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역 남쪽에 방 10개짜리 호텔이 열었다. 침대와 의자, 선반 위 그릇까지 하룻밤 써 보고 사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판매가 만드는 돈은 객실매출의 2%다. 진짜 계산은 다른 데 있다.
1.someone, kyoto (by HOTEL SHE,)가 8월 9일 문을 열었다. 주소는 교토시 미나미구 히가시쿠조 미나미카라스마초(京都市南区東九条南烏丸町) 36-19, 지상 3층에 객실 10개, 전부 22㎡ 트윈. 운영은 주식회사 스이세이(株式会社水星)가 맡는다. 대표 류자키 쇼코(龍崎翔子)가 대학 재학 중에 세워 2016년부터 이 동네에서 호텔을 돌려 온 회사다.
2.파는 물건이 방값만이 아니다. 객실에 놓인 가구와 도구, 그릇과 어메니티를 하룻밤 써 보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살 수 있다. 방 안에 카탈로그가 놓이고 온라인 상점으로 이어진다고 안내한다. 브랜드가 붙인 설명은 남의 일상을 시착해 본다는 것.
3.물건은 교토에서 활동하는 만드는 사람과 가게에서 골랐다. 벼룩시장에서 주워 온 골동품이 섞이고, 그래픽 디자이너 고바야시 이치키(小林一毅)가 이 호텔용으로 따로 만든 것도 있다. 내장과 집기 설계는 모노야(ものや).

4.방 열 개에 이름이 각각 붙었고 놓인 물건이 조금씩 다르다. 22㎡ 안에 트윈 침대 두 개, 창가에 안락의자 하나, 벽면을 채운 격자 진열 선반, 책상, 종이 갓을 씌운 스탠드, 그리고 턴테이블. 객실 집기와 진열대를 겸하는 물건이 이 선반.

5.선반 앞에 서면 손이 먼저 움직인다. 나무 목각 하나, 뚜껑 없는 흰 사발, 표지가 낡은 문고본 몇 권. 오후 볕이 낮게 들어와 칸막이 그림자를 벽에 길게 눕히고, 밤에는 종이 갓이 그 빛을 받아 낸다. 턴테이블에 판을 올리면 방이 조금 좁아지는 느낌. 물건을 만져 봐야 사고 싶어진다는 소매업의 오래된 전제를, 이 호텔은 12시간짜리 시연으로 늘려 놓았다.


6.예약 사이트에 뜨는 최저가가 1박 미화 97달러 안팎, 우리 돈 13만원대다. 교토시관광협회가 집계한 주요 117개 시설의 올해 5월 평균 객실단가는 3만 1,296엔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뒤 가장 높았는데, 이 호텔은 그 절반에 못 미친다. 히가시야마구의 4월 평균이 9만 4,600엔이었으니 같은 시내라도 다른 시장이라 봐야 한다.
7.이 조건으로 한 해 매출을 잡아 본다. 객실단가를 1만 5,000엔, 가동률을 80%로 두면(교토 시내 가동률은 올해 4월 81.1%에서 7월 76.5% 사이에 있었다) 객실 10개의 한 해 객실매출이 4,380만엔, 우리 돈 4억원 남짓 나온다. 필자가 공개 통계로 계산한 값이고 운영사가 낸 실적이 아니다.

8.객실 전용면적이 220㎡. 여기에 3층으로 흩어진 계단과 복도, 세탁실과 로비를 얹으면 연면적이 310㎡ 안팎, 약 94평으로 추정된다. 객실매출만으로 평당 월 34만원. 서울 도심 소형 숙박시설이 평당 월 40만원에서 60만원 사이에 있는 것과 견주면 낮은 축.
9.그럼 가구는 얼마를 벌어 주나. 10실이 80%로 돌면 한 해 2,920 실박, 한 팀이 하룻밤 자고 간다 치면 손님도 그 정도다. 그중 5%가 무언가를 사고 한 건에 2만엔을 쓴다고 후하게 잡아도 판매액이 292만엔, 호텔이 수수료로 3할을 받으면 88만엔이 남는다. 객실매출의 2%. 이 사업의 간판인데 손익계산서에서는 반올림에 묻힌다.
10.인건비를 보면 이 호텔이 왜 여기 섰는지 알 수 있다. 체크인을 밤 10시까지 받으니 프런트에 사람이 있어야 하고, 두 교대에 휴무를 채우면 서너 명이 붙는다. 인건비만 1,400만엔이면 매출의 32%. 방 10개짜리 호텔이 혼자 서면 여기서 계산이 깨진다. 그런데 걸어서 몇 분 거리에 같은 회사의 33실짜리 본점이 있다. 두 곳을 43실 하나로 돌리면 객실당 인력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11.히가시쿠조는 교토역 남쪽이다. 기요미즈데라(清水寺)도 기온도 여기서 걸어갈 거리가 아니고, 관광객이 지도를 켜고 일부러 내려오는 동네가 아니다. 절을 팔 수 없는 자리에서 방값을 받으려면 방 안에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로 이 회사가 고른 게 남의 취향이었다.

12.호텔을 미디어로 쓰겠다고 말해 온 회사. 그 말이 여기서는 구체적인 계약으로 내려온다. 매대에 놓인 물건이 손님의 시선을 몇 초 얻는다면, 방 안에 놓인 물건은 하룻밤을 통째로 얻는다. 잠들기 전에 만지고 아침에 다시 본다. 만든 사람 쪽에서 이 자리를 사려고 할까? 살 만하니까 열 방을 다 채운 것.

13.객실을 쇼룸으로 쓴 앞선 예는 있다. 무인양품(無印良品)은 2018년 선전과 베이징, 이듬해 긴자에 호텔을 열었다. 객실 가구를 자사 제품으로 채우고 옆에 매장을 붙인 형태. 가구 브랜드가 팝업으로 방 하나를 꾸미는 일도 흔하다. 다른 점은 파는 물건의 주인이다. 그쪽은 자기 물건을 팔았고, 이쪽은 자기 물건이 하나도 없는 회사가 남의 물건을 판다. 재고를 지지 않는 대신 큐레이션 자체를 상품으로 내놓은 구조.

14.위험은 땅에 있다. 히가시쿠조 인근 공시지가가 21.9% 올랐고,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교토역(Courtyard by Marriott Kyoto Station)이 올가을 문을 연다. 2028년에는 교토역 동부에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호텔을 지을 만한 빈 땅은 이미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 보도다. 대형 체인이 200실 단위로 들어오는 동네에서 방 10개가 버티려면 방값으로 겨루지 않는 수밖에 없는데, 지금 이 호텔의 요금은 시장 평균의 절반이다. 시연장으로서의 값을 요금에 얹지 못하면 부수입 88만엔이 그 차이를 메우지 못한다.

15.손님이 그 의자를 사 가면 다음 손님의 방은 비는가. 열 방이 전부 다른 구성이라 하나가 빠질 때마다 같은 물건을 다시 들이거나 다른 물건으로 바꿔야 하고, 그 교체 비용과 수고를 누가 지느냐가 이 사업의 진짜 단가다. 벼룩시장 골동품은 같은 것을 두 번 구할 수도 없다. 객실 집기를 소모품으로 회계 처리하는 순간 감가상각이 아니라 매출원가가 되고, 그건 호텔 손익계산서에서 보던 줄이 아니다.
객실 열 개짜리 호텔이 방 안의 가구와 그릇을 전부 판매 목록에 올렸고, 그 판매가 만드는 돈은 객실매출 4,380만엔의 2%인 88만엔으로 추정된다. 진짜 계산은 자사 예약엔진으로 아끼는 수수료 526만엔과, 걸어서 몇 분 거리 33실 본점과 인력을 나눠 쓰는 구조에 있다. 국내에서 같은 걸 하면 판매 행위에서 먼저 걸린다. 숙박업 영업장에서 물건을 팔려면 사업자등록에 소매업을 더해야 하고, 객실에서 결제까지 붙이면 통신판매업 신고가 따라온다. 남의 물건을 중개하는 형태라면 전자상거래법상 자신이 판매자가 아니라 중개자임을 미리 알려야 하며, 그 고지를 빠뜨리면 판매자 책임을 그대로 진다. 하자와 반품을 호텔이 받을지 만든 사람이 받을지도 계약서에 먼저 적어야 한다. 침대에 눕혀 놓은 물건에 가격을 붙이는 일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계약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