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시조가와라마치(四条河原町)의 10층짜리 아트호텔 BnA Alter Museum이 문을 연 지 7년 만에 방 10개를 새 작품으로 바꿨다. 방마다 그 방을 만든 작가에게 숙박료 일부가 계속 돌아간다.
1.가와라마치 거리에서 한 블록 들어간 다카쓰지(高辻) 모퉁이에 폭이 좁은 10층 건물이 서 있다. 2019년 5월 17일에 문을 연 BnA Alter Museum. 방은 31개, 전부 작가가 한 방씩 맡아 만든 작품. 개업 때 참여한 작가는 16명, 이들을 묶은 아트디렉터가 9명이었다. 올해 4월 1일에는 방 10개를 새 작품으로 바꾸거나 다시 고쳐 내놓았다.
2.이 호텔은 세 회사가 나눠 맡는다.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린 사업주는 도쿄 증시에 상장한 부동산 개발사 콜롬비아 워크스(コロンビア・ワークス), 운영은 그 자회사 콜롬비아 호텔&리조트, 작가를 모으고 방을 기획하는 일은 도쿄의 아트호텔 회사 BnA가 맡았다. BnA가 내건 조건은 하나. 작가가 만든 방이 팔릴 때마다 숙박료의 일부를 그 작가에게 계속 보낸다.

3.대지는 237㎡, 72평이 안 된다. 그 위에 철골조로 10층을 올려 연면적 1,675㎡를 만들었고, 한 층 바닥은 167㎡ 남짓이다. 1층은 프런트와 바, 2층은 카페와 전시실, 3층부터 10층까지 여덟 개 층은 객실. 층마다 방 네 개 안팎이 들어가는 연필 같은 건물로, 올해 고친 방은 전부 30㎡짜리 4인실이었다.

4.좁은 땅에서 가장 아까운 면적은 계단이다. 이 건물은 그 계단실을 갤러리로 만들었다. 이름은 스테어케이스 갤러리(Staircase Gallery), 1층에서 꼭대기까지 30m를 오르며 층층이 전시 공간이 이어진다. 낮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투숙하지 않아도 들어올 수 있다. 어차피 비워 둘 수 없는 피난 동선을, 거리에서 보이는 진열창으로 바꾼 셈법.
5.31개 방이 31개 작품은 아니다. 공식 객실 소개에 올라 있는 작품은 17점 남짓이고, 한 작품이 층을 바꿔 여러 방에 반복된다. 올해 들어온 후지쿠라 아사코(藤倉麻子)의 방은 304·404·504·604호, 네 개 층의 같은 자리에 들어갔다. 설비와 구조가 위아래로 똑같은 자리라 작가는 한 번 설계하고 시공은 네 번 한다. 작품이 호텔의 표준 객실 평면을 따라가는 방식.


6.9층과 10층의 한 방은 음악가 아오키 다카마사(AOKI takamasa)가 고쳤다. 붉은 벨벳 커튼이 사방을 두르고, 침대 머리 위 판에 둥근 스피커 여섯 개가 박혀 있다. 방 이름은 Audiophile Listening Room, 부제는 TRAVELING ROOM. 불을 끄면 커튼이 빛을 먹고 스피커 테두리만 남는다. 여행지에서 짐을 풀고 음악 한 장을 끝까지 듣는 밤을 파는 방이고, 그 밤은 다른 호텔 방으로 대신할 수 없다.

7.매출은 공개하지 않는다. 교토시관광협회(京都市観光協会) 집계로 2025년 교토 시내 호텔의 평균 객실단가는 21,286엔, 판매 가능 객실당 매출(RevPAR)은 17,156엔이었다. 둘을 나누면 가동률은 약 81%. 예약 사이트에 뜨는 이 호텔 요금은 2인 1박 12,000~13,000엔부터지만 30㎡ 4인실은 그보다 높게 팔린다. 평균 객실단가 20,000엔, 가동률 80%로 놓으면 방 31개가 1년에 약 1억 8,100만 엔을 번다(추정). 100엔을 930원으로 치면 17억 원 가까이 된다.
8.연면적으로 나누면 평당 1년 약 36만 엔(추정). 운영 인원은 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합쳐 14명 정도라고 지배인이 회사 블로그에 적었다. 방 2.2개에 한 명꼴이고, 프런트는 24시간 사람이 선다. 손님은 미국·호주·영국에서 온 20대 후반~40대 연인이 중심이고 일본인은 비수기에 늘어 전체의 10~20%라고 한다. 작품 설명을 영어로 할 줄 아는 사람이 프런트에 서야 하는 호텔.

9.작가에게 가는 비율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위의 추정 매출에 3%, 5%, 10%를 대 보면 1년에 543만 엔, 905만 엔, 1,810만 엔. 공식 소개에 오른 작품 17점으로 나누면 한 점에 1년 32만~106만 엔이다(추정). 작가 한 사람에게 큰돈은 아니다. 그런데도 작가들이 방을 맡는 이유는 뭘까. 방이 팔리는 동안은 끊기지 않는 돈이고, 7년이면 한 번 받고 끝나는 제작비보다 커질 수 있다.
10.성급 호텔이었다면 이 돈은 대부분 공사비로 먼저 나갔다. 인테리어 회사에 객실 마감을 한꺼번에 발주하고, 준공과 함께 값을 다 치르고, 방 밖의 매출은 레스토랑과 연회장이 만든다. 여기서는 방 안의 작품값 일부가 매출에 묶여 나중에 조금씩 나간다. 손님이 적은 달이면 작가 몫도 같이 줄어드는 구조. 연회장이 할 일은 1층 바와 무료로 여는 계단 갤러리가 대신하는데, 이 둘은 매출보다 광고에 가깝다.
11.이번 개보수가 보여 주는 건 작품에도 수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 들인 작품이 둘(방 6개), 크게 고친 작품이 둘(방 4개)로 31개 방 가운데 10개, 약 32%가 7년 만에 바뀌었다. 작년 4월에도 작가 한 명의 방이 새로 열렸다. 보통 호텔이라면 10~15년 주기로 돌아오는 객실 개보수를, 이 호텔은 몇 년에 한 번씩 방 몇 개 단위로 나눠 한다. 개보수가 곧 새 전시이자 새 사진이 되는 호텔.


12.사람들이 이 방에 돈을 내는 이유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OTA 화면에서 가와라마치 일대 호텔은 역까지 몇 분, 방이 몇 ㎡인지로 줄을 서지만, 스피커 여섯 개가 박힌 방은 그 줄에 서지 않는다. 손님은 방을 고르는 게 아니라 작품을 고르고, 고른 방의 사진을 제 계정에 올린다. 작가도 자기 방을 알린다. 호텔은 광고비를 따로 들이지 않고 알리는 사람을 여럿 얻는다.
13.BnA는 2016년 도쿄 고엔지(高円寺)의 방 두 개짜리 숙소에서 시작했다. 2021년에는 니혼바시(日本橋)에 방 26개짜리 BnA_WALL을 열고 1층 벽화를 계절마다 다른 작가에게 새로 그리게 했다. 이번 달에는 군마현 마에바시(前橋)의 아트센터 안에 문을 연다고 공지했는데, 객실은 아트룸 하나에 극장과 바, 전시실, 작가 숙소가 붙는다. 방을 늘리는 쪽이 아니라, 작가가 머물 자리를 늘리는 쪽.

14.위험은 작품이 방보다 먼저 늙는다는 데 있다. 개보수는 건물이 아니라 작가와 다시 계약하는 일이라, 작품을 내리는 순간 그 작가에게 가던 몫도 끊긴다. 방 밖의 사정도 있다. 작품이 벽과 바닥을 차지해 방이 좁게 느껴진다는 투숙 후기가 꾸준히 올라온다. 30㎡에 네 명을 재우면서 벽 하나를 작품에 내주는 결정은, 같은 면적의 비즈니스호텔보다 높은 단가가 계속 나올 때만 성립한다.
교토의 대지 72평짜리 10층 건물에서 작가 16명이 방 31개를 만들었고, 7년 만에 그중 10개가 새 작품으로 바뀌었다. 추정 객실 매출 1억 8,100만 엔에서 작가 몫이 5%라면 1년 905만 엔이 작가들에게 나간다. 국내에서 같은 방을 만들면 먼저 벽이 문제가 된다. 숙박시설은 소방 관련 법령상 방염 대상이라 벽지·합판·목재 같은 실내장식물은 방염 성능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건축법도 숙박시설의 실내 마감재료를 따로 제한한다. 작가가 벽에 붙이는 판재와 천장에 거는 설치물이 모두 여기에 걸리므로, 재료를 정하기 전에 방염 처리가 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