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긴자(銀座)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10층 건물. 2017년에는 침대 120개짜리 호스텔이었고, 지난 5월 같은 건물이 객실 여덟 개짜리 호텔로 다시 열었다. 한 층에 한 실, 실당 76.79㎡. 2인 기준 하룻밤 게재 요금은 911달러다.
1.2026년 5월 1일, 도쿄 주오구(中央区) 신토미(新富) 1초메에 호텔이 하나 열렸다. 이름은 TOMI. 마침표까지가 상호. 객실은 여덟 개뿐이고 한 층에 하나씩 올라간다. 운영은 Ken's Place, 설계는 아시자와 케이지(芦沢啓治) 건축설계사무소가 맡았다.
2.이 건물이 처음 문을 연 날은 2017년 9월 1일, 그때 간판은 달랐다. IMANO TOKYO GINZA HOSTEL. 대지 137.04㎡에 지상 10층을 올린 철근콘크리트 건물이고 연면적은 858.81㎡, 그 안에 침대 120개를 넣은 호스텔이었다. 사업주는 상장 부동산회사 비로트(ビーロット), 여성 전용층과 패밀리룸과 다다미방을 갖췄고 1층에는 카페바가 있었다.


3.지금은 그 층에 침대 번호가 없다. 한 층이 통째로 한 실이라 복도가 사라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남의 방문을 지나칠 일 없이 바로 자기 현관이다. 실당 76.79㎡ 안에 침실 둘과 거실, 다이닝, 주방, 세탁기가 들어간다. 최상층 펜트하우스만 침실을 하나로 줄이고 거실을 키웠다고 한다.

4.객실 전용면적을 다 더하면 614㎡ 남짓. 연면적 858.81㎡로 나누면 71% 언저리가 나오는데, 계단과 승강기와 1층 카페를 뺀 나머지를 전부 파는 면적으로 돌렸다는 뜻이다. 호스텔이었을 때 같은 면적에서 따로 떼어 두어야 했던 라운지와 공용 주방과 샤워실. 주방을 객실 안으로 밀어 넣자 공용부가 통째로 없어졌다.


5.재료는 오크와 베이지 한 계열로 묶었다. 손이 닿는 자리마다 나무가 오고, 벽은 색을 빼서 나무가 도드라진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소리와 세탁기 도는 소리가 같은 방 안에서 나는데, 호텔에서는 옆방에 미안한 소리가 여기서는 아무에게도 안 들린다. 한 층에 한 팀만 받는다는 결정이 방음 설계 비용을 줄여 준 셈이라기보다, 애초에 방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 평면을 골랐다.

6.운영으로 넘어간다. 여기서부터 매출과 원가는 전부 추정이며 회사가 공표한 숫자가 아니다. 예약 채널에 걸린 요금은 2인 기준 하룻밤 911달러, 세금과 수수료를 포함한 값이다. 150엔 환산으로 13만 7,000엔쯤. 2026년 5월 도쿄 호텔 전체 평균 객실단가가 3만 7,700엔이었으니 그 3.6배 자리에 요금을 걸었다.
7.그런데 이 객실은 침실 둘에 소파까지 붙어 여섯 명이 잘 수 있다. 게재 요금을 여섯으로 나누면 1인당 2만 2,800엔이고, 같은 시기 도쿄 비즈니스호텔 평균 객실단가가 2만 1,400엔이었다. 방 하나로 보면 도쿄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들지만 사람 수로 나누는 순간 값이 평범해진다. 이 호텔이 파는 물건은 방이 아니라 일행을 쪼개지 않아도 되는 권리다.
8.평당 매출로 옮겨 본다. 연면적 858.81㎡는 259.8평. 점유율을 보수적으로 65%로 잡으면 여덟 실이 만드는 월 매출이 2,130만 엔쯤 되고, 평당 8만 2,000엔이 나온다. 호스텔 시절을 침대당 4,000엔에 점유율 80%로 놓으면 평당 4만 4,000엔. 침대를 120개에서 48자리로 줄이고도 면적당 매출은 두 배 가까이 올라간다는 계산.
9.사람 손이 붙는 방식도 뒤집힌다. 침대 120개짜리 호스텔은 아침마다 120개를 확인해야 하고 프런트를 24시간 세워야 했다. 지금은 하루에 나가는 방이 많아야 여덟. 대신 한 실이 76.79㎡에 주방과 세탁기까지 딸려 청소 한 번이 무겁고, 아파트먼트형은 보통 사흘 이상 묵어 실제로 손이 가는 날은 더 줄어든다. 총량으로 보면 객실에 붙는 손이 오히려 줄어든 쪽.
10.1층은 카페다. 운영사는 이 호텔을 거리에 열린 네이버후드 호텔이라고 설명하는데, 여덟 실짜리 숙소에서 카페 한 칸이 로비와 프런트와 동네 접점을 한꺼번에 맡는다. 성급 호텔이라면 조식 뷔페와 연회장과 웨딩이 객실 밖 매출의 3할을 만들어 주는 자리. 여기에는 그 셋이 다 없고, 대신 조식과 세탁을 손님 손에 넘긴 대가로 객실 단가를 받는다.


11.예약은 어디서 들어오나. 두 갈래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도 올라가 있지만 별장 대여 계열 채널에도 같은 방이 걸려 있는데, 방이 아니라 집 단위로 파는 상품이라 그쪽 수요와 겹치기 때문이다. 자체 예약 페이지도 따로 운영한다. 여덟 실은 재고가 워낙 적어 한 채널만 잘 물어도 채워지니, 수수료를 깎을 협상력이 규모에 비해 작지 않다.

12.왜 지금 이게 먹히나. 도쿄 방값이 몇 해 사이 크게 올라 네 식구가 방 두 개를 잡으면 하룻밤 8만 엔이 우습게 넘어간다. 그 돈이면 여기서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주방까지 딸려 온다. 가격을 낮춰 이긴 게 아니라, 계산 단위를 방에서 팀으로 바꿔 같은 돈을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다.
13.두 번째 이유는 체류의 성격이다. 주방과 세탁기가 있으면 사흘이 닷새가 되고, 닷새가 열흘이 된다. 일본은 한 달 이상 빌려주면 숙박이 아니라 임대차로 넘어가 세금 취급부터 달라지는데, 운영사 Ken's Place가 원래 가구 딸린 월 단위 임대를 하던 회사라는 사실이 여기서 걸린다. 관광 수요가 빠지는 달에 같은 재고를 다른 상품으로 돌릴 수 있는 사업자다.
14.새로운 발명은 아니다. 서비스드 아파트먼트는 오래된 상품이고, 도쿄에서도 객실에 주방을 넣은 아파트먼트 호텔이 최근 몇 해 빠르게 늘었다. 다른 점은 두 가지. 하나는 층당 한 실이라는 극단적인 저밀도이고, 다른 하나는 신축이 아니라 남이 지어 놓은 호스텔 골격을 그대로 받아 썼다는 것. 대지 137㎡에 10층을 다시 올리려면 지금 규정으로는 이 볼륨이 안 나온다.
15.약점도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 객실이 여덟이면 예약 한 건이 점유율 12.5%다. 한 팀이 취소하면 그날 매출의 8분의 1이 그대로 빈다. 그룹과 가족 수요는 방학과 연휴에 몰려 계절을 심하게 타고, 성수기 요금으로 비수기를 메우는 구조라 요금이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느리다. 재고가 적다는 건 위로 열려 있다는 뜻이면서 아래로도 열려 있다는 뜻.
요약
도쿄 도심의 침대 120개짜리 호스텔이 8실짜리 호텔로 바뀌었고 한 층을 한 팀이 통째로 쓴다. 남는 숫자는 실당 76.79㎡, 2인 기준 게재 요금 911달러인데 여섯이 나누면 1인당 값이 도쿄 비즈니스호텔 평균과 거의 같아진다. 같은 그림을 국내에서 그리려는 쪽이 처음 걸리는 자리는 브랜드도 설계도 아니고 주방이다. 객실 안에 취사시설을 넣는 순간 건축법상 일반숙박시설이 아니라 생활숙박시설이 되고, 용도가 갈리면 주차 대수와 정화조 용량과 소방 기준이 함께 따라 움직인다. 기존 건물을 받아 쓰는 경우에는 용도변경 절차가 하나 더 붙고, 생활숙박시설은 분양과 주거 사용을 둘러싼 규제가 몇 해째 바뀌는 중이라 사업 시점의 고시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숙박업 신고 기준과 관련해 최근 완화 논의가 보도되고 있으나 적용 범위가 한정돼 있어 개별 사업지는 관할 부서 확인이 필요하다. 방을 크게 만들겠다는 결정은 도면이 아니라 용도란에서 먼저 값을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