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신사이바시에 객실 29개짜리 숙소가 문을 열었다. 전 객실이 33㎡를 넘고 방마다 주방과 세탁건조기가 있다. 방 하나에 최대 여섯이 든다. 요금을 그 인원으로 나누는 순간, 이 건물이 무엇과 겨루는지가 보인다.
1.Premium MONday 大阪心斎橋가 7월 31일 문을 열었다. 주소는 오사카시 주오구 히가시신사이바시(東心斎橋) 1-17-31, 신사이바시(心斎橋)역에서 걸어 3분. 지상 8층에 객실은 29개뿐이고 2층부터 8층까지가 객실이다. 운영은 주식회사 제이해트(株式会社JHAT), 2018년에 세워 일본에 오는 외국인만 보고 숙소를 늘려 온 회사다.
2.객실에 들어가는 물건 목록이 호텔보다 살림에 가깝다. 주방, 건조기 딸린 세탁기, 대형 냉장고, 전자레인지, 식기와 조리도구, 청소기. 세탁기는 파나소닉(Panasonic), 전자레인지는 발뮤다(BALMUDA), 청소기는 마키타(makita)라고 운영사는 밝혔다. 29실이 전부 같은 구성.

3.객실 타입은 넷. 스페리어 패밀리가 33.55~34.98㎡에 최대 4명, 디럭스 패밀리 트윈과 트리플이 38㎡대에 최대 5명, 프리미엄 패밀리 한 실이 48.90㎡에 최대 6명이다. 가장 작은 방이 국내 비즈니스호텔 표준 객실의 두 배 안팎.

4.평면을 뜯어보면 물 쓰는 자리를 전부 한쪽으로 몰았다. 현관에서 들어와 왼편이 주방과 세탁기, 그 뒤가 욕실이고, 침대는 창에서 가장 먼 안쪽 벽에 붙었다. 배관을 한 줄로 세워야 층마다 같은 도면을 반복해 올린다. 여덟 개 층에 같은 방을 쌓는 조건.

5.저녁의 복도는 소리가 다르다. 어느 문 뒤에서 세탁기가 탈수로 넘어가며 바닥을 울리고, 다른 문에서는 데운 음식 냄새가 틈으로 밀려 나온다. 호텔이 지우려고 애쓰는 생활의 기척을 이 건물은 상품으로 판다. 대신 그 값을 층간 소음과 배기, 고장 나는 가전으로 치른다.

6.같은 브랜드가 재작년 12월에 연 오사카 난바(難波) 시설의 공개 최저가가 2인 1박 2만 5,868엔, 1인당 1만 2,934엔이다. 신사이바시 시설은 요금을 공개하지 않아 이 값을 기준선으로 삼는다. 필자가 잡은 값이지 운영사 발표가 아니다.
7.이 조건으로 한 해를 굴려 본다. 객실단가 2만 5,000엔에 가동률 80%를 넣으면(2025년 오사카부 객실가동률은 78.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9실의 한 해 객실매출이 2억 1,170만엔, 100엔을 950원으로 환산해 20억원 남짓 나온다. 객실 하나당 730만엔.
8.면적으로 다시 나눠 본다. 객실 전용면적이 대략 1,070㎡, 여기에 계단과 복도, 1층 로비를 얹으면 연면적 1,450㎡ 안팎으로 439평쯤 된다. 평당 월매출 4만엔, 우리 돈 38만원 선. 서울 도심 소형 숙박시설이 평당 월 40만원에서 60만원 사이에 있는 걸 생각하면 높은 값이 아니다. 방이 이만큼 넓으니.

9.진짜 계산은 청소 횟수에 있다. 가동률 80%면 한 해 실박이 8,468박인데, 손님이 하룻밤씩 자고 가면 퇴실 청소가 8,468번이고 평균 사흘을 묵으면 2,823번으로 떨어진다. 37㎡짜리 방 한 번 치우는 값을 4,000엔으로 잡으면 그 차이가 2,258만엔, 객실매출의 10.7%다. 요금표에 안 적힌 이 줄이 이익률을 가른다.
10.인력은 어떻게 서나. 29실짜리 건물 하나에 프런트를 24시간 세우면 계산이 안 맞는데, 이 회사는 오사카에만 난바와 신사이바시 두 곳을 두고 도쿄에 29곳, 교토에 5곳을 굴린다. 이번이 36번째 시설. 같은 도면과 같은 가전, 같은 예약 시스템을 쓰면 한 사람이 배우는 일이 한 번으로 끝나고, 급할 때 옆 건물에서 사람을 뺄 수 있다.

11.예약을 어디서 받느냐도 손익을 가른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회원으로 예약하면 10% 할인에 오후 두 시 입실을 얹어 준다고 안내한다. 여행 예약 사이트에 내주는 수수료가 보통 15% 안팎이니, 할인을 주고도 5%p가 남는 장사다. 매출의 절반만 직판으로 돌려도 한 해 500만엔대가 회사에 남는다.

12.성급 호텔이었다면 이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 뷔페 조식과 연회장, 로비 라운지의 커피값이다. 여기엔 그 셋이 다 없고, 대신 객실 정원을 넷에서 여섯으로 올려 같은 면적에서 사람 수를 벌었다. 조식을 팔지 않으니 주방 인력과 새벽 근무가 통째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방 안의 인덕션이 대신한다. 손님이 스스로 차린 아침은 매출로 잡히지 않지만 나가는 돈도 아니다.

13.동네를 봐야 이 설계가 이해된다. 구로몬 시장(黒門市場)과 도톤보리(道頓堀)가 걸어갈 거리에 있고, 시장에서 산 것을 방에서 구워 먹을 수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오는 손님이 며칠에서 일주일씩 묵으며 현지 음식과 문화를 즐기는 여행을 하러 온다고 운영사는 밝혔다. 그 손님에게 필요한 건 조식 뷔페가 아니라 냉장고와 불.

14.이 업태가 일본에서 늘어난 데는 법이 있다. 2018년 시행된 주택숙박사업법(住宅宿泊事業法)이 민박 영업일을 한 해 180일로 묶자, 같은 수요를 여관업 허가를 받은 건물이 받아 갔다. 주방과 세탁기를 넣되 호텔로 등록해 365일을 파는 형태. 그러니 이 방들은 민박을 흉내 낸 호텔이 아니라, 민박이 못 하게 된 일을 대신하려고 만든 호텔이다.

15.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大阪・関西万博) 기간에 간사이 평균 가동률이 87.9%까지 올랐고 어떤 달은 RevPAR이 전년 대비 62% 뛰었다. 그 숫자가 기준선이 된 자리에 지금 우메다와 난바, 신사이바시로 객실이 쏟아지는 중이고, 숙박료가 7,000엔에서 9,000엔대로 밀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네 식구가 비즈니스호텔 트윈 두 실을 1만 6,000엔에 잡을 수 있는데, 그때도 2만 5,000엔짜리 방 하나가 선택될까. 이 모델의 방어선은 넓이가 아니라 주방.

객실 29개짜리 숙소가 전 객실에 주방과 세탁건조기를 넣고 정원을 넷에서 여섯까지 올렸다. 요금을 그 인원으로 나누면 1인당 6,000엔대로 내려가 같은 도시 비즈니스호텔의 절반 아래가 되고, 손님이 하루가 아니라 사흘을 묵는 순간 퇴실 청소가 8,468번에서 2,823번으로 줄어 객실매출의 10.7%가 남는다. 국내에서 먼저 걸리는 건 그 주방이다.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이 숙박업을 일반과 생활로 갈라 놓고 취사시설을 갖춘 쪽을 생활숙박업으로 두고 있어서, 일반숙박업으로 허가받은 건물의 객실에 인덕션과 싱크대를 들이는 순간 허가 범위를 벗어난다. 생활숙박시설로 처음부터 인허가를 받으면 주거로 쓸 수 없다는 제약과 용도 논란이 따라붙고, 그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방에 불을 놓는 일이 인테리어가 아니라 인허가에서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