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5년 사이타마의 차밭에서 시작한 집안이 시드니 서리힐스 모퉁이에 일본차 가게를 냈다. 세계가 말차를 사러 줄을 서는 해에, 이 가게는 바에서 차를 공짜로 맛보게 하고 센차와 호지차 봉지를 판다.
1.지난 7월 시드니 서리힐스(Surry Hills)의 말버러 스트리트(Marlborough Street) 12번지 모퉁이에 일본차 가게 TOKYO HANDA TEA가 문을 열었다. 라이트레일 서리힐스 정류장에서 몇 걸음 떨어진, 쇠 장식 난간을 두른 흰 테라스하우스의 1층. 가게를 낸 곳은 도쿄 스기나미구(杉並区)에서 찻집 두 곳을 꾸리는 도쿄 한다엔(東京繁田園)이고, 이 집안이 차를 만들기 시작한 해는 1815년이다.
2.가게를 맡은 사람은 도쿄 한다엔 대표의 사촌 후지타 마리코(藤田真理子). 일본 대형 출판사에서 일했고, 2025년 UNSW 경영대학원 AGSM에서 MBA 과정을 밟으려고 시드니에 왔다. 문에 건 초록 노렌에는 흰 큐스(急須), 손잡이가 옆으로 달린 일본 찻주전자가 찍혀 있다. 그게 이 집의 로고. 후지타는 현지 매체 Broadsheet에 말차 말고 다른 일본차는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3.안은 길쭉하다. 옅은 초록으로 칠한 벽을 따라 붉은 나무 선반이 걸리고, 봉지 차와 수제 찻잔이 그 위에 한 줄씩 놓였다. 가운데를 차지하는 건 안쪽으로 길게 뻗은 나무 바. 높은 의자 몇 개가 바 앞에 놓였을 뿐, 잔을 시켜 놓고 오래 앉아 있을 탁자는 없다. Broadsheet 소개대로라면 손님은 바에서 차 한두 가지를 돈 내지 않고 맛본다.

4.센차를 우리는 물은 70~80℃, 시간은 1분 안쪽. 김에서 막 벤 풀 냄새가 먼저 오르고, 첫 모금에서는 쓴맛보다 국물 같은 감칠맛이 혀 안쪽에 남는다. 이 집은 규슈에서 시즈오카(静岡)까지 여러 산지의 잎을 들여와, 산지를 섞은 블렌드와 한 농원 잎만 담은 센차를 함께 판다.

5.호지차는 마지막 볶기를 가게가 직접 한다. 찻잎을 센 불에 갈색이 될 때까지 볶으면 풀 냄새가 빠지고, 우린 물에서 보리차에 가까운 구수한 냄새가 올라온다. 볶은 현미를 섞은 겐마이차는 누룽지 냄새가 나고, 일본에서 만든 홍차 와코차(和紅茶)는 떫은맛이 얕다. 녹차의 쓴맛이 낯선 손님에게 먼저 권하기 좋은 셋.

6.2025년 일본의 녹차 수출액은 721억 엔으로 한 해 전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늘어난 몫을 끌어올린 건 라테와 디저트 재료로 들어가는 말차 같은 가루차. 수출이 몰리자 말차 원료값이 오르고 일본 안 매대에 외국산 녹차가 깔리기 시작했다고 지지통신(時事通信)은 전했다.
7.말차 원료가 되는 찻잎은 그늘을 씌워 키우고 맷돌로 갈아야 해서 금방 늘릴 수 없다. 센차와 호지차는 일본 차밭 대부분이 이미 만드는 차라 물량을 구하기 쉽다. 말차를 두고 가게마다 원료를 다투는 사이, 이 가게는 같은 산지에서 덜 붐비는 잎을 골라 앞에 세웠다. 말차라는 이름에 끌려 들어온 손님에게 바에서 공짜 한 잔을 따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말차는 알고 들어온 손님도 센차는 마셔 봐야 산다.
8.후지타는 이 가게를 느리고 조용한 곳으로 두고 싶다고 했다. 그 대신 파는 건 시간. 유기농 말차를 맛보는 예약 시음이 15호주달러이고, 계절 네리키리(練り切り) 과자에 말차를 곁들이는 체험은 45호주달러(1호주달러는 약 900원으로 계산). 공짜 시음으로 문턱을 낮추고, 더 알고 싶은 손님에게는 예약 자리를 내놓는다.

9.이 가게 매출의 중심은 잔이 아니라 봉지. 진열대에서는 30g짜리 작은 봉지가 16~27호주달러에 팔리고, 말차는 그 두 배 가까운 가격부터 시작한다. 센차 가운데 하나에 「Premium Phoenix」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봉황을 뜻하는 鳳 자는 이 집안이 1928년 황실에 올린 센차의 이름에도 들어 있다.
10.공짜 시음은 얼마나 들까. 센차 한 번 우리는 데 드는 잎은 2~3g이고, 들여오는 값으로 치면 1호주달러 남짓(추정). 찻잎 소매 마진을 절반으로 잡으면, 바에서 맛본 손님 열에 한 명만 봉지 하나를 사 가도 시음에 든 잎값이 빠진다. 잔을 팔아 좌석 회전을 셈하는 카페와는 계산이 처음부터 다르다.

11.서리힐스 길가 작은 점포의 임대료와 직원 한두 명의 인건비를 더하면 한 달 고정비는 1만~1만 2,000호주달러쯤으로 본다(추정). 찻잎 마진을 절반으로 잡으면 매달 2만 호주달러어치는 팔아야 남는다. 그래서 이 회사는 호주 안으로만 부치는 온라인 상점을 따로 돌리고, 주문을 받으면 2~3일 안에 보낸다고 안내한다. 한 봉지를 몇 주에 걸쳐 마시는 손님이 다 마신 뒤 다시 주문할 창구를 가게 밖에 하나 더 열어 둔 것.
12.1815년 집안의 10대 당주가 사야마(狭山), 지금의 사이타마현 이루마시(入間市)에 차밭을 열었다. 1928년에는 아카사카 이궁(赤坂離宮) 안의 차밭 관리를 맡아 황실에 올릴 센차 「호엔(鳳苑)」을 만들었다. 지금의 도쿄 한다엔은 1947년 아사가야(阿佐ヶ谷)에서 문을 연 그 집안의 도쿄 분점.


13.한때 간토 지방에 일곱 곳이던 매장은 아사가야와 오기쿠보(荻窪) 두 곳으로 줄었고, 10년 사이 매출이 절반이 됐다고 도쿄상공회의소 사례집은 적었다. 일본 가정이 잎차에 쓰는 돈은 줄고 페트병 차에 쓰는 돈은 늘었다. 주전자를 꺼내 물을 식히고 1분을 기다리느니, 사람들은 편의점 냉장고에서 페트병을 꺼냈다. 폐업까지 생각하던 2021년, 백화점을 다니던 3대 한다 미노루(繁田穣)가 가업을 물려받았다.
14.한다 미노루는 밖으로 나갔다. 2024년 파리 Japan Expo에서는 나흘 동안 약 500명이 이 집 차를 샀고, 올해 2월에는 영문 이름을 TOKYO HANDA TEA로 바꾸고 파리 일본문화회관(Maison de la culture du Japon à Paris)에서 센차 강좌를 열었다. 서리힐스 가게는 그다음 순서. 일본 집에서 덜 팔리게 된 잎차를, 그 잎차를 아직 모르는 도시로 들고 나갔다.

15.황실에 차를 올린 이력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걸려 있다. 바 앞에서 손님에게 실제로 건네는 건 물을 몇 도로 식혀 얼마나 우리는지에 대한 설명. 일본에서 잎차를 밀어낸 번거로움을, 시드니에서는 공짜 한 잔을 따라 주며 직원이 대신 겪어 준다.
16.200년 된 차 집안이 시드니에 낸 가게는 바에서 차를 공짜로 맛보게 한 뒤 30g짜리 봉지를 16~27호주달러에 판다. 말차 원료를 두고 다투는 대신 같은 산지의 덜 붐비는 잎을 앞에 세웠고, 다 마신 손님을 위해 온라인 상점을 따로 열어 뒀다. 국내에서 같은 가게를 내면 먼저 걸리는 건 시음 바다. 포장 차만 파는 가게와 달리 매장에서 우린 차를 손님에게 건네려면 식품접객업 영업신고와 급배수 설비를 갖추는 게 보통이어서, 바 하나가 인테리어 견적과 인허가 일정을 함께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