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쓰키지의 9층짜리 비즈니스호텔이 벽을 헐었다. 방 두 개를 붙여 하나로 만드는 공사를 건물 전체에 돌렸고, 103실이 52실이 됐다. 객실 수가 절반으로 줄었는데 한 번에 재울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늘었고, 청소는 사흘에 한 번만 한다. 방을 줄이면 매출이 줄어야 정상인데, 이 건물은 반대로 간다.
1.2026년 4월 1일, 도쿄 주오구 쓰키지(築地) 2초메 9-3에 객실 52실짜리 아파트먼트호텔 WAYPOINT TSUKIJI TOKYO가 문을 열었다. 히비야선 쓰키지역에서 도보 1분, 유라쿠초선 신토미초(新富町)역도 걸어서 몇 분. 그 자리에 있던 건 객실 103실짜리 비즈니스호텔.
2.물건을 잡고 기획한 쪽은 미쓰비시지쇼(三菱地所), 운영은 미쓰비시지쇼 호텔즈&리조츠(三菱地所ホテルズ&リゾーツ)가 맡는다. 개수 설계는 미쓰비시지쇼 홈(三菱地所ホーム), 가구와 집기는 메크 디자인 인터내셔널(メック・デザイン・インターナショナル). 브랜드 이름이 WAYPOINT이고 2030년까지 열 곳을 연다고 발표했다. 1호가 신축이 아니라 남의 건물 개수라는 부분에 이 브랜드의 성격이 먼저 나온다.

3.공사의 핵심은 한 줄로 끝난다. 벽을 헐어 두 방을 한 방으로 붙였다. 지상 9층, 연면적 2,392.77㎡, 724평. 이 면적을 103개로 나눠 쓰던 건물이 52개로 나눠 쓰게 됐으니 객실 하나가 깔고 앉는 연면적이 23㎡에서 46㎡로 두 배가 됐다. 골조도 코어도 건드리지 않았다. 걷어낸 건 칸막이뿐.
4.객실 유형이 여덟 가지. 가장 작은 유니버설룸이 21.2㎡에 2인이고, 가장 큰 스위트 벙크룸이 68.2㎡에 6인이다. 그 사이를 26.0·26.5·31.8·35.5·37.28㎡가 메운다. 도쿄 비즈니스호텔의 표준 객실이 13~15㎡ 언저리이니 여기서 제일 작은 방이 그쪽 한 방 반, 제일 큰 방은 다섯 방 몫.

5.벽과 가구에 국산 삼나무를 두르고 산속 오두막을 본떴다고 운영사는 설명한다. 삼나무는 도장을 얇게 하면 손톱이 걸리고, 습도가 오르면 냄새가 먼저 올라온다. 2층 침대 위 칸에 누우면 천장이 얼굴에서 한 뼘 반. 호텔이 아니라 남의 집 다락에 얹혀 자는 감각인데, 이 감각이 요금표를 사람 수로 쪼갤 수 있게 만든다.

6.운영으로 들어간다. 프런트는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열고, 그 뒤로는 번호키로 들어간다. 체크인은 휴대폰으로 하고 문은 비밀번호나 QR로 연다. 5층부터 9층까지 각 층에 공용 주방과 전자레인지와 동전 세탁기를 뒀고, 객실 안에 주방과 세탁건조기가 들어간 건 68.2㎡짜리 스위트 벙크룸뿐이다. 물 쓰는 설비를 층마다 한 곳으로 모았다는 뜻.

7.그리고 청소. 객실 청소는 사흘에 한 번, 첫 청소가 나흘째 밤에 들어간다. 수건은 아침 7시에서 10시 사이 문밖 수거함에 내놓으면 무료로 바꿔 주고, 그보다 자주 치우고 싶으면 돈을 따로 낸다. 매일 아침 룸메이드가 복도를 도는 그림이 이 건물에는 없다.
8.요금표가 사람 수로 적혀 있다. 37.28㎡ 디럭스 벙크룸이 4인 이용 시 1인 1만 1,000엔부터, 68.28㎡ 스위트 벙크룸이 6인 이용 시 1인 1만 2,833엔부터다. 100엔을 930원으로 놓으면 1인 10만원 언저리. 방으로 환산하면 객실 하나가 4만 4,000엔에서 7만 7,000엔, 우리 돈 41만원에서 72만원이 된다. 손님은 1인당으로 싸게 자고 호텔은 방당으로 비싸게 받는다.

9.가동률과 실제 객단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하는 추정이다. 같은 모델을 도쿄·오사카·교토에서 2,200실 넘게 굴리는 미마루(MIMARU)의 공표 수치가 객단가 약 5만 2,000엔에 가동률 76%이니, 개업 첫해를 보수적으로 객단가 5만엔·가동률 76%로 잡는다. 그러면 RevPAR가 3만 8,000엔, 52실을 곱해 1년에 약 7억 2,000만엔. 우리 돈 67억원 남짓.
10.비즈니스호텔이던 시절과 나란히 놓아 본다. 쓰키지 입지의 중급 비즈니스호텔을 객단가 1만 5,000엔·가동률 85%로 잡으면 103실이 1년에 약 4억 8,000만엔을 번다(추정). 매출은 1.5배로 올라가고 청소비는 3분의 1 아래로 내려간다. 도쿄의 객실 청소 위탁 단가가 1실 1,500엔에서 3,500엔 사이인데, 여기서는 치우는 방이 크고 침대가 많아 단가가 높은 대신 치우는 횟수가 3분의 1이다. 두 축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11.첫째, 네 명짜리 가족이 도쿄 비즈니스호텔에 묵으려면 방을 두 개 잡아야 한다. 1만 5,000엔짜리 방 두 개면 3만엔이고, 부모와 아이가 갈라져 잔다. 여기서는 4만 4,000엔짜리 한 방에 넷이 함께 자는데 1인당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싸다. 손님 쪽 셈과 호텔 쪽 셈이 동시에 좋아지는 자리가 드문데, 정원을 위로 쌓아 만든 방이 그 자리를 만든다.

12.둘째, 밥을 팔지 않는다. 조식도 레스토랑도 룸서비스도 없고 손님은 걸어서 4~5분 거리의 쓰키지 장외시장(築地場外市場)에서 아침을 먹는다. 성급 호텔이 조식 뷔페와 연회장으로 벌던 자리를 여기서는 비워 두는 쪽으로 갔다. 주방 하나에 붙는 조리 인력과 새벽 근무를 통째로 지운 대신, 객실 요금 안에 그 값을 넣지 않았다. 걸어서 5분 안에 아침 먹을 데가 없는 자리에 이 설계를 얹으면 그대로 약점이 된다.

13.계보를 짚으면 이 모델은 일본에서 이미 한 세대를 지났다. 미마루를 굴리는 코스모스이니시아(コスモスイニシア)가 2,200실 넘게 쌓아 2030년 3,000실을 내걸었고, 투숙객의 95%가 외국인에 대부분이 아이를 데리고 온 4~6인 가족이라 한다. 일본의 아파트먼트호텔·서비스드아파트 시장은 2030년 70억 달러 규모로 커진다는 전망도 나와 있다. 여기에 미쓰비시지쇼가 들어왔다는 게 이번 건의 뉴스 가치.

14.답은 가동률에 있다. 미마루의 가동률이 76%인데, 이건 잘 안 팔려서 나온 숫자가 아니다. 손님이 주말을 끼고 4박 5박씩 묵으니 예약표에 사이사이 하루 이틀짜리 구멍이 남고, 그 구멍을 메울 손님이 안 온다. 4~6인 가족용으로 만든 상품이라 하룻밤 자고 가는 출장객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 도쿄 시장 평균이 80%를 넘나드는데 이 모델은 76%가 천장에 가깝다. 그럼 이 구멍을 메울 방법이 있을까. 하루짜리 손님을 받으려면 방을 다시 쪼개야 하고, 쪼개는 순간 이 사업이 아니게 된다.
15.약점이 하나 더. 사흘에 한 번 치운다는 건 사흘 이하로 묵는 손님에게는 청소가 아예 없다는 말이고, 5층부터 9층까지 각 층의 공용 주방과 세탁기는 저녁 6시에서 8시 사이에 줄이 선다. 여섯 명이 욕실 하나를 아침에 나눠 쓰는 문제도 그대로 남는다. 투숙객의 95%가 외국인이라는 구조는 엔이 싼 동안만 성립하는 매출. 넓은 방과 낮은 인건비를 한 번에 얻은 대가가 손님을 고를 수 없다는 조건이다.

요약
도쿄 쓰키지의 103실짜리 비즈니스호텔이 벽을 헐어 52실 아파트먼트호텔로 다시 열렸고, 객실 수가 반으로 줄었는데 한 번에 재우는 사람은 155명에서 208명으로 늘었다. 남는 숫자는 하루에 치우는 객실이 약 88실에서 약 13실로 내려간다. 방을 크게 만들어 노동을 줄이고, 줄인 노동만큼 요금을 낮추지 않고 가져간 구조다. 이걸 국내로 옮기면 공사비가 아니라 부엌 한 칸에서 먼저 걸린다. 공중위생관리법은 취사시설이 있으면 일반숙박업이 아니라 생활숙박업으로 갈라 놓았고, 생활숙박시설이 되는 순간 프런트데스크와 로비를 반드시 두고 30객실당 린넨실을 하나씩 확보해야 한다. 밤에 프런트를 비워 인건비를 깎는 설계가 여기서 한 번 걸린다. 취사를 포기하고 벙크만 남기면 신고는 통과하지만, 그러면 장기 투숙객이 묵을 이유의 절반이 사라진다. 어느 쪽을 버릴지부터 정하고 도면을 그리는 편이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