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바시에 모든 방에 사우나와 냉탕을 넣은 17실 호텔이 지난 7월 말 문을 열었다. 같은 브랜드의 앞선 호텔들은 방을 하룻밤뿐 아니라 90분과 3시간으로 쪼개 판다. 방 하나를 하루에 두 번 파는 구조가 방값을 받친다.
1.7월 31일, 도쿄 미나토구 신바시(新橋) 4초메에 HOTEL みなと TORANOMON이 문을 열었다. JR 신바시역에서 걸어서 4분. 방은 17개이고, 하나도 빠짐없이 전용 사우나와 냉탕을 갖췄다. 2022년 니시아자부(西麻布)에서 시작한 HOTEL みなと의 네 번째 호텔.
2.앞선 세 곳을 보면 이 브랜드가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있다. 니시아자부의 11실은 사우나와 노래방 기계를 방마다 넣고 3시간 이용을 3만 엔에 판다. 아자부주반(麻布十番)의 3실은 아예 90분 1만 2,000엔부터 시간으로 팔고, 올해 3월에는 신주쿠 가부키초(歌舞伎町)에도 열었다. 이 회사에게 방은 하룻밤 잠자리이면서 몇 시간짜리 개인 사우나다.

3.17개 가운데 14개는 디럭스 킹과 디럭스 퀸 트윈이다. 공개된 디럭스 킹의 면적은 38.91㎡. 방마다 나무로 짠 사우나 칸과 냉탕, 머리 위에서 물이 쏟아지는 샤워를 한데 모은 젖은 구역이 있다. 사우나 돌에 직접 물을 끼얹어 증기를 올리는 셀프 뢰일리(löyly)도 된다. 큰 화면 TV에 고급 스피커, 미니바, 무료 조식까지.


4.나머지 3개는 9층부터 11층까지 한 층에 하나씩 들어간 135㎡ 스위트다. 하나는 전용 수영장, 하나는 노천탕, 하나는 파티룸을 품었다. 노천탕에는 가나가와현 유가와라(湯河原) 온천의 물을 실어 와 채운다. 파티 스위트에는 긴 식탁과 벽 하나를 채우는 큰 화면.


5.사우나 칸은 보통 90도에 맞춰 둔다. 달군 돌에 물을 부으면 증기가 천장을 치고 내려와 어깨부터 덮고, 데워진 나무 벤치에서는 송진 냄새가 올라온다. 문을 열고 두 걸음이면 냉탕. 대중 사우나라면 탈의실과 복도를 지나야 하는 그 거리가 방 안에서는 젖은 바닥 몇 장으로 줄어든다. 그 짧은 동선이 3만 엔짜리 3시간을 버티게 한다.
6.도라노몬점은 요금표를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비교할 숫자는 이웃 하마마쓰초(浜松町)에 있다. 호텔 리츠 Invincible이 공개한 7월 실적에서 마이스테이즈 하마마쓰초는 가동률 96.1%에 평균 객실단가(ADR) 1만 4,867엔, 같은 동네의 상위 등급 마이스테이즈 프리미어 하마마쓰초는 2만 9,900엔이었다. 방이 빌 걱정은 없는 동네.
7.디럭스 객실을 1박 4만 5,000엔에 가동률 80%로 판다고 해 보자(니시아자부의 최저 1박 요금 3만 8,000엔 선을 기준으로 잡은 추정). 1년 숙박 매출이 방 하나에 1,314만 엔이다. 여기에 낮 3시간 이용을 열흘에 세 번꼴로 3만 엔에 팔면 329만 엔이 더 붙는다. 합계 1,643만 엔. 마이스테이즈 프리미어 하마마쓰초의 7월 성적을 1년 내내 낸다고 쳐도 방 하나가 1,045만 엔이다.
8.스위트 셋은 1박 15만 엔에 가동률 50%로 잡으면 하나에 2,738만 엔을 번다(추정). 디럭스 14실과 합치면 17실의 1년 객실 매출은 약 3억 1,200만 엔, 우리 돈으로 29억 원 안팎(100엔=930원). 방 수로는 6분의 1인 스위트가 매출의 4분의 1을 넘게 가져간다.
9.시간 판매가 끼어드는 틈은 체크아웃과 체크인 사이에 있다. 도라노몬점은 12시에 손님을 내보내고 15시부터 다음 손님을 받으며, 마지막 체크인은 새벽 3시까지 열어 둔다. 니시아자부는 13시에서 19시 사이에 들어오는 3시간 이용을 판다고 안내한다. 낮에 한 번 쓰고 밤에 다시 들이면 방 하나가 하루 두 번 돈을 번다. 대신 청소도 두 번. 사우나 칸을 닦고 냉탕 물을 갈아야 하니, 하우스키핑이 보통 호텔 방보다 손이 많이 가는 걸 각오한 구조다.

10.성급 호텔이라면 객실 밖 돈은 레스토랑과 바, 연회장에서 나온다. 생일이나 회식을 치르려는 손님은 연회장을 빌린다. HOTEL みなと에는 레스토랑도 연회장도 없다. 그럼 그 돈은 어디로 가나. 그 수요를 135㎡ 파티 스위트가 방 하나 크기로 받고, 음식은 요리사가 만드는 룸서비스로 방까지 올린다. 아자부주반점은 룸서비스를 13시부터 21시까지, 심야 메뉴를 새벽 3시까지 낸다.


11.일본의 대중 사우나와 목욕탕은 남녀를 나누고 알몸으로 들어가는 게 원칙이다. 커플이나 남녀가 섞인 일행은 같이 들어갈 수 없고, 맨몸으로 남과 나란히 앉는 데 익숙지 않은 외국인도 문턱을 느낀다. 방 안 사우나는 그 사람들을 한 칸에 앉힌다. 니시아자부점 숙박 후기에도 해외 손님이 특히 만족한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12.신바시는 사무실이 빽빽한 동네이고, 북쪽으로는 도라노몬 힐스(虎ノ門ヒルズ)의 업무 지구. 해 진 뒤 회식을 마친 일행이 막차를 놓치고 묵을 방을 찾는 동네이기도 하다. 새벽 3시까지 열어 둔 체크인은 그 시간대 손님을 겨냥한 장치로 보인다.

13.방을 몇 시간 단위로 파는 방식은 일본에서 새로운 게 아니다. 레저호텔(レジャーホテル)이라 불리는 업계가 '휴게'와 '숙박' 두 가지 요금으로 방을 하루 두세 번 돌려 왔다. 2019년 사우나를 다룬 드라마 「사도(サ道)」가 방영된 뒤로는 개인 사우나실만 시간제로 빌려주는 가게가 도쿄에 늘었다고 일본 매체들이 전한다. HOTEL みなと는 그 두 장사를 한 방에 겹쳤다.
14.겹친 만큼 원가도 두 겹. 방마다 사우나 히터가 하나씩 돌고, 가정용 크기도 한 대에 6kW 안팎을 먹으니 17실이면 100kW쯤을 사우나에만 따로 잡아야 한다(추정). 냉탕 17개의 물과 수질 관리, 젖은 구역의 방수와 환기도 일반 객실에는 없던 비용. 3시간 이용 손님이 몰리는 날에는 다음 숙박 손님이 들어오기 전까지 방을 말려야 한다.
15.브랜드는 3실에서 17실까지 크기를 바꿔 가며 4년 사이 네 곳을 냈다. 아자부주반 같은 작은 집에서는 시간 판매가 주력이고, 도라노몬처럼 큰 집에서는 숙박과 스위트가 주력이다. 같은 방을 두 가지 상품으로 팔 수 있으니 동네와 크기에 맞춰 비율만 바꾸면 된다. 운영 회사의 이름과 실적은 아직 바깥에 알려지지 않았다. 숫자가 나와야 이 계산이 맞는지 가려진다.
도쿄 신바시에 모든 방에 사우나와 냉탕을 넣은 17실 호텔이 열렸고, 같은 브랜드는 방을 하룻밤과 3시간으로 나눠 판다. 1박 4만 5,000엔에 낮 3시간 이용을 얹으면 디럭스 방 하나가 1년에 1,600만 엔 넘게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추정). 국내에서는 모텔의 대실이 이미 흔한 관행이라 시간 판매 자체는 낯설지 않다. 먼저 막히는 건 전기다. 객실마다 사우나 히터를 넣으면 수전 용량을 크게 늘려야 하고, 건물에 따라 변전 설비를 새로 들여야 한다. 사우나만 시간제로 팔 경우 숙박업의 대실로 볼지 목욕장업으로 볼지도 관할 구청과 먼저 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