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라주쿠 뒷길의 호텔 하나가 이달 결혼식 공간을 전부 고쳐 새로 선보인다. 그 소식을 먼저 띄운 곳은 호텔 예약 사이트가 아니라 결혼식장 소개 사이트. 객실은 15개, 결혼식은 한 해 700쌍이 넘는다.
1.TRUNK(HOTEL) CAT STREET는 2017년 5월 시부야구 진구마에(神宮前)에서 문을 열었다. 하라주쿠와 시부야를 잇는 보행로 캣 스트리트(キャットストリート) 바로 옆. 이번 리뉴얼은 결혼식 공간 전체가 대상. 최상층 루프톱 가든의 독립 채플에는 빛과 숲의 채플(光と森のチャペル)이라는 새 이름이 붙었다.
2.지은 회사가 호텔 회사가 아니다. 모회사 테이크 앤드 기브 니즈(テイクアンドギヴ・ニーズ, 이하 T&G)는 단독 건물을 통째로 빌려 쓰는 하우스 웨딩을 일본에 퍼뜨린 결혼식장 운영사. 창업자 노지리 요시타카(野尻佳孝)가 호텔 자회사 TRUNK의 사장을 맡아 직접 끈다. 직영 예식장이 2024년 4월부터 1년 동안 치른 결혼식은 9,853건.
3.건물은 호텔동과 예식동 두 동으로 나뉜다. 연면적 5,106㎡를 객실 15개로 나누면 방 하나에 340㎡가 돌아가는데, 도심 비즈니스호텔에서 같은 나눗셈을 하면 보통 20~30㎡대가 나온다. 설계 감수는 MOUNT FUJI ARCHITECTS STUDIO, 가게 설계는 TORAFU ARCHITECTS.

4.방은 스탠다드 11실에 스위트 4실. 스탠다드는 20~30㎡인데, 11실을 전부 30㎡로 치고 스위트를 더해도 객실 합계는 652㎡에 그친다. 연면적의 13%가 안 된다. 나머지를 로비 라운지와 바, 식당 두 곳, 가게, 연회장 네 곳과 채플이 나눠 쓴다.

5.스위트 넷은 잠만 자라고 만든 방이 아니다. 테라스 스위트는 실내 140㎡에 테라스 70㎡가 붙고, 공식 평면을 보면 거실 한가운데 16인용 긴 식탁이 놓였다. 테라스에는 프로판 그릴과 개수대가 있고, 다이닝 스위트에도 IH 화구와 철판을 단 아일랜드 주방이 들어간다. 하룻밤 57만 엔부터 받는 방이 식탁을 중심에 두고 파는 것은 모임.


6.1층 로비는 문턱이 낮다. 옛 목재를 세로로 이어 붙인 벽 앞에 흰 네온으로 TRUNK(BAR)가 켜지고, 가죽 소파 옆으로 스탠드 조명을 줄지어 올린 긴 공용 테이블이 뻗는다. 밖으로 나가면 나무 한 그루를 둘러싸고 벤치와 철제 의자를 놓은 마당이 있고, 밤이면 머리 위로 전구 줄이 걸린다. 주말이면 하객이 로비와 바를 채운다는 불평이 투숙객 후기에 자주 보인다. 방 15개로는 이 넓이를 채울 수 없으니, 채우는 사람은 처음부터 바깥에서 오도록 짰다.

7.객실만 떼어 보면 어떨까. T&G의 2025년 4~12월 실적 자료에서 CAT STREET는 평균 객실단가 97,765엔에 가동률 92.1%를 기록했다. RevPAR로 약 9만 엔. 2023년 9월 도미가야(富ヶ谷)에 연 두 번째 호텔 TRUNK(HOTEL) YOYOGI PARK는 객실 25개로, 같은 기간 단가가 10만 엔을 넘었다.

8.T&G는 결산 자료에서 TRUNK 매출을 따로 떼어 적는다. 2024년 4월부터 1년 동안 62억 7,200만 엔. 같은 기간 두 호텔 객실 40개가 번 돈을 공시된 가동률과 객실단가로 되짚으면 11억 3,000만 엔 안팎이 나온다. 객실 몫은 18%쯤.
9.나머지 대부분은 결혼식이 채운다. 이 호텔은 결혼식 소개 사이트에 「연 700쌍 이상」을 적었고, 식을 올린 사람들이 남긴 비용 신고에서는 500만~600만 엔대가 가장 많다. 한 쌍에 500만 엔으로 잡으면 35억 엔, TRUNK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 부문별 매출이 공개되지 않아 이 계산은 추정인데, 단가를 T&G 전사 평균 416만 엔으로 낮춰도 29억 엔.

10.일본 시티호텔의 매출은 보통 객실·식음료·연회가 3할씩, 기타가 1할. 연회장을 채울 손님을 받으려면 객실이 수백 개 있어야 했고, 결혼식은 그 연회 매출의 굵은 줄기였다. TRUNK는 순서를 거꾸로 짰다. 예식동을 세우고 그 옆에 방 15개를 얹었으니, 성급 호텔이 객실 수백 개와 등급으로 얻던 이름값을 여기서는 방 15개가 대신 만든다.

11.그 이름값을 만드는 건 투숙객. 두 호텔 투숙객의 93.8%가 외국인이고, 2023년 보도로는 CAT STREET 예약의 80%가 자체 채널로 들어왔다. 직판으로 아끼는 OTA 수수료는 방 15개면 한 해 수천만 엔 수준. 결혼식은 한 쌍이 500만 엔이다. 외국인이 줄지어 묵는 호텔이라는 인상이 예식 예약을 열두 건만 더 끌어와도 그 절감분을 넘는다.
12.결혼식을 사는 쪽의 사정도 달라졌다. T&G 직영 예식장의 결혼식 수는 2025년 3월까지 1년 사이 4.4% 줄었고 평균 단가는 2.4% 올랐다. 식을 올리는 커플은 줄고, 올리는 커플은 더 쓴다. 그 커플들은 왜 이 호텔을 고를까. 한 일본 매체는 이 호텔 예약을 채우는 사람들을 「지금을 사는 우리다운 결혼식」을 원하는 커플이라고 적었다. 평일에도 사람이 드나드는 로비는 예식 전용 건물에는 없는 장면을 그런 커플에게 보여 준다.
13.운영 쪽 장치도 방향이 같다. 개업 때부터 내건 말이 소셜라이징(Socializing)이고, 프런트 데스크의 안내판에는 매출에서 연 500만 엔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한다고 적혀 있다. 결혼식 뒤 버려지던 꽃을 다발로 다시 파는 마켓을 열었고, 올해 1~8월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로비 팝업과 개인전만 10건. 로비에 걸리는 것이 달마다 바뀌니 동네 사람이 다시 올 이유가 생긴다.

14.로비를 동네 거실로 연 호텔이 TRUNK가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뉴욕의 Ace Hotel이 노트북을 든 사람들로 로비를 채우면서 이 방식이 퍼졌고, 뒤를 이은 라이프스타일 호텔들은 대부분 바와 식당에서 돈을 거뒀다. TRUNK는 그 로비 뒤에 연회장 네 곳과 채플을 붙였다. 일본 시티호텔이 수십 년 해 온 결혼식 사업을 방 15개짜리 건물로 옮겨 온 것.
15.다음 호텔부터 계산이 달라진다. 8월 28일 개업일이 발표된 TRUNK(HOTEL) SAPPORO는 2027년 9월 17일, 삿포로(札幌) 오도리(大通) 지구에서 다이빌(ダイビル)이 짓는 재개발 빌딩 10~18층에 객실 107개로 연다. 채플과 연회장, 브랜드 첫 스파 TRUNK(BATH HOUSE), 스시 사이토(鮨さいとう)가 함께 들어간다. 삿포로의 계약 형태는 공개되지 않았다. 모회사가 새 출점 방식으로 내건 것은 운영 위탁으로, 건물주가 공사비를 대고 TRUNK는 매출의 정해진 요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16.방이 107개면 객실이 주인공이 된다. 가동률 80%에 객실단가 7만 엔만 넣어도 객실 매출이 한 해 22억 엔 가까이 나온다. 모회사는 삿포로와 2028년 봄의 도쿄 도겐자카(道玄坂)·고베(神戸) 세 곳을 합친 사업 규모를 140억 엔으로 잡았는데, 지금 호텔 사업 전체의 두 배다. citizenM 아시아 부사장을 지낸 토니 힌터스토이서(Toni Hinterstoisser)를 해외 담당 사장으로 데려온 것도 이 무렵. 방 15개일 때는 결혼식이 건물 값을 냈다. 방 107개짜리 호텔에서 그 값을 낼 쪽은 이제 객실.
연면적 5,106㎡에 객실 15개를 넣은 도쿄의 호텔이 이달 결혼식 공간을 통째로 고쳐 새로 선보인다. 모회사 공시로 되짚으면 객실이 번 돈은 TRUNK 매출의 18%쯤이고, 나머지 대부분을 한 해 700쌍이 넘는 결혼식과 로비의 식음료가 채운다. 방은 적게, 비싸게, 외국인에게 팔아 이름값을 만들고 그 이름값을 결혼식으로 거둬들이는 구조. 국내에서 이 구성을 짜면 등록 단계부터 막힌다. 관광진흥법의 소형호텔업은 객실 20실부터라 15실짜리 부티크가 호텔업으로 등록할 길은 좁고, 보통은 공중위생관리법의 일반숙박업으로 간다. 예식장은 건축법상 문화 및 집회시설의 집회장이라 한 건물에 넣는 순간 용도가 둘로 갈린다. 주차장법 시행령 기준만 봐도 숙박시설은 시설면적 200㎡당 1대, 집회장은 150㎡당 1대를 요구하고, 지자체 조례가 이보다 무겁게 정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