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닌교초 골목의 9층짜리 좁은 건물이 호텔이 된 지 1년이 지났다. 방은 14개뿐이고, 라운지와 빵집과 와인가게는 걸어서 닿는 다른 건물에 있다. 같은 회사가 한 동네에 가게를 하나씩 채워 온 끝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게 호텔.
1.도쿄 주오구 니혼바시 닌교초(日本橋人形町) 3초메 2-4. 닌교초역에서 걸어서 4분 걸리는 골목에 SOIL Nihonbashi Hotel이 2025년 9월 1일 문을 열었고, 이번 달로 1년을 채웠다. 연면적 579㎡에 9층, 방은 14개. 1층은 거의 통째로 사워도우 피자집 Pizza Tane가 쓰고, 프런트는 그 옆에 작게 붙어 있다.
2.짓고 운영하는 곳은 히로시마현 오노미치(尾道)에 본사를 둔 Staple. 대표 오카 유타(岡雄大)는 Starwood Capital에서 호텔 투자를 하던 사람이고, 2021년 세토 내해의 섬 이쿠치지마(生口島)에 방 5개짜리 SOIL Setoda를 열어 15개까지 늘렸다. 같은 해 12월에는 니혼바시 고부나초(小舟町)에서 지은 지 38년 된 사무실 빌딩을 고쳐 1층에 빵집 Parklet을, 위층에 공유 사무실을 넣었다. 2023년 11월에는 와인가게 timsum이 든 두 번째 건물이, 이듬해 봄에는 세 번째 건물이 섰다. 이 동네에서 호텔은 첫 번째가 아니라 네 번째 건물.
3.579㎡를 9개 층으로 나누면 한 층에 64㎡ 남짓.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빼면 한 층에 방 두 개가 겨우 들어가는, 연필처럼 선 건물. 객실은 16㎡부터 50㎡까지 다섯 가지이고, 공식 사이트에 적힌 면적을 방 수대로 더하면 332㎡로 연면적의 57%가 된다. 나머지를 1층 식당과 계단, 설비가 나눠 쓴다.

4.가장 작은 Studio Double은 16㎡에 샤워실과 발코니를 달았고, 욕조를 넣은 방은 18㎡와 20㎡ 두 가지. 30㎡짜리 Studio Queen에는 소파와 탁자가 들어가고, 꼭대기 층의 Park View Loft는 50㎡에 거실을 따로 뒀다. 침대는 원목 단 위에 낮게 얹었고, 창가를 따라 붉은 타일을 붙인 긴 턱이 벤치와 선반을 겸한다. 설계는 다케다 기요아키(武田清明)의 건축 사무소가, 가구와 실내는 사내 팀 staple studio가 맡았다.


5.외벽의 발상은 골목에서 왔다. 설계 팀이 동네를 조사해 보니 집집마다 문 앞에 화분을 내놓아 골목의 식물이 100종을 넘었고, 이웃끼리 포기를 나눠 주는 습관이 오래 이어져 왔다. 그래서 층마다 둥글게 튀어나온 발코니에 화단을 두르고 주민들이 나눠 준 난초와 염자, 관음죽을 옮겨 심었다. 화분은 버려진 것을 다시 쓰거나 시가라키(信楽) 도기로 새로 구웠고, 옥상은 허브를 기르는 텃밭이 됐다.

6.녹슨 붉은색 골판 강판이 층마다 물결처럼 휘고, 그 곡면 사이로 잎이 삐져나온다. 해가 지면 1층 유리창 안쪽에 불이 켜지고, 부푼 반죽의 가장자리가 그을리는 냄새가 골목으로 번진다. 건물 밑동을 타일 벤치가 한 바퀴 감고 있어 지나가던 사람도 앉을 수 있다. 호텔 간판보다 피자집 불빛이 먼저 보이는 이 1층이, 투숙객이 아닌 사람에게 돈을 받는 유일한 층이다.

7.요금표는 공개돼 있다. 가장 싼 Studio Double이 세금 포함 2만 7,200엔부터이고, 다섯 타입을 방 수대로 가중평균하면 3만 9,200엔이 나온다. 도쿄 비즈니스호텔의 최근 12개월 평균 객실단가가 1만 4,300엔이니, 가장 작은 방도 그 두 배 가까운 가격.

8.16㎡에 2만 7,200엔이면 ㎡당 1,700엔. 비즈니스호텔 방이 보통 12~15㎡이니 같은 계산으로 ㎡당 1,000~1,200엔 선이다. 그럼 1년이면 얼마일까. 실제 평균 판매가를 3만 8,000엔, 가동률을 75%로 놓으면 한 해 객실 매출은 1억 4,600만 엔이고 방 하나가 1,040만 엔을 번다(추정). 같은 579㎡에 13㎡짜리 방 24개를 넣은 비즈니스호텔이었다면 1억 엔 선에서 멈췄을 계산.
9.1층 Pizza Tane는 아침 8시부터 조식을, 점심과 저녁을 이어 밤 10시까지 연다. 반죽의 발효종은 고부나초의 빵집 Parklet에서 나눠 받은 것. 좌석을 24개로 잡고 세 끼를 계산하면 한 해 8,500만 엔 안팎, 객실과 합친 매출의 37%가 식당에서 나온다(추정). 성급 호텔이라면 이 돈은 투숙객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쓰는 조식과 룸서비스에서 나왔을 텐데, 여기서는 동네 사람이 사 가는 피자 한 판이 그 몫을 한다.

10.사람이 지키는 시간은 하루 16시간. 프런트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만 열고, 밤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는 비워 둔다. 레이트 체크아웃은 정오까지 2,500엔. 라운지는 아예 건물 안에 없고, 투숙객은 근처 공유 사무실 Soil work의 2층 라운지를 쓰라고 호텔은 안내한다. 한 층 64㎡에서 라운지 한 칸을 떼어 냈다면 방 두 개가 사라졌을 테니까.
11.성급 호텔은 로비 라운지와 바, 조식당, 비즈니스 센터를 한 건물에 넣고 그 면적의 임대료와 인건비를 객실 요금에서 메운다. Staple은 그 시설을 동네에 흩어 놓고, 각각을 제 손님이 있는 가게로 따로 굴린다. 공유 사무실은 입주사의 사용료를 받고, Parklet은 동네 사람에게 빵을 팔고, timsum은 저녁 손님에게 와인을 판다. 호텔 손님은 그 가게들의 손님이 되고, 호텔은 그 가게들이 쌓아 온 동네의 인상을 방값에 얹는다.

12.사람들이 여기에 두 배를 내는 이유는 방보다 골목 쪽. 닌교초는 오래된 식당과 칠기 가게, 센베이 가게가 이어지는 동네이고, 방을 나서면 아침은 빵집에서, 낮은 공유 사무실에서, 저녁은 와인가게에서 보내는 하루가 이미 짜여 있다. 외벽의 식물이 주민들 집에서 왔다는 점도 값을 한다. 골목에 새로 선 숙소가 이웃에게 반발 대신 화분을 받았으니까. 그게 요금에 얼마를 보태는지는 공개된 수치가 없어 잴 수 없다.
13.호텔과 동네를 묶는 방식을 널리 알린 건 Ace Hotel이었다. 뉴욕의 Ace는 로비를 동네 사람이 노트북을 펴고 앉는 거실로 열어 동네를 호텔 안으로 끌어들였고, 그 로비가 곧 브랜드가 됐다. Staple은 반대 방향. 호텔을 작게 짓고 손님을 동네로 내보낸다. 섬마을 세토다에서도 방 5개로 시작해 주변에 공유 사무실과 가게를 붙여 가며 15개까지 늘렸는데, 도쿄에서는 가게를 먼저 채우고 호텔을 나중에 얹었다.

14.위험도 거기서 나온다. 비즈니스호텔의 두 배를 받는 몫은 동네의 인상에 기대는데, 그 인상을 처음 만든 건물부터 남의 것이다. 고부나초의 1호 건물은 미쓰이부동산(三井不動産) 소유이고, 호텔 건물의 소유 관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임대차 재계약에서 한 곳이 빠지면 조식 빵이든 라운지든 호텔이 빌려 쓰던 시설이 같이 빠진다. 16㎡에 ㎡당 1,700엔을 받는 요금은 그 동네가 지금처럼 굴러갈 때만 버틸 수 있는 숫자.
15.시간도 문제. 고부나초의 첫 빌딩을 연 2021년 12월부터 호텔이 문을 연 2025년 9월까지 3년 9개월이 걸렸다. Staple은 하코다테(函館)로 넓힐 계획을 밝혔고 야마구치현 나가토유모토(長門湯本)에도 거점이 있다. 걸어서 20분이라는 반경을 지키는 한, 새 도시마다 빵집과 공유 사무실부터 다시 채워야 한다.
도쿄 닌교초의 좁은 9층 건물에 방 14개짜리 호텔이 들어섰고, 라운지와 빵과 와인은 걸어서 닿는 같은 회사의 다른 가게가 맡는다. 가장 작은 16㎡ 방이 2만 7,200엔부터로 도쿄 비즈니스호텔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되고, 1층 식당까지 합치면 579㎡가 한 해 2억 3,000만 엔 남짓을 만든다(추정). 국내에서 같은 판을 짜면 방 수에서 먼저 걸린다. 관광진흥법의 소형호텔업은 객실 20개 이상 30개 미만이라 14실로는 관광숙박업 등록이 안 되고, 공중위생관리법의 일반숙박업으로 가야 한다. 6층 이상 건물이라 전 층에 스프링클러가 붙고, 라운지와 빵집과 식당은 각각 따로 영업신고를 내는 별개 사업장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