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앞 섬에서 낡은 모텔 하나가 31실 호텔로 다시 열렸다. 공사에 6년, 돈으로 250억원. 객실 하나에 8억원이 들어갔는데 이 값은 이 도시 호텔 평균의 세 배에 가깝다. 만든 쪽은 호텔 회사가 아니라 술집과 식당 24곳을 굴리던 외식 그룹이다. 객실로 회수가 안 되는 걸 알면서 지었다면, 돈은 어디서 나오나.
1.2026년 5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코로나도(Coronado) 오렌지 애비뉴(Orange Avenue) 1315번지에 객실 31실짜리 독립 호텔 The Baby Grand가 문을 열었다. 코로나도는 샌디에이고(San Diego) 만 건너편의 작은 해변 도시. 자리에 있던 것은 La Avenida Inn이라는 낡은 모텔이었다.
2.공사에 6년이 걸렸고 들어간 돈이 1,800만 달러, 달러당 1,390원으로 약 250억원이다. 사업 주체는 샌디에이고의 외식 그룹 CH Projects(법인명 Consortium Holdings), 창업자는 아르살룬 타파졸리(Arsalun Tafazoli). 설계는 Post Company가 맡았고 파트너 리 세일럼(Leigh Salem)이 이끌었다.

3.객실부터 보자. 침대 머리판이 무지갯빛 조개껍데기 모양으로 짜여 있고 벽에는 열대 풍경 벽지가 둘렸다. 동물 무늬 의자, 대리석 탁자, 방 안에 큼직한 바 하나. 해변 호텔의 흰색과 파란색 문법을 정면으로 비켜 간 방이다. 바다가 코앞인데 바다를 흉내 내지 않는다. 사진으로 찍히려고 만든 방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
4.더 눈에 띄는 건 욕실이다. 객실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욕실이 쓴다. 모자이크 타일 바닥에 유리로 막은 샤워방, 발이 달린 욕조, 세로 홈을 판 대리석 세면대. 보통 호텔이 욕실을 줄여 침대를 넣는 것과 반대로 갔다.

5.주차장이던 1,800㎡ 남짓을 뜯어 야외 공간으로 바꿨고, 그 안에 식당 두 곳이 들어갔다. 로비 뒤 거울과 금빛으로 두른 방에 숨어 있는 굴·샴페인 바 Fallen Empire는 예약을 받아야 들어간다. 붉은 모헤어를 씌운 놋쇠 부스가 놓였다. 자리 수를 늘릴 생각이 애초에 없는 방. 예약을 받는다는 건 회전을 포기하고 객단가를 택했다는 뜻이다.

6.다른 하나는 그리스 요리를 장작 화덕에 굽는 Night Hawk. 조경 안으로 밀어 넣어 호텔 안이 아니라 정원에 있는 식당처럼 보이게 했다. 투숙객만 오는 자리로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고, 여기서부터 돈 이야기가 시작된다. 호텔 식당은 보통 로비 안쪽에 숨어 동네 손님이 들어올 이유를 못 만든다. 여기는 반대로 길 쪽에 붙였다.

7.운영과 수익으로 들어간다. 개업 요금이 1박 350달러부터, 약 48만 7,000원. 같은 달 샌디에이고 시장 평균 객실단가가 234.79달러였으니 1.5배 위에서 시작했다. 6월 이 시장의 가동률은 84.4%, RevPAR는 198.18달러. 다만 1월로 내려가면 가동률 64.7%에 객실단가 189.22달러로 주저앉는다. 해변 상권의 여름과 겨울이 이렇게 갈린다.
8.가동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하는 추정이다. 이 시장의 열두 달 가동률이 70%를 넘으니 개업 첫해를 보수적으로 70%로 잡으면 RevPAR는 245달러, 객실 하나가 1년에 8만 9,425달러를 번다. 31실을 곱하면 객실 매출이 연 277만 달러, 약 38억 5,000만원. 350달러가 '부터' 값이라 실제 평균은 이보다 위일 여지가 있고, 개업 첫해라 아래일 여지도 같이 있다. 어느 쪽이든 자릿수는 안 바뀐다.
9.이제 투자비와 나란히 놓아 보자. 1,800만 달러를 31로 나누면 객실 하나당 58만 달러, 약 8억 700만원이다. 객실 매출로만 보면 투자액이 매출의 6.5년치다. 영업이익률을 35%로 잡으면 연 이익이 97만 달러 남짓, 회수에 18년이 넘게 걸린다. 객실 사업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숫자. 땅값과 금융비용은 여기 들어 있지도 않다.
10.미국 독립 부티크 호텔의 공개 벤치마크를 대면 그림이 완성된다. 이 무리의 평균이 가동률 78%, 객실단가 274달러, 그리고 객실을 포함한 전체 매출이 객실 하나당 330달러를 넘는다. 객실단가보다 전체 매출이 20% 이상 큰데, 그 차이를 만드는 게 식당과 바다. 체인 호텔에서는 이 격차가 훨씬 얇다. 조식과 미니바로는 이만큼이 안 나오기 때문. 로비를 지나가는 자리로 두느냐 머무는 자리로 두느냐가 여기서 갈린다.
11.그 비율을 이 호텔에 대면 총매출이 연 373만 달러, 약 51억 9,000만원으로 잡힌다(추정). 객실이 277만, 나머지 96만 달러가 식음이다. 우리 돈 13억원 남짓을 식당 두 곳이 나눠 만드는 셈이니 한 곳당 6억 5,000만원. 동네 식당 한 채가 잘될 때 나오는 규모다. 성급 호텔이 연회장과 결혼식으로 벌던 돈을 여기서는 굴 접시와 화덕 하나가 대신한다. 규모가 작아 연회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쪽을 골랐다.

12.첫째, 만든 쪽이 식당 회사다. CH Projects는 샌디에이고 일대에서 술집과 식당을 24곳 굴려 왔고 Polite Provisions와 Born and Raised가 그 간판이다. 보통 호텔은 다 지어 놓고 식음 운영사를 찾는다. 여기는 이미 손님이 붙어 있는 식당 회사가 객실을 얹었다. 식음을 붙이는 게 아니라 이미 잘하는 것 위에 객실을 얹은 것이니 순서가 거꾸로다.
13.둘째, 방이 31개뿐이라 요금 상단이 열린다. 조개껍데기 침대와 절반이 욕실인 방은 대형 체인이 표준 도면으로는 못 만드는 물건. 희소한 방 서른한 개는 채우기 쉽고, 채우기 쉬우면 값을 내릴 이유가 없다. 350달러가 그 자리에서 나온다. 반대로 방이 삼백 개였다면 이 방을 못 만든다. 규모를 포기하고 산 것이 요금 상단이라는 뜻. 셋째는 유통이다. 독립 호텔이라 붙일 브랜드 수수료가 없고, 예약이 몰리는 통로도 본인들이 이미 쥔 식당 손님이다.

14.계보가 있다. 이 회사의 첫 호텔은 2023년 7월 샌디에이고 노스파크에 다시 연 The Lafayette, 1946년 건물에 139실이다. 예산 2,600만 달러로 시작해 1단계에만 3,100만 달러가 들었고, 식음 매장을 여덟 개 넣었다. 로비 바와 카페, 24시간 다이너, 파리풍 식당, 공연장, 볼링장, 수영장 바, 셰프 테이블, 오악사카 식당.

15.눈여겨볼 건 비율이다. 139실에 매장 여덟 개면 객실 17개당 하나, 31실에 두 개면 16개당 하나다. 규모를 4.5배 줄이면서 식음 밀도는 그대로 가져왔다. 대신 객실당 투자비가 22만 3,000달러에서 58만 달러로 뛰었다. 작게 갈수록 방 하나가 비싸지는 걸 알고도 두 번째를 그렇게 지었다. 139실은 공사비를 나눌 방이 많고 31실은 그럴 방이 없다. 그런데도 밀도를 지킨 건 식음을 줄이면 이 사업이 성립하지 않는 걸 첫 호텔에서 배웠기 때문으로 보인다(추정). 첫 호텔의 예산이 2,600만에서 3,100만 달러로 불어난 것도 같은 자리에서 나온 학습.

16.약점도 같은 자리에 있다. 31실은 가동률이 몇 %p만 흔들려도 손익이 뒤집히고, 식음이 관광 성수기에 몰리면 겨울에는 고정비만 남는다. 게다가 식당 두 곳은 투숙객이 아니라 동네 손님으로 채워야 한다. 31실을 다 채워도 하룻밤에 60명 남짓이니 식당 두 곳을 돌리기엔 모자란다. 그런데 코로나도는 인구가 적은 섬이다. 아름답지만 계절과 동네에 얹힌 사업.

요약
해변 도시의 낡은 모텔이 6년과 250억원을 거쳐 31실 호텔로 다시 열렸다. 만든 쪽은 호텔 회사가 아니라 식당 24곳을 굴리던 외식 그룹이다. 객실 하나당 8억 700만원이 들어갔는데, 객실 매출로는 매출의 6.5년치이고 이익으로 덮으려면 18년이 넘는다. 회수는 객실이 아니라 굴 바와 화덕이 한다. 이걸 국내로 옮기려면 공사비가 아니라 식음을 누가 채우느냐에서 먼저 걸린다. 투숙객만으로 식당 두 곳을 돌릴 수 있는 객실 수가 아니므로 동네 손님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러면 입지는 관광지가 아니라 상권이어야 한다. 관광 수요만 보고 들어간 자리에 이 모델을 얹으면 겨울에 식당이 먼저 무너진다. 순서를 바꿔 식당이 먼저 되는 자리를 고르고 그 위에 객실을 얹는 쪽이, 적어도 이 사례가 보여 준 경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