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쇼핑몰 징둥이 상하이 난징시루의 옛 도심공항터미널에 4개 층짜리 가구·생활용품 매장 101HOME을 열었다. 가구 쇼핑몰은 매출이 줄고 이케아는 교외 매장을 닫는 중이다. 그 사이 온라인 몰이 재고를 직접 쥐고 지하철역 위로 들어왔다.
1.징둥(京东)이 9월 28일 상하이 난징시루(南京西路) 1600호에 101HOME 첫 매장을 열었다. 4개 층 약 1만 2,000㎡(약 3,630평)에 들인 것은 가구·조명·생활용품 브랜드 1,000개 남짓, 상품으로 1만 5,000점가량. 이름의 101은 0세부터 101세까지라는 말에서 따왔고, 해외 브랜드 30여 곳이 이 매장으로 중국에 처음 들어왔다.
2.건물 내력이 남다르다. 이 자리는 2002년 9월 문을 연 상하이 도심공항터미널(上海机场城市航站楼)로, 시내에서 탑승 수속을 하고 짐을 부치게 한 중국 본토 첫 시설이었다. 항공사들이 하나둘 빠졌고 2012년 1월 상하이항공마저 발권과 수하물 접수를 끊자, 2층 발권 홀은 그 뒤로 비었다. 징안구(静安区)와 공항그룹이 2020년 개조에 합의했고, 2024년 공사를 마친 건물 이름이 지금의 완항국제센터(万航国际中心). 지하철 2호선 징안쓰(静安寺)역 출구도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3.안은 진열대 대신 방으로 채웠다. 거실과 부엌, 식당까지 갖춘 「꿈의 집」 33채를 층마다 짓고, 모던·일본 빈티지·신중국풍·북유럽 등 20가지 양식으로 나눴다. 설계에는 국내외 디자이너 101명이 붙었고 영국의 켈리 호펜(Kelly Hoppen)도 한 채를 맡았다. 소파 하나를 보러 온 손님이 그 소파 옆 커튼과 찻잔, 발밑 러그까지 한 장면으로 보게 만든 배치.


4.어떤 공간은 천장에 등나무로 엮은 갓을 구름처럼 겹쳐 매달았다. 빛이 그 그물을 지나 거친 미장 벽에 성긴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판석 바닥 가운데 화단에서 나무가 자란다. 양쪽 벽에는 통나무를 깎은 긴 벤치. 입구 벽에 Foyer de Lumière라는 글자를 붙였고, 그 옆 문은 손때가 묻은 듯 짙은 나무다.

5.가운데 아트리움은 파는 자리가 아니다. 개점에 맞춰 덴마크 디자이너 베르너 판톤(Verner Panton) 탄생 100년 전시를 걸고, 빨강·파랑 의자와 초록 모듈 소파를 거울 원판 위에 올렸다. 판톤 탄생 100년 기념 금색 판톤 의자는 세계 999개 한정. 운영사는 이 전시를 분기마다 바꾼다고 안내하고, 공공 미술 7점과 카페, 프랑스식 비스트로, 서점 줸쭝(卷宗书店)을 층 사이에 넣었다.


6.중국 가구 시장은 지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25년 중국의 일정 규모 이상 건자재·가구 매장 면적은 전년보다 11.38% 줄었다. 이케아는 올해 2월 2일 상하이 바오산(宝山)점을 비롯한 중국 매장 7곳을 한꺼번에 닫았는데, 바오산점은 한때 아시아 최대 이케아였다. 교외 대형 매장까지 차를 몰고 가구를 보러 가는 손님이 줄었다는 이야기.
7.징안쓰 상권 손님은 그 흐름 바깥에 있다. 운영사가 밝힌 이 상권 핵심 고객은 25~45세, 그중 62%가 중산층이다. 지하철역 출구에서 바로 올라올 수 있는 자리라 주말을 비워 교외 매장으로 가지 않아도 꿈의 집 33채를 둘러볼 수 있다. 교외 창고형 매장이 하던 일을 역 위로 끌어온 매장이다.

8.매장 상품은 징둥 온라인과 이어진다. 수입 가구는 징둥이 직접 사들여 재고를 쥐는 자영 방식이라, 상하이에서는 일부 상품을 다음 날, 화둥(华东) 지역은 3~5일 안에 보낸다. 한쪽에는 징둥의 AI 스마트홈 체험관을 두고 가정용 로봇도 진열했다. 징둥 관계자는 경제지 每日经济新闻에 이 매장을 「작은 징둥」이라 불렀다. 매장에서 본 물건이 결국 징둥의 공급망과 결제로 돌아온다는 설명.

9.이 구조는 중국 가구 유통의 기본형을 뒤집는다. 훙싱메이카이룽(红星美凯龙) 같은 가구 쇼핑몰은 브랜드에 매장을 빌려주고 임대료와 관리비를 받으며, 재고는 입점 브랜드가 쥔다. 훙싱메이카이룽은 2025년 매출이 65억 8,200만 위안으로 1년 새 15.85% 줄었고, 직영 몰 평균 입점률은 85.0%였다. 징둥이 고른 건 그 반대, 직접 사서 쌓아 두고 마진으로 버는 쪽.
10.그 대신 임대료는 징둥이 낸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바로 옆 난징시루 1376호 상하이상청(上海商城)의 상가 임대 호가를 1만 2,000㎡에 그대로 대면 1년에 약 2,800만~5,000만 위안(약 55억~98억 원)이 나온다(추정). 이만한 면적을 통째로 쓰는 임차인은 보통 호가보다 싸게 계약하니, 이 숫자는 상한.
11.임대료를 매출의 10% 안에 묶으려면 하루 78만~138만 위안어치를 팔아야 한다(추정). 닫힌 바오산 이케아가 가장 잘 팔던 시절 하루 매출이 200만 위안을 넘었는데, 면적이 그보다 훨씬 작은 도심 매장이 그 절반 안팎을 1년 내내 매일 내야 하는 계산. 전시와 카페를 함께 둔 매장이라 들어온 사람이 모두 사는 손님은 아니다. 그래서 이 매장의 장부에는 그 자리에서 결제하지 않고 집에 가서 앱으로 산 주문까지 들어가야 숫자가 선다.
12.가구를 방 단위로 꾸며 보여 주는 진열은 새 발명이 아니다. 이케아는 1950년대 스웨덴 엘름훌트(Älmhult)의 첫 매장부터 거실을 통째로 꾸며 보여 줬고, 미국 RH는 가구 매장 꼭대기에 식당을 얹은 「갤러리」로 손님을 오래 붙잡는다. 둘 다 가구를 만드는 회사가 자기 물건을 파는 방식.
13.징둥은 가구를 만들지 않는다. 남의 브랜드 1,000개를 사들여 재고로 쥐고, 그 배송을 자기 물류망으로 다음 날 끝낸다. 가구점의 오랜 약점인 「보고 나서 몇 주 기다리기」를 물류 회사가 지우려는 시도다. 징둥은 2025년 6월 인테리어 회사 성훠자(生活家) 인수 승인을 받았고, 올해 3월 「징둥 인테리어(京东家装)」를 냈다. 101HOME은 그 흐름 끝에 낸 매장.

14.재고를 쥔다는 건 안 팔린 물건도 징둥 몫이라는 말. 이 매장으로 중국에 처음 들어온 해외 브랜드 30여 곳은 아직 수요가 검증되지 않았고, 자영으로 들인 물건이 안 나가면 할인으로 털어야 한다. 101HOME 책임자 바오칭(包庆)은 도시와 고객층에 맞춰 형태를 바꿔 가며 매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다음 매장의 크기는 무엇이 정할까. 아마 이 첫 매장의 재고가 얼마나 빨리 도느냐일 것이다.

15.항공사가 떠나 14년 비어 있던 도심공항터미널 자리를 온라인 몰이 1만 2,000㎡ 가구점으로 채웠고, 이웃 호가로 따진 임대료 상한은 1년 5,000만 위안 남짓이다(추정). 국내에서 같은 걸 하려면 재고에서 먼저 걸린다. 국내 온라인 몰의 가구는 보통 입점 판매자가 재고와 배송을 각자 쥐고 있어, 수입 가구를 다음 날 보내려면 몰이 직접 사들이고 창고부터 따로 잡아야 한다. 역세권 대로변에 3,600평을 통째로 내줄 건물을 찾는 일은 그다음 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