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세계유산 사찰 닌나지 앞, 20년 넘게 비어 있던 땅에 료칸형 호텔이 문을 열었다. 주거지역이라 원래는 바닥면적 3,000㎡까지만 지을 수 있는 자리였다. 교토시는 한도를 풀어 주는 대신 방 크기와 50년 운영을 조건으로 걸었다.
1.교토 우쿄구(右京区) 오무로(御室). 닌나지(仁和寺)의 정문인 니오몬(二王門) 맞은편 3,867㎡ 땅에 교토 오무로 가덴쇼(京都 御室 花伝抄)가 5월 24일 먼저 문을 열고 6월 21일 정식 개업했다. 지상 3층, 지하 1층에 객실은 67개이고, 란덴(嵐電) 오무로닌나지역에서 걸어서 2분.
2.짓고 운영하는 곳은 교리쓰 메인터넌스(共立メンテナンス). 학생 기숙사와 비즈니스호텔 도미인(ドーミーイン)으로 큰 회사이고, 온천 료칸형 호텔은 리조트 사업부가 따로 굴린다. 가덴쇼라는 이름은 아라시야마(嵐山)와 우메코지(梅小路)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땅은 20년 넘게 비어 있었다. 주유소와 편의점을 넣으려던 계획은 주민과 절의 반대에 막혔다고 한다.

3.걸림돌은 용도지역이었다. 대지 대부분이 제1종 주거지역(第一種住居地域)이라 호텔은 바닥면적 3,000㎡까지만 허용되는데, 이 건물의 연면적은 5,819㎡다. 건축기준법 48조의 특례 허가가 있어야 했고, 교토시가 만든 고급 숙박시설 유치 제도(上質宿泊施設誘致制度)가 여기서 처음 쓰였다. 교토시의 선정은 2022년 1월.
4.제도는 규모를 풀어 주는 대신 급을 요구한다. 스위트를 두고, 모든 객실을 40㎡ 이상으로 하고, 식당과 바, 스파 같은 시설을 갖추라는 조건이다. 그래서 67개 방이 가장 작아도 40㎡이고 큰 방은 87.69㎡까지 가며, 타입이 22가지로 갈린다. 연면적을 방 수로 나누면 한 방에 87㎡. 비즈니스호텔이 보통 30㎡ 안팎이니 세 배 가까운 면적이다.

5.높이는 9.98m에서 멈췄다. 이 땅에 걸린 고도 한도가 10m라 3층으로 눌러 앉혔고, 기와지붕을 층마다 낮게 겹쳐 길에서 보면 2층 집이 이어진 것처럼 보이게 했다. 방은 전부 다다미를 깔고 교토에서 난 직물과 도자기, 목재로 채웠다. 룸 다이닝을 하는 방과 돌로 짠 욕조를 넣은 방도 있다.


6.몇몇 방은 창이 곧장 니오몬을 향한다. 해가 들면 기와 처마의 그림자가 다다미 끝까지 밀려오고, 절 쪽에서는 자갈 밟는 소리가 건너온다. 관광객이 몰려오기 전인 이른 아침, 이불 위에서 누문의 지붕선을 보는 시간이 이 방의 요금에 들어 있다. 닌나지는 늦게 피는 벚꽃 오무로자쿠라(御室桜)로 이름난 절이라, 교토의 봄 성수기를 한 번 더 받는 자리.

7.지하 1층에는 온천 기누카케노유(絹掛けの湯)를 끌어온 대욕장이 있다. 알칼리성 단순천이고, 원천 온도가 낮아 데워서 쓰는 저온천. 건식 사우나와 냉탕을 붙였고, 노송나무와 돌로 짠 전세탕 네 개는 예약 없이 몇 번이든 무료로 쓰게 했다. 투숙은 중학생 이상만 받고, 주차장은 아예 두지 않았다. 주민들이 소송에서 문제 삼은 것도 늘어나는 차와 밤의 소음.


8.정가는 2인 1실 1박 2식에 1인 4만 6,000엔, 방 하나로 치면 9만 2,000엔이다. 먼저 문을 연 기간에는 1인 3만 1,000엔부터 팔았다. 교리쓰 리조트 사업 전체의 평균 객실단가는 지난 회계연도에 방 하나 4만 8,300엔. 이 호텔 정가는 그 두 배에 가깝다.
9.교리쓰 리조트 사업은 2026년 3월까지 1년 매출이 570억 엔, 영업이익은 19억 5,000만 엔으로 이익률이 3.4%에 그쳤다. 가동률은 82.1%까지 올랐는데도 인건비와 린넨·청소비가 오르고 개업 준비 비용이 겹치면서 이익이 전년보다 11억 엔 줄었다. 회사가 이번 회계연도에 새로 여는 리조트는 두 곳뿐이고, 그중 하나가 가덴쇼.
10.이 호텔 하나의 매출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 실제 평균 판매가를 정가보다 낮은 7만 5,000엔, 가동률을 80%로 놓으면 1년 객실 매출은 14억 7,000만 엔, 방 하나가 2,190만 엔을 번다(추정). 연면적으로 나누면 1㎡가 1년에 25만 엔 남짓. 넓게 지은 값을 방값이 다 메울까. 한 방에 87㎡를 들인 건물이라 ㎡당 숫자는 도심 비즈니스호텔보다 낮게 나온다.
11.성급 호텔이라면 저녁 매출은 레스토랑 계산대에서 따로 잡힌다. 여기서는 교토식 가이세키 저녁과 아침이 방값 안에 들어 있어, 투숙객 수가 곧 식당 매출이다. 식사 몫을 1인 1만 5,000엔 안팎으로 보면 9만 2,000엔 가운데 3분의 1이 부엌에서 나오는 돈(추정). 식당은 좌석을 몇 번 돌리느냐가 아니라 방을 몇 개 채우느냐로 굴러가고, 저녁을 위한 외부 손님 모객이 필요 없다.

12.채널은 아직 남의 손에 많이 기댄다. 리조트 사업 전체의 자사 예약 비율이 23.7%, 외국인 손님 비율은 14.9%다. 교토 시내가 외국인으로 붐비는 사이 료칸형 호텔은 일본 국내 손님을 상대로 방을 채워 왔고, 손님 넷 가운데 셋이 여행사와 예약 사이트를 거쳐 들어오는 구조.

13.손님이 이 가격을 내는 건 방보다 문 때문이다. 교토 도심의 료칸은 골목 안에 숨어 있어 창밖이 옆집 벽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세계유산의 정문이 창틀 안에 들어온다. 아라시야마와 킨카쿠지(金閣寺)가 가까운데도 저녁이면 동네가 조용해진다는 점도 요금에 얹힌다. 그 조용함은 원래 주민들이 지키려던 것.
14.주민 51명이 2024년 6월 교토시를 상대로 특례 허가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교통이 막히고 밤의 정적이 깨지며 절의 경관이 상한다는 주장이었다. 교토 지방법원은 2025년 5월 23일 특례 판단은 행정의 넓은 재량에 속한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주민들은 오사카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항소심 결과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건물은 2025년 8월 31일 준공했는데 프리오픈까지 9개월이 비었고,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15.가격을 올리는 데도 천장이 있다. 교토시는 2026년 3월 숙박세를 고쳐, 식사를 뺀 숙박 요금이 1인 2만~5만 엔이면 1,000엔, 5만 엔을 넘으면 4,000엔을 물린다. 1박 2식은 요금에서 식사 몫을 빼고 세금을 매기니 과세 구간이 늦게 올라간다. 그래도 방값 부분이 5만 엔을 넘는 순간 손님 한 명당 세금이 네 배로 뛰고, 이 숫자가 요금을 올릴 때 넘기 어려운 선이 된다.
교토 닌나지 앞 20년 된 빈 땅에 주거지역 한도의 두 배 가까운 5,819㎡짜리 료칸형 호텔이 섰고, 그 값으로 모든 방을 40㎡ 넘게 짓고 50년 운영을 약속했다. 방 하나 정가는 1박 2식 9만 2,000엔으로 운영사 리조트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되지만, 주민 51명이 낸 소송은 아직 항소심에 걸려 있다. 국내에서는 일반주거지역에 호텔을 지을 수 없고, 주택가에서 숙박을 팔 길은 한옥체험업이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처럼 규모를 작게 묶은 업종뿐이다. 심사를 거쳐 면적 한도를 풀어 주는 교토식 통로가 없으니 같은 땅에 67실을 올리려면 용도지역을 바꾸거나 지구단위계획을 새로 세우는 도시계획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
