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도심의 100미터짜리 골목. 낡은 건물 16채에 객실을 나눠 담은 호텔이 지난달 문을 닫았고, 한 달 만에 다음 주인이 나왔다. 음반사다.
1.2026년 8월 4일, 런던 소호(Soho)의 덴마크 스트리트(Denmark Street)에서 샤토 덴마크(Chateau Denmark)가 영업을 끝냈다. 문을 연 것이 2022년 4월이니 4년 4개월 만. 객실과 아파트먼트를 합쳐 55개, 그것을 건물 16채에 나눠 담은 호텔이었다.
2.한 달 뒤 다음 주인이 발표됐다. Universal Music Group(이하 UMG)의 숙박 부문 UMusic Hospitality & Lifestyle(이하 UMHL)이 Outernet London과 손잡고 같은 건물군에 UMusic Hotel Denmark Street를 연다. 개관은 올해 4분기 예정. 운영사가 밝힌 순번은 영국 1호이자 유럽 2호점.

3.덴마크 스트리트는 채링크로스 로드(Charing Cross Road)와 세인트자일스 하이 스트리트(St Giles High Street)를 잇는 100미터 남짓한 골목이다. 1911년 무렵부터 악보 출판사가 몰려들면서 런던의 틴 팬 앨리(Tin Pan Alley)로 불렸고, 지금도 1층은 대부분 기타 가게.

4.거리의 이름값은 녹음실에서 나왔다. 1961년에 문을 연 Regent Sound Studios에서 The Rolling Stones가 첫 정규 음반을 녹음했고, 6번지 위층 방에서는 Sex Pistols의 멤버 둘이 지냈다. 맬컴 매클래런(Malcolm McLaren)이 그 방의 임차권을 산 값이 1,000파운드.

5.거리에 남은 테라스하우스 8채가 등록건물이고, 그중 6번지와 7번지는 한 단계 위인 Grade II*로 올라가 있다. 관할 구의회는 이 일대를 다시 지을 때 고친 건물을 음악 산업 용도로 계속 쓰라는 조건을 달았다. 허가 조건에 용도가 박힌 골목이라 1층은 앞으로도 악기와 음악이 채운다.
6.샤토 덴마크의 방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세션 룸(Session Rooms). The Now Building 안에 있었고 덴마크 플레이스(Denmark Place) 쪽 통로로 들어갔다. 다른 하나가 아파트먼트로, 등록 테라스하우스와 뮤즈하우스에 흩어져 있었다. 55개를 16채에 나누면 한 채에 평균 3.4개.

7.방 안은 어둡다. 검게 태운 목재 벽에 벨벳으로 아치를 세워 헤드보드를 만들고, 천장에는 무늬를 찍은 금속 타일을 붙였다. 침대 머리맡에 자물쇠와 열쇠를 장식으로 건 방도 있고, 페이즐리 무늬 벽지가 벽 전체를 덮는다. 손이 닿는 면마다 마감이 하나씩 더 얹혀 있다. 청소와 보수에 시간이 걸리는 방.


8.2023년 12월에 끝난 회계연도에서 이 호텔은 세전 650만 파운드를 잃었다. 우리 돈으로 116억 원. 객실 55개로 나누면 방 하나가 한 해에 2억 1,000만 원씩 까먹었다.
9.런던 호텔의 올해 4월 평균 객실단가가 202파운드, 가동률이 77.4%였다. 상급 부티크라 단가를 300파운드로, 가동률을 70%로 잡으면 1년 객실매출이 420만 파운드쯤 나온다. 공개된 매출이 없어 시장 통상치를 대입한 추정인데, 그 추정 매출보다 손실이 크다.

10.방 55개가 100미터 골목의 건물 16채에 흩어져 있다. 청소 카트가 계단을 오르내리며 길을 건너야 하고, 등록건물이라 승강기를 새로 뚫을 수 없다. 야간에 프런트 하나로 16채를 지킬 수 있을까. 한 건물에 55실을 쌓은 호텔과 인건비가 같아질 수 없는 구조다.

11.UMG는 이 건물들을 사지 않는다. UMHL이 맡는 것은 운영과 편성이고, 건물 소유는 Outernet 쪽에 그대로 남는다. 2020년 10월에 투자사 Dakia U-Ventures와 세운 합작사여서, UMG는 실적 공시에서 숙박 부문을 따로 떼어 적지도 않는다.
12.계약서에 객실만 들어간 것이 아니다. 지하에는 2,000명이 들어가는 공연장 Outernet Live가 있고, 골목에는 옛 12 Bar Club 자리를 이어받은 250석짜리 The Lower Third가 있다. UMHL은 이 작은 공연장의 운영과 편성까지 가져간다. 성급 호텔이 연회장과 대형 식당에서 벌던 돈을 여기서는 티켓과 바에서 받겠다는 구성.

13.The Now Building은 벽과 천장이 통째로 화면이다. 2,100제곱미터가 넘는 16K 스크린이 사람을 붙잡고, 들어가는 데 돈을 받지 않는다. 운영사 집계로 주간 방문객이 8만 5,000명, 1년으로 치면 400만 명대. 객실 55개가 그 사람들 위에 얹혀 있었다.

14.음반사가 왜 침대를 파나. 루시안 그레인지(Lucian Grainge) 회장은 올해 1월 사내 메모에서 슈퍼팬 사업을 우선순위로 걸고 도쿄·마드리드·뉴욕·런던의 직영 매장을 근거로 들었다. Goldman Sachs는 이 시장을 연 43억 달러로 봤다. 파는 물건이 방이 아니라 접근권이면 값의 상한이 달라진다.

15.발표된 것과 돌아가는 것 사이는 아직 멀다. UMHL이 실제로 굴리는 호텔은 2022년 11월에 연 마드리드 130실뿐이고, 그 안에는 898석짜리 테아트로 알베니스(Teatro Albéniz)가 들어 있다. 툴룸 57실이 12월 첫 주에 열리고, 캔자스시티 169실과 오스틴 150실은 아직 착공 전.
16.건물 16채는 그대로 남는다. 등록건물 제약도, 흩어진 동선도, 그것이 만드는 인건비도 바뀌지 않는다. 바뀐 것은 옆 건물의 관객을 누가 편성하느냐 하나. 시장 여건은 오히려 나빠져서, 런던 호텔 가동률은 올해 4월에 1년 전보다 1.5%포인트 내렸고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관광세를 매길 권한을 주는 쪽으로 가고 있다.
1680년대 테라스하우스가 남은 100미터 골목에 방 55개를 건물 16채로 나눠 담았고, 4년 만에 접었다. 2023년 한 해에만 세전 650만 파운드를 잃었으니 방 하나당 2억 1,000만 원. 다음 운영자는 건물을 사지 않고 운영권과 옆 공연장 편성권을 함께 받았다. 지하에 2,000석, 골목에 250석, 입장료 없이 연 400만 명대가 지나가는 스크린 건물이 그 옆에 붙어 있다. 국내에서 같은 것을 하려면 신고부터 갈린다. 공중위생관리법의 숙박업 신고는 영업소 단위라, 한 건물 안에서 층을 나눠 쓸 때는 로비와 계단을 함께 써도 되지만 건물이 갈리면 채마다 따로 내야 한다. 프런트 하나로 여러 채를 돌리는 운영은 서류에서 먼저 막힌다. 등록문화재나 한옥이 섞이면 소방과 피난 기준이 채마다 다시 계산된다. 지하 공연장을 함께 두려면 건축물 용도가 문화 및 집회시설로 갈리고, 그 순간 주차 대수와 피난 계단이 객실 기준이 아니라 공연 인원 기준으로 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