펀 킷사텐에서 시작한 로스터리가 오늘 후쿠오카 덴진 지하상가에 매장을 연다. 나라 밖으로 나온 지 27개월, 네 번째 매장도 역과 붙은 상업시설 안이다.
1.오늘 후쿠오카 덴진 지하상가(天神地下街)에 로쿠메이 커피(ロクメイコーヒー) 덴진 지하상가점이 문을 연다. 나라에서 시작한 로스터리가 규슈에 낸 첫 매장. 자리는 25석이고,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쉬는 날 없이 연다. 오늘의 드립이 한 잔 580엔, 카페라테가 680엔.
2.운영사는 나라의 로코코(路珈珈)이고, 대표 이다 고지(井田浩司)는 2018년 Japan Coffee Roasting Championship에서 우승한 로스터다. 이 회사가 나라 밖에 처음 매장을 낸 건 2024년 여름. 그 뒤 도쿄에 세 곳, 후쿠오카에 한 곳이 생겼고 넷 모두 역과 붙었거나 역에서 걸어서 1분인 상업시설 안에 있다.
3.덴진 지하상가는 1976년 9월에 문을 열었고, 지난달로 50주년. 개업 전 시장조사에서 시민이 가장 원한 모습이 19세기 유럽이어서, 바닥에 돌을 깔고 벽은 벽돌처럼 마감하고 천장에는 덩굴무늬를 새겼다. 붉은 전화 부스와 스테인드글라스도 그때 들어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지하철 덴진역과 덴진미나미역 사이를 잇는 이 복도를 하루 20만~30만 명이 지난다.


4.회사가 공개한 완성 예상도를 보면 매장은 복도 쪽에 벽을 세우지 않았다. 복도와 비슷한 벽돌빛 타일이 가게 안까지 이어지고, 흰 상판을 얹은 모서리 없는 테이블 둘레에 나무 스툴을 놓았다. 바는 안쪽 벽을 따라 서고, 오른쪽 벽에는 원두 봉투를 올릴 선반을 짰다. 지나가는 사람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도 바 안쪽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구성.

5.매장마다 그 자리에서만 파는 블렌드를 하나씩 만든다. 덴진은 하카타 블렌드로, 원두 150g이 2,000엔이고 잔으로는 700엔. 곁들이는 빵도 동네에 맞췄는데, 명란과 닭햄을 끼운 크루아상 샌드위치를 540엔에 낸다. 도쿄역 매장에는 도쿄 블렌드, 시부야 매장에는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블렌드.

6.나라 본점에서는 주문을 받으면 바리스타가 원두를 갈아 한 잔씩 손으로 내리고, 내리는 동안 그 커피가 어떤 맛인지 설명한다. 과일 같은 단맛과 산미를 살리려고 원두는 일부러 약하게 볶는다. 간판 메뉴 로쿠메이 블렌드에 가게가 붙인 설명은 나무 열매의 과일 향, 깔끔한 뒷맛, 오래 남는 단맛. 잔은 미노야키(美濃焼)로 겉이 무광이고 입 닿는 가장자리가 얇으며, 색은 이 가게가 정한 빨강.

7.도쿄역 매장은 얼음에 힘을 줬다. 과테말라 커피를 얼린 얼음 위에 에티오피아 커피를 붓는 더블 오리진 아이스커피가 720엔. 보통 아이스커피는 얼음이 녹을수록 물맛이 올라와 뒤로 갈수록 싱거워지는데, 이 잔은 녹는 얼음이 또 하나의 커피다. 두 산지의 흔한 성격을 따르면 에티오피아 약배전의 밝은 산미가 먼저 닿고, 시간이 갈수록 과테말라 쪽의 둥근 단맛이 섞여 든다. 컵을 들고 개찰구까지 걷는 동안 맛이 무너지지 않게 만든 잔.

8.이 회사가 고른 자리는 앉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다. 도쿄역 지하 1층 개찰구 밖 그랑스타 마루노우치(グランスタ丸の内) 매장은 10석으로 아침 7시에 열고,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渋谷スクランブルスクエア) 2층 매장은 자리가 6석뿐이다. 자리가 모자란 대신 선반에 원두와 드립백을 쌓았다. 기차를 타기 전에 손에 들 선물이라는 수요가 역 상업시설과 겹친다. 나라 본점에서도 전통 색을 입힌 포장이 예뻐 선물로 사 가는 손님이 많다고 한다.

9.원두 150g에 2,000엔이면 1kg에 1만 3,000엔이 넘는다. 드립 한 잔에 원두 15g을 쓴다고 치면, 소매가로 따져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만 200엔어치(가정). 같은 원두를 잔으로 사 마시면 그 세 배 가까이를 내고, 차이는 물과 손과 자리 값.
10.볶는 곳이 제 회사라 실제 원가는 훨씬 낮다. 스페셜티 생두를 1kg에 2,500엔으로 잡고 볶으며 줄어드는 무게를 15%로 치면, 580엔 잔의 원두 원가는 45엔 안팎이다(추정). 잔이 남기는 돈은 원두가 아니라 자리와 사람에서 갈린다.
11.덴진 지하상가 전체의 2025년도 매출은 225억 3,000만 엔, 개업 뒤 최고치. 입점한 가게 약 150곳으로 나누면 한 곳당 1년에 1억 5,000만 엔. 25석 카페가 이 평균에 맞추려면 하루 41만 엔어치를 팔아야 한다.
12.손님 한 사람이 음료와 빵으로 900엔을 쓴다고 치면 하루 460명 안팎이다(추정). 평균 40분 앉고 영업시간 내내 자리의 4할이 찬다고 치면, 앉아서 마시는 손님은 190명쯤. 나머지 270명은 들고 나가는 손님이어야 숫자가 맞는다. 일본 역 상업시설은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받는 조건이 흔해서, 매출이 적은 달에는 임대료도 같이 줄어든다.
13.좌석 수를 개점 순서로 놓으면 흐름이 보인다. 앞의 두 곳은 통근객과 여행객이 들고 가는 매장이고, 올해 여름부터는 앉는 매장을 낸다. 무사시코야마(武蔵小山) 매장은 역에서 걸어서 1분인 쇼핑몰 파크시티 무사시코야마 더 몰(パークシティ武蔵小山ザモール) 안에 29석을 두고, 두툼한 프렌치토스트 세트를 1,250엔에 판다. 동네 주민이 앉아서 쓰는 돈은 음식이 끌어온다.


14.덴진 지하상가에는 개업 때부터 같은 자리를 지킨 킷사텐이 한 곳 있고, 지금도 치즈도그와 커피를 판다. 로쿠메이의 출발도 같은 시절. 1974년 이다의 아버지가 나라에 순킷사 ROCOCO를 열어 사이펀으로 커피를 냈고, 아들은 대학 때부터 가게를 돕다 2010년 직접 볶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가게 이름까지 로쿠메이로 바꿨다. 사슴 무리가 서로 울어 부른다는 중국 고사에서 딴 이름이고, 회사는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가게"라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15.지방 로스터리가 대도시로 나올 때는 보통 이름난 동네 골목의 1층부터 잡는다. 로쿠메이는 그 순서를 건너뛰었다. 첫 도쿄 매장을 개찰구 밖 10석에 냈고, 그 뒤로도 시설이 사람을 모아 주는 자리만 골랐다. 대신 문 여닫는 시간은 시설이 정하는데, 도쿄역 매장은 아침 7시에 열어 평일 밤 10시에 닫는다. 원두 쪽으로는 미얀마 유안간(Ywangan) 지역 마을에 펄퍼와 건조대, 발효조를 사 넣고 허니 가공을 지정해 받는다.
16.나라의 킷사텐 2대가 볶는 로스터리가 50주년을 맞은 후쿠오카 지하상가에 25석을 열었고, 나라 밖에 낸 네 매장이 모두 역과 상업시설 안에 있다. 580엔 잔의 원두 원가는 45엔 안팎인데, 지하상가 평균 매출에 닿으려면 하루 460명 안팎이 지나가다 사 가야 한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입점 방식이다. 역 상가는 공개 입찰로 가장 높은 임대료를 써 낸 쪽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매출에 따라 임대료가 오르내리는 일본식 조건을 기대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