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서배너(Savannah)에서 1913년에 지은 10층 호텔이 사무실로 40년을 보내고 이번 달 다시 문을 연다. 방은 221개. 그중 62개에 더블베드를 2개나 4개씩 넣었고, 이 호텔은 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에 이름을 올렸다.
1.자리는 존슨 스퀘어(Johnson Square) 앞 East Congress Street 7번지. 이름은 Recess Hotel & Club이고, 개발한 회사가 운영까지 직접 한다. 221개 방 가운데 62개가 2층침대 방이고, 건물의 2층 한 층은 통째로 회원제 클럽 몫.
2.이 건물이 처음 호텔이었던 건 1913년. 설계는 William Lee Stoddart, 보자르 양식에 객실 200개로 열었고 1921년에 100개를 더 붙였다. 1954년부터 간판이 Manger Hotel로 바뀌었고 옥상에는 Purple Tree Lounge라는 술집이 있었다. 호텔 영업은 1977년에 끝났고, 1985년 사무실로 고쳐 40년을 보냈다. 뉴욕 회사 LEFT LANE이 1,800만 달러, 우리 돈 250억 원에 사들여 되돌리는 중이다.


3.221개를 뜯어보면 일반 객실 136, 스위트 23, 벙크룸 62다. 벙크룸은 도미토리가 아니다. 침대를 한 자리씩 파는 게 아니라 방을 통째로 파는데, 더블베드 2개를 넣은 Duo와 4개를 넣은 Quad 두 가지. 62개 중 20개에는 텔레비전을 아예 달지 않았다.

4.위로 갈수록 방이 커진다. 10층 스위트는 천장이 5.2미터에 아치형 창이 그대로 남았고, 큰 것은 76㎡까지 간다. 복도 바닥에는 1913년 모자이크 타일을 살려 뒀고, 스위치는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는 옛날 푸시버튼이라고 한다. 스파는 예전 Savannah Health Club이 쓰던 자리에 들어간다.

5.객실 층마다 Rumpus Room이라는 공용 라운지가 있다. 소파와 텔레비전, 자판기, 보드게임. 2층은 통째로 회원제 클럽 Club Recess가 쓰고 511㎡ 안에 서재와 작업실, 회의실이 들어간다. 옥상에는 바 Kilter와 서배너에서 가장 높다는 수영장이 앉고, 옆으로 604㎡짜리 2층 행사홀을 새로 지어 붙였다.

6.한 방에서 몇 명이 자느냐에 따라 이 호텔의 산수가 달라진다. Quad에 더블베드 4개면 최대 8명, Duo면 4명. 두 종류의 비율이 공개되지 않아 반반으로 잡아 보면 벙크룸 62개가 받는 인원이 370명 안팎이 되는데, 나머지 159개 방이 받는 인원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많다.

7.서배너의 시장 평균 객실단가는 2024년 기준 152달러, 가동률은 73%였다. 이 호텔은 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에 이름을 올렸으니 그 두 배를 부를 자리에 선다. 일반 킹룸 300달러, Quad 450달러로 놓으면 방값은 Quad가 1.5배인데 한 사람이 내는 돈은 56달러로 내려간다. 공개된 요금표가 아니라 시장 지표에서 역산한 추정.
8.221개를 1년 굴려 본다. 가동률 70%를 넣으면 RevPAR가 210달러, 한 해 객실매출이 235억 원. 여기까지가 객실이고, 이 건물의 설계는 객실 바깥에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뒀다.
9.식음료가 네 곳이다. 프렌치 브라스리 Le Flâneur, 로비 바, 일본 자동판매식 창구를 본뜬 The Servery, 옥상의 Kilter. 여기에 스파와 604㎡ 행사홀, 회비를 받는 클럽이 붙는다. 성급 호텔이라면 이 돈이 연회장과 결혼식에서 나온다. 연회장을 안 만들면 그 자리를 무엇으로 메우나. 그 손님은 1년에 몇 번 오고 예약은 몇 달 전에 잡히는데, 클럽 회비와 스파 회원권은 매달 같은 날 들어온다.

10.벙크룸은 청소가 비싸다. 침대 4개면 리넨이 4벌이고 수건은 8장인데 받는 돈은 방 하나 값이라, 매출 1달러에 붙는 손이 일반 객실보다 많다. 그렇다고 벙크룸이 싼 방인 것도 아니다. 부담을 덜어 주는 건 층마다 놓인 라운지. 손님이 방에서 나와 놀면 방 안이 덜 어질러지고 클럽과 옥상에서 쓰는 돈이 늘어난다.
11.들어간 돈을 세어 본다. 매입가 250억 원을 221로 나누면 방 하나에 1억 1,300만 원. 미국에서 역사건물을 호텔로 고칠 때 방 하나에 20만에서 30만 달러가 든다고들 하니 중간값을 넣으면 총사업비가 1,000억 원 언저리, 방 하나에 4억 6,000만 원쯤 된다. 공사비는 공개되지 않아 업계 구간을 적용한 추정.
12.서배너에는 지난해 1,290만 명이 다녀갔고 그들이 41억 달러를 썼다. 절반 가까이가 당일치기이고, 자고 가는 쪽은 가족이거나 여럿이 몰려온 무리. 광장 22개를 걸어서 도는 도시라 차를 세워 두고 며칠 머무는데, 그런 손님에게 방 하나에 넷이 들어가는 선택지는 값을 깎아 주는 쪽이 아니라 같이 있게 해 주는 쪽.


13.운영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 LEFT LANE의 Jon Kully는 위탁운영 계약이 위험을 나누지 않는 운영사에게 통제권을 넘기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회사는 브랜드를 두 개 직접 만들었다. 럭셔리 쪽이 Bardo, 라이프스타일 쪽이 Recess. 그럼 어떤 건물을 고르나. 사무실 건물을 100개 보면 98개는 호텔로 고쳐 봐야 수지가 안 맞는다는 게 이 회사가 밝힌 기준이다.
14.같은 도시에 이 회사 호텔이 이미 하나 있다. 2024년 2월에 연 Hotel Bardo Savannah, 객실 149개에 포사이스 공원(Forsyth Park) 옆 2에이커. 시장에서 가장 높은 RevPAR를 낸다고 회사가 밝혔다. 한 도시에서 럭셔리와 라이프스타일을 나눠 잡는 방식이고, 다음 순서는 피츠버그(Pittsburgh)의 40층 아르데코 사무실 건물.

15.걸리는 게 하나 있다. 이 도시의 장사가 지금 내리막이다. 서배너는 2026년 2분기에 RevPAR가 2% 빠져 미국에서 하락한 몇 안 되는 시장에 들었다. 객실 재고 18,777개에 수요는 1.1% 늘었을 뿐인데 여기에 221개가 더 얹힌다. 2028년에는 컨벤션센터 옆에 객실 444개짜리 호텔이 또 문을 연다.
1913년에 문을 연 호텔이 사무실로 40년을 보내고 방 221개로 돌아온다. 그중 62개에 더블베드를 2개나 4개씩 넣어 방 하나에 8명까지 재우는 상품을, 세계 최고급 호텔 목록 안에서 판다. 매입가만 250억 원이고 방 하나에 4억 6,000만 원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니 객실료 하나로는 회수가 안 되고, 그래서 식음료 네 곳과 스파, 행사홀, 회비를 받는 클럽이 함께 붙었다. 국내에서 이 상품은 소방 도면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소방시설법은 침대가 있는 숙박시설의 수용인원을 종사자 수에 침대 수를 더해 세고 2인용 침대는 2명으로 치는데, 방 하나에 더블베드 4개를 넣으면 그 방이 8명으로 잡혀 일반 객실의 네 배가 된다. 수용인원이 뛰면 피난기구와 유도등, 스프링클러 기준이 같이 올라간다. 사무실을 숙박시설로 바꾸는 것 자체도 건축법상 시설군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라 신고가 아니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